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57화 (157/235)

157. 도둑 GAME의 주인공

병원편 촬영을 끝내고 다음 투두 네스트 힌트를 얻었다. 그것은 바로 산장 게임. PD가 곧 나오는 정규 앨범에 맞춘 컨셉이라고 말해줬다. 그건 그렇고,

“연호 형은 언제와?”

주이든이 퉁명스럽게 회의실 문을 보며 말했다.

“늦게 온다고 하던데.”

회의실에서 김연호를 기다리는 와중에 이정진이 주이든에게 물었다.

“이든이가 도둑 GAME 주인공을 맡는 거지?”

“응, 형. 내가 할 거야.”

“진짜로?”

“어! 걱정하지 마!”

주이든이 주인공을 한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스템창이 알려주었다.

【주이든의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정규 앨범 활동이 끝날 때까지 주이든의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주이든의 상태:( `-´ ) 자신감 모드 ON】

주이든은 자신감 버프를 받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미래의 힌트 1조각을 얻었습니다.】

[정답, 주이든의 자신감이 떨어지면 무대에서 실수를 합니다!

이미 HOR 엔터 때문에 멘탈이 갈린 상태이기에

주이든은 탈퇴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이대로 갔으면 주이든은 계속 우울한 상태였겠군. 나는 주이든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진 형, 제가 할 일은 뭔가요!”

주이든의 외침에 이정진이 당황했다.

“어? 이든이는 연기 연습밖에 없어.”

“알겠습니다. 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약간 말투가 이상한데.

“우리 이든이, 왜 그래~?”

“저는 원래 이랬습니다!”

“아닌데~ 우리 이든이는 저렇게 깍두기처럼 말하지 않는데~”

정요셉은 내 옆에 앉으며 주이든을 맹렬히 놀렸다.

분위기를 바꿀 겸, 나는 정요셉을 쳐다보며 물었다.

“요셉 형은 어때요?”

“뭐가?”

“드라마 촬영이요.”

“음~ 괜찮지?”

그런데 재밌다는 정요셉의 말투에 날이 서 있었다. 재밌으면 입꼬리부터 올라가는 사람이.

“정말 무슨 일 없어요?”

“일은 무슨.”

얼버무리는 정요셉의 말투에서 알 수 있었다. 드라마 촬영에 뭔가 있다고.

365일 긍정적으로 사는 정요셉의 말투에 날이 서 있다는 건, 촬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요셉이 말을 안 하는 걸 보면…….

“알겠어요. 형이 내킬 때 말해줘요.”

“뭘~?”

“아무거나요.”

이렇게 말하면 정요셉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것이다. 그러자 정요셉이 경쾌한 웃음을 터트리더니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저한테는 우리 막내밖에 없어요.”

‘…뭔가 있긴 하군.’

아무튼 나중에 물어보면 되는 일이고. 그러는 동안 이정진은 주이든에게 도둑 GAME 컨셉에 대해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근데 왜 도둑 GAME의 컨셉이 정의로운 도둑이야?”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내가 했다.

“쉽게 홍길동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홍길동?”

주이든은 의문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를 보며 주이든이 고개를 갸웃했다.

“오, 그러면 연기는 왜 배우라고 하는 거야?”

“도둑 GAME 첫 홍보 라이브 방송을 실시간으로 할 거예요.”

“라이브 방송?”

“네.”

그 라이브 방송은 티저처럼 쓸 예정이다.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나는 주이든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이든 형이 연기를 배웠으면 하는 거예요.”

“그때 뭘 하는데?”

“도둑질하는 걸 보여줄 거예요.”

실시간으로 이번 앨범 컨셉에 맞춰 도둑질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짧지만 강렬한 홍보가 될 것이다. 주이든은 이정진이 노트북에 띄워놓은 박물관 사진을 가리켰다.

“그러면 여기에 나와 있는 대로 진짜 박물관의 물건을 훔치는 거야?”

“예, 우리가 도둑이잖아요.”

주이든은 내 말을 듣더니 사색에 잠겼다.

“나, 이거 할 수 있을까?”

“네, 형은 할 수 있어요.”

“…진짜로?”

“형은 최고니깐요.”

주이든은 잠깐 의문을 가졌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주이든은 칭찬에 약했다.

“이든아, 몇 달 전에 혼자 라이브 방송 했었지?”

“어, 어! 맞아!”

“그날 방송 사고가 났었다며.”

“응, 라이브 방송 앱이 오류 나서 다른 그룹 팬들한테 알림이 갔어.”

“그때 이든이의 상황 대처 능력을 보고 나랑 나비가 이든이를 선택한 거야.”

“어? 그래서 날 골랐다고?”

몇 달 전, 주이든이 라이브 방송을 켰었다. 그런데 Q 라이브 앱에 오류가 나서 계속 다른 그룹의 팬들한테 Q 라이브 앱 알림이 갔다. 그날 채팅에는 누구인지 묻는 채팅부터 욕설을 뱉는 채팅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그 채팅을 보면서도 주이든은 침착하게 팬들과 대화를 시도했었다.

“이번 우리 앨범의 키포인트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니까. 상황 대처 능력이 좋아야 해.”

“…아, 그래서 날?”

부끄러웠는지 주이든이 고개를 돌려 우리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정진 형은 애초에 이든 형을 생각하면서 작사랑 작곡을 했대요.”

“나비 말이 맞아.”

옆에서 듣던 이정진이 주이든을 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이든이가 도둑 GAME의 주인공이 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는 건 알아.”

“…….”

“그래도 우리는 네가 잘할 거라는 사실을 아니까, 주인공을 해준다고 했을 때 고마웠어.”

“…형.”

진정성이 깃든 이정진의 말에 주이든이 울상을 지었다.

“알겠어! 잘해볼게!”

우리는 주이든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주이든은 누구보다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 거다.

그때 김연호가 회의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얘들아, 미안해. 팀장님이 나한테 업무 인수인계해 주시느라 늦었어.”

우리를 맡고 있던 팀장님이 서서히 AA 엔터 업무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요즘 김연호는 일을 배우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김연호는 바쁘게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얘들아, 좋은 소식부터 들을래? 아니면 나쁜 소식부터 들을래?”

무슨 나쁜 소식이길래?

“나쁜 소식부터요.”

내 말에 화목현이 동의하자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HOR 엔터가 우리 안무가를 섭외한 것 같다.”

“예?”

“뭐, 안무가는 겹칠 수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안무가가 갑자기 죄송하다며 우리 안무 작업을 거절했어…….”

안무가가 거절을 했다고?

“왜 거절을 했는데요?”

“일정이 너무 바빠서. 우리 도둑 GAME 컴백할 때는 안무를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정말 나쁜 소식이네. 이번 도둑 GAME에서는 안무가 제일 중요한데.

“연호 형, 좋은 소식은요?”

화목현의 질문에 김연호가 서류를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그 대신, 새로운 안무가를 섭외했어.”

“그래요?”

“하지만 그 안무가가 아이돌 안무는 처음 만들어본다고 하더라고.”

굉장히 좋은 소식이긴 했다.

“안무 받는 시기는요?”

“오늘 받았어.”

김연호가 가방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요즘 안무가 섭외가 잘 안 됐거든. 그래서 한 달 내내 안무가 섭외한다고 싸돌아다녔어.”

한 달이라면 얼마나 밀린 거야.

“갑자기 안무를 만들어달라고 하니까 거절하는 분들도 있었거든.”

멤버들은 김연호를 향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 첫 번째 정규 앨범이 잘되어야 하니까. 나도 힘을 좀 써봤어.”

“연호 형~!”

정요셉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웬일로 김연호가 윙크를 하며 그 마음을 받아주었다.

“안무부터 보여줄게.”

김연호가 노트북에 USB를 꽂았다.

“내가 외국에 세 곳이나 보냈거든.”

“오오!”

“빡센 안무도 괜찮으니까 좋은 안무를 달라고 부탁드렸어. 그렇다고 해도 라이브를 할 때 벅차지 않을 정도로.”

라이브는 우리 그룹의 기본이이니까.

“여기서 마음에 드는 동작 몇 개를 골라서 섞을 거라서.”

요즘은 여러 곳에서 받은 안무에 곡과 어울리는 동작을 고르는 식으로 최종 안무를 만들었다. 김연호가 노트북 화면에 안무 영상 3개를 켜놨다.

화면에 비친 안무 영상을 보는데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와… 안무가 빡세네.”

주이든이 안무를 보며 침음을 흘렸다.

“라이브가 빡세겠는데요?”

“…어, 많이.”

미니 앨범인 플라워와 런엑스런에는 빡센 안무를 넣지 않았다. 신인일 때는 라이브 중심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도 우리 관절이 괜찮을 때는 빡센 안무도 괜찮지 않을까?”

화목현이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목현 형, 무섭네. 관절이라니~”

“아이돌 안무가 워낙 빡세니까. 젊을 때는 안무가 빡세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목현 형, 괜찮겠어?”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우리보다 형이 3배로 바쁘지 않을까.”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지.”

단호한 화목현의 말에 정요셉이 휘파람을 불었다. 짧은 한숨을 내쉬면서 화목현이 의견을 냈다.

“나비가 말했던 실시간 방송으로 우리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도 괜찮아 보이고.”

그때 김연호가 안무 영상을 멈췄다.

“그런데 우리에게 단점이 있어.”

“뭔데요?”

주이든의 물음에 김연호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 안무를 합쳐서 만들어주는 안무 팀장님이 없다는 점이야.”

아… 김연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네스트는 안무 팀장님이 없어서 안무를 직접 섞을 수밖에 없겠는데?

그때였다. 정요셉이 테이블에 턱을 괴며 말했다.

“흠… 쉽네.”

그러더니 정요셉의 눈동자가 주이든에게로 향했다.

“안무 섞는 거 우리 이든이가 잘하잖아~”

“…뭐? 야!”

“맞지? 우리 이든이~”

주이든은 절대 아니라는 식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으나 정요셉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나비가 없던 시절, 한 달에 한 번씩 시험이 있었거든. 그게 안무 섞는 시험이었어. 우리 이든이, 기억나?”

“…어, 아니?”

“아무튼, 그때 우리 이든이가 안무를 잘 섞어서 팀장님한테 칭찬도 많이 받았었거든.”

그러자 화목현과 이정진도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내가 없던 시절이라서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멤버들이 인정할 정도면 안무를 잘 섞을 것 같은데.

화목현이 진지한 말투로 주이든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든아.”

“목현 형, 부탁하지 마.”

“부탁할게.”

“형!”

“우리도 같이 볼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간절한 화목현의 마음이 닿았는지 주이든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잘 못하면 어떡하냐고.”

“우리도 도와줄게.”

“그런 거라면…….”

“우리 같이 해보자.”

“알았어!”

자신감이 높아져서 그런가. 긍정적인 에너지가 주이든의 얼굴에서부터 느껴졌다.

“그럼 안무 영상이 담긴 USB는 이든이한테 줄게.”

주이든은 USB를 받으면서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그리고 안무가 다 정해지는 대로, 도둑 GAME 라이브 방송도 촬영할 예정이니까 몸 관리 잘하자.”

그러면서 김연호가 미소를 지으며 회의를 끝냈다.

“다들 열심히 해보자. 이번 정규 앨범, 성공해야지!”

김연호의 응원에 멤버들은 기합을 크게 질렀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USB를 흔드는 주이든을 보면서 말했다.

“형이 최고네요.”

“…고맙다?”

“역시 형이 최고예요.”

“너, 할 말이 그것밖에 없지.”

“음, 아니요.”

자신감이 낮을 땐 이 말이 잘 먹혔는데. 자신감이 높아진 주이든은 뭔가를 눈치챈 사람처럼 눈썹을 꿈틀거렸다.

나는 가방을 챙기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멤버들의 뒤를 따라갔다.

“잠깐만, 범나비! 이 칭찬!”

들켰다.

“형들, 빨리 숙소로 가죠.”

나는 앞에 있는 멤버들을 재촉하며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뒤에서 주이든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범나비! 너 투두 네스트 찍을 때도 이렇게 칭찬했던 것 같은데?”

“…….”

“야! 범나비! 너 진심 아니었지?!”

진심이긴 했는데.

“30%는?”

“야!”

주이든의 외침을 무시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오늘은 제가 조수석에 앉을게요.”

아무래도 화난 주이든은 조금 무서워서.

* * *

며칠이 지나고 연습실. 도둑 GAME 안무를 섞느라 주이든은 이마에 주름이 져 있었다.

“…범나비, 앞으로 손을 뻗는 안무는 별로지 않냐?”

“아니요. 좋은데요?”

“아니야. 하나는 빼줘야…….”

그러다가 주이든이 나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열심히 안 하지? 범나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열심히는 무슨. 너는 거짓된 칭찬으로 나를 현혹했으니까 나를 도와줄 의무가 있어.”

“아니, 형. 그땐 진심이었다니깐요?”

“30%는 거짓이라고 했잖아.”

“사람이 어떻게 항상 진심 100%로 말해요.”

주이든이 안무 영상을 멈췄다.

“나는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진심으로 해.”

…아, 저렇게 진심으로 말하니까. 내가 졌다.

“…아.”

“뭐, 할 말 없지?”

주이든의 시선을 피하면서 눈동자를 돌리는 찰나였다. 화목현이 연습실에 들어오고 있었다.

“…어, 얘들아? 너희들 여기에 있었네.”

“목현 형, 왔어?”

“어, 운동하고 왔어…….”

운동하고 왔다는 화목현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채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뭐지?

“목현 형, 어디 아파?”

“아니, 안 아픈데…….”

아프지 않다는 사람이 식은땀을 저렇게 흘릴 수가 있나? 화목현은 새하얀 얼굴에 양 볼은 붉은색 토마토가 되어 있었다.

“…운동하고 왔더니 몸에 열기가 안 식어서 그런가 봐.”

그리고 화목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형!”

자기 발에 걸린 화목현이 앞으로 넘어져 버렸다.

“목현 형, 괜찮아요?”

“…세상이 조금 흔들리네.”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 화목현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 아픈 것 같은데? 곧장 화목현의 이마에 손바닥을 올렸더니 무슨 용암처럼 뜨겁다.

“…이든 형?”

“왜? 뜨거워?”

“용암인데요?”

“용암이라고?”

예전에 김연호가 사다 놓은 체온계를 가져온 주이든은 체온계를 화목현의 귀에 가져다 댔다.

“와씨!”

그리고 주이든은 체온계를 보며 크게 놀랐다.

“왜요?”

“38.5도!”

이런 몸으로 운동을 갔다 온 거야? 미친 새끼 아닌가. 아, 이건 실수. 나는 적당히 화목현 욕을 했다.

“우리 목현 형 들자.”

“그래요. 일단 병원부터 가는 게…….”

그때 화목현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누구인지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화목현이 실눈을 뜬 채 핸드폰을 보더니 말했다.

“어머니…….”

뭐라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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