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41화 (141/235)

141. 새로 온 본부장

AA 엔터 회의실.

“모두 모였지?”

팀장님은 일이 덜어져서 좋은지 얼굴이 활짝 펴져 있었다.

“팀장님, 이번에 들어오는 본부장님은 어때요?”

“의욕이 넘치지. 젊거든.”

…젊다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본부장님 의욕이 넘치더라고. 해외 투어가 목표라고 하더라.”

“해외 투어요?”

…의욕이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팀장님, 왜 갑자기 해외 투어 이야기가 나왔나요?”

“해외 투어가 돈이 되잖아. 그래서 말이 나온 게 아닐까 싶은데.”

어쩌면 상황에 따라서 갑작스러운 해외 투어가 잡힐 수도 있다.

‘…해외 투어라.’

슬슬 국내에서 반응이 오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해외 투어? 네스트의 인지도를 나락으로 끌고 갈 심상이 아니라면 이건 좋지 않다.

“그것 말고는 어떤 분이세요?”

팀장님이 눈을 껌뻑였다.

“아이돌을 무척 좋아하시던데.”

“팀장님, 설마 AA 엔터 대표님 자식은 아니죠?”

“…어, 그게.”

에이, 설마. 이런 일에 대표님 자식을 넣을 필요가 있나?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흐를 때였다.

“안녕하세요.”

…젊네. 우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본부장을 맞이했다.

“이번 아이돌 사업 본부에 발탁된 본부장 김동화라고 합니다.”

그냥 대표가 꽂아 넣은 건가. 그렇다고 우리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지는 않았다. 얼굴로 나이를 따져봤자 40대 초반.

우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김동화를 향해 고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우리가 인사하자 김동화는 미소를 지었다.

“참고로 김동화 본부장님은 HOR 엔터에 있었던 분이야.”

…잠깐만, HOR 엔터? 우리는 놀라서 김동화를 쳐다보았다. 김동화는 내색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HOR 엔터에서 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

“하지만 저는 다이아몬드를 맡은 사람은 아니고. 트렌디 남자 아이돌 2본부에 있었던 본부장입니다.”

다이아몬드를 맡지는 않았군.

“그리고.”

김동화가 주이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주이든 씨가 저를 탐탁지 않게 여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에요!”

“아니라면 다행이네요. 제가 HOR 엔터에서 들은 게 많아서요.”

그러면서 김동화는 말을 이어갔다.

“그럼 제가 여기에 온 이유를 말하겠습니다.”

“…….”

“여기에 계신 AA 엔터 아이돌 사업 본부 팀장님이 제게 적극적으로 함께해 보자고 했거든요. 특히 팀장님은 제가 새로운 아이돌, 특색 있는 아이돌을 맡아보고 싶다고 한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정말로 좋았는지 김동화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래서 AA 엔터와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AA 엔터 아이돌 사업 본부 본부장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팀장님은 눈동자를 굴리며 우리 눈을 똑바로 못 보고 계셨다.

‘왜 저러지?’

그러자 김동화가 팀장님을 보며 물었다.

“…그리고 팀장님, 혹시 그건 말하셨나요?”

“그거라니?”

“저한테 말하셨던.”

“아, 아니요…….”

아까부터 팀장님이 떨고 계셨다. 나는 김동화가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팀장님, 그러면 제가 말해도 될까요?”

“…아, 네. 제 입으로 말하고 싶어도 입이 안 떨어져서요.”

김동화가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곧 팀장님이 AA 엔터를 퇴사합니다.”

…퇴사? 전혀 듣지 못했던 소식에 멤버들은 놀라서 팀장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팀장님!?”

“팀장님이 왜 떠나요!”

주이든과 정요셉이 외쳤다. 팀장님은 앞으로도 AA 엔터에 붙박이처럼 있을 줄 알았다.

‘팀장님이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는데…….’

팀장님은 AA 엔터 아이돌 사업 본부를 만든 사람이 아닌가. 우리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팀장님이 볼을 긁적였다.

“팀장님,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목현아, 그건 아니고…….”

팀장님은 머쓱한지 말을 계속 끊었다. 주이든은 답답했는지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팀장님을 재촉했다.

“팀장님, 답답해요! 빨리 말해요!”

“아, 그게… 이든아, 내게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잖아.”

“무슨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뭐, 어디가 아픈 건가? 그렇다기에 팀장님의 몸은 멀쩡해 보였다. 더군다나 팀장님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일할 사람인 것 같은데 이렇게 안 한다고 하니까 조금 무섭기는 하네. 진짜로 아픈 것 같아서.

“…그게.”

팀장님은 쑥스럽다는 듯이 말을 뱉었다.

“내가 엔터를 하나 만들고 싶어서……!”

…어? 이건 예상치 못한 답변인데.

“나도 이루고 싶은 꿈이란 게 있으니까.”

놀라긴 했지만 보통 이 업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연예계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회사를 차리고 싶어서 나가는 일은 나도 많이 봐왔으니까.

‘그래도 섭섭하네…….’

이미 고운 정 미운 정이 들었으니까. 매일 보던 사람이 나간다고 하니까 섭섭한 마음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팀장님이 업무 능력과 인맥 등을 고려할 때 제일 좋았는데 말이다. 주이든은 섭섭했는지 울분을 토했다.

“팀장님, 왜요! 우리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해외 투어도 같이 돌고! 우리 콘서트에도 온다면서요! 대상 받는 것도 봐야죠!”

“이든아, 너희들은 이미 잘해. 내가 없어도 잘할걸……?”

“그래도 지금은 아니죠! 아직 팀장님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인데!”

주이든의 말이 맞았다. 나가려면 조금 뒤에 나가지, 지금 당장 나간다니…….

“너희들을 보고 있으면 회사에 계속 있고 싶은데 지금이 딱 적기라. 이미 너희는 많이 떴고.”

“뜨긴 뭐가 떠요! 최근에 마늘 축제도 팀장님 인맥으로 간 건데!”

“너희들은 떴어.”

“안 떴어요!”

주이든은 섭섭했는지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이든아, 네 꿈이 아이돌인 것처럼 내게도 꿈이란 게 있잖아?”

“…….”

“사람은 가만히 안주하면 안 돼. 더 높은 곳으로 가야지.”

“…그래도.”

그런데 김동화는 그 말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팀장님 말처럼 안주하면 안 되죠. 제가 팀장님을 통해서 검토해 본 결과, 이제 우리는 빌보드를 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빌보드?

“…그러면 해외 투어를 한다는 뜻인가요?”

“아니요. 지금 해외 투어를 돌면 국내 팬들이 떨어질 겁니다. 그 팬들 눈에 다른 그룹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그러니 최대한 국내 팬을 꽉 잡은 뒤에 해외 투어를 돌아도 늦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잘 알고 있네. 거기다가 해외 투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앨범을 만들 수도 없고.

“그렇다면 해외 투어는 빌보드에 들어가고 난 뒤인가요?”

화목현의 질문에 김동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괜찮네. 계속 이상한 놈들만 들어왔었는데. 김동화는 업계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 좋았다. 경계 어린 눈빛으로 김동화를 쳐다보았던 멤버들의 눈빛이 누그러지자 팀장님이 말했다.

“새로 오신 김동화 본부장님은 빠삭하게 잘 알더라. 어떻게 하면 너희들을 이끌 수 있는지 말이다. 나는 신인 개발이 더 적성에 맞았지만.”

김동화는 어떻게 하면 아이돌 그룹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빠삭하게 아는 모양이었다. 그 점을 알고 있던 팀장님이 김동화를 설득했던 거고.

“팀장님, 그래도 미리 말이라도 해주죠. 갑자기 안 한다고 말을 하면 얼마나 섭섭한데요.”

“…목현아, 미안하다.”

나는 팀장님을 본 지 일 년 정도가 되어가지만 멤버들은 몇 년이나 더 오래 봤을 텐데. 멤버들은 오죽할까. 그러자 팀장님이 손으로 눈을 가리며 울먹거렸다.

“…너희들이 이렇게 말릴 줄은 몰랐는데.”

“네스트가 완전히 뜬 모습을 봐야죠.”

“나비야…….”

어쨌든 팀장님이 나를 데리고 와주셨는데 뜬 모습은 보고 가셔야 내 마음이 편할 것이다.

“크흑…….”

팀장님이 울먹거리는 동안 김동화가 말했다.

“팀장님은 지금 안 나갑니다. 아마 한 달 뒤 새로운 팀장님이 오면 그때 나가실 겁니다.”

그래도 한 달이라는 여유는 주는구나. 팀장님이 눈물을 닦는 사이에 김동화가 나를 보며 질문했다.

“그리고 팀장님한테 듣기로는 러브 오버 뮤직비디오를 브이로그식으로 만들었다고요, 나비 씨?”

“…아, 네.”

“참신한 아이디어네요.”

…뜻밖의 칭찬에 나는 눈을 껌뻑였다.

“확실히 범나비 씨가 만든 뮤직비디오는 메리트가 있을 겁니다. 특히나 팬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고요.”

그러더니 김동화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우리한테 건네주었다.

“이 서류는 네스트의 방향성과 목표에 대한 겁니다.”

《네스트의 방향성과 목표》

첫 페이지를 펼치자 ‘신인상’이라는 대목에 숨이 턱 막혔다.

“이번 해에 신인상을 노려볼 겁니다.”

김동화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마 네스트랑 다이아몬드가 같이 신인상 후보에 올라갈 겁니다.”

“…….”

“그래서 이번 해에 HOR 엔터가 다이아몬드를 한 번 더 컴백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번 주에 다이아몬드가 신인상 굳히기라는 명목하에 컴백한다는 기사가 수두룩하게 올라오긴 했다.

“HOR 엔터는 작정하고 나올 겁니다.”

“……!”

당연하겠지. 신인상은 의미 있는 상이니 HOR 엔터가 노릴 수밖에.

“HOR 엔터에서 광고를 계속 넣을 계획이거든요.”

“어떤 식으로요?”

“너튜브, 예능, 바이럴 등.”

역시 자본은 못 이긴다.

“그래서 이번 러브 오버 뮤직비디오가 좋다고 말한 겁니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걸 어필하는 거고. 또 팬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라서 더 좋은 거죠.”

그 짧은 사이에 그걸 분석했네. 김동화의 눈에 광기가 돌았다.

“이건 저도 생각조차 못 한 이벤트인데… 누구 아이디어입니까?”

멤버들은 눈동자를 굴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제 아이디어입니다.”

“범나비 씨가…….”

“그런데 정진 형이 만든 노래가 좋지 않았다면 애초에 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 부분에 김동화가 격하게 동의했다.

“맞습니다. 러브 오버를 들어봤는데 노래가 참 좋더라고요. 플라워와 런엑스런으로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동시에, 러브 오버로는 네스트의 청춘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청춘을 보여줄 수가 없긴 하죠.”

김동화가 미소를 지었다.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사람처럼. 팀장님은 김동화에게 눈짓하면서 말했다.

“이래서 김동화 본부장님을 뽑았어.”

멤버들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았는지 김동화는 입을 열었다.

“저는 앞으로 방향성이 보이는 아이돌을 밀고 싶습니다. 방향성이 없는 아이돌을 맡았다가는 제 커리어에도 흠집이 날 수 있으니까요.”

…하긴 맞는 말이지. 그러자 이정진이 안경을 위로 올리며 입을 열었다.

“다이아몬드는 방향성이 보이지 않았습니까?”

“…아, 그런 질문은 처음인데.”

허를 찌르는 이정진의 말에 김동화가 미소를 지었다.

“네,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돌로서의 목표의식도 없었을뿐더러 재미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다이아몬드를 맡을 생각도 안 했죠.”

촌철살인이네.

다이아몬드의 이번 앨범 추이는 내리막길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연히 첫 미니 앨범은 추이가 좋았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팬덤을 확보했으니까. 그러나 다이아몬드의 행동 때문에 탈덕한 팬들이 많아지면서 추이가 점점 떨어졌다.

연애, 말실수 등.

그렇지만 HOR 엔터의 자본은 이길 수가 없었다. 다이아몬드의 자숙이 이어진 뒤 새로운 예능 자체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는 커뮤니티에 심은 바이럴이 한몫했지만.

-다이아몬드 인성은 더러워도 재밌긴 재밌네ㅋㅋ

-자컨은 밥 친구로 뚝딱

-사람들이 다이아몬드 돌멩이몬드라고 놀리던데 얼굴 괜찮은데?

그랬더니 앨범 추이는 다시 높아졌다. 덕질하는 팬들이 늘어났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하는 건 쉽죠. 돈만 있으면 되니까. 근데 그게 얼마나 갈 것 같습니까?”

얼마 못 간다. 다이아몬드는 또 사고를 칠 테니까.

“저는 네스트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여기로 옮긴 겁니다.”

“저희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정요셉이 물었다.

“자본이 없는데 앨범 추이가 높은 점, 팬들의 결집이 잘된다는 점, 그리고…….”

“…….”

“팀장님한테 듣기로 멤버들이 아이돌로 성공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팀장님, 그랬어요?”

“…뭐, 맞긴 하잖아.”

맞긴 하지… 우리는 아이돌로 성공하고 싶으니까. 나는 이것만은 말하고 싶어서 입을 열었다.

“저희는 개인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네스트로 성공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개인의 성공보다 그룹을 선택하다니. 대단합니다.”

김동화의 말에 멤버들은 꼼짝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떤 불평 불만조차 없기도 했고. 저렇게 열정 넘치는 사람을 처음 봐서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김동화는 결의에 차 있는 눈빛으로 우리를 쭉 훑었다.

“저는 여러분 같은 아이돌을 원합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열심히 해야겠네.

“본부장님, 그래서 저희는 뭘 하면 되나요.”

“다음 페이지를 봐주세요.”

《팬미팅》

팬미팅……?

“팬 확보를 목적으로 러브 오버 안무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러브 오버 안무를.

“물론 그건 팬미팅에서 공개할 겁니다.”

…이거, 의욕이 너무 넘치는 본부장을 데리고 온 것 같다?

‘어쩌면 조금 힘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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