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76화 (176/235)

176. 투두 네스트 – 산장 게임편(3)

그 통로로 들어가자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그곳은 탐정 사무소, 회장실, 흥신소, 회의실, 산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요셉이 흥신소로 가더니 감탄했다.

“이거 완전 우리 흥신소랑 똑같은데?”

각자 다른 공간에 가서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T : 이곳은 재벌 2세가 죽은 시점인 저녁 8시 상황을 그대로 재연한 방입니다.]

재연한 공간이라면.

“그렇다면 누가 죽였는지 알 수 있겠네~?”

저녁 8시의 상황이니까 잘 찾아보면 증거가 나올 수도 있겠다.

[T : 용의자들이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볼 수 있죠. 빨리 범인을 찾으셔야 합니다. 1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어느덧 1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

[T : 이러다가 범인은커녕 다 죽게 생겼습니다.]

각자 방을 보기 전에 나는 모두에게 제안했다.

“이곳을 둘러보기 전에 알리바이부터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 말에 주이든이 반문했다.

“알리바이부터 찾고 말하는 게 좋지 않나?”

“알리바이를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을 둘러보다가 범인이 증거를 은닉하면 어떡합니까?”

“아하!”

일단 우리는 회의실로 몸을 옮겼다. 우선 나부터 알리바이를 말했다.

“탐정인 저부터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아침 7시에 일어나 9시에 탐정 사무소에 가서 저녁 6시까지 일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에 식당에서 재벌 2세를 만났습니다.”

이정진이 손을 들어 물었다.

“왜 저녁 7시에 재벌 2세를 만났습니까?”

“…협박 편지를 보낸 범인을 잡았으니 의뢰비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정요셉이 잔기침을 뱉었다.

“저는 식당에서 20분 동안 밥을 먹고 나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20분에 나갔다는 증거는 있습니까?”

“식당에 갔다는 증거는 재벌 2세의 핸드폰에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 정요셉이 손을 들어 자신의 알리바이를 말했다.

“오후 8시엔 뭐 했습니까?”

“뭐 하긴? 흥신소에서 일을 봐주고 있었지.”

“일을 했다는 겁니까?”

“탐정, 나 의심해?”

정요셉이 버럭 화를 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쯧.”

다시 정요셉이 자신이 한 일을 읊었다.

“오후 8시에 회장실로 갈 뻔했어.”

“갈 뻔했다고요?”

“그래, 갈 뻔했지. 그런데 재벌 2세가 연락을 안 받더라고? 그래서 안 갔지. 믿어줄 거야?”

“그걸 입증할 증거가 있다면요.”

“이래서 젊은 놈들은 융통성이 없어.”

“원래 탐정은 융통성이 없습니다.”

다음 차례인 이정진이 손을 들었다.

“저는 브이로그를 찍으려고 일찍 일어났습니다. 영상으로도 찍어놨고요. 컴퓨터가 많은 방이 있죠? 저 방이 제 서재입니다.”

이정진이 가리킨 곳에는 모니터가 2대나 있었다.

“저기에 제 영상이 있을 겁니다. 이번 주 브이로그 영상은 올리지 못했거든요.”

“왜 올리지 못했습니까?”

“그거야…….”

이정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재벌 2세가 올리지 말라고 했거든요.”

“예?”

재벌 2세가 이정진의 브이로그 업로드를 막았다?

“…제 브이로그에 산장 게임 회의 내용이 있었거든요.”

“산장 게임 회의 내용이요? 그걸 왜 집어넣었습니까.”

“제가 구독자들에게 산장 게임에 참여한다고 말을 해놓은 상황이라서,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싶었죠.”

이정진이 조금 격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이내 나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래서 이정진 씨는 집에만 있었다는 겁니까?”

“그렇죠. 브이로그 편집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알겠습니다.”

다음은 화목현.

“저는 프로게이머입니다.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밥 먹고, 자고, 게임하고, 방송하고… 이렇게 지냈습니다.”

“재벌 2세가 죽는 날에도요?”

“네, 재벌 2세가 죽든 말든 저는 방송을 했거든요.”

화목현은 집에만 있었다. 이건 방송을 살펴보면 그만이다.

“마지막 산장지기인 주이든 씨.”

“아, 예~!”

주이든은 서서 말했다.

“저는 산장에 있었습니다.”

…응? 이건 딱히 알리바이가 되지 않는데.

“산장지기가 산장에 있었다는데 문제라도 있습니까? 저는 범인이 아니거든요?!”

“…누군가 주이든 씨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습니까?”

“아니요? 저 혼자 산장에 있었으니까.”

산장에 혼자 있었다?

“핸드폰도 확인했잖아요. 최근에 전화한 사람은 재벌 2세뿐이고. 제가 어디로 나갔다는 증거도 없잖아요?”

주이든의 말엔 어폐가 있었다.

“문자를 보면 재벌 2세가 산장에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건 재벌 2세가 취소했습니다. 저녁 8시가 되기 직전에.”

“왜죠?”

“그건 모릅니다만. 아마 탐정님을 만나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나를 만나고 그런 거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모두의 증언도 들었겠다.

“지금부터 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알리바이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찾아보죠.”

어디 보자. 지금 남은 시간이,

《50분》

얼마 남지 않았네.

“각자 방에서 30분까지 살펴보고 다시 회의실로 오죠.”

일단은 제일 의심스러운 화목현의 방부터 들렀다.

‘…방에만 있었다면 여기에 용의자라는 신분으로 오지 않았을 터.’

먼저 컴퓨터를 켜서 내용을 확인했다.

컴퓨터 바탕화면엔 ‘새 폴더’라는 파일이 눈에 띄었다. 그 파일을 클릭하자 몇 개의 영상을 발견했다. 그중 한 영상을 클릭했는데,

[재벌 2세 : 아니, 내가 후원을 얼마나 해줬는지 알지?]

[화목현 : 죄송합니다.]

[재벌 2세 : 그랬는데 방송이 안 크는 건 네가 방송을 못하는 거지. 안 그래?]

[화목현 : 네…….]

[재벌 2세 : 네 방송이 떡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화목현 : 그게 뭔데요?]

[재벌 2세 : 내가 만든 산장 게임에 출연해. 그리고 네가 범인을 하는 거지.]

[화목현 : 범인… 말입니까?]

영상은 그렇게 끝났다.

“…범인?”

미리 범인을 만들어놓고 산장 게임을 진행하려고 했나. 그다음 영상을 틀었다.

[화목현 : 산장 게임에 출연하겠습니다.]

[재벌 2세 : 범인이 되면 욕을 먹을 수도 있어.]

[화목현 : 감수해야죠.]

[재벌 2세 : 그래, 너는 사채도 썼으니까.]

화목현이 사채를 썼다고?

아마 여기에 사채를 썼다는 증거가 있을 것이다. 컴퓨터를 놔둔 채 일단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봤다.

“…서류.”

제3의 금융을 썼다는 서류가 있다. 한 달 이자가 20%?

“화목현 씨!”

흥신소에서 증거를 찾던 화목현을 불렀다.

“무슨 일이죠?”

“사채는 왜 썼습니까? 후원이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제가 후원을 받아도 모조리 재벌 2세에게 돌아갔습니다.”

재벌 2세에게 돌아갔다고?

“제가 재벌 2세에게 빌린 돈만 3억이었거든요.”

“…3억?”

“재벌 2세는 산장 게임에 참여하면 자기가 빌려준 돈 3억을 안 받겠다고 했습니다.”

“안 받겠다?”

“저는 재벌 2세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에 불과했으니깐요.”

프로게이머인 화목현이 뜬금없이 산장 게임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긴 했지만.

“그래서 재벌 2세를 죽였습니까?”

“아닙니다! 재벌 2세를 제가 어떻게 죽입니까. 차라리 제가 죽으면 몰라도.”

화목현이 울상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꽤 큰 수확을 얻었다. 다음 장소인 산장으로 갔다. 주이든은 알리바이가 부족했고, 그 알리바이를 입증할 사람도 없었다.

‘행동이 당당했지.’

알리바이가 없어도 자신은 재벌 2세를 죽일 여건이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주이든이 제일 수상하다.

산장 쪽으로 가자 이미 이정진이 산장을 살피고 있었다.

“…어? 탐정님도 여기 오셨네요?”

“제일 수상해서요. 무슨 수확이라도 있었습니까?”

“여기 계약서가 있습니다.”

“계약서요?”

계약서에는 재벌 2세의 뒤치다꺼리를 해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것도.”

계약서 봉투 안에는 주이든이 교도소에서 나오는 사진이 있었다. 때마침 주이든이 들어왔다.

“어? 죄다 우리 산장으로 오셨네요.”

시간이 없어 나는 인사할 생각도 하지 않고 방금 발견한 증거를 주이든한테 보여주었다.

“주이든 씨, 제가 이걸 발견했는데요.”

“아, 그걸 발견하셨네요?”

반가운 듯이 주이든이 활짝 웃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교도소에는 왜 갔습니까?”

“아, 재벌 2세가 교통사고를 내서 사람을 죽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2억을 받고 교도소에 대신 갔다 왔습니다.”

“대신 갔다 왔다고요?”

“네, 그래도 제가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재벌 2세가 저지른 범죄입니다. 더 궁금한 점은 없어요?”

“2억을 받았으면서 산장지기는 왜 하는 겁니까.”

“아, 그래도 돈이 부족하더라고요.”

돈이 부족해서 산장지기를 했다? 이거, 수상한 냄새가 난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잠깐만! 탐정님, 저를 의심하는 건 아니죠!?”

“의심하고 있습니다.”

주이든은 나를 검지로 가리켰다.

“그러는 탐정님도 수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주이든은 탐정 사무소로 향했다.

“이정진 씨는 왜 주이든 씨의 방을 확인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주이든 씨가 산장지기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요.”

다른 용의자들은 여기에 온 목적이 뚜렷하게 있지만, 주이든은 여기에 온 목적이 불투명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산장지기가 여기에 왔을 리가 없잖아요. 왠지 재벌 2세에게 화를 당했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혹시 이정진 씨도 재벌 2세에게 당했나요?”

“…저도 당했죠.”

당했다? 이정진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재벌 2세가 저를 섭외했다가 산장 게임 홍보용으로 쓰고 버렸거든요.”

“…왜 버린 거죠?”

“이제 쓸모가 없다는 거죠. 제가 산장 게임에 나오기 전에 사고를 조금 쳤거든요.”

브이로그에서 무슨 사고를 쳤다고.

“너튜브 연말 모임에서 구독자 욕을 했다는 허위 사실이 퍼졌어요.”

“허위 사실요?”

“사실 친구 욕을 했던 건데 오해를 산 거예요. 그러면서 너튜브 구독자 수가 7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줄어들었어요.”

재벌 2세를 죽일 만한 이유가 있었군.

“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고, 그런 소문을 낸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했습니다. 하지만 재벌 2세는 제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라고요.”

“…….”

“재벌 2세를 죽이고 싶긴 했습니다.”

“…예?”

“하지만 이미지로 먹고사는 제가 설마 재벌 2세를 죽였을까요?”

혹시 모르지. 마음이 바뀌어서 재벌 2세를 죽였을 수도. 내가 이정진을 의심할 때였다.

“이정진!”

저 멀리서 이정진의 방을 살피던 정요셉이 다가와서 버럭 화를 냈다.

“네가 죽였지!”

“…네?”

“왜 방에 복숭아 향수가 있는 거지?”

복숭아 향수가 왜? 정요셉은 복숭아 향수를 사방에 뿌리면서 이정진을 심문했다.

“그건 제 취향인데요.”

“취향은 무슨. 재벌 2세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 알고 있었지?”

이정진은 복숭아 향수를 응시하면서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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