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67화 (167/235)

167. 제사

“제사를 어떻게 지내는지 아는 사람?”

화목현의 질문에 멤버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무래도 이 멤버들로 제사를 지내는 건 어렵겠다… 그나마 내가 조금은 알지 않을까 싶어서 손을 들었다.

“제가 하자고 했으니까… 제가 할게요.”

대충 본 건 있어서 내 지시대로 멤버들이 움직였다. 제일 먼저 테이블 위에 우리가 먹으려고 준비한 치킨과 피자를 올려두었다.

“나비야, 제사상에 치킨과 피자를 올려도 돼?”

“괜찮아요.”

“…그래?”

그러자 옆에서 이정진이 입을 열었다.

“올려도 돼. 내 동생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치킨과 피자였어.”

“오! 그러면 올려도 되겠다.”

나는 젓가락을 뜯어서 치킨과 피자 위에 올려두었다. 마음껏 먹으라는 의미로 하는 행위라고 할머니가 그랬었는데……? 맞겠지.

‘가물가물하다…….’

정요셉이 내 모습을 보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 막내, 모른다고 하더니 잘 아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은 제사를 지냈거든요.”

그 후에 할머니까지 돌아가시자 엄마는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사회에서 나를 지켜야 했기에. 정요셉이 연습실 문을 열면서 말했다.

“어디서 봤는데, 문을 열어놓아야 영혼이 들어와서 먹고 간다고~”

“유령은 벽도 뚫을 수 있잖아.”

“이든아, 어쩌면 지금도 유령이 있을 수도 있어.”

“악!”

또다시 시작된 정요셉과 주이든의 말다툼에 이정진이 말렸다.

“얘들아, 싸우지 말고 제사 시작하자.”

이정진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바닥에 떨궜다.

“정진 형.”

“응, 이든아.”

“동생분, 왜 하늘로 떠난 거야?”

그때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주이든이 꺼냈다.

“내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허약했어.”

말하기 두려운지 이정진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화목현이 이정진의 잔에 술을 따랐다.

“정진아, 마셔.”

“…고맙다.”

말하기에 앞서 술이 들어간 이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두 번 했다. 우리도 따라서 절을 두 번 했다.

“우리 부모님, 지금은 호탕한 성격이시잖아.”

처음으로 이정진이 자기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옛날에는 아니었어. 엄청 예민했거든.”

이정진의 부모님을 만나본 멤버들은 못 믿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엄청 예민했어. 동생이 항상 아팠으니까.”

다시 막걸리를 마신 이정진은 생각에 잠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은 심장이 안 좋아서 학교에 갈 수가 없었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지. 동생은 집에만 있어야 했거든.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내가 동생을 돌봤지.”

“부모님은요?”

“아버지는 동생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항상 가게에 있었어. 어머니도 마찬가지고.”

이정진은 막걸리를 다시 한 잔 마시면서 넋두리했다.

“사실 부모님이 힘든 걸 아니까… 동생이 미웠어.”

잔잔한 이정진의 말투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그런데 동생의 얼굴을 보면 미워할 수가 없더라. 나랑 닮은 눈동자와 생김새가 날 행복하게 만들었거든.”

“…….”

“그래서 친구들에게 놀자고 연락이 와도 밖으로 안 나갔어. 그만큼 동생이 좋았으니까. 동생을 돌보면 부모님이 칭찬을 해주시기도 했고.”

우울했던 이정진의 낯에 미소가 서렸다.

“그래서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거나 TV에 나오는 음악 방송을 보는 것밖에 없었어.”

그때가 생각났는지 이정진의 입꼬리가 점차 올라갔다.

“음악 방송은 동생을 기분 좋게 만들기도 했어. 일단 무대랑 사람들 자체가 화려하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동생이 자기의 심심한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건 음악 방송뿐이었던 것 같아.”

화목현이 고개를 돌리며 테이블에 올라간 치킨을 이정진의 접시에 올려두었다.

“정진아, 먹어.”

“…고맙다.”

“막걸리만 마시면 속이 상하니까.”

치킨을 뜯는 이정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데…….”

“…….”

“딱 한 번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친구들과 놀았던 날이 있었어. 1시간 동안 친구들과 축구를 했거든.”

“…….”

“그런데 알지? 그런 날 꼭,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거… 축구를 하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는데, 친구들과 노는 데에 빠져서 그 불편함을 모르는 척했어.”

이정진은 한 번 더 술을 마셨다.

“…축구를 끝내고 집에 가니까 동생이 없고, 가게에도 부모님이 없더라.”

“…….”

“알고 보니 그날 동생이 하늘로 갔대. 그래서 문득 내가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동생이 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주이든이 이정진을 보며 말했다.

“형 책임이 아니잖아.”

“그런가.”

이정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동생이 하늘로 간 뒤에 웃음도, 행복도 잃었어. 동네 이웃들이 나보고 불쌍하다고 하는 말도 직접 들었어.”

“…….”

“그 후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어. 동생이 좋아했던 음악 방송을 보면서 음악 듣는 걸 더 좋아하게 됐고.”

“…….”

“동생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면… 나도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작곡을 시작한 거야.”

옆에서 정요셉과 주이든이 고개를 돌려 훌쩍였다.

“…정진아, 대단하네.”

“대단하긴… 나도 음악으로 위로받고 싶었거든.”

저 용기와 목표가 무척 어른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무척 상념에 빠져. 이게 동생을 위해 하는 일인지, 아니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어서.”

“흠… 정진 형은 어떤 것 같은데요?”

“지금은 동생을 위해서 음악을 하는 것 같아. 내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다…….

“둘 다면 안 되는 거예요?”

“…어?”

“동생을 위해서, 그리고 형을 위해서 하는 느낌으로 가면 좋잖아요.”

“…….”

“동생이 음악 방송을 좋아해서 형도 봤다고 했잖아요? 사실 형도 그 순간 이미 좋아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술잔을 든 이정진의 손이 멈췄다.

【이정진의 우울함을 낮췄습니다. (93%)】

“…내가 좋아했을 수도 있다고?”

“네, 그게 아니었다면 아이돌로 데뷔했을까요?”

이정진이 내 눈을 보면서 말했다.

“작곡가로 활동했을 거라는 뜻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무대 자체가 형의 마음을 움직였을 수도 있다고 봐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랬을 수도 있겠다.”

“네?”

“음악 방송 하는 날에는 절대 아무 데도 안 갔거든.”

이정진은 내 술잔에 막걸리를 따랐다.

“…막내야, 마셔.”

“예?”

“마시라고.”

아니… 내가 왜 술을 마셔야 하죠? 나머지 멤버들도 고개를 저으면서 말려주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주는 술이야. 마셔도 돼.”

“약간 꼰대 같기도…….”

“막내야, 한 잔 더 줄까?”

“그건 아니고.”

오랜만에 목으로 넘어가는 알코올에 인상을 썼다.

“맛이 어때?”

“목을 소독하는 맛 같은데요.”

“그래?”

“막걸리라서 덜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정진의 눈빛을 보니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그때 화목현이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나비의 말이 맞을 수도 있어.”

“…….”

“네가 음악을 싫어했으면 아이돌이 됐을까? 살아남기 어려운 게 아이돌이잖아.”

아이돌의 미래는 로또나 다름이 없다. 어쩌면 성공할 수도 있고, 성공을 못 할 수도 있다. 워낙 좋은 장면만 화면에 보여서 그렇지.

정말로 극소수만 성공하는 자리니까.

“…그렇네.”

“…….”

“정말로.”

이정진의 눈빛이 서서히 진지해졌다.

【이정진의 우울함을 낮췄습니다. (88%)】

그러고는 이정진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오늘 같은 날이면 미치도록 불안해…….”

“…왜요?”

내 물음에 이정진이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

“어쨌든 나는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잖아.”

“…….”

“그런데 이렇게 행복해하는 나를 보면 동생이 날 미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누가 가족을 미워할까.

“그것도 형이 정한 마음 아니에요?”

“…야, 범나비.”

주이든이 내 입술을 막으려고 하자 이정진이 말렸다.

“막내야, 무슨 말이야?”

“직접 동생한테 들은 말이에요? 아니잖아요. 동생이 형한테 그런 말을 했냐고요. 그런데 왜 형이 그런 생각을 하고서 계속 형을 갉아먹어요.”

나도 키오 시절에 그랬다. 멤버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혼자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나를 갉아먹었다.

이게 제일 나를 괴롭게 만드는 일이다. 차라리 직접 들었으면 그렇구나 하고 지나갈 일을…….

“혼자 생각하면 누가 형을 알아줘요?”

“…….”

“그러면 알아주는 이도 없어요.”

내가 그랬으니까.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그래요.”

“혼자 생각하면.”

이정진은 술잔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정진아, 혼자 단정 짓고 그러지 마.”

“…….”

“그러다가 스스로를 죽이는 수가 있어.”

화목현의 조언에 술을 마신 이정진의 눈빛이 파도처럼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정진의 우울함을 낮췄습니다. (70%)】

우울함이 점점 낮아지네. 정요셉은 이정진의 잔에 막걸리를 따르면서 동조했다.

“우리 막내 말이 맞아~ 내가 보기에 정진 형은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

“동생 때문이라고 하는 건 믿을 수가 없는걸?”

좋아하지 않는 일을 동생 때문에 했다? 그 힘든 일을? 그럴 수는 없다. 이건 좋아해서 하는 일이다.

“그래도 너는…….”

이정진이 부정하려고 하자 정요셉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래, 형.”

“…….”

“그동안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기를 시작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었어. 내가 연기를 좋아하고 있더라고.”

“…….”

“억지로 하라고 해도 좋아하지 않으면 못 하더라.”

듣고만 있던 주이든도 손을 들었다.

“어떻게 동생이 형을 미워하겠어!”

“…요셉아.”

“가족이잖아! 형제잖아! 어떻게 형을 미워해. 이렇게 멋있는 형이 아이돌이 됐는데!”

“…….”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였으면 형을 존경했을걸?”

단정 짓는 주이든의 말에 비로소 이정진의 눈가에 웃음이 걸렸다.

“…고맙다.”

【이정진의 우울함을 낮췄습니다. (60%)】

벌써 우울함이 많이 낮아졌네. 역시 고민은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얘들아, 미안해.”

“…….”

“이런 대화는 우울해서 듣기 싫잖아.”

하, 나는 짧게 혀를 차며 물을 마셨다.

“…야, 범나비?”

술을 한 잔 마셔서 그런가. 이정진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정진 형.”

“…막내야?”

“어이가 없어서…….”

“어?”

약간 술에 취한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이정진의 어깨를 꽉 잡았다.

“이정진, 싫긴 왜 싫어?”

“…반, 반말?”

내 혼잣말에 주이든이 기겁했다.

짜증이 솟는다. 이제 물도 부족해서 이정진의 술잔을 빼앗아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화목현의 술도, 주이든의 술도, 정요셉의 술도. 모조리 내가 마셨다.

“…원래 아픔은.”

“…….”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 마음이 아파서 죽는 사람도 있는데.”

“…….”

나는 치킨 닭다리를 입에 넣어 천천히 씹었다.

“맨날 가만히 앉아서 노래 작업만 하고.”

“…어?”

“가만히 있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잖아……?”

“막, 막내야.”

“이정진, 입을 뒀다가 뭐 해? 좀 말하고 다녀…….”

갑작스러운 호통에 이정진은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실실 쪼갰다.

“놀랐네, 놀랐어.”

“…….”

“나도 놀랐다, 이정진.”

그리고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을 손등으로 비볐다.

“아, 졸려.”

그리고… 그 후의 기억은 없다.

【이정진의 우울함을 낮췄습니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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