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79화 (179/235)

179. 얼굴 없는 가수(2)

“아닌데요?”

“아니라고요?”

“예.”

계약 조건에 말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어 입을 다물었다. 말해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해도, 이남주의 들뜬 표정을 보니 말해주기 싫었다.

“남주 형, 그런 것도 봐요?”

“…와! 모르는 척!”

“정말 몰라요.”

이남주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계속 캐묻는 이남주의 질문 공격에 옆에서 듣던 정요셉이 말려주었다.

“남주야, 우리 막내는 진짜 몰라.”

“단체로 날 속이는 것 같은데.”

“진짜야~ 남주랑 나랑 몇 년 친구인데~ 그걸 안 말해주겠어~?”

이럴 때마다 정요셉의 연기력이 발휘된다. 정요셉의 연기에 속은 이남주가 알겠다는 듯이 한 걸음 물러났다.

“전 아직 못 들어봤는데, 주변 사람들이 얼굴 없는 가수에서 편지를 부른 사람이 범나비가 아니냐고 질문을 하거든요.”

“그래요?”

“죄다 그렇게 말하던데요.”

“…흐음.”

내 음색이 특이하긴 하지만.

‘…벌써 들킬 줄은.’

편지를 부를 때는 아이돌로서 보여줬던 기교를 확 뺐다. 가사를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계속 시치미를 떼자 이남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얼마나 잘 불렀는지 지금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이남주가 지나가듯이 말하자 정요셉이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 영상 틀어서 다 같이 들어볼까?”

“그것도 좋죠.”

아니, 지금 무슨 말을? 나는 이남주 몰래 정요셉을 노려보았다. 정요셉은 내 시선을 무시하며 말했다.

“아니, 노래를 얼마나 잘 불렀는지 궁금하잖아?”

“…….”

이미 정요셉의 손은 ‘편지’ 영상을 틀고 있었다. 그리고 노래를 듣자마자 주이든이 나를 슬쩍 보면서 목소리가 좋다고 말해주었다.

“오… 목소리 좋다!”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내가 들어도 잘 부르긴 잘 부르네.’

하지만 이 영상이 인기가 많아질 거라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그저 적당히 조회수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인기가 많아져서 난감할 지경이었다.

“잘 부르네.”

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던 화목현이 입을 열었다.

“목현 형, 언제 일어났어!?”

“아까. 남주가 난리를 치는 바람에.”

이남주가 미안하다면서 사과를 했다.

“어, 목현 형은 못 봤는데. 죄송해요.”

“아니야. 어차피 일어나야 했거든.”

화목현은 슬쩍 일어나서 노래를 같이 감상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영상을 확인하는 정요셉의 눈이 커졌다.

“이 영상, 조회수가 높다?”

조회수가 몇이길래 정요셉이 높다고 하는 거지.

“얼만데요?”

“벌써 80만 돌파했는데?”

화목현의 대답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시간이 일주일이나 지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80만을 돌파하다니.

도대체.

‘왜?’

내가 노래를 잘 부르긴 했어도 이렇게 조회수가 잘 나온다고? 얼굴 없는 가수 측에서도 홍보를 잘 안 하던데?

듣고만 있던 이정진이 입을 열었다.

“하긴 조회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게… 얼굴 없는 가수, 기사도 많이 났더라.”

“기사가 많이 나요?”

내 질문에 이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얼굴 없는 가수, 영상 조회수가 높으면 얼굴이 드러난다며?”

“응, 맞아.”

“와, 나중에 알 수 있겠네.”

주이든의 말에 이남주의 입이 튀어나왔다.

“나중은 아쉬운데.”

그러면서 이남주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그때 정요셉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어, 얼굴 없는 가수 심사 위원 평가 올라왔는데?”

벌써? 너튜브 커뮤니티에서는 오늘 저녁에 올라온다고 했었는데. 빨리도 올라온다.

“한번 볼까? 칭찬이 한가득일 수도 있잖아.”

혼자 보고 싶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같이 보는 수밖에. 다행히 이남주의 매니저가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와 이제 나가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아! 저는 가봐야겠네요.”

“잘 가요.”

“진짜 아쉬운데.”

“나중에 확인해요.”

“진짜… 너무해.”

이남주는 나한테 삐진 상태에서 대기실 복도로 나갔다. 이남주가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나는 소파에 등에 기댄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자마자 정요셉이 영상을 내 눈앞에 보여주었다.

“요셉 형, 저 안 봐요…….”

“봐야지. 너잖아, 너.”

“그래도.”

내 노래의 평가라. 얼굴 없는 가수의 취지에 맞게 심사 위원들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좋은 말이 있을 수도 있잖아~?”

정요셉이 다시 영상을 틀자마자 심사 위원들이 입을 열었다.

[심사 위원 1 : 오징어 가수가 부른 편지가 유독 인기가 있더라고요?]

[심사 위원 2 : 인기가 상당합니다. 벌써 조회수가 80만을 돌파했어요.]

심사 위원은 남자 1명, 여자 2명으로 총 3명.

[심사 위원 1 : 일단 편지를 다시 들어보죠.]

심사 위원들이 노래를 감상했다.

[심사 위원 2 : 오호, 젊은 친구 같네요? 기교가 없어서 듣기 편안해요.]

[심사 위원 3 : …그렇다고 이렇게 인기를 끌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심사 위원 3이 계속 나를 걸고넘어졌다.

[심사 위원 3 : 이런 곡은 누구나 잘 부르지 않나?]

반말을 찍찍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심사 위원 3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겠는데…….’

편지는 누구나 잘 부를 수 있는 노래긴 했다. 장기 자랑에서도 빠지지 않는 노래였으니까.

“심사 위원 3의 평가가 세긴 하다.”

화목현이 동영상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니에요. 맞는 말일 수도…….”

그러자 화목현이 내 말을 끊었다.

“나비야, 이걸 맞는 말이라고 한다고?”

“그럴 수도 있다는…….”

그러자 앞에서 주이든이 소리쳤다.

“아닌데!”

…귀가 따갑다.

“네가 그렇게 느껴도 나는 그렇게 안 느껴져! 잘했는데?!”

“제가 잘했어요?”

“어, 잘했어.”

웬일로 내 칭찬을?

“그래도 개인이 느낀 감상을 제가 함부로 아니라고 할 순 없어서…….”

“그것도 그러네…….”

주이든이 당황하는 틈을 타서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심사 위원 3 : 오징어 가수의 다음 곡은 언제 나오죠?]

[심사 위원 1 : 제가 알기론 이번 주에 공개된대요.]

[심사 위원 3 : 다음 곡도 편지처럼 잔잔하면 인기를 끌 수 없을 것 같은데.]

현실적인 조언이다. 화려하고 고음이 있는 노래여야 기억에 잘 남긴 하니까.

[심사 위원 2 : 저도 그 말에 공감해요. 다음에는 3분 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노래로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아이돌 노래가 이렇게 인기를 끌겠는가. 3분 안에 노래와 춤, 그리고 퍼포먼스까지 보여주니 눈과 귀가 즐겁기 때문이다.

[심사 위원 3 : 그리고 솔직히! 오징어 가수의 조회수도 왜 높은지 모르겠습니다.]

[심사 위원 2 : 오징어 가수가 잘해서 조회수가 높은 거 아닐까요?]

심사 위원 3이 테이블 위에 턱을 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심사 위원 3 : 그렇다기엔 오징어 가수가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진 않았는데요?]

세게 말하네.

“저렇게 말을 해도 돼?”

주이든이 놀라서 화목현에게 물었다.

“…심사 위원이라서 더 세게 말하는 걸 수도 있어.”

“그렇구나!”

“그렇긴 한데… 세긴 하네. 아예 나비를 저격하는 말투니까.”

일시적으로 화목현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나비야, 괜찮아?”

“…저요?”

나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나오는 정도.

“그냥 웃겨요.”

“…쟤 머리가 돌아버린 걸까.”

옆에서 중얼거리는 주이든의 말을 무시했다. 사실 심사 위원 3의 반응은 이미 예상한 반응이었다. 악플도 이렇게 달릴 테니까.

[심사 위원 2 : 그래도 저는 오징어 가수를 칭찬합니다. 기교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얼마 없지 않나요?]

[심사 위원 3 : 당연히 그건 칭찬하죠. 하지만…….]

‘하지만’이라는 말에서 심사 위원 1이 말을 끊었다.

[심사 위원 1 : 심사 위원 3번님과 저랑 감상이 너무 다르네요.]

[심사 위원 3 : 왜죠?]

[심사 위원 1 : 저는 맨날 똑같은 곡들만 듣다가 이런 노래를 들으니 귀가 힐링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러자 심사 위원 3이 웃었다.

[심사 위원 3 : 힐링은 다른 곳에서 하시면 됩니다.]

[심사 위원 1 : …예?]

[심사 위원 3 : 그리고 말입니다… 오징어 가수가 인기 있는 분이라서 조회수가 높은 건지, 노래가 좋아서 조회수가 높은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심사 위원 3이 하는 말은 철저하게 내 팬들이 조회수를 높여줬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내 실력으로 만든 조회수가 아니라는 거겠지.

하지만 다음 곡은 나도 자신이 있었다. 팬들도 속이 시원한 곡일 테고.

[심사 위원 3 : 오징어 가수의 다음 곡은 딱히 기대가 되진 않네요.]

심사 위원 3의 말을 끝으로 내 노래의 평가는 끝났다.

“저만 댓글을 봐도 될까요?”

“어? 어.”

정요셉의 핸드폰을 가져와서 댓글을 살펴보았다.

-심사 위원 3 존나 시원하게 대답해 주네 ㅋㅋ

-조회수도 팬들이 만들어준 거 아님? 읍읍

-무슨 볼드모트냐 말도 못 해ㅋㅋㅋ

-팬들이 말하지 말래 ㅠ 볼X모트 맞음

-편지 듣자마자 껐음 잘 부른다고 하길래 들어봤다가 10초 듣고 껐잖아

-다음 곡 나오면 어차피 팬들이 또 조회수 올려줄 텐데 ㅠ

역시 심사 위원 3의 평가가 시원하다는 말이 많았다. 어차피 다음 곡은 잔잔한 곡으로 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잔잔한 곡으로 하면 재미가 없지.’

그리고 억지로 까 내리는 사람들도 내 노래가 잔잔한 곡이 아니길 빌 것이다. 까는 재미가 없으니까.

고작 이런 댓글로 마음이 안 좋거나 그러진 않았다. 화제성이 있으니까 이렇게 댓글이 잘 달리는 거겠지. 악플도 관심이다.

“나비야, 다음 곡은 정했어?”

“정진 형이랑 이야기하면서 대략적으로 정하긴 했어요.”

“그래? 그러면 다행인데.”

그제야 화목현은 걱정이 조금 풀리는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정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화목현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

“막내가 우선 잔잔한 노래를 불러놓고 기대감을 낮추는 방식으로 하자고 했어.”

기대감을 낮추는 건 은근히 좋은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 막내가 편지를 부른 거야?”

정요셉이 물었다.

“그건 아니었어요.”

“아니면?”

“이 노래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였어요.”

우리 엄마를 위해서.

“그러면 다음 노래는 뭔데!”

주이든이 궁금하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다음 노래는 제가 좋아하는 곡이요.”

키오 시절, 한 예능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 그때 너튜브 조회수 400만을 돌파했던 곡.

“이 노래는 재밌을 거예요.”

내가 제일 자신 있는 노래였다. 주이든은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답답했는지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어떤 노래인데!”

“꽃바람이요.”

“무슨 장르인데?”

이 노래의 장르는.

“락이요.”

편지와 정반대인 락을 선택했다.

“왜 락을 선택했어?”

“자신이 있었거든요.”

“무슨 자신?”

무슨 자신이겠는가.

“잘 부를 수 있는 자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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