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37화 (137/235)

137. 힐링 캠프

주이든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보았다.

“사실 이든 형이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요?”

“…아,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근데 저를 제일 잘 챙겨줬거든요.”

주이든을 처음 봤을 때 생각했다. 이 사람은 끝까지 나를 미워하겠다고. 그 당시에 내 평판은 더러웠고, 주이든은 그 평판을 알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이든 형은 제가 아프면 챙겨주고, 힘들면 초콜릿을 주고…….”

“…그랬지.”

“그래서 사람의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안 맞는 부분도 있긴 했다. 나랑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이 주이든이었으니까. 나는 주이든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든 형의 보살핌이 은근히 좋더라고요.”

“…뭐야. 진짜로?”

“네, 제가 언제 거부한 적이 있어요?”

“없긴 하지?”

그리고 전해주고 싶었던 말. 나는 멤버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어쩌면 형들이 좋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맨정신으로 말하기 어려운 말이라 냉큼 탄산음료를 한 입 마셨다.

“우리 막내가 저런 말을 하다니~”

정요셉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몰라요.”

이제 멤버들의 첫인상 차례가 다가왔는데,

“이제 형들의 첫인상을 말하죠?”

그러자 PD가 냉큼 말했다.

“다른 멤버들의 첫인상은 듣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예? PD님?”

“이렇게 힐링 캠프의 저녁은 끝내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왜 저만?”

나만 첫인상을 말한 사람이 되었잖아? 강력하게 항의하려고 했으나, 정요셉과 주이든이 나를 말렸다.

“우리 막내~ 우리끼리 안으로 들어가서 말하자~”

“…예?”

“우리는 안에서 해도 되죠~?”

그렇긴 하지만.

“저녁 식사가 끝났으면 안에 들어가서 해도 됩니다.”

이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자 멤버들은 각자 먹었던 그릇을 치웠다.

“얘들아, 밤에 술 마실 거지?”

화목현이 묻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날에는 술을 빼놓을 수 없지.”

“그럼 나비 빼고는 술을 마시는 거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보리차면 돼요.”

마지막으로 제작진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오징어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 거실에 있는 작은 이동식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카메라 앞에서 못 했던 뒤풀이라도 하죠?”

나도 멤버들의 첫인상을 듣고 싶었다. 내가 어땠는지 말이다.

“나비가 첫인상을 듣고 싶은 것 같은데?”

“…예!”

화목현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소주 한 잔을 마셨다.

“음… 처음엔 나비가 네스트에 적응을 못 할 줄 알았어. 그래서 나비를 유심히 지켜본 것도 있고… 네가 우리를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

“…….”

…싫어했었나? 사실 멤버들을 싫어하진 않았다. 그저 멤버들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고 거리를 둔 것뿐이지.

“그리고.”

“……?”

“막내가 엇나가면 어떡하나 싶었어. 그건 우리의 책임이잖아.”

그런 책임감까지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나는 처음부터 우리 막내가 좋았는데~”

정요셉은 오징어를 씹으면서 말을 이었다.

“누가 돌연프 때문에 노래랑 춤을 5일 만에 외워. 나는 무조건 도망갔을 텐데. 우리 막내는 안 도망가고 계속 연습했잖아. 숙소에 들어오지도 않고.”

정요셉의 답은 뜻밖이라 나는 눈을 껌뻑였다.

“그래서 좋았지. 그런 애는 잘 없거든.”

그러자 옆에서 듣고만 있던 주이든이 콧잔등을 좁혔다.

“뭐야. 나만 경계했어?”

“그렇지. 우리 이든이만 경계를 심하게 했지.”

나를 슬쩍 쳐다본 주이든은 말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이미 나쁘게 생각했는데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내가 널 싫어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아씨,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소주 한 잔을 입에 털며 주이든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 이 주이든! 범나비한테 편견이 있던 사람입니다!”

“알고 있었는데요?”

“오래전부터 범나비의 소문을 들었거든. 범나비는 싸가지가 없고 텃세가 심하다고. 하지만 노래는 잘 불러서 연습생들이 아무 말도 못 한다고?”

“그런 소문이 있었구나.”

“당연히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그런 소문이 있었지.”

다른 연습생과는 친하게 지낸 적이 없는데 그런 헛소문이 돌다니. 주이든이 슬쩍 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네가 사고를 칠까 봐 두려워서 계속 지켜본 거야. 근데 애가…….”

“……?”

“착하잖아!”

빽 소리를 지르는 주이든을 보며 나는 깜짝 놀랐다.

“저렇게 생겨서!”

“…네?”

“아픈데 말도 안 하고 신경이 쓰이잖아.”

뜻밖의 말을 주이든의 입을 통해 들었다.

“거기다가… 애가 갈수록 팀에 진심이더라고.”

주이든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화목현이 말아준 소맥을 마셨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귀까지 빨개지고.

“…미안해. 내가 형인데 어른스럽게 대처도 못 하고 노려보기만 해서.”

“…….”

“하도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해서 사람에 편견이 생기는 바람에…….”

편견은 대수롭지 않았다. 어차피 사람의 이미지는 시간에 따라 바뀌는 거니까.

“이제 그만 이야기해라?”

“…평생 할 건데요?”

“와, 뒤끝!”

뒤끝이라는 말에 저절로 웃음이 터져 버렸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멤버들도 웃으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이든이가 사람을 괴롭히진 않아. 편견이 있을 뿐이지.”

“목현 형!”

“사람은 다 편견이 있어. 안 그래?”

새벽이라는 걸 까먹고 우리는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 * *

나는 하품을 하면서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정요셉과 주이든의 팔과 다리를 옆으로 밀어내고 자리를 빠져나와 기지개를 켰다.

화목현과 이정진은 각자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그 옆에 술이 있는 걸 보니 대화를 나누다가 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멤버들 사이에서 나와 밖으로 나가자 아침부터 제작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있다는 뜻인데…….’

나는 인사를 하는 목적인 척하면서 정보를 캐기 위해 제작진들한테 말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작진은 분주하게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뭘 적고 있으세요?”

“아니요? 안 적고 있는데요?”

그럼 당연히 아니라고 말하겠지. 나의 목적에 대해 눈치챈 제작진은 슬그머니 나를 피했다.

‘그래도 제작진을 괴롭히면 안 되니까…….’

정자에 앉아 기다리는 척을 하면서 제작진이 향하고 있는 계곡을 주시했다. 그때였다.

“범나비 씨?”

PD와 눈이 마주쳤다.

“뭐 하려고요?”

“…글쎄요?”

곧 PD는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펜션에 런엑스런이 울려 퍼졌다. PD가 마이크를 들어 외쳤다.

“지금 당장 일어나서 계곡에 있는 한방능이삼계탕 획득권을 얻으세요!”

멤버들이 그토록 원했던 한방능이삼계탕! 우리는 당장 계곡으로 뛰어갔다.

“저길 어떻게 가?”

이정진이 안경을 벗으며 눈가를 닦았다.

계곡엔 우리가 썼던 튜브 위에 ‘한방능이삼계탕’이라고 적힌 판자가 있었다. 저게 획득권이라는 거지. 하지만 판자는 4개. 한 명은 한방능이삼계탕을 못 먹는다.

‘이런…….’

계곡에 오면 한방능이삼계탕을 먹어야 하는데… 그런데 모두가 잠옷을 입은 상태라서 그런지 쉽사리 계곡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침이라 계곡에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추운데 누가 계곡에 쉽게 들어갈까.

“너무 추운데?!”

주이든은 계곡에 들어갈 수 없다며 팔뚝을 문질렀다.

“삼계탕 먹고 싶은데!”

추위에 약한 주이든은 한방능이삼계탕 획득권을 보면서 발만 동동거렸다. 그때 나는 재밌는 상상을 펼쳤다.

‘PD를 공격하자.’

어차피 멤버들이 다 계곡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 획득권만 가지고 나와도 된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계곡물로 마사지를 하고 그대로 계곡에 들어가 튜브를 잡았다.

“범나비!”

“나비야!”

멤버들의 외침에도 나는 불굴의 의지로 튜브 위로 올라가 한방능이삼계탕 획득권을 쥐었다.

“제가 가져갈게요! 형들, 오지 마세요!”

그리고 당당하게 튜브 위에서 획득권을 흔들었다.

“…나비야, 조심해!”

걱정스러운 화목현의 외침에 나는 씩 웃었다. 다시 계곡에 들어가 마지막 가지 해먹 튜브에 달린 한방능이삼계탕 획득권을 들고서 계곡에서 나왔다.

“획득권 4개는 제가 안 써도 되죠?”

나는 PD를 보면서 물었다.

“그건 마음대로.”

“그럼 저 빼고 형들한테 한방능이삼계탕을 주세요.”

나는 뭐, 딱히 지금 안 먹어도 되니까.

“정말 범나비 씨만 빼고요?”

“네.”

그리고 어제 보리차만 마셔서 해장할 필요도 없었다.

“범나비 씨는 탈락입니다.”

나는 탈락이라는 말에 카메라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비야, 왜 안 먹어?”

“저는 안 먹어도 상관없어서요.”

“왜 상관이 없어.”

“형들이랑 다음에 또 오면 되잖아요.”

인생이 짧은 것도 아니고. 내 말에 화목현은 말문이 턱 막히는지 고개를 기울였다.

“이러니까 내가 무슨 말을 못 하겠다.”

펜션에 들어가서 물기를 닦은 뒤 옷을 갈아입고 나왔더니 삼계탕 냄새가 펜션을 휘감았다. 나는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면서 멤버들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게 우리 막내 덕분이라는 거지?”

“맛있게 드세요.”

정요셉이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내 앞에 쟁반이 전달되었다.

“범나비 씨는 흰밥과 김치입니다.”

흰밥에 김치라. 제일 맛있는 조합이 아닌가. 나는 이것도 감지덕지라 생각하고 맛있게 먹을 생각이었는데, 멤버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작은 접시에 삼계탕을 조금씩 담아 제작진 몰래 나한테 건네주었다.

PD가 눈을 돌리는 순간 멤버들이 준 삼계탕을 입에 욱여넣었다. 삼계탕 맛있네.

“절대 범나비 씨한테 삼계탕을 주면 안 됩니다.”

“당연하죠!”

주이든은 절대 주지 않을 거라면서 당당하게 외쳤다.

“내가 이걸 어떻게 줘요!”

거의 첩보 영화처럼 화목현이 카메라 각도를 옆으로 돌리고, 이정진은 삼계탕을 옆으로 건넸다. 그걸 나에게 주기 위해서 주이든은 식탁에 올라가 있는 카메라를 옆으로 돌려 시야를 차단했다.

“저 여기에 앉아도 돼요?”

그리고 정요셉은 삼계탕과 거리가 멀다면서 카메라를 등져 버렸다.

“요셉 씨?”

“아, 저 삼계탕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정요셉은 나를 찍고 있던 카메라도 가려 버렸다.

“나비야, 삼계탕 먹을래?”

“아니요. 저는 정직한 사람이라 먹지 않겠습니다.”

“역시 나비는 정직해.”

“칭찬 감사합니다.”

정직은 무슨. 나는 멤버들이 준 삼계탕을 입에 넣었다. 부추가 닭고기를 부드럽게 감싸 입안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그냥 닭고기만 먹었다면 텁텁했을 텐데.

‘맛집이다…….’

내가 끊임없이 삼계탕을 먹자 멤버들은 조용히 삼계탕을 리필해 주었다.

“지금 범나비 씨한테 주는 거 아니죠?”

PD의 질문에 주이든이 되받아쳤다.

“PD님, 제가 이걸 줄 사람으로 보입니까?”

“…수상한데?”

“저는 절대 먹을 걸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절대 안 준다고 말하면서 주이든은 나한테 계속해서 부추무침을 주었다. 부추무침은 매콤한 고춧가루가 들어가 간이 딱 맞았다.

“이제 배부르죠?”

“네!”

희망찬 우리의 대답에 PD가 화목현한테 종이를 건네주었다.

“화목현 씨, 이걸 읽어주세요.”

“…다음 촬영 장소는 병원입니다?”

병원? 잠깐만… 이 종이를 준다는 건,

“우리 투두 네스트 쭉 가요?”

“쭉 갑니다.”

…자체 콘텐츠를 투두 네스트 제작진과 함께하다니.

“그럼 네스트분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우리는 제작진과 인사를 나누며 힐링 캠프의 막을 내렸다.

* * *

네스트 떡밥이 없어 한가로이 런엑스런 무대를 보면서 놀고 있었는데, 오후 1시가 되자 I.P 너튜브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I.P] 선공개곡 ‘Bee(Feat. NEST 범나비)’ Recording Beh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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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헐 대박 I.PX나비 듀엣곡 Bee 나옴

레코딩까지 나왔다

근데 나비 독기 쩌네

다시하겠습니다

다시하겠습니다

다시하겠습니다

저 말만 백 번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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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노래를 잘 부르겠다는 의지가 있는 듯 네스트 레코딩 보면 철저하게 하나하나 잘하려고 노력하던데

└ ㅇㅈ

└ 레코딩 보는데 노래 개좋다

└ 나비 노래 잘하는데 노력하는 모습 보기 좋아ㅠㅠ

-Bee 너무 좋은데? 예상 밖임

└ 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I.P랑 나비랑 음색 좋아서 귀가 편안해ㅋㅋㅋ

└ 네스트에서는 매번 소리 지르는 담당이라서 목소리가 좋았나 싶었는데 듀엣곡으로 개같이 나비 음색이 좋다는 걸 깨달음

-둘 다 고음 배틀처럼 대결하듯이 번져가네 ㄷㄷㄷ 세기의 대결 아닌가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ㅈ

└ 저러다가 싸움 나겠다

-ㅅㅂ 누가 I.P랑 나비랑 열애설 터트렸냐? 설렘이 아예 없잖아 나 듀엣곡 듣기 전에 약간 상견례 하는 것처럼 심장이 떨렸음

└ 왜 상견례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누구라도 떨렸을걸 나비 억까들이 둘이 엮으려고 난리잖아

└ ㅋㅋㅋㅋㅋㅇㅈ

-근데 선배님인데;; 이기고 싶나 저러는 꼴 보기 역겹~

└ ㅋㅋㅋㅋㅋㅋㅋㅋ오 ㅇㄱㄹ 왔냐?

└ 응~ I.P는 보기 좋다고 웃었어

└ 진짜 세상 억까는 다 모였네 나비 개같이 칭찬받으니까 어김없이 어그로 오네; 지겹지도 않음?

└ 네스트 런엑스런 88만 장 돌파했다고 다이아몬드 팬들이 난리 치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돌멩이몬드 맨날 즈그 가수가 못하는 건 인정 안 하고 네스트만 존나 까요;ㅎㄷㄷ

└ 당연합니다~ 네스트가 노래랑 팬들 서비스 훨씬 쩔거든요ㅎ

└ 인정~

-I.P도 나비한테 안 지겠다고 레코딩에서 열심히 부르는데요? 저는 전쟁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둘 케미를 보고 싶었던 건데요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목소리 전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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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헐헐헐 떴다 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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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목만 쓰고 내용이 없어

└ 나비 I.P랑 음방 나온대

└ 헐?

└ ?????

-ㅁㅊ? 이제 애들 만화 OST만 하면 된다

└ 존버 해보자고

-진짜 둘이 사귀나ㅋㅋ 둘이 듀엣곡 냈다고 하길래 들어봤는데 레코딩 뭔가 설렌다~

└ ?

└ 무슨 딱 봐도 선배 대하는 태도인데 무조건 엮네

└ 나 약간 망붕하고 있음 ㅎㅎ

└ 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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