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58화 (158/235)

158. 화목현의 어머니(1)

어머니라고?

“목현 형, 어머니요?”

내 질문에 화목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전화가 왔어.”

전화가 왔다고? 지금껏 한 번도 화목현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단어를 들은 적은 없었다.

“목현 형… 병원은 안 가도 되겠어요?”

“…가면 토할 것 같아.”

“숙소는요?”

“여기 있을래…….”

…화목현은 아프면 투정을 부리네. 이걸 어쩌지? 일단 화목현은 놔둔 채 주이든에게 속삭였다.

“이든 형, 어떻게 할까요?”

“목현 형이 병원에 가기 힘들다고 했으니까 연습실에 놔두자.”

나랑 주이든은 연습실에 놔뒀던 침구류를 꺼내서 화목현의 머리에는 베개를 두고, 몸은 이불로 감쌌다. 그리고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가져왔던 감기약을 가방에서 꺼내 화목현한테 먹였다.

“…더워.”

“곧 괜찮아질 거예요.”

“응…….”

그런데 화목현은 왜 이렇게 심하게 감기에 걸렸고 어머니한테는 왜 전화가 온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목현 형? 근데 왜…….”

“응…….”

주이든이 입을 열려는 순간, 나는 주이든의 옆구리를 쳤다.

“왜?”

“뭘 물어보려고 그랬어요?”

주이든이 고개를 낮춰 속삭였다.

“당연히 어머니에 대해서.”

나는 격하게 고갤 저었다.

“지금 아프잖아요. 나중에 묻죠.”

“아하, 그럴까?”

그러자 화목현이 실눈을 뜨며 주이든을 불렀다.

“이든아, 왜?”

“어, 하려던 질문 까먹었어.”

그러자 화목현이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질문인지 알아.”

나는 눈짓으로 주이든을 노려보았다. 주이든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듯이 굴었다.

“…최근에 어머니랑 연이 닿았거든.”

연이 닿았다고? 나랑 주이든의 눈이 동그래지자 화목현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어머니가 무작정 엔터에 찾아와서 연호 형에게 부탁했대.”

“뭘요?”

“내 번호 좀 달라고.”

아하, 그렇게 찾아왔구나.

“어머니는 그동안 나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아버지랑 있었던 일을 기사로 보신 것 같아.”

“…….”

“처음엔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길래 일 관련된 전화인 줄 알고 그냥 받았거든. 근데 그런 게 있잖아. 사람의 촉이라는 게…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 말도 없으면 누군지 알 것만 같은.”

“…….”

“그래서 어머니냐고 물어보니까 맞다고 하더라고.”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화목현은 짧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머니에게 왜 전화했는지 물었거든? 그러니까 내가 잘 지내는지 궁금했대.”

“…….”

“아버지가 자식을 때릴 줄은 몰랐다고 울면서 말하더라.”

화목현은 고개를 살짝 돌려서 나랑 주이든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거든. 그러니까 한번 만나자고 하더라. 그런데 어머니를 만날지 말지 고민하는 중이야.”

“…….”

“나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가 괘씸해서 만나기는 싫은데…….”

끝내 화목현이 깊은 곳에 숨겨놨던 말을 꺼냈다.

“…어머니가 보고 싶으니까.”

화목현이 말끝을 흐렸다. 자기를 떠난 가족이 미우면서도 보고 싶은 마음이 엿보였다. 나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랬으니까.

“목현 형! 보고 싶으면 보러 가!”

“…어? 이든아?”

“보고 싶으면 보러 가는 거지!”

“…….”

“참고 참으면 고름만 생길 뿐이야.”

주이든이 진지하게 천장을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어릴 때였어. 나를 귀여워해 준 친할머니가 보고 싶은데,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 부모님께서 시간이 안 된다고 하셔서 그냥 넘어갔거든.”

“…….”

“그런데 며칠 뒤인가… 할머니가 밭에서 넘어져서 돌아가셨어.”

살짝 주이든이 울컥했다.

“그때 깨달았지! 역시 사람은 보고 싶을 때 봐야 한다고. 그러니까 목현 형도 보고 싶으면 보러 가는 게 좋을 거야. 누가 말리겠어? 자기가 보고 싶다고 하는데.”

천천히 읊조리는 주이든의 말을 들을수록 어떤 심정인지 이해가 갔다.

“범나비! 너는?”

“저요?”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기회는 만들어야 하는 거라고 들었어요. 형이 보고 싶어 한다면…….”

화목현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저는 목현 형이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내 말뜻을 알았는지 화목현이 배시시 입꼬리를 올렸다.

“나비가 나를 많이 생각해 주는구나.”

“많이는 아닌데…….”

“그렇게 느껴지고 있어.”

“아니에요.”

“나비야, 머리 아파.”

“아니…….”

화목현의 수에 넘어가고 말았다. 아프니까 뭐라 말을 할 수도 없고. 주이든은 화목현의 옆으로 가더니 속삭이는 척하면서 크게 말했다.

“형, 많이 아프지?”

“와… 이든아, 나비 때문에 머리가 더 아픈 것 같아.”

“형이 아픈 거, 이거 범나비 때문이네.”

“그런 것 같지?”

항상 이런다니까. 인정을 안 하면 계속 놀릴 게 분명했다.

“…제가 목현 형의 생각을 많이 하긴 하죠.”

“그래?”

“예.”

그러면서 화목현은 눈을 껌뻑이더니 완전한 잠에 빠져 버렸다. 주이든은 그런 화목현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범나비, 오늘을 잘 기억해 둬.”

“뭘요?”

“목현 형은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몸이 아프거든.”

그랬어?

“전혀 몰랐어요.”

“어, 스트레스로 인한 심적 감기랄까.”

짜게 식은 내 눈을 보면서 주이든이 헛기침을 뱉었다.

“그러니까… 목현 형은 생각이 무진장 많은 사람이거든.”

“그건 저도 알아요.”

“가끔 생각이 많아지면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아서 하늘에서 비가 내려도 그대로 맞으면서 가는 사람이 목현 형이야.”

…그런 사람으로는 안 보였는데.

“언제였지? 우리가 최종 합격이 됐을 때 말이다.”

“네.”

“원래 목현 형은 거기에 없었거든.”

왠지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기분인데.

“목현 형이 너무 착하다는 이유였어. 포지션도 애매하잖아.”

“…포지션이 애매했다고요?”

“이건 목현 형이 자기 입으로 말한 거야. 포지션이 애매하다고 팀장님이 데뷔를 못 할 수도 있다고 그랬나 봐…….”

“…그래서요?”

“그래서 목현 형이 아예 숙소에서 짐을 뺄 때, 우연인지 아닌지 원래 있던 연습생이 FG 엔터로 갔어.”

“그게 누군데요?”

“홍학.”

…뭐라고요?

“그분은.”

“크래프트 리더.”

“…이남주만 간 게 아니었네요?”

“이남주가 가기 전에 갔어. 연습생 이동은 원래 자주 있으니까.”

이게 이렇게 이어진다고? 정요셉과 홍학이 친한 이유가 있었군.

“가까스로 연습생 신분이 됐지만, 목현 형은 고민이 많았나 봐.”

“…….”

“목현 형은 비가 엄청나게 오는 날에 비를 홀딱 맞고 한참을 앓았어. 그러면서 속이 상했다고 눈물을 흘리더라.”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주이든의 입술 사이로 바람이 빠져나갔다.

“나간다고 했을 때도 목현 형이 아무렇지 않게 짐을 빼서… 저 형은 아무 고민도 없는 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지. 나중에…….”

“나중에?”

“형의 부모님 사연을 들었고. 형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자신의 사연을 말해준 적이 없었어. 마치 너처럼.”

…왜 거기서 나를 언급하지.

“범나비, 너도! 어?”

“…왜 갑자기 방향을 그렇게 틀어요.”

“아니! 내가 처음에 네 소문을 보고 판단한 건 맞아.”

“그렇죠. 거짓된 소문만 듣고 절 판단했죠.”

그러자 주이든이 내 팔뚝을 살짝 쳤다.

“네가 아니라고 말만 했어도 난 네 말을 믿었어!”

“…에이, 그건 아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네?

“진짜야!”

“진짜라고요?”

“어! 진짜지!”

“양심 진짜 없다.”

나와 주이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화목현은 시끄럽다는 듯이 몸을 뒤척였다. 우리는 바로 입을 다물긴 했지만, 나는 주이든에게 향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저는 제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어서 말을 안 했던 거예요.”

“…오, 범나비.”

“증명되지 않은 소문보다는 진실한 제 행동이 더 믿음직하잖아요?”

“…그랬냐?”

“예.”

내 말에 주이든은 한층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목현 형 포지션은 왜 애매했던 거예요?”

“…음, 특출난 능력이 없어서?”

“얼굴이 있잖아요.”

“얼굴은…….”

누가 봐도 화목현은 천상 연예인인데…….

“뭐야?”

그때 작업실에서 앨범 마무리를 하고 있던 이정진이 연습실에 찾아왔다.

“정진 형!”

“목현이는 왜 저래?”

“아, 감기 걸렸어!”

“감기에 걸렸다고?”

역시 이정진도 의아한 모양이었다. 나 역시 화목현이 아프다니까 의아하긴 했지. 화목현은 항상 건강했으니까.

“머릿속이 복잡한 모양이야.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대.”

“…아, 어머니에게?”

“그래서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야.”

“그럼 밥도 안 먹었겠네.”

이정진은 구석에 짐을 풀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죽 시킬 건데, 뭐 먹고 싶은 사람?”

“나, 치킨! 머리 많이 써서 치킨 먹고 싶어.”

“나비는?”

나는 주이든을 따라서 치킨을 선택했다.

“곧 요셉이도 온다고 했거든?”

“드라마 촬영은?”

“분량이 삭제됐다던데.”

정요셉의 분량이 삭제됐다는 말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으나 정요셉이 말하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는 편이 낫겠지.

일단은 화목현의 상황이 급하니까.

“어! 정요셉 온다!”

발소리만 듣고 주이든은 정요셉이 온다고 말했는데, 진짜로 연습실 문 앞에서 정요셉이 우리를 보며 양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왔다!”

정요셉의 등장으로 연습실 분위기가 밝아졌다.

“근데 지금 무슨 일이야? 우리 리더인 목현 형은 누워 있고, 안무는 완성이 안 된 것 같고?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

“그게… 무슨 상황이냐면요.”

내가 간략하게 설명하자 정요셉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군.

“그럼 목현이 형은 어머니 언제 만난다는데?”

“내일이요.”

“내일? 내일이라면 우리도 스케줄 없으니 어머니를 만나도 되지 않아?”

“스케줄이 없긴 하죠.”

우리에게는 스케줄이 없었다. 오로지 안무를 배우기 위해서 비워둔 시간이긴 한데.

“우리 안무 외워야지!”

“이든아~ 짧게 만나 뵈어도 되는 거 아니야?”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정요셉이 씩 웃었다.

“근데 말이야~ 우리가 말하고 있는 거.”

“…네?”

“이거 목현 형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 질문에 나랑 주이든은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히 모르죠?”

“음, 그래?”

갑자기 정요셉은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이든이네 부모님 빼고는 다 만났거든. 목현 형 어머니에게 잘생기고 멋진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별론데요.”

“너무 멋있는 생각이라고? 고마워.”

이미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있네.

정요셉의 광기 어린 시선이 화목현의 얼굴에 닿았다. 그 시선을 느낀 건지 화목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으…….”

악몽을 꾸고 있는지 화목현이 짧은 신음을 뱉자 정요셉이 활짝 웃었다.

“좋은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인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어디가 좋은 꿈이라는 건지. 나는 완전히 바닥에 누워서 고민에 휩싸였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문제 24, 화목현의 예민함 낮추기! (99%)

페널티:예민함이 100%가 되면 네스트를 탈퇴함

정답 풀이:미래의 힌트 2조각」

되도록 화목현의 예민함을 낮춰야겠네.

“이제 목현이 숙소로 옮기자. 밥을 숙소로 보냈거든.”

그러자 주이든이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어떻게 저 덩치를 옮겨?”

“…글쎄다.”

…어떻게 옮기지. 저 무거운 인간을.

***

역시 건강이 최고다.

화목현은 감기약 하나를 먹고 잠을 푹 잤더니 완전히 나았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지? 나는 회복되는 속도가 느린데 말이다.

우리는 화목현이 자는 사이에 나눴던 대화를 요약하여 화목현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어머니 만나러 같이 가자는 거지?”

“응!”

“같이 가자는 이유는 알겠는데…….”

“응!”

“…이든아, 어쩐지 신난 것처럼 보인다?”

“응!”

주이든은 신난 사람처럼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얘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진아, 너는 왜?”

“나도 네가 행복하면 좋으니까.”

이정진까지 같이 가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우자 화목현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멀리서 지켜보는 건 가능해. 가까이 있으면 어머니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

“멀리서만 지켜볼 거예요. 근데 어디로 오신대요?”

“숙소로 오겠대.”

“숙소요?”

나는 눈동자를 굴리다가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다.

“…언제 오신대요?”

“한 시간 뒤?”

“예?!”

한 시간 뒤라면 곧이잖아.

“…청소!”

주이든의 외침에 멤버들이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다.

“깨끗하게!”

주이든은 그 말을 하면서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주이든을 보면서 재활용 봉투를 손에 쥐여주었다.

“형도 움직여요.”

손에 들린 재활용 봉투를 보며 주이든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들켰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화목현이 중심을 잡고 외쳤다.

“자, 얘들아! 청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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