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카운트다운 라이브(1)
목현이는 말을 하다가 말고 눈이 커졌다. 이 질문이 괜찮은지 묻는 것처럼 목현이는 스태프들을 쳐다보았다.
-?
-목현아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아니 궁금해서 미치겠네
-말을 하세요 저기요? 선생님?
사람이 말을 하다가 말면 얼마나 미칠 수 있는지 보고 싶은 걸까. 요셉이 목현이의 어깨를 치면서 물었다.
[정요셉 : 목현 형?]
그러더니 이번에는 목현이의 눈앞에 손바닥을 휘저었다.
[화목현 : 어, 죄송합니다. 아니… 이 질문이 맞겠죠? 진짜 도둑이 된 소감을 묻는다는데요?]
목현이의 질문을 듣자마자 왜 말을 하다가 말았는지 이해가 갔다.
-애들 도둑으로 전직했네…
-ㅋㅋㅋㅋㅋ당황할 만하다
목현이는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화목현 : 제 소감부터 말하자면… 어… 도둑이 되니까 인생이 좀 새로워진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덤덤한 목현이의 말투에 다른 멤버들이 웃었다.
[주이든 : 목현 형, 그게 어떤 느낌인데요?]
[화목현 : …인생이 더 재밌어진 것 같은 느낌?]
더 이상 과몰입을 할 수 없자 목현이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귓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주이든 : 네, 그럼 다음 질문으로 갈까요.]
[정요셉 : 네~]
빠르게 목현이의 질문 타입이 끝나고 다음 차례는 요셉.
[정요셉 : 여러분, 제가 카드를 뽑았습니다!]
[화목현 : 정요셉 씨, 어떤 카드죠?]
[정요셉 : 이번 정규 앨범의 컨셉이 도둑인데 각자 맡은 포지션이 있나요? 오! 완전 알찬 질문~! 저는 여기서 행동 대장을 맡았습니다.]
요셉이는 의자에서 일어나 주먹을 쥐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정요셉 : 아주 멋지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있다 멋있어~
-아주 잘하네~
채팅을 보면서 요셉이는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가리켰다.
[정요셉 : 그렇다면 제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멤버들이 포지션을 말하도록 하죠.]
[주이든 : 저는… 이번 도둑 GAME에서 주인공이라고 하던데요.]
-주인공?
-헐 이든이가 주인공이야?
-하긴 깜짝 방송 때도 이든이로 시작했잖아!
팬의 정확한 눈썰미에 이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이든 : 어! 맞아요. 그래서 저로 시작한 거예요.]
이든이의 말에 나비가 거들었다.
[범나비 : 이든 형과 도둑 GAME 컨셉, 잘 어울리지 않아요?]
[주이든 : 그렇답니다! 제가 잘 어울린다고 하네요!]
나비랑 이든이가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범나비 : 다음은 제 차례네요. 저는 도둑 GAME에서 감시자를 맡았습니다. 주변에 누가 없는지 살펴보는 역할이죠.]
-나비야 목줄은?
-목줄도 뭔가 있나?
-목줄!
목줄에 관련하여 질문하자 나비가 고개를 저었다.
[범나비 : 목줄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앙칼지네
앙칼진 나비의 답변에 채팅창에는 웃음이 넘쳤다. 나비가 빨리 다음 차례인 정진이한테 넘기고 싶은지 정진이를 쳐다보았다.
[범나비 : 형!]
[이정진 : …큼, 저는 이번에 해커를 맡았습니다. 경찰에게 혼란을 주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막내가 말해줬어요. 다음은… 목현아?]
마지막으로 목현이가 당당하게 말했다.
[화목현 : 저는 얼굴 담당 리더입니다.]
-?
-얼굴?
-뭐?
-잠깐만 나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아
당황한 목현이의 표정을 보니 진짜로 ‘얼굴 담당’인 모양이다. 이백수도 당황해서 채팅을 쳤다.
-목현이가 진짜 얼굴 담당이야?
곧 정진이와 나비가 해명을 했다.
[이정진 : 원래 한 명쯤 미남이 있으면 재밌잖아요.]
[범나비 : 전적으로 제 의견이었습니다. 저희는 사람들에게 드러나야 하는 집단이거든요. 그래서 얼굴 담당이 필요했습니다.]
-아 그럼 ㅇㅈ
-목현이 얼굴이라면…
-이건 어쩔 수 없이 인정이다
-그냥 리더도 아니고 얼굴 담당 리더? 이거 새롭다
팬들도 인정한 목현이의 얼굴. 이백수도 인정했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아도 목현이는 잘생겼으니까. 방송물을 먹는지 점점 더 잘생겨지고 있었다.
[주이든 : 그럼 세 번째 질문입니다. 도둑 GAME을 들을 때 주의 깊게 들어야 할 포인트가 있는지?]
이든이는 팔짱을 끼며 나비를 바라보았다.
[주이든 : …이건 아마 범나비의 고음이 아닐까. 제가 녹음실에 있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범나비 : 예? 왜요?]
[주이든 : 범나비의 고음을 듣고 진짜 속이 뻥! 뚫렸거든요.]
정진이가 설명을 보충했다.
[이정진 : 이 노래의 포인트는 이든이의 파트에서 이어지는 나비의 고음입니다. 정말 좋거든요. 자주 들어주세요.]
나비의 고음은 언제나 좋았는데… 얼마나 더 좋다는 말인지. 뮤비가 나오기 전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렜다.
[범나비 : 제 목에 핏대 섭니다.]
나비가 자기 목을 보여주면서 손가락으로 훑었다.
-미치셨나요?
-아 너무 기대되는데…
-목은 괜찮아?
-목을 훑었어……!
채팅창을 확인하던 나비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저럴 때마다 설레더라.’
그러다가 이백수는 상념에서 깨어나 고갤 저었다.
“…나보다 나이 어려.”
설레면 안 돼. 설레도 되지 않을까.
두 가지의 마음이 대립하고 있을 때 나비의 목소리에 이백수가 정신을 차렸다.
[범나비 : 병원에서 목 상태 괜찮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재밌게 들어주세요. 나비 소원!]
혹시 네온들이 걱정할까 봐 괜찮다고 말해준 나비가 고맙고 기특했다. 나비는 자기 앞에 놓인 카드를 잡고 질문을 읽어주었다.
[범나비 : 벌써 네 번째 질문인데요. 이번 수록곡에 멤버들도 참여했나요? 네, 참여했습니다. 저는 ‘Reason’이라는 곡에서 작사에 참여했습니다. 각자 어떤 수록곡에 참가했는지 말해볼까요?]
제일 먼저 정요셉이 말했다.
[정요셉 : 저도 ‘멀티’라는 곡으로 참여했습니다! 많이 들어주세요!]
[이정진 : 나비랑 저랑 같이 공동 작업을 한 ‘선악과’라는 곡이 있거든요.]
[범나비 : ‘선과 악’이라는 주제로 만들었습니다.]
[이정진 : 그리고 목현, 이든, 저! 이렇게 3명이 참여한 ‘봄의 눈’도 기대해 주세요.]
이번에 멤버들이 참여한 수록곡.
《-Reason
-멀티
-선악과
-봄의 눈》
앞으로도 계속 들어야겠다고 이백수는 결심했다.
-정진이 솔로곡도 있잖아!
-맞아!
네온들이 정진이의 솔로곡을 채팅창에 도배했다.
[이정진 : 열기라는 곡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제 솔로곡이긴 하지만.]
정진이가 생색을 안 내서 그렇지, 연습생 시절에도 너튜브에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올리고는 했다.
“…정진이 작곡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지금껏 정진이가 작곡한 타이틀곡은 별로라는 평이 많았다. 매번 비슷하다고. 그런 악평이 있음에도 정진이는 꾸준하게 성장했다.
그걸 네온들도 아니까.
-정진아 이번 곡도 기대할게!
-완전 기대 ㄷㄷ
-하이라이트 부분 들어봤는데 좋더라…
[이정진 : 제 노래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섯 번째 질문을 알려 드릴게요.]
카드를 읽은 정진의 눈가가 살짝 접혔다.
[이정진 : 도둑 GAME을 들어보자고 하네요.]
[화목현 : 그러면 지금 당장 도둑 GAME을 들으러 가볼까요!?]
[정요셉 : 갑시다!]
[주이든 : 와!!!!!!!]
[범나비 : 저희는 채팅창을 보겠습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다.
“독수리다.”
해골 머리를 집어삼킨 독수리 로고가 올라오면서 네스트가 등장했다.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는지 90년대 향수가 느껴졌다.
[찰칵.]
문을 잠그는 소리가 나고 화면이 둥글게 줌인 되더니 네스트가 나타났다.
“어!”
[-La la la! La la la!
어디로 숨은 걸까.
어디에 숨긴 걸까.]
생각보다 가벼운 이든의 음색에 이백수는 눈을 껌뻑였다.
“이든이한테 이런 목소리가 있었어?”
거기에다가 이번 노래는 딥하지 않았다. 플라워랑 런엑스런이 워낙 딥해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드럼과 베이스가 어우러진 리듬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곧이어 크라이슬러 이글 탈론에 올라탄 목현이가 화면을 보고 윙크했다.
[-지금부터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갈게
너의 소중한 마음을 훔치러
Ever light(HI-!)]
통통 튀는 분위기. 구름 위로 자동차를 타고 날아가는 멤버들은 키득키득 하는 효과음과 함께 웃고 있었다.
[-AII TIME!]
그리고 요셉이가 창문을 열며 박물관을 가리켰다. 순식간에 박물관에 도착한 멤버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안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반짝이는 물건들이 즐비한 박물관 안.
[-지금 박자를 타며
훔치러 가는 길에
너를 향한 윙크와 gesture]
박물관의 보물인 청룡자기를 이든이 조심히 들고 갔다. 그때 경보 소리가 나고 이서혁이 등장하자 멤버들이 카메라를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La la la! La la la!
어디로 숨은 걸까.
어디에 숨긴 걸까.]
네스트는 능숙하게 이서혁을 따돌리며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힘껏 소리를 지르는 네스트의 시선 앞에 독수리가 나타났다. 독수리가 윙크하자 차에 풍선이 생기더니 차는 하늘로 떠올랐다.
이서혁이 내려오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네스트는 그저 손을 흔들어주었다.
[-너는 알지
(yeah yeah)
나도 알지
(yeah yeah)]
갑자기 적막이 흐르고 달이 나비를 비췄다. 옆에서 요셉이가 마이크를 건네자 나비가 차에서 일어나 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우리가 숨겨두었던 마음은
사라질 수 있다는걸-!]
나비의 고음이 터지자 불꽃이 팡팡 터졌다. 그러자 풍선이 터지면서 네스트가 밑으로 내려왔다. 소리가 안 나도록 네스트가 차에서 살며시 내리더니 어떤 집 앞에 상자를 내려두었다.
[-쉿]
정진이가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네스트가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초인종 소리에 아이가 눈을 비비며 집 앞에 나오더니 상자를 보며 반갑다는 듯 웃었다. 그 상자 안에는 전자제품과 인형 등이 있었다.
[-기다려 주세요
당신의 물건은 우리가
훔쳐 갈 수 있으니
조심하길-]
[-Dynamite처럼 달콤한
treasure처럼 소중한
너의 비밀을 가져갈게]
그렇게 네스트는 아이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고 사라졌다.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또 무언가를 훔치러 가는 네스트의 모습을 잡히면서,
[-HA!]
짧은 감탄과 함께 뮤직비디오는 끝이 났다. 가벼우면서도 진솔한 네스트의 모습.
“…정의로운 도둑 컨셉?”
도둑 컨셉이 다인 것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 네 소중한 마음을 잊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카운트다운 라이브로 돌아가서,
[화목현 : 네온들, 도둑 GAME 뮤직비디오는 재밌게 보셨나요?]
-네!
-너무 좋았어!
-내용이 생각보다 가벼워서 좋았어!
이백수도 같은 마음이었다.
[범나비 : 이번 도둑 GAME 컨셉은 꽤 가볍습니다. 그래서 말이죠?]
나비가 이든이를 보며 설명을 떠넘겼다.
[주이든 : 그래서 라이브 방송은 좀 영화적인 느낌으로 가고, 뮤직비디오는 가벼운 듯하면서도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놓치지 말자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정요셉 : 뮤직비디오에는 저희가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도 훔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요셉이가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더니 카메라를 보며 총 쏘는 포즈를 취했다.
[주이든 : 정요셉! 안무 스포하면 어떡해……!]
-어?
-안무 스포?
요셉이가 능숙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정요셉 : 우리 이든이가 말하지 않았다면 다들 몰랐을 스포였는데~?]
[주이든 : 아차!]
요셉이와 이든이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자 나비가 화제를 돌렸다.
[범나비 : 자, 스포는 넘어가고요. 이제 도둑 GAME 앨범을 볼 차례인데요. 지금 저희 앞에 앨범이 있어요. 형들, 앨범을 확인해 주세요.]
이번 도둑 GAME 앨범은 두 개였다. 독수리 버전, 도둑과 독수리가 없는 버전. 두 개의 앨범을 합치면 중앙에 독수리 로고가 만들어져서 예뻤다.
“포카는 어떻게 나왔지?”
포카가 너무 궁금한데.
[범나비 : 저는 제 포카를 뽑았는데…….]
나비가 고개를 들어서 카메라를 보며 포카를 보여주었다.
[범나비 : …원래 포카가 4장씩이나 나오나요?]
포카가 4장이나 나왔다고? 이백수는 입을 벌렸다.
“저게 내 거였어야…….”
당연히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
-나비야
-아니
-나도…
-4장…
이건 정말 보기 힘든 회사의 실수다. 운도 좋지. 이백수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평생 앨범 까도 4장은 없었는데…….”
역시 될놈될인가. 나비도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범나비 : 형들은 어떤 포카가 나왔어요?]
그런데 나머지 멤버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정요셉 : 나는 우리 막내 나왔는데?]
[주이든 : 뭐야! 나도!]
[이정진 : …어?]
[화목현 : 나도 나비가 나왔네.]
모두가 나비의 포카를 가지게 된 것이다.
[범나비 : …어쩌죠? 네온들이 가져가야 할 걸 내가 가져가 버렸네.]
포카 4장으로 부채를 만든 나비가 카메라를 보며 씩 웃었다.
[범나비 : 네온들, 갖고 싶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