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49화 (149/235)

149. 연기 트라우마 극복기

정요셉이 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

“요셉 형이 하고 싶다는 말이잖아요?”

“응…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서.”

황민 감독은 전생에서도 유명한 감독이었다. 탁월한 감각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까.

‘나도 황민 감독이면 찬성이고.’

많은 시청자들이 정요셉의 마스크를 만족스러워했던 모양이다. 하긴 막장 드라마의 사용법으로 정요셉의 인지도가 높아졌으니까.

“형이 하고 싶다면 해도 되는데… 괜찮겠어요?”

“…응, 두려움보다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이것을 계기로 정요셉이 트라우마를 극복한다면 나는 오히려 좋았다.

“요셉 형, 응원할게요.”

“역시 우리 막내밖에 없어~”

“그렇다고 끌어안지는 말고요.”

나를 끌어안은 정요셉은 가증스럽게 훌쩍이는 소리를 냈다.

“날 생각해 주는 사람은 우리 막내밖에 없다니까~”

하지만 조언은 해줘야겠지.

“이번에야말로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셔야죠.”

“…어, 그런데 막장 드라마의 사용법에서 내가 좀 어색하게 연기했다는 평이 많아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야.”

“왜 어색했는지 아세요?”

정요셉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긁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드라마 촬영할 때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힘들어서 그래.”

“무대에서는 괜찮잖아요.”

“탐정 요셉이 찍을 때 카메라 앞에 서는 걸 힘들어해서 감독님한테 욕을 먹은 적이 있었거든. 그게 화근이었는지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뭔가 어색해.”

“…….”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잘 안 됐어.”

분위기가 진지하게 흘러가자 화목현이 말했다.

“자! 이럴 때 술 한잔 마실까?”

화목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김치찌개를 가져왔다. 이정진은 하이볼을 만들 생각인지 위스키와 토닉워터, 레몬즙을 가져왔다.

“하이볼 만듭니다.”

이정진이 하이볼을 제조할 때 시스템창이 반짝였다.

「문제 22, 정요셉의 연기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페널티:정요셉이 정신병을 얻게 됨

정답 풀이:랜덤박스 1개」

정신병이라… 이건 절대 안 된다.

“야! 범나비!”

주이든의 앙칼진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하이볼이 내 앞에 있었다.

“저 술은.”

“그거 하이볼이 아니라 보리볼이야.”

“보리볼이요?”

“보리차를 우려냈다는 뜻이지.”

이정진이 하이볼을 제조하는 동안 주이든은 보리차를 우려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짧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보리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때?”

“시원하네요.”

보리차가 거기서 거기지만 이상하게 맛있네. 웃고 떠드는 분위기 덕분인가.

“그러면 정요셉의 카메라 울렁증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주이든의 물음에 화목현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요셉이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은데.”

“목현 형 말대로… 내 마음가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이 말을 한 이유는…….”

정요셉이 하이볼을 한 입 마시더니 이어 말했다.

“계속 카메라 울렁증을 모른 체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다음에 또 좋은 제안이 들어오게 된다면 거절할 수도 없고…….”

말투나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연기에 살짝 욕심이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하고 싶다는 거겠지.

“요셉 형, 연기가 좋아졌어요?”

“응, 확실히 좋아졌어.”

정요셉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프로필에서 정요셉의 연기력이 +S가 됐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다행이네. 연기 트라우마 50%는 극복한 셈이니까.’

내가 인상을 쓰면서 생각을 하자 정요셉은 아차 싶었는지 나한테 말했다.

“노래랑 춤도 놓지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런 거 아니거든요.”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나는 작정하고 팔짱을 낀 채 고민에 휩싸였다. 그리고,

“범나비, 여기 쌈.”

“네.”

“범나비, 여기 마늘도 있고.”

“네.”

주이든이 건네주는 족족 먹을 것을 입에 넣었다. 내가 또다시 고민에 빠지려고 하자,

“내가 만든 김치찌개 먹어줄 나비 구합니다.”

“먹어볼게요.”

화목현이 나를 막았다. 화목현이 준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서 입에 넣자마자 눈이 크게 떠졌다.

“너무 맛있어요.”

“나비야, 이게 내 솜씨야.”

예상외로 김치찌개가 예술이었다.

“아!”

드라마 촬영장이 편안하면 정요셉도 카메라가 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김치찌개를 먹다가 떠오른 생각을 멤버들에게 말해주었다.

“아! 드라마 촬영장처럼 꾸며서 해보는 건 어때요.”

“…응?”

정요셉이 쌈을 우물거리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요셉 형한테 편안한 촬영장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편안한 촬영장?”

“촬영장이 불편해서 카메라가 불편한 걸 수도 있어요.”

정요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드라마 촬영장이 불편한데 계속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대사를 읊으라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거든~ 그래서 심적으로 더 부담이 됐을 수도……?”

그렇다면 촬영장이 편안해지면 되는 거 아닌가.

“막내야, 그럼 어떻게 하려고?”

이정진이 물었다.

“연습실을 드라마 촬영장으로 꾸며보죠.”

이걸 또 콘텐츠로 만들면 되니까.

“내일 해볼까요?”

* * *

드라마 ‘THE END’는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어 사람들이 재난에 처하는 디스토피아 스토리이다. 거기서 정요셉은 남자 주인공과 대립하는 군인 캐릭터.

‘…그렇다면 어두운 분위기겠네.’

나는 팀장님한테 얻은 빔프로젝터로 최대한 드라마 촬영장과 비슷한 사진을 벽에 쐈다. 연습실이 어두운 분위기를 내면서 가성비 드라마 촬영장으로 탈바꿈했다.

“오… 범나비.”

“이러면 괜찮지 않나요?”

“어, 괜찮다. 나는 뭐 하면 되는데?”

주이든도 필요한 역할이 있었다.

“이든 형은 감독님을 해주세요.”

“감독?”

그리고 최대한 THE END와 내용이 비슷한 대본을 찾아서 주이든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요셉 형을 혼내주면 될 것 같아요.”

“혼내라?”

“네, 혼내는 시늉이라도 좋아요.”

“아싸~!”

그리고 나는 카메라 감독으로 정요셉을 촬영할 거다.

“나는?”

“정진 형은 이 남자 주인공 대사를 쳐주세요.”

“어?”

이정진은 대본을 받아 들며 눈을 껌뻑였다.

“내가 왜?”

“정진 형이 제일 잘해줄 것 같아요.”

“…내가?”

“형 발음이 제일 정확하고 좋잖아요.”

“알, 알았어…….”

이정진은 내가 밑줄 친 부분을 보면서 대사를 읊었다. 화목현은 긴 막대기를 가져와 오디오 감독 역할을 할 것이다.

“목현 형은 그대로 오디오 감독 역할을 해주세요.”

“알았어.”

드디어 정요셉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긴장되는지 손을 떨고 있었다.

“…약간 손이 떨려.”

“벌써요?”

“응, 진짜 촬영한다고 생각하니까 심적 부담감이 큰 것 같아.”

정요셉은 가슴을 손으로 문지르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막장 드라마의 사용법에서는 어떻게 촬영했어요?”

“너희들이 옆에 있다고 생각했지. ‘이건 콘텐츠다’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아요?”

“당연하지. 너희가 있으니까.”

멤버들이 있는 공간은 부담감이 적은 것 같네.

“그러면 주변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촬영을 하면 어떨까요.”

“…어?”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해 보죠.”

지금 정요셉과 이정진이 찍는 씬은 THE END 1화로 바이러스 때문에 남자 주인공과 싸우는 장면이다.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람들의 생사가 갈리고 있기에.

정요셉은 군인으로서 죽을 사람은 죽이고, 살 사람은 살리려고 한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은 정의로운 성격으로 세상에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며 정요셉의 멱살을 잡는다.

이 부분을 찍기 위해 나는 주이든한테 다가갔다.

“주 감독님?”

“…어, 그래.”

“이 부분을 찍으려고 합니다?”

“어!”

“대사가 틀리면 컷이라고 해주세요.”

“…어?”

어리둥절한 주이든의 표정을 보아하니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냥 제가 손을 들면 컷이라고 해주세요.”

“어!”

주이든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아, 해보자.”

화목현의 응원에 정요셉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작하면 제 카메라를 쳐다봐 주세요.”

“어.”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주이든한테 눈짓했다. 그러자 주이든이 대본을 들고 외쳤다.

“시작!”

주이든의 외침에 정요셉은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저는 사람을 구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이정진의 말투가 딱딱해서 정요셉이 그만 웃어버렸다.

“아니, 왜 웃어?”

“…웃으려고 웃은 게 아니라. 아니, 형이 눈앞에서 입술이 부르르 떠는 모습이 웃기잖아~”

“내가 그랬어?”

“미안미안, 다시 집중할게.”

정요셉은 정신을 차리겠다면서 죄송하다고 말한 뒤에 다시 연기에 몰입했다.

“스타트!”

주이든의 시작한다는 말에 둘은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안 됩니다. 여기서 나갈 수 없습니다.”

군인 말투로 정요셉이 안 된다고 말하자 이정진이 정요셉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여기서 나갈 수 없다면 밖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구! 합! 니! 까!”

“그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요셉이 고개를 돌려 카메라 쪽을 보는 순간이었다. 카메라를 보자마자 정요셉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곧장 손을 들어 주이든을 쳐다보았다.

“컷!”

주이든은 컷이라고 외쳤다. 나는 촬영을 중단하고 정요셉한테 다가갔다.

“요셉 형, 여기 이 부분이 어색해요.”

“어떤 부분이?”

“상대방을 쳐다보는 시선 처리는 괜찮거든요? 그런데 요셉 형이 카메라를 보는 순간 놀라서 눈썹이 꿈틀거려요.”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 수 있을까?”

아까 찍었던 부분을 다시 돌려서 정요셉에게 보여주었다. 내 말처럼 정요셉은 정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순간, 드라마 캐릭터가 아닌 그냥 정요셉처럼 보였다.

“…정말이네.”

나는 카메라 화면을 멈추면서 어떤 순간에 표정이 변하는지 알려주었다.

“카메라가 다가온다고 생각하니까 표정이 굳어지는 것 같아.”

“그냥 제가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어때요?”

“우리 막내가 지나간다?”

“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해보죠.”

다시 촬영한다는 말에 이정진이 정요셉의 멱살을 잡으면서 외쳤다.

“원래 운명은 좆! 같! 은! 겁니다!”

하지만 정요셉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은 운명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정요셉을 찍었다. 그런데 아까보다는 정요셉의 표정 연기가 괜찮았다. 그리고 이정진이 정요셉의 멱살을 풀면서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운명? 웃기지 마.”

이정진은 최선을 다했다.

“…그 운명은 바꿀 수 있어.”

정요셉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두면서 이정진의 손등을 잡았다.

“당신이 이대로 나간다면 이 체육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죽은 사람들 때문에 그 시간을 허비하면… 이대로 죽는 사람은 더 많아질 겁니다.”

정요셉은 순식간에 연기에 몰입했다.

“…어.”

“밖에 나가지 말고 체육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정요셉은 카메라가 다가와도 어색한 연기를 펼치지 않았다. 이정진도 정요셉의 연기에 빠졌는지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정요셉이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들을 구한다면 저는 당신의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점차 나아지는 정요셉의 연기를 나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컷!”

대사가 끝나자 정요셉이 무너지는 것처럼 바닥에 앉았다.

“요셉아?”

“…와, 정진 형… 나 어떻게 연기했어?”

“잘하던데.”

“…진짜로?”

자신이 어떻게 연기했는지 정요셉은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요셉은 한참을 연습실 바닥을 보더니 눈동자를 굴렸다.

“나 카메라 한번 볼게.”

나는 촬영된 동영상을 정요셉한테 보여주었다.

“…이렇게 연기했네.”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

“괜찮은데… 약간 어색하긴 해.”

조명을 담당했던 화목현이 말했다.

“그 정도면 괜찮지.”

“…더 해봐야 알 것 같아.”

그러자 정요셉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한테 허리를 숙였다.

“나, 이거 여러 번 해보고 싶은데 멤버들이 도와줘!”

나는 도와달라는 정요셉을 보면서 크게 웃어버렸다. 그 웃음이 전파됐는지 다른 멤버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고기 사라.”

화목현이 정요셉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형!”

“그것도 소고기로.”

“네~”

주이든은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나더니 웃었다.

“나도 재밌는 것 같아.”

“오~ 우리 정진 형~”

“대사 읊는 게 왠지 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나거든.”

…그래서 대사 톤이 다 랩하는 톤이었군.

“나는 뭐… 편해서 상관없는데.”

“그래, 우리 이든이는 제일 편한 거 골라서 다행이네. 그럼 우리 막내는?”

나? 나는 아직 정요셉이 카메라 울렁증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스템창이 빛나지도 않았고.

“드라마 촬영장에 절 데려가 주세요.”

“어?”

“촬영은 언제 시작하는데요?”

내 물음에 정요셉이 대답을 해주었다.

“아마 대본 리딩이 끝나면 바로 할 것 같아.”

“그럼 제가 촬영장에 형의 일일 매니저로 갈게요.”

“어?”

“어때요?”

나는 강매하는 사람처럼 정요셉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끝내 정요셉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을 해줬다.

“제가 있으면 형의 카메라 울렁증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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