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75화 (175/235)

175. 투두 네스트 – 산장 게임편(2)

그 말을 듣자마자 화목현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요셉 씨, 왜 저를…….”

“그건 다 같이 핸드폰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정요셉이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보러 가죠?”

우리는 정요셉을 따라 방에 들어갔다. 정요셉이 있던 방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내 방보다 더 가구가 없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침대와 상자뿐.

“제 방은 보시다시피 침대랑 상자밖에 없습니다. 상자에 핸드폰이 있고요~?”

정요셉이 상자를 열자 그곳에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기종의 핸드폰이 있었다.

“그러면 하나씩 핸드폰을 꺼내볼까요?”

그러자 주이든이 냉큼 손을 들었다.

“우선 제 핸드폰부터 확인하세요. 왼쪽에서 첫 번째 핸드폰입니다.”

주이든의 핸드폰에 별다른 흔적은 없었다. 내가 주이든의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주이든 씨의 핸드폰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이든의 핸드폰에는 문자 앱과 전화 앱만 있었다. 먼저 문자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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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든) 언제 별장에 오실 예정인가요?

(재벌 2세) 어, 오늘.

(주이든) 그래요? 그나저나 이번 달 월급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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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보낸 건 이런 소소한 문자밖에 없었다. 딱히 범인이라고 특정할 만한 것도 없었고.

“저는 멀쩡하죠?”

주이든이 으스대며 미소를 지었다.

“탐정님, 주이든 씨 전화 목록은 어떤가요?”

“전화 목록은…….”

화목현의 말대로 주이든의 전화 목록을 확인했지만, 범인으로 유추할 만한 건 없었다. 있다고 해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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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

[재벌 2세]

[열쇠공]

[재벌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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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와 열쇠공밖에 없는데.

“주이든 씨, 왜 열쇠공에게 연락을 하셨죠?”

“아, 산장 열쇠를 잃어버려서요.”

그렇군. 가만히 있었더니 주이든이 내 핸드폰을 들고는 말했다.

“다음으로 탐정님 핸드폰도 봅시다!”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문자 내용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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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나비) 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범나비) 정요셉 씨입니다.

(범나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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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을 안다는 내 문자에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드디어 말할 타이밍이 왔네.

“저는 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정요셉을 응시했다.

“정요셉 씨가 재벌 2세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협박 편지에 대한 말이 나오자 정요셉이 눈동자를 굴렀다.

“와!”

주이든이 외마디 감탄을 내뱉었다. 정요셉은 변명 따윈 하지 않겠다는 듯이 솔직하게 말했다.

“협박 편지는 내가 보냈어.”

나머지 사람들이 범인이 아니냐고 의심하자 정요셉이 어깨를 으쓱였다.

“고작 협박 편지 하나 보냈다고 범인으로 모는 새끼들이 이상한 거고. 내게는 협박 편지를 보낸 이유가 있어.”

“뭡니까?”

정요셉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나는 재벌 2세의 친구가 아니라… 따까리거든?”

따까리?

“재벌 2세가 시키는 더러운 일을 가져와서 하는 사람. 한마디로 흥신소를 하고 있지.”

“그런데 왜 자기소개를 할 때는 친한 친구라고 했습니까?”

“진짜 직업을 말할 필요는 없잖아?”

“그러다가 범인으로 몰리면 어떻게 하려고.”

“어차피 나는 범인이 아니니까.”

나는 다시 한번 협박 편지를 보낸 이유를 물었다.

“그럼 왜 협박 편지를 보냈습니까.”

“재벌 2세가 나를 버렸거든.”

“버렸다고요?”

“이제 필요가 없어진 거지. 그래서 재벌 2세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 거야.”

그랬구나.

‘…그래도 협박 편지를 보냈다는 건 용의선상에 오른 거나 마찬가지.’

“일단은 알겠습니다. 다음 사람 핸드폰을 보죠.”

화목현이 자신의 핸드폰을 나에게 건넸다.

“제 핸드폰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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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현) 오늘도 후원 감사합니다.

(재벌 2세) 오늘 보낸 후원금 다시 입금하는 거 알지?

(화목현) 네, 계좌로 다시 돈 입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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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화가 이상하다. 왜 받은 후원금을 다시 보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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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 네가 부탁한 대로 방송에서 회장님 노릇했다?

(화목현)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화목현) 감사합니다.

(재벌 2세) 그래~ 돈은 꼭 갚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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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친한 사이라고… 그런데 이 대화에서는 재벌 2세와 화목현 간의 상하 관계가 또렷해 보였다.

“회장님 노릇이 뭡니까……?”

화목현이 설명해 주었다.

“제가 프로게이머 구단에서 나오고, 혼자 스트리머를 하고 있거든요. 제 방에서 회장님 노릇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린 겁니다.”

이걸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나. 어쩌면 화목현의 일반적인 주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제 핸드폰을 보죠~?”

정요셉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자고 제안했다.

“그럼 정요셉 씨의 핸드폰을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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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요셉) 내가 그만큼 해줬잖아!

(정요셉) 그럼 돈이라도 내놓든가? 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배신을 때려?

(재벌 2세) 협박 편지 보내놓고 뻔뻔하게 돈을 달라고 해?

(정요셉) 당연한 거 아니야?

(정요셉) 네가 나를 무시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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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가 돈을 안 주려고 했군. 문자를 보던 정요셉이 인상을 팍 썼다.

“문자 다시 보니까 욕이 저절로 나오네~”

정요셉이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제 남은 핸드폰은 하나뿐이다.

“마지막은 이정진 씨네요.”

너튜브 브이로거가 어떻게 재벌 2세와 친하게 지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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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 절 산장 게임에서 뺀다니요?

(이정진)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이정진) 저 이거 한다고 너튜브에 이미 다 말해놔서 주변 지인까지 아는 정도인데

(재벌 2세) 그래서 어쩌라고?

(이정진) 제 편의를 봐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재벌 2세) 이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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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보니 이정진은 재벌 2세와 살짝 다툼이 있었다.

“재벌 2세와 왜 다툼이 있었던 거예요?”

“아, 그게…….”

이정진이 난감하다는 듯이 말을 잇지 못했다.

“…산장 게임을 하기 전에 갑작스럽게 나를 뺀다잖아요.”

“이유는요?”

“이유는 딱히 없었어요.”

“진짜 이유를 모릅니까?”

“정말 몰라요. 억울합니다. 저도 알고 싶어요.”

산장 게임에서 빠지게 된 이유를 정말 모르는지 이정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억울합니다!”

이게 이정진이 재벌 2세를 죽일 이유가 될 수 있나?

‘…이거, 핸드폰을 확인해도 성과가 없네?’

다른 방을 수색하기 전, 화목현이 제안했다.

“이번엔 우리가 찾은 카드를 확인해 볼래요?”

주이든이 좋은 제안이라는 듯이 손뼉을 쳤다.

“아! 그래요! 카드!”

“그럼 침대 위에 카드를 올려놓죠.”

하나둘씩 사람들이 침대 위에 카드를 올려놓길래 나도 따라서 바지 주머니에 넣어놨던 카드를 꺼냈는데…….

“어, 저 흉기 카드는 못 찾았나 봐요.”

시체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방 안에 있는 흉기 카드를 찾지 못하고 나왔던 것 같다. 화목현이 나를 보았다.

“그럼 일단 카드 확인하고 탐정님이 있던 방에 가보죠.”

이정진의 말에 우리는 흉기 카드를 살펴보았다.

“되게 다양하네요……?”

《칼》, 《독극물》, 《도끼》, 《가스라이팅》

정말로 다양한 흉기가 있었다.

“제 방에 노트북이 있거든요. 거기에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동영상을 한 번 더 돌려 보죠.”

우리는 다 같이 내가 있던 방으로 가서 바로 노트북을 켰다. 방금 전 봤던 동영상을 틀어놓고, 나는 흉기 카드를 찾아 나섰다.

‘아까 침대 밑은 확인했고…….’

그렇다면 책상밖에 없다.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주이든이 물었다.

“탐정 씨, 흉기 카드 아직도 못 찾았어?”

“…네, 책상만 자세히 안 봤어요.”

“책상만?”

내 말을 들은 주이든이 노트북을 들었다. 살짝 고개를 들어 노트북의 밑을 확인했더니, 흉기 카드가 있었다.

“흉기 카드, 여기 있습니다.”

바로 노트북 밑에서 흉기 카드를 뜯어내 확인했다.

《질식사》

질식사?

“…제 흉기 카드는 질식사입니다.”

내 말을 듣더니 다들 묘한 표정을 지었다. 혼자서 계속 노트북을 살펴보던 이정진이 외쳤다.

“동영상이 더 있습니다.”

동영상이 더 있다고?

노트북을 쳐다보자 작업표시줄에 파일 아이콘이 하나 더 있었다. 동영상을 확인하자, 재벌 2세가 회장실에서 기침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윽고 재벌 2세는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손수건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곧장 밖으로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았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몇 분 뒤, 재벌 2세는 그대로 사망했다.

‘이건 질식사네…….’

내가 마지막에 발견한 흉기 카드가 정답이었다.

“그런데 질식사가 맞을까요?”

내가 흉기 카드를 보여주자 화목현이 입을 열었다.

“제 방에 진단서가 있습니다.”

“진단서요?”

“재벌 2세의 사망진단서죠.”

화목현은 자기 방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사망진단서에 재벌 2세가 어떻게 죽었는지 나와 있습니다.”

용의자들은 내 방에서 화목현의 방으로 이동했다. 화목현은 베개 옆을 턱짓했다.

“베개 옆에 사망진단서가 있더라고요.”

“뭐라고 적혀 있는데요?”

“연탄으로 인한 질식사.”

빠져나갈 틈을 막은 뒤에 질식사로 위장했군.

“그럼 나는 이걸 보여주면 되겠네.”

주이든이 메고 있던 등산 가방을 내려놓더니 신문을 꺼냈다. 우리는 그 신문을 펼쳐서 기사를 확인했다.

《재벌 2세의 사망 원인은 질식사로 추정한다.》

그럼 확실하게 질식사가 맞겠네.

그렇다면…….

“흉기 카드는 질식사로 하면 될 것 같네요. 장소는.”

장소 카드는…….

“회장실이겠네요.”

내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제 용의자 카드를 선정해야 합니다.”

용의자 카드를 선정하기 전에,

“주이든 씨, 신문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뭐, 마음대로?”

주이든에게 신문을 받아서 재벌 2세가 어떻게 죽었는지 확인했다.

“신문에 이렇게 적혀 있네요. 재벌 2세가 죽은 시간은 저녁 8시로 추정합니다.”

“…….”

“그렇다면 저녁 8시쯤에 알리바이가 없는 분이 용의자 아닐까요?”

그때 스피커에서 소리가 났다.

[T : 새로운 문이 등장했습니다.]

그러자 시계 12시 방향에 있던 벽에서 통로 문이 생겼다.

[T : 그 통로 문에 들어가면 여러분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옵니다.]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저기로 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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