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54화 (154/235)

154. 주이든은 실패작이 아니다

저 말에 주이든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 팀장님이 실망할 게 뭐가 있다고요. 저는 이제 HOR 엔터가 아닌데.”

“그래도 내가 널 키웠잖아.”

주이든은 소유물이 아닌데? 김 팀장은 주이든을 무슨 물건 취급하고 있었다.

“김 팀장님, 저는 홀로 컸는데요.”

“어, 이든아?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

…살짝 놀랐다. 김 팀장에게 저렇게 말대답할 줄은 몰랐기에. 나는 고개를 돌려 주이든의 상태를 살폈다.

‘이런.’

주이든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긴장했는지 주이든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내 귀에 울렸다. 나는 무릎으로 주이든의 무릎을 살짝 쳤다. 그러자 주이든이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내가 괜찮냐고 눈짓하자 주이든이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주이든은 김 팀장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오히려 제가 김 팀장님에게 실망했어요.”

“…어, 뭐라고?”

“그런 식으로 인터뷰할 줄은 몰랐거든요.”

“이든아, 내가 널……!”

김 팀장이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 순간, 주이든이 김 팀장의 뒷말을 잘라먹었다.

“김 팀장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아이돌로 데뷔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 점은 감사합니다. 이 인사는 지금껏 꼭 하고 싶었어요.”

“…….”

“이제 가주세요. 보는 눈이 많아서.”

주이든이 고개 숙여 인사했고, 나도 따라서 김 팀장에게 인사를 했다. 김 팀장은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래, 뭐. 이든아, 이번 무대 잘 봐라.”

“…….”

“그래도 한때는 친구였잖아?”

그 말을 남기며 김 팀장은 가버렸다. 그러자 주이든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깊게 마셨다.

“…와, 뭐? 친구? 어이가 없어서.”

주이든은 친구라는 단어에 분노를 내비쳤다. 이내 주이든이 나를 보며 질문했다.

“범나비, 안 그러냐?”

“그러게요. 그게 친구인가.”

다이아몬드의 행동을 보면 친구는커녕 남남이었는데.

“근데 나, 말 잘했지?”

“잘했어요. 저도 놀랐거든요.”

“왜 놀랐어?”

“솔직히 이든 형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요.”

“사실 가만히 있고 싶었거든?”

주이든이 주먹을 쥐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네 형이잖아. 다음에 너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면 나처럼 행동할 수도 있으니까. 이런 모습도 보여줘야지.”

“…….”

“알겠냐? 이 멋진 형의 깊은 뜻을.”

그러면서 주이든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참나.’

웃겨.

나를 위해서 당당하게 행동했단다. 지금은 주이든은 보호받아야 마땅한 상황인데 말이다. 이래서 주이든의 행동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뜬금없이 이렇게 감동을 준단 말이지.

“여기요.”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주이든한테 건넸다.

“어… 고맙다.”

주이든은 식은땀을 닦으면서 고개를 푹 숙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때 스태프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김연호가 우리한테 다가오더니 말했다.

“얘들아, 곧 인터뷰가 있대. 가자.”

인터뷰는 괜찮을까? 나는 주이든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물었다.

“형, 인터뷰 괜찮겠어요?”

“응?”

“인터뷰 질문이 곤란할 수도 있잖아요.”

내 물음에 주이든이 고개를 들었다.

“어, 범나비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예?”

“도와줄 거잖아.”

주이든이 희망찬 미소를 짓는 순간.

【주이든이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60%)】

나는 주이든의 단호한 눈빛을 보면서 작게 숨을 골랐다. 일단은 김연호에게 인터뷰 질문에 대해 물어보았다.

“연호 형, 인터뷰 질문이 뭔지 알 수 있어요?”

“어, 여기.”

김연호가 보여준 질문지를 미리 확인했다. 그런데 이거, 괜찮을까?

“…이 질문지, 팀장님도 봤죠?”

“어, 미리 확인했어.”

“그러면 제가 이든 형 대신 인터뷰해도 돼요?”

그러자 김연호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음대로 해.”

“이상하게 말하면 어떡하죠.”

그때 주이든이 냉큼 말했다.

“범나비, 네가 그럴 애는 아니잖아.”

질문지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1. 제도전의 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2. 다이아몬드에 있을 때 제도전보다 춤을 잘 췄는지?

질문지에는 제도전에 관련된 질문밖에 없었다. 나는 주이든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제 마음대로 대답할게요.”

* * *

김올팬은 나비와 이든이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스의 패널로 나왔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든이랑 엮겠네.”

네스트의 팬이라면 알고 있었다. HOR 엔터가 계속 이든이를 걸고넘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래서인지 이든이와 김 팀장에 관련된 일이 슬그머니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

[ALL] HOR 엔터 김 팀장이 또 주이든 언급하네ㅎ

다이아몬드 제도전이

주이든보다 더 춤 잘 추는 멤버라고 ㅋㅋ

저 김 팀장 옛날에 주이든 데려왔다는 사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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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음ㅋㅋ 내가 이든이 연습생 시절부터 좋아해서 정확히 알고 있음

└ 나도 기억함 ㅋㅋ HOR 엔터 다큐에서 저 김 팀장이 주이든 데려왔다고 언급했었거든

-주이든 뒤통수 얼얼하겠다

└ 왜?

└ ?

└ 고마운 사람 누구냐는 질문에 주이든이 항상 김 팀장 언급했었거든

└ 옛날은 옛날이고ㅋㅋ 지금은 지금

-근데 당연한 거 아닌가? ㅋㅋ 난 김 팀장 이해 가는데

└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안타깝다는 거지

└ 아니 왜 안타까운 건지도 모르겠음

└ ㅋㅋㅋㅋㅋㅋㅋㅋ지능형 안티인가… 왜 저래 대댓;

-뭐… HOR 엔터에서 나갔으니까 할 수 있는 말 아닌가?

└ 아니; 그렇다고 저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

└ 나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댄스 실력 별로라는 거니까ㅋㅋ

-어차피 오늘 댄스에 주이든 패널로 온다며?

└ ㄹㅇ?

└ ㅇㅇ

└ 주이든 멘탈 대단하다 나였으면 절대 안 나감ㅋㅋㅋㅋ

-김 팀장이랑 진짜 사이 안 좋으면 오늘 댄스 패널로 안 나왔겠지ㅋㅋㅋ

└ ㅇㅈ 아마 다이아몬드랑 네스트가 대결 구도라서 그런 듯ㅎ

└ 다이아몬드가 네스트랑 대결 구도라고? 크래프트가 아니라?

└ 다이아몬드 팬들이 그렇게 대결 구도라고 밀고 있잖아

김올팬은 커뮤니티 댓글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기들이 당하면 화병 나서 죽을 거면서.”

그러면서 김올팬은 리모컨을 가져와 댄스를 틀었다. 나비랑 이든이가 패널로 나온다고 하더니 시작부터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다.

[작가 : 댄스에서 주목하는 무대가 있을까요?]

[범나비 : 다이아몬드 제도전 씨의 무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 : 주이든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주이든 : 네.]

“뭐야?”

김올팬은 그냥 넘기려고 했던 인터뷰에 주목했다.

[작가 : 다이아몬드 제도전 씨의 무대를 주목하고 있다는 건가요?]

[범나비 : 네, 기사를 보니까 HOR 엔터 김 팀장님이 주목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나비야?”

나비 성격이 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범나비 저거 주이든 기사 말하는 거 맞지? ㅁㅊ

-ㅋㅋㅋㅋㅋㅋㅋ노빠꾸

-저것까지 언급했네ㅋㅋㅋㅋ

커뮤니티에서도 범나비의 노빠꾸 발언에 놀란 듯 보였다.

[범나비 : 그렇죠, 형?]

[주이든 : 당연히 그렇지.]

인터뷰를 보면서 김올팬은 괜히 걱정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 : HOR 엔터 김 팀장님이 인터뷰하신 걸 보면 주이든 씨가 원래는 박치였다고 하던데, 맞나요?]

“어?”

그 말에 김올팬의 눈이 커졌다.

-이든이 박치였음?

-뭐야 나도 몰랐던 사실임

“박치라니?”

김올팬도 처음 안 사실이었다.

-헐 이든아ㅠㅠㅠㅠㅠ

-주이든 춤 못 춤?

-ㄴㄴ 주이든 네스트에서 춤멤임

-뭐야? 주이든 노력형 천재임?

[주이든 : 네, 하지만 노력으로 이겨냈습니다.(웃음)]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다이아몬드 제도전의 무대가 펼쳐졌다.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김올팬은 제도전의 무대를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어, 실수.”

그때 제도전이 실수를 했다. 곧바로 수습하긴 했지만 김 팀장의 말처럼 주이든보다 잘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저게 잘하는 건가?”

김올팬은 느슨하게 팔짱을 끼면서 콧방귀를 꼈다.

-쟤 잘하는 수준임?

-뭐야 언플 존나 해서 존나 잘하는 줄?

-그냥 보통 잘하는 수준…

-주이든 HOR 엔터 잘 나갔네ㅎ

-다이아몬드 믿거인데ㅋㅋ

HOR 엔터의 행보는 대단했다. 다이아몬드에 관련된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연습생 왕따, 학폭 이슈가 있어도 계속 끌고 가는 중이기도 했고.

“참 대단하다.”

그 순간 잠깐 패널로 앉아 있는 나비와 이든이가 나왔다.

“헉…….”

잘생겼다.

-하얀 셔츠 누구?

-범나비

-ㅁㅊ

-복장 뭐임

-하얀 셔츠남 존잘ㅁㅊ

하얀 셔츠를 입은 나비와 다르게,

-검은색 반팔 누구야

-주이든

-와씨 네스트 멤버들 비주얼 뭐임

-네스트 애들 처음 보는 사람 많은가 보네;;

-우리 네스트 잘생겼지 ㅎ

주이든은 검은색 반팔을 입고 있었다. 세팅된 분위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와서 그런지,

-개존잘;

-저렇게 존잘인 줄은 몰랐는데…

-원래 저렇게 잘생김?

-오… 아이돌 오랜만에 보는데 애들 괜찮네?

잘생겼다는 말이 채팅창에 줄줄이 이어졌다.

어느새 제도전의 춤에 관련된 채팅은 하나도 올라오지 않고 외모 칭찬만 계속해서 올라왔다.

“채널 돌릴까나. 이제 애들 안 나올 것 같은데.”

어차피 나비랑 이든이를 보려고 틀었던 거라서 다이아몬드 제도전의 평가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채널을 돌리고 김올팬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쳐다봤다.

예전에 봤던 투두 네스트가 알고리즘에 떠 있었다. 김올팬은 투두 네스트를 틀면서 무심코 입을 열었다.

“빨리 다음 편 보고 싶은데…….”

도대체 언제 나와?

* * *

이번 투두 네스트 촬영장은 폐허가 된 병원. 우리는 전투 요원 같은 의상을 입은 채 병원 앞에 섰다.

“감독님, 오늘은 무슨 촬영이죠~?”

정요셉이 들뜬 목소리로 PD에게 물었다.

“오늘 컨셉은 백신을 찾는 네스트 요원입니다.”

백신을 찾는 네스트 요원이라… PD가 손가락으로 병원을 가리키며 오늘 촬영에 대해서 설명했다.

“뒤를 보시면 폐허가 된 병원이 보이시죠? 이 병원 안에는 좀비가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예? 지난번에는 귀신이더니 이번에는 좀비인가요?

“지금 이 인류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연구원 A가 백신이 들어 있는 금고를 들고 병원에서 빠져나오려다가 그만 좀비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PD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연구원 A는 병원에 빠져나왔으나, 백신이 담긴 금고는 병원에 놔두고 왔다고 합니다.”

그때 PD가 손뼉을 쳤다.

“그런데 연구원 A가 말하길, 병원에는 금고가 10개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백신이 없는 금고도 있겠네. 나는 바로 머리를 굴렸다.

“백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금고를 군데군데 놔뒀다고 하는데요. 열쇠가 맞는 한 금고에만 백신이 있다고 하니 잘 찾아주세요.”

잠깐만, 열쇠?

“열쇠요?”

PD가 열쇠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이 열쇠로 금고를 열어 백신을 가져오면 됩니다.”

…간단하지만 빡센데?

“병원에 들어가는 인원은 3명, 2명으로 나눴습니다. 한 팀이 금고에 있는 백신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 남은 팀이 병원에 들어가서 백신을 가져와야 성공입니다.”

설명이 끝나자 PD가 나를 쳐다보았다.

“범나비 씨, 앞으로 나오세요.”

주이든은 아니겠지. 이번 병원편은 빠르게 열쇠가 맞는 금고를 찾는 게 키포인트다. 그래서 무서움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과 팀이 되고 싶었지만,

‘그게 될까?’

절대 안 되지.

“그대로 눈을 감으세요.”

나는 눈을 감은 채 파트너를 기다렸다. 몇 분이 흘렀을까.

“범나비 씨는 눈을 뜨고 뒤를 돌아서 파트너를 확인해 주세요.”

PD의 말에 뒤를 돌자마자 나는 현실을 깨달았다.

“Hi.”

주이든이 손가락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었다.

“이든 형?”

“내가 네 파트너란다.”

주이든이 싱긋 웃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주이든이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61%)】

…주이든의 옆에서 자존감이나 회복시켜야겠다.

“파트너가 이든 형이라서 든든하네요.”

“그치? 내가 좀 든든하잖아.”

전혀 아닌데.

“잘 부탁한다? 범나비.”

“…예,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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