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48화 (148/235)

148. 사재기 논란

사재기 논란이라…….

‘내가 100만 장을 산 것도 아니고. 겨우 100장을 산 건데…….’

이걸 이렇게 엮어서 나를 사재기 주동자로 몰아갈 셈인가? 우리 팬들도 어이가 없는지 바로 정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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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ㅋㅋㅋ나비 앨범 사재기 논란 잠깐만 웃을게ㅋㅋㅋ

범나비 앨범 100장 산 거 크래프트 이남주 콘텐츠 때문에 산 거임

이제 와서 헐ㅠㅠ 대박; 이러는 애들은 뭐야?

ㅋㅋㅋㅋㅋ진짜 이러니까 무시하라는 말이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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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ㄴㄲ 네스트 외국에서도 인기 좀 있는 편인데 무슨

└ ㅇㅈ 그리고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일본에서도 흥해서 다들 네스트 좋아함ㅋㅋ 뭔 듣보잡 소리를 지껄이는지?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막판 시청률 7%였어;

└ 억지 논란 만드는 하는 애들 재밌음? 비꼬는 거 맞음 ㅅㅂ

-네스트 1년 덕질하면서 듣보잡 소리는 처음 듣네 ㅅㅂㅋㅋㅋㅋ

└ 듣보잡이 플라워 28만 장 런엑스런 48만 장?

└ 원래 자기들 잘 모르는 그룹 나오면 듣보잡 소리 하긴함ㅎ 웃긴 건 듣보잡 듣보잡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보다 네스트에 대해서 더 잘 앎ㅋㅋ

└ 원래 논란 만드는 건 억까들 특이잖아~

-근데 듣보잡이긴 하지;;ㅋㅋ

└ ?

└ 그동안 네스트 팬들이 숨 쉬듯이 우리 패서 숨이 막혔는데 이제야 속이 뚫리네 사실 듣보잡은 맞잖아~ 대중성 노리고 나온 노래도 아니고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지 뭔 ㅋㅋ 옛날 아이돌이랑 지금 아이돌이랑 똑같음?

└ 아니; 굳이 이렇게 말할 필요가 있어?

└ 쉴드 댓이 너무 많거든ㅋ

└ 아~ 제발 넘어가 별로라는 말 할 수도 있잖아…

-기 싸움 ㄹㅈㄷ

└ ㄷㄷ

-진짜로 사재기를 했으면 모르겠는데 갑자기 싸잡혀서 욕먹으니까 팬들이 나서서 뭐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잖아?

└ ㅋㅋㅋ

└ ㅋ예예~

└ 그럴수록 네스트가 욕을 먹는 건 알고?

-네온들아 네스트 신인상 받아서 지금 어그로 끌리는 중임

└ ㅋㅋㅋㅋㅋㅋㅠ 고작 신인상 받아서 어그로 끌린대 ㅋㅋㅋㅋㅋ

└ 자의식과잉 오진다ㅠㅋㅋㅋㅋㅋㅋ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내 행동을 분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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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ililililillili @llililililillili

납2는 왜 앨범을 100장씩 샀을까?

어그로 끌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ㅋ

맨날 팬들이 똑똑하다는데 제일 헛똑똑이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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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jffld_dd : 납2이가 놈jo의 친한 척에 넘어가서 그런 걸 수도ㅋㅋ

납2는 나고, 놈jo는 이남주인가.

└ @llililililillili : 놈jo는 ㅇㅈㅋㅋㅋ 납2이랑 친한 척하고 싶어서 맨날 들이댐ㅠ 꼴불견

└ @zjffld_dd : 그래도 잘생겼으니까 참자 ㅋㅋ

└ @llililililillili : 그 콘텐츠 다시 봤는데 둘이 얼굴합 좋더라 ㅠ

└ @zjffld_dd : 차라리 이 둘이 같은 그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진짜 아이돌판 평정했을 듯

└ @llililililillili : 그랬으면 그 그룹 내가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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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ililililillili @llililililillili

납2 커뮤니티 보는 거 티 많이 나던데

제발~~~ 가만히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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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재기 논란은 작은 해프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엔터에서 대응할 필요는 없었고, 나도 대응하지 않았다.

(이남주) 죄송해요

(이남주) ㅠㅠ

사과할 필요는 없는데. 흠… 난 적당히 답장해 주었다.

(범나비) 죄송하면 나중에 우리 앨범 100장 사요

(이남주) …네

(범나비) 꼭

답장을 보낸 뒤 나는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냉장고나 치울까…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청소가 답이었다. 냉장고에서 필요 없는 반찬을 꺼내려는 찰나 화목현이 방에서 나와 나를 유심히 응시했다.

“나비야, 뭐 해?”

“아… 냉장고 청소 중이에요.”

“왜?”

화목현이 옆으로 와서 냉장고를 구경했다.

“그냥 머릿속 좀 비우려고요.”

“무슨 일 있었어?”

“…그건 아니고.”

말해도 될까. 그래, 말하자. 화목현이 이럴 땐 혼자 생각하지 말고 털어내라고 했으니까.

“저 때문에 생긴 사재기 논란 때문에요.”

“아, 사재기 논란…….”

화목현은 나에게 다가오면서 같이 냉장고를 정리했다.

“딱히 논란거리는 아니던데.”

“…그래도.”

“혹시 몰라서 팀장님한테 물어보니까 사재기할 돈이 있으면 차라리 우리한테 투자하겠다고 하던데.”

당연하지. 돈이 있겠나.

“너무 신경 쓰지 마. 그게 그들이 바라는 거니까.”

“…네.”

화목현은 다시 냉장고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비야, 그러면 냉장고 청소 안 하면 안 될까?”

“…그래도 할 거예요.”

주변이 난잡하면 머릿속도 난잡해지기 마련이다. 청소하던 건 계속 해야지.

“어차피 이모님이 오셔서 청소해 줄 텐데?”

“이모님 이번에 한 달 휴가 내셨잖아요.”

“아, 그랬지?”

나는 화목현의 말에 대답해 주면서 냉장고에서 반찬 통을 꺼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버릴 게 많지. 그때 익숙한 분홍색 김치 통이 보였다.

“…어, 이거 엄마가 준 김치.”

분홍색 김치 통 위에 있는 작은 메모지에는 ‘밥 먹을 때 같이 먹어라.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 김치 통을 꺼내서 냄새를 맡자마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엄마가 보내준 김치도 버려야겠는데. 너무 쉰내가 난다.

“어, 나비야.”

내가 김치를 버리려고 하자 화목현이 제지했다.

“그거 김치찌개로 만들면 맛있을 거 같은데.”

“그럼 형이 해주실래요?”

“그래.”

흔쾌히 김치찌개를 해준다는 화목현을 놔둔 채 계속해서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을 꺼냈는데,

“뭐야. 이건.”

언제 빵을 사놨는지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거 이든이가 샀을걸.”

“이든 형이 빵을 샀는데 안 먹었어요?”

“어, 지나가다가 빵 먹고 싶다고 해서 샀었거든. 아마 세 달쯤 됐나?”

세 달이나… 얼마나 바빴으면 그렇게 좋아하는 빵을 안 먹었을까. 나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바로 빵을 버렸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온 주이든이 그 모습을 보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그 빵 맛있는 건데!”

“…곰팡이 피었어요.”

“곰팡이 핀 부분은 잘라내고 먹으면 돼.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그러면 빨리 먹고 치우지, 왜 곰팡이 필 때까지 안 먹었어요?”

“우리 스케줄이 너무 많았잖아.”

“그래서 못 먹었다?”

“그렇지!”

…그냥 빵을 먹고 죽게 놔둘까? 그래도 이미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은 빵을 다시 꺼내서 주이든의 입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뭐 하는 중인데?”

“냉장고 청소요.”

“…갑자기? 이렇게?”

“머릿속 좀 비우고 싶어서요.”

“그렇다고 그렇게 막 버리면 못써! 범나비, 너 맨날 쓰레기 버리고 그러잖아!”

또 뭘?

“내가 뭘 버려요?”

주이든이 그걸 진짜 모르냐는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정말 모르겠는데요.”

내 대답에 주이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 가끔 머리 비운다고 물건을 막 버리잖아.”

“그거야 당연히 쓸데가 없어서 버리는 거고.”

“이 세상에 쓸데없는 물건은 없어. 그저 사용할 수 없는 물건만 있는 거지!”

“그래서 이든 형 침대 근처에는 맨날 이상한 물건들만 있는 거예요?”

주이든은 인터넷 쇼핑을 정말 많이 한다. 그래서인지 침대 근처가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범나비! 그건 이상한 물건이 아니라 좋은 물건이지.”

“어디가 좋은 물건……?”

“아~ 우리 범나비는 잘 모르겠죠~?”

…말투부터 화가 난다. 주이든은 시건방진 표정을 지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인간은 도구를 쓰니까 인간인 거야.”

“그렇다고 베개를 5개나 쓰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나.”

이제 당당하다 못해 뻔뻔스럽다.

“이든아, 조용히 입 다물고 김치찌개 간 좀 봐.”

어느새 화목현은 김치찌개를 만들고 있었는지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음.”

화목현의 김치찌개 맛을 본 주이든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써.”

“김치가 너무 쉬어서 그래. 그래도 쉰 맛을 잡으려고 설탕을 넣긴 했는데.”

나도 화목현의 김치찌개를 맛봤다.

“설탕을 더 넣으면 될 것 같아요.”

“그래? 알았어.”

그제야 연습실에서 돌아온 이정진과 정요셉이 숙소에 들어와 눈을 크게 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냉장고 청소와 김치찌개의 콜라보에 놀란 모양이었다.

“우리 숙소가 왜 갑자기 난장판 쓰레기통이 됐지~?”

정요셉은 냉장고와 음식물 쓰레기통을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저는 냉장고 청소를 하는 중이고.”

“나는 김치찌개를 만드는 중.”

그렇다면 주이든은.

“넷째야, 너는.”

이정진의 물음에 주이든은 눈동자를 굴렸다.

“우리 이든이 머리 굴리는 소리 들린다.”

“그냥 있었거든! 머리 굴리는 소리는 무슨.”

나는 마른 수건으로 냉장고를 닦으면서 광을 냈다. 그리고 냉장고 청소가 거의 다 마무리되는 시점에 안 먹는 반찬과 먹는 반찬을 나눴다.

‘…엄마가 보내준 갈비는 오늘 먹을까.’

시상식이 끝나고 숙소 앞에 택배가 하나 와 있었다. 내 이름으로 온 한우 갈비.

“형들, 갈비 먹을까요?”

“오~! 먹자!”

정요셉의 말에 갈비 먹을 준비까지 시작했다.

“막내야, 내가 설거지할게.”

“제가 해야…….”

“아니야. 나도 일거리 정도는 줘.”

오래된 반찬을 비우면서 나는 계속 반찬 통을 싱크대에 넣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주이든을 향한 잔소리를 했다.

“이든 형, 피자를 냉동실에 넣어놨으면 드세요. 아니면 버리든가.”

“아깝잖아!”

“아까워도…….”

“자꾸 이러면 나 독립할 거야!”

응? 주이든이 눈을 부릅뜬 채 말했다.

“내가 부모님 잔소리를 피해서 여기 왔는데 네가 엄마, 아빠처럼 잔소리하면 어쩌자는 거야!”

“…잔소리처럼 들려요?”

“응!”

그렇겠지.

“어쩌죠, 이든 형. 잔소리 맞아요.”

다시 먹을 게 아닌 이상 남은 음식은 버리는 게 옳았다.

“이런 잔소리도 오랜만에 들으니 아주 정겨워~”

“정겹긴!”

“우리 이든이~ 이런 잔소리도 다 너를 사랑하니까 나오는 거야~”

…정요셉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뭔 사랑이래. 냉장고를 싹 정리하니 음식물 쓰레기가 한가득 나왔다.

“이건 내가 버리고 올게.”

“괜찮겠어요?”

“어~ 이런 일은 식당 알바하면서 많이 해봤거든.”

정요셉은 비닐장갑으로 무장하고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 이든이는 할 일 없으면 거실에 상이나 깔아줄래?”

“상 어디 있는데!”

“창고에.”

신발장 옆에 있는 작은 창고에서 상을 꺼낸 주이든은 거실에 상을 깔았다. 그러고는 내가 준 깨끗한 행주로 상을 닦았다.

“이든 형, 숟가락과 젓가락도요.”

“알았어~ 알았어~”

이정진은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면서 전기 그릴을 꺼냈다.

“드디어 그걸 써보는 건가!”

당연히 전기 그릴도 주이든이 샀다. 막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온 정요셉은 화장실에 가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씻었다.

“전기 그릴 꺼냈네! 우리 1주년 때 꺼내려고 했잖아~”

연말 시상식이 연달아 있는 바람에 전기 그릴은커녕 고기도 제대로 못 먹었다. 나는 갈비와 함께 먹을 파채를 만들기 위해 파를 꺼낸 다음 돌돌 말아 칼로 썰었다.

“뭐 만들어?”

“파채요.”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엄마한테 배웠어요.”

엄마가 자주 해주던 거라서 배운 적이 있었다. 파를 썬 뒤 바로 접시에 옮겨 정요셉한테 건넸다.

“이제 한우 갈비 굽습니다!”

곧 한우 갈비를 굽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귀에 울렸다. 기름진 고기가 뜨거운 불을 만나는 소리에 배 속의 거지가 깨어났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 주이든이 구워주는 한우를 먹었다.

“나비 어머님한테 개인적으로 고맙다고 말씀드릴게.”

“나도!”

주이든까지 손을 번쩍 들었다. 맛있게 갈비를 먹는 찰나에 정요셉이 잔기침을 뱉었다.

“나, 할 말이 있는데.”

“요셉아, 어디 아파?”

“정진 형, 그건 아니고…….”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 뜸을 들이나.

“나 드라마 대본 하나가 들어왔는데.”

드라마?

“연기는 하기 싫은데~ 유명한 황민 감독님 작품이라서.”

“어느 방송국인데요.”

“방송국이 아니라 OTT 플랫폼.”

OTT 플랫폼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모양이다.

“그 OTT 플랫폼이 어딘데요?”

“…어, 플렉스.”

…이건 안 할 수가 없겠는데? 정요셉이 유명한 아역배우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신인 배우나 마찬가지니까.

‘같이 하자고 연락을 주신 거잖아?’

이건 꼭 해야 한다.

“어떻게 연락을 주신 거래요?”

“우리 플라워 뮤비를 보고 나를 점찍으셨대.”

“…진짜요?”

“아마 이번 황민 감독님의 드라마가 우리 뮤비랑 비슷한 설정인, 바이러스에서 생존하는 내용이라서 그런 것 같아.”

이러면 정요셉이 거절하기 어려울 것 같네.

“출연진도 미리 확인해 봤는데 꽤 괜찮아서 놓치고 싶진 않거든.”

주이든은 고기 한 점을 먹으며 말했다.

“하면 되잖아.”

“하면 되는데~ 결정이 쉽게 안 된다.”

아직도 정요셉은 연기 트라우마를 벗지 못했으니까. 마음속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는 쉽게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 연기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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