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신인상 후보
“…실시간 채팅은.”
주이든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서 화목현이 손으로 입을 막았다.
“조용히 웃고만 있자.”
어차피 시상식 관객석에는 마이크가 없으니까. 근처에 있는 팬들을 향해 우리는 손 인사를 해주면서 다시 무대 위를 올려다보았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서도 마지막에는 실시간 채팅이 화면에 나오기는 했지만… 이번 Q1에서도 채팅을 띄울 줄은 전혀 몰랐다.
‘…또라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욕설이 올라오는데도 제지는커녕 그대로 놔두다니. 멍하니 생각을 곱씹을 때였다. 신인상 수상 시간이 찾아오자 무대 중앙이 열리면서 이남주가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이번 Q1 신인상을 시상하러 온 크래프트의 이남주라고 합니다. 저도 작년에 데뷔한 신인인데… 이렇게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을 수여하게 되어 영광이네요. 그럼 화면으로 신인상 후보부터 만나러 가볼까요?”
Q1 신인상 후보 화면에 네스트와 다이아몬드가 떠올랐다.
-신인상 네스트! 신인상 네스트! 신인상 네스트! 신인상 네스트! 신인상 네스트! 신인상 네스트! 신인상 네스트!
-우리 몬드한테 신인상 주세요!
신인상을 주라는 채팅이 치열하게 올라왔다. 이남주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종이봉투에서 큐카트를 꺼냈다.
“이렇게 치열한 신인상 후보 중 누가 신인상을 받을지 궁금한데요. 자, Q1 신인상!”
…이남주는 한숨을 내쉬더니 큐카드를 뒤집었다.
--범나비 ** 범나비 ** 범나비 ** 범나비 **
-남주 나온다고 했는데…
-네스트는 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LOL
-대한민국은 다이아몬드에게 상을 줘야 마땅합니다.
심지어 외국 팬들까지 한국말로 번역해서 채팅을 올리네. 나는 채팅을 무시하면서 이남주를 올려다보았다.
“신인상,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신인상을 발표할 차례.
“네스트! 축하합니다!”
…다행이다. 신인상은 우리다. 나는 떨리는 마음에 침을 꿀꺽 삼키며 넥타이를 살짝 밑으로 풀었다.
“얘, 얘들아… 일어나자.”
화목현는 떨리는 말투로 우리를 이끌었는데, 행동이 뚝딱이처럼 어색했다.
“…와아.”
주이든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우리는 넋을 잃은 상태로 선배님들에게 인사했다. 가다가 다이아몬드랑 인사도 했고.
사실 Q1은 신인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HOR 엔터가 손을 쓰고 다이아몬드에게 상을 몰아줄 것 같았기 때문에.
하지만 막상 신인상을 받게 되니 무척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만 질주하던 내가 이제 끝자락에 도달하는 듯한 그 느낌.
우리가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오는 네온들의 함성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와아아아아아악!”
이 신인상은 네온과 함께 받는 거라 더욱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남주가 신인상은 화목현한테, 꽃다발은 나에게 주었다.
“축하해요.”
그러면서 내 어깨를 치는 이남주의 손길에 다정함이 묻어 나왔다. 진심이 느껴지네. 이남주가 뒤로 빠진 뒤 화목현이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하나, 둘, 셋.”
화목현의 신호에 우리는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ONLY ONE 네스트입니다!”
인사와 동시에 네온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악!”
그 소리에 화목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마이크에 대고 소감을 말했다.
“Q1에서 신인상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솔직히 저희는 이 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늘 저희에게 과분한 상이라고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상은 저희가 받는 게 아닌, 우리 네온들!”
“와아아아아악!”
“그리고 우리를 케어해 준 AA 엔터 직원분들한테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저희를 아이돌로 이끌어준 AA 엔터 팀장님, 감사합니다!”
소감이 길어질 것 같으니 Q1 방송작가가 끊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시간이 없음]
그러자 더 길게 말하려고 했던 화목현은 바로 주이든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부족한 우리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네온들! 많이 사랑합니다!”
냅다 사랑 고백을 한 주이든은 부끄러웠는지 내 뒤로 몸을 숨겼다. 이번에는 정요셉이 허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사랑합니다!”
다음은 이정진.
“좋은 곡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담백한 이정진의 소감 뒤에 내 차례가 왔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깊숙이 숨겨놓았던 내 감정을 털어내기로 했다.
“…네온들에게 후회라는 감정을 심어주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온들, 사랑합니다!”
내 말을 끝으로 우리는 네온을 향해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네스트! 네스트! 네스트!”
밤하늘에 별이 있는 것처럼 나의 별은 네온이었다. 팬이 있기에 아이돌이 있다. 아이돌은 팬들을 보며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그렇게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데 오랜만에 시스템창이 반짝였다.
[정답,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풀이:신인상을 받지 않으면 정병 걸린 팬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멤버들의 프로필】
【화목현
외모:+SS
노래:+A
춤:+A
리더:+A
나비와의 관계성:+C
트라우마:가족
특징:(비공개)
정요셉
외모:+S
노래:-A
춤:-A
연기:+S
아이돌력:+A
나비와의 관계성:-B
트라우마:연기
특징:(비공개)
이정진
외모:-S
춤:+S
랩:+A
작곡:-S
사회성:-D
나비와의 관계성:+B
트라우마:왕따, 친구 관계 → 범나비
특징:(비공개)
주이든
외모:-S
노래:+A
춤:-S
랩:-A
친화력:-C
나비와의 관계성:-B
트라우마:소속사와의 관계
특징:(비공개)】
특징은 아직도 비공개네…….
잠깐만, 그건 그렇고… 화목현 외모가 +SS? 나는 고개를 돌려서 화목현을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화목현이 나를 보며 웃었다.
“응?”
“…아니에요.”
인정하자. 화목현의 얼굴은 잘생겼다. 시상식은 이제 막 시작이 되었는데, 시상식 화면에서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왜 네스트가 신인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함?ㅋㅋ
-네스트 축하해!
-ㅠㅠㅠㅠㅠ완전 감동
-다이아몬드가 신인상 받아야 하는데~
-네스트 1주년 축하해~
괜히 Q1은 저 채팅창을 띄워서 내 신경을 긁고 있다. 그나저나 우리가 신인상을 받아서 좋다는 댓글이 많을 줄 알았더니,
‘…우리가 신인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댓글이 많네.’
-QTQ가 네스트 밀어주네ㅋㅋㅋ
-ㅋㅋㅋㅋ개노답 시상식
-어째서 네스트?
-네스트가 받을 만한데ㅎ?
-신인상 밀어주기 개오지죠
계속 같은 닉네임인 ‘ekdldkLOVE’가 눈에 걸렸다.
‘저거 한영타로 바꾸면 다이아 아닌가?’
…우리가 신인상을 받으니 다이아몬드 팬들이 나선 모양이다. 뭐, 신인상이니까 그럴 수밖에.
더군다나 다이아몬드는.
“Q1 투표 인기상! 다이아몬드!”
투표 인기상을 받았다. 그런데 저거 우리 팬들이 이를 쓰고 투표하지 않았나….
“신인상 축하해요.”
“…어.”
다이아몬드의 소감을 들으려는 찰나 이남주가 등장했다. MC만 보고 나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내 눈짓으로 눈치를 챘는지 이남주가 말했다.
“저 Q1에 개인 인기상 받으러 왔거든요.”
“…그래요?”
그런 상도 있었나.
“거의 투표로만 이루어져서.”
이남주가 가볍게 말했다.
“어? 남주~”
이남주의 목소리를 듣고 옆에 있던 정요셉이 말을 걸었다.
“오, 남주야! 고맙다~”
“요셉 형, 축하드려요.”
“에이~ 우리 크래프트 선배님도 Q1에서는 아니더라도 신인상 받았잖아~?”
“Q1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작년에 신인상 싹쓸이했던데~?”
정요셉이 놀리는 말투로 응수하자 이남주는 그저 웃었다. 예전엔 저 미소가 의심스러웠는데…….
‘…이제 의심스럽지 않네.’
흐릿한 기억 속에서 이남주가 죽여달라고 외쳤던 그 장면이 계속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썼다. 약을 먹은 것처럼.
“…음, 뭔가 달라졌는데.”
“예?”
“예전에는 이렇게.”
이남주가 눈썹을 위로 들면서 인상을 썼다.
“이렇게 봤다면, 지금은.”
“지금은?”
이남주가 눈썹을 내리고 나를 아련하게 쳐다봤다.
“이렇게 보는데, 무슨 안 좋은 약이라도 먹었어요?”
“아무튼 좋게 봐줘도 이상하다고…….”
“정말 이상하니까 그렇죠.”
“그럼 시간 있어요?”
“시간은 있죠.”
나는 이남주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저랑 같이 화장실 좀 가죠.”
멤버들한테는 화장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나는 화장실에 가는 척을 하면서 아무도 없는 비상계단 문을 열었다.
“여긴 왜?”
나는 벽에 몸을 기댄 채로 이남주를 바라보았다.
“페널티 공유를 어떻게 하면 풀 수 있는지 알아냈거든요.”
페널티 공유는 내가 회귀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이남주한테 걸린 족쇄나 다름이 없었다. 그걸 풀기 위해서는 내가 회귀 자체를 끊어내야 했다.
“어떻게 하는데요?”
“제가 회귀를 안 하면 돼요.”
이남주의 눈동자가 떨렸다.
“네? 회귀를 안 하면 된다고?”
“회귀 자체를 안 하면 당신한테 가는 페널티는 사라질 거예요. 아마도.”
회귀로 인해 생긴 문제니까. 내가 회귀를 안 하면 페널티 공유는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대상만 탄다면.
“왜요?”
“…네?”
“왜…….”
이남주가 눈동자를 굴리면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정체성은 회귀잖아요.”
무슨 정체성이 회귀야. 페널티 공유에 대해 말하면 좋아할 줄 알았더니 이남주의 표정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슬퍼 보였다.
“내가 시작한 회귀니까 내가 끝을 맺어야죠.”
물론 또다시 이 짓을 할 생각은 죽어도 없다. 이제는 눈앞에 있는 이남주를 보면 그냥 웃겼다. 초반부터 이남주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괜히 의심하고 그랬는지.
‘웃기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며 살짝 웃었더니 이남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웃어요?”
“웃기잖아요.”
“누가.”
“제가요.”
이남주는 어이가 없는지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사실 그동안 당신이 나쁘다고 생각했거든요.”
“…….”
“괜히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도 했고. 사과할게요.”
그 장면을 본 후로 계속 같은 꿈을 꿨다. 이남주가 우는 꿈을. 어쩌면 꿈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 굉장히 어이없는 거 알죠?”
“…설마 제 행동이요?”
“네, 당신의 행동이 웃겨요.”
…그런가. 내 행동이 웃긴가.
“봐줘요.”
“…하.”
이제부터 나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없었으면 했다. 특히나 나 때문에 생긴 이남주의 존재만큼은 지켜내고 싶었다.
“다 이유가 있어요.”
회귀라는 대가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남주는 내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내가 날 믿어달라고 말할 처지도 아니었다.
“남주 형.”
“…네?”
“형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러니까 내가 달라져야 한다.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
Q1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커뮤니티를 확인했더니 앨범 사재기 논란에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크래프트 이번 앨범 사재기 논란 떴지?
└ ㅇㅇ
└ 사재기 논란은 아니고 이번에 정규 앨범 나오는데 100만 장 판매 가능한가 싶어서 글 올라온 거임ㅋㅋㅋ
└ 아 그래? 크래프트는 뭐…
-근데 네스트도 플라워 48만 장 런엑스런 88만 장 아니었나?
└ 맞음 ㅇㅇ
└ ㅋㅋㅋㅋㅋㅋㅋ네스트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어?
└ ㅇㅇ 인기 많은데?
└ 네스트는 인기 많지 런엑스런이 한몫함 ㅇㅇ
-크래프트도 인기 많은데 ㅎㅎ
└ 이남주밖에 모름
└ 네스트는?
└ 화목현 범나비 정요셉은 알아
└ 음…
-네스트도 사재기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왜 갑자기 네스트 머리채를 잡지?
└ ? 뭐야
└ 이 댓글 뭐임
-ㅋㅋㅋ네스트는 좀 수상하긴 하네~ 런엑스런으로 88만 장인 것부터 좀; 88만 장이면 품절이라도 떠야 정상인데 ㅎ
└ ;;;그만큼 인기 많았어
└ 네스트 신인상 받았어
└ ? 엊그제 품절 풀린 거야 ㅋㅋ
-신인상은 작년에 크래프트도 받았어ㅋㅋㅋㅋㅋㅋ
└ 아무나 받는 신인상으로 사재기 논란 피해 가려고 하네
└ 네스트 사재기 논란 났어?
크래프트랑 싸잡혀서 사재기 논란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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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얘들아 네스트 범나비 앨범 100장씩 산 건 어떻게 생각해?
이것도 사재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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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렇게 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