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LOVE OVER
김올팬은 런엑스런 덕질 이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네스트가 끊임없이 라이브 방송과 예능에 나와 계속 챙겨 보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네스트 NESR ‘LOVE OVER’ MV – vlog》
네스트의 너튜브에 새로운 영상이 나왔다. 갑자기? 지금? 그런데 브이로그 형식인 건가? 김올팬은 당황해서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
[네스트] 애들이 하도 스포를 많이 해서
애들 노래 나오는 건 알았는데
뮤비 다음에 나오는 브이로그는 또 뭐야?
===============
-그러게?
└ 저게 뭐지?
└ 무슨 일이지
-브이로그 형식인 뮤직비디오라는 뜻 아닐까?
└ 이게 맞는 것 같음
-잠깐만 잠깐만 넹들아 설명 참고 더보기 눌러봄?
└ ? 아니 관심도 없었는데
└ 그거 누르니까 편집 : 범나비 도움 : 화목현, 이정진, 정요셉, 주이든이라고 뜨는데?
└ ????? ㅁㅊ
└ 뭐야 진짜잖아?
김올팬은 커뮤니티를 열어놓고 러브 오버 뮤비를 틀었다.
“…놀잖아?”
뮤비에서는 네스트가 계곡에 놀러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난 네스트의 모습을 한없이 보여주었다.
-헐ㅠㅠㅠㅠ
-애들 귀엽다ㅋㅋㅋㅋ
-나 앞부분만 봤는데 벌써 벅차올랐음
-우리 애들 계곡 놀러 간다고 하더니 이렇게 선물을 주네 그냥 놀러가도 되는데…
김올팬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냥 놀러 가서 즐거워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되는데. 이런 선물을 주다니.
-이거 나비가 하자고 했을까?
└ ㅇㅇ 딱 봐도 편집 나비잖아
└ 하… 이런 선물을 줄 생각을 하다니…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미니 앨범인 줄 알았더니.
-너의 싱그러운 미소에 사정없이 무너져 이 가사 미친 거 아니야?
└ 거기다가 애들 미소 짓는 모습 하나씩 보여주는데 미쳤어ㅠㅠㅠㅠㅠㅠ
노래랑 가사, 그리고 애들 모습까지. 3개의 합이 무척 좋았다. 김올팬은 커뮤니티는커녕 화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범나비 : 형들, 여기 보고 웃어주세요.]
범나비의 요청에 멤버들이 미소 짓자, 그 부분에서 이런 가사가 흘러나왔다.
[-하늘에 너를 그릴래
네가 나의 세상이니까]
가사가 예뻤다.
-오후 2시부터 울고 있는 여성이 있다?
└ 나도
└ 직장에서 울 뻔했네ㅠ
-뮤직비디오에 나비는 안 나오지만 나비의 시점으로 나비가 형들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느낌임
└ ㅇㅈ
└ 진짜로 좋은 형들인가 봐…
└ ㅠㅠㅠㅠㅠㅠ 아 울컥한다
└ 나비가 인터뷰에서 매번 말했어 자신은 네스트의 중심이고, 그 중심은 형들이 만들어줬다고 그만큼 형들이 자기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말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큰 존재인 듯ㅠㅠㅠ
어리숙해 보이는 편집이 있음에도 그게 이 뮤직비디오의 장점처럼 보였다. 브이로그처럼 편안한 느낌의 뮤직비디오.
“…좋네.”
멤버들끼리 물총으로 싸우는 도중 이든이가 살짝 벌어진 나비의 입에 물총을 쐈다. 방심하던 김올팬이 웃음을 터트렸다.
[정요셉 : 우리 막내 가글하네~]
[주이든 : (빵 터짐)가글이래!]
정요셉과 주이든이 깔깔 웃으면서 놀리자 나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복수한다.]
누가 적었는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ㅋㅋㅋㅋ나비야ㅋㅋㅋㅋㅋ
-이든이도 진짜 별나다니까ㅋㅋㅋㅋㅋㅋ
멤버들끼리 물총으로 싸우는 중 물폭탄이 주이든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것은 바로 목현이와 정진이가 만든 물풍선. 그 물풍선은 빠른 속도로 날아왔는데, 어떤 물총보다 위력이 셌다.
[주이든 : 이건 반칙이지!]
[화목현 :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 거야.]
[주이든 : 예?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말하느라 방심하는 사이에 목현이는 이든이를 향해 물풍선을 3개나 던졌다.
[정요셉 : 으아아아아아!]
그사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온 요셉이가 목현이과 정진이한테 물을 뿌렸다. 아니, 던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게 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놀이가 끝난 뒤에는 컵라면을 먹었는데, 그 장면에서 김올팬은 크게 웃어버렸다. 나비가 계곡에서 놀다가 옷이 찢어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나비 옷을 찢는 형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현이 당황한 거 그대로 보여주네ㅋㅋㅋㅋㅋㅋ
-다른 애들은 재밌다고 깔깔 웃는 거 ㄱㅇㄱㅋㅋㅋㅋ
[-수많은 아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준 너를 살며시 안아주고 싶어]
그렇게 네스트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고기를 먹는 장면에서 뮤직비디오가 끝났다.
-와 3분인 줄 알았는데 10분이네…
-너무 재밌다…
뮤비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김올팬은 뮤비를 계속 돌려 보았다.
-노래 괜찮다
└ 개좋음
└ 콩깍지 벗겨도 노래 좋음
노래는 정말로 좋았다. 잘하면 차트에 오를 수도 있겠다고 김올팬은 생각했다.
-네스트 벅차오른다 제발 다음 정규 앨범 좋았으면 좋겠는데ㅠㅠㅠ
└ ㅇㅈ 우리 네스트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 이번 신인상 네스트가 받아야 함
-이번 주부터 신인상 투표 받지 않나?
└ ㅇㅇ 신인상 투표 + 차트 순위 + 앨범 순위로 신인상 뽑을걸
-근데 남자 신인상 후보에 네스트 말고 누구 있음?
└ 다이아몬드
└ 어?
└ ㅋㅋㅋㅋ
└ 와 ㅅㅂ 다이아몬드랑 인연 질기다
└ 머글들은 네스트가 이길 것 같다고 하던데
-네스트는 작년에 데뷔하지 않았어?
└ 12월에 데뷔해서 ㅇㅇ 이번 해 신인상 받을 수 있음
“어?”
그렇게 러브 오버가 끝나고 새로운 예고편이 떴다.
[COME in TO DO NEST]
-투네!?
-내 밥 친구 컴백하네
-미친 두 개나 오다니 떡밥 맛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얘들아 너무 좋다
아직 앨범이 나오기 전인데 이렇게 떡밥을 많이 뿌리다니.
-신인상 투표 열심히 해야겠다;
당연히 이번 해 신인상은 네스트 아닌가? 네스트 아니면 누가 남자 신인상을 받겠어. 그런데,
“설마… 다른 신인한테 주겠어?”
HOR 엔터가 연예계에서 입김이 세니까 다이아몬드한테 주는 건 아니겠지. 김올팬은 은은하게 불안했다.
* * *
AA 엔터 회의실.
의욕적인 본부장을 만나게 된 네스트는 빠르게 정규 앨범과 동시에 팬미팅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규 앨범과 팬미팅을 하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연말 시상식과 신인상에 관련된 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번 연말 시상식 때 노래 바꾸는 무대가 있을 겁니다.”
“어떤 그룹의 노래인가요?”
“다이아몬드입니다.”
하긴 남자 신인 중에서 제일 뜬 그룹이 네스트와 다이아몬드니까. 둘의 노래를 바꿔서 부르겠지.
“그리고 이번에 모든 연말 시상식에서 네스트가 신인상 후보에 들어갔습니다. 벌써 투표가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
“딱 한 군데만 차트 순위와 앨범 순위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이번에 QTQ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Q1이라는 시상식입니다.”
Q1은 자기 마음대로 상을 주는 시상식으로 유명했다.
“거기서 다이아몬드랑 노래를 바꾸는 무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이미 신인상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면 예상대로 우리와 다이아몬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같이 할 수 있다고 보는데.’
김동화의 뒷말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특별히 노래를 바꾸는 무대가 끝날 때까지 신인상 투표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대놓고 네스트랑 다이아몬드 기 싸움 하라고 벌이는 거네.
‘…QTQ가 이런 방송국인 건 알았는데.
이번 다이아몬드 컴백 무대를 보자마자 심각성을 깨달았다.
김동화가 말했던 대로 HOR 엔터가 이를 갈고 나왔고, 다이아몬드 멤버들의 얼굴 또한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몇 달간의 자숙으로 다이아몬드의 행동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팬들을 업신여기던 다이아몬드가 팬들을 떠받들었다.
‘…할 거면 쭉 하든가.’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 건방진 방송 태도 때문에 논란이 생겨 죄송하다고 팬들한테 사과까지 했다. 참 웃긴 새끼들이다.
“하지만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러브 오버 순위가 계속 20위권에 올라가 있거든요. 런엑스런은 12위, 플라워는 50위. 이 정도면 신인치곤 정말 잘하는 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범나비 씨의 듀엣곡인 Bee도 2위나 3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
그런데 아무리 순위가 좋아도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신인상을 안 줄 수도 있지 않나요.”
키오 시절 QTQ 방송국에게 당한 적이 여러 번이라서 믿을 수가 있어야지. QTQ는 쓰레기다. 돈으로 매수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하… 편안하게 신인상을 받고 싶었는데.’
크래프트도 없고 키오도 없으니 순탄하게 신인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다이아몬드 쪽에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우리 쪽은 어떤 곡을 고르면 될까요?”
어떤 곡으로 할까. 나는 고개를 돌려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형들은 어떤 곡으로 하면 좋겠어요?”
“나는 다 괜찮은데~?”
다른 멤버들은 아직 생각에 잠겼는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노래를 잘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만이긴 해요.”
나는 넌지시 말을 던졌다. 어떤 곡이든 우리가 이길 자신이 있었다.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안 가서 그게 문제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이아몬드는 딱히 무섭지 않았다. 어떤 실력을 지녔는지 알고 있으니까.
“음… 나는 데뷔곡으로 하면 좋겠어.”
이정진이 말했다.
“…데뷔곡으로요?”
“응.”
다이아몬드의 데뷔곡인 ‘봄의 열기’는 철없는 사랑을 표현한 곡이었다. 소년의 청춘을 보여줘서 데뷔곡으로 잘 어울렸다.
“우리 어차피 다음 정규 앨범에도…….”
이정진이 말을 이어가다가 눈동자를 굴렸다.
“소년스러운 컨셉의 곡이 없긴 하잖아.”
그동안 소년스러운 컨셉을 안 하긴 했다. 그나마 러브 오버가 청춘이랑 가깝긴 했지. 화목현이 이정진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진이 말처럼 우리도 소년스러운 컨셉이 잘 어울린다는 걸 보여주자. 그리고 이런 무대가 아니라면 팬들한테 교복 컨셉은 평생 못 보여줄 것 같아.”
저 말에 설득된 멤버들의 얼굴에 열정이 서렸다.
“그러면 봄의 열기는 칼군무로 유명하니까 연습을 많이 해야겠네~? 목현 형, 괜찮겠어?”
“열심히 노력해야지.”
“흐음… 노력한다면 될 것 같기도 한데. 괜찮겠어?”
“어, 괜찮아.”
안무가 빡세긴 빡세다. 원래 HOR 엔터는 칼군무로 유명하니까.
“범나비! 우리가 런엑스런으로 조금은 칼군무를 보여줬잖아. 할 수 있지?”
“네, 물론 할 수 있죠.”
이렇게 노래는 거의 봄의 열기로 결정된 것 같았다.
“본부장님, 저희는 봄의 열기로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Q1 측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동화는 일이 있어 빠르게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팀장님이 남아서 회의 마무리를 해주셨다.
“다이아몬드는 플라워로 결정이 됐다고 방금 연락이 왔네.”
“그래요?”
플라워를 하겠다고? 우리도 데뷔곡으로 하는데 그들도 데뷔곡으로 하겠다는 건가.
“이거, 우리가 이겨야겠다!”
주이든이 열정적으로 주먹을 쥐고 입술을 다물었다.
“당연히 잘해야지. 어차피 연말까지 스케줄도 없을뿐더러 칼군무는 연습을 열심히 하면 되니까.”
화목현까지 가세했다.
“다이아몬드가 아무리 전과 바뀌었다고 한들 그 성격이 어디 가겠어?!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
화목현의 말에 감동받은 주이든이 주먹을 쥐고 일어났다.
“안무 연습하러 가자!”
주이든의 의욕이 얼마나 대단한지, 주이든의 눈동자에 광기가 서려 있었다. 나도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이든을 거들었다.
“열심히 안무를 외워보죠.”
그러자 오랜만에 아이돌 노트의 시스템창이 반짝였다.
「문제 21, 신인상 받기!
페널티:신인상 못 받을 시 Q1에서 쓰러짐
정답 풀이:업데이트된 멤버들의 프로필」
…멤버들의 프로필?
* * *
Q1 측에서 곡 바꾸기 무대 비하인드를 촬영하고 싶다며 AA 엔터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다이아몬드입니다.”
카메라가 꺼져 있는데도 우리한테 인사를 한다? 예전과는 다른 태도에 새삼 놀라며 우리도 덩달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네스트입니다.”
그런데 그때, 다이아몬드 멤버 중 한 명인 제도전이 고개를 들고 연습실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이야, 네스트 팔자 폈네?”
웬 시비지? 팔자는 무슨 팔자. 자기 얼굴에 있는 팔자주름이나 펴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