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35화 (135/235)

135. 괴도 TD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걸까.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 제일 유력한 용의자는 팀장님인데.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팀장님이 이런 장난을 치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여전히 멤버들은 얼이 빠진 상태로 멍하니 편지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TD는 뭐야?”

주이든이 살짝 운을 뗐다.

“…TD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안경을 고쳐 쓴 이정진이 말했다. TD라…….

“우리 예능 하나~?”

그때 정요셉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우리가 예능을?”

이정진은 의심스럽다는 듯 팔짱을 꼈다. 하긴 정요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이런 짓을 벌일 사람들은 투두 네스트 제작진밖에 없지 않은가. 이전에 우리랑 같이 예능 촬영을 하기도 했고…….

“혹시…….”

내 말에 멤버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옆 펜션에 있던 게 투두 네스트 제작진분들이라면요?”

어쩐지 계속 수상하기는 했다. 그래서 멤버들과 같이 옆 펜션을 확인했다.

“…펜션에 사람이 없는데?”

계곡에서 놀 때까지만 해도 있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우리들은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자 이정진이 운을 뗐다.

“그러고 보니… 팀장님이 방송국 사람들 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팀장님은 알고 있었다?

“…와씨, 소름!”

주이든은 소름이 돋는다며 팔뚝을 문질렀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게 투두 네스트 제작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이 쓰레기봉투에 TD를 여러 번 적은 종이가 있었다.

“여기 이런 게 있는데?”

화목현과 정요셉이 쓰레기봉투에 있던 종이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이미 복선이 깔려 있었다?’

무슨 드라마인가.

“그러고 보니 제작진들이 투두 네스트 마지막 화에서 또 만나자는 말을 했잖아요.”

“그러네!”

주이든이 내 말에 동조했다.

“역시 우리 팀장님이 순순히 휴가를 보내줄 리가 없지~”

하긴 팀장님도 휴가를 못 가는 상황인데 우리한테 휴가를 보내주겠나.

“그럼 우리… 폐허가 된 무당집에 가야겠네……?”

주이든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이런 건데. 누가 봐도 담력 훈련이잖아.

“담력 훈련이네요.”

귀신을 싫어하는 주이든은 기겁하며 입을 쩍 벌렸다.

“…담력 훈련이라니, 약간 싱거운데요.”

사실 나는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싱거운 담력 훈련을 한다니.

‘…담력 훈련은 재미없는데.’

그래도 또다시 예능을 한다는 것에 이의를 둬야 한다. 요새 투두 네스트를 밥 친구로 본다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원래 클리셰가 재밌는 법이지.”

그때 안경 쓴 이정진이 나섰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클리셰를 쓰잖아. 예능도 클리셰를 쓰는 법이야. 막상 담력 훈련을 받으면 꽤 재밌을걸? 우리 지금까지 담력 훈련 진지하게 해본 적 없잖아.”

하긴, 그렇다면 진지하게 담력 훈련을 받아야겠네.

그때 화목현이 편지에 적힌 무당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럼…….”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마트를 쳐다보았다.

“마트 사장님께 무당집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까요?”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다 같이 마트 쪽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계곡 근처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사장님한테 인사했다. 중년으로 보이는 사장님은 돋보기 안경을 낀 채 우리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무슨 일로?”

“이 근처에 폐허가 된 무당집이 있나요.”

그러자 마트 사장님은 눈을 홉뜨며 진중하게 우리한테 물었다.

“…그 무당집은 왜 찾으려고 그러는 거지? 젊은 친구들이.”

마트 사장님은 무당집을 아는 것 같은데? 화목현이 눈동자를 굴리며 답했다.

“아… 사실 저희가 거길 가야 하거든요.”

“그 근처에 무덤이 많은데 벌초라도 온 건가?”

“벌초는 아니고요.”

마트 사장님은 눈가를 문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면 거기에 가려는 이유가?”

“저희가 담력을 기르고 싶어서 가는 겁니다.”

“담력?”

“저희가 운동을 하는 모임인데 담력이 필요해서요, 선생님.”

‘선생님’이라는 발언에 마트 사장님은 우리를 좋게 보셨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펜션 뒤로 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일 거야. 그 길로 쭉 가면 무당집이 나와. 근데…….”

“……?”

“무당집으로 가는 길에 무덤가가 있을 거야. 그런데 그곳에 안 좋은 소문이 있거든.”

안 좋은 소문?

“무슨 소문인데요?”

“…한때는 이 동네가 좋은 동네였거든.”

…빨리 무당집을 찾고 싶었지만 그래도 마트 사장님의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동네였는데요?”

“활기찬 동네였지. 그런데 갑자기 멧돼지가 어느 집 앞에 죽어 있는 거야.”

“…멧돼지가요?”

멧돼지가 아프기라도 했나.

“그래, 멧돼지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서 사람들이 땅에 멧돼지를 묻었지. 제사도 지내고.”

“제사를 지내요?”

“우환이 생길까 봐 두려웠던 거지. 그리고 동네 주민들이 무당을 한 명 불렀어.”

마트 사장님은 우리를 훑어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어머니가 나한테 말하길, 그 무당은 마을 사람들에게 신뢰가 두터웠다고 해.”

“…….”

“아무튼 멧돼지의 영혼을 달래는 제사가 열리고 무당이 방울을 드는 순간.”

순간? 마트 사장님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그 자리에서 무당이 죽었어…….”

무당이 죽었다는 말에 닭살이 돋았다.

“무당이 왜 죽었는데요?”

“심장마비로 죽은 거야.”

“그 후로는 어떻게 됐는데요?”

“어떻게 되긴. 마을 사람들은 그 상황을 재앙이라고 부르면서 무당을 땅에 묻지 않고 무당집에 모셔놨어.”

“…….”

“그런데 웃긴 게 뭔 줄 알아?”

마트 사장님은 나를 쳐다보았다.

“하룻밤 사이에 무당집에 모셔놨던 사체가 사라졌대. 그 후로 진짜 재앙이 일어난 건지 마을 사람들이 죽어나갔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무덤을 만들었지.”

“왜요?”

“무당의 영혼을 달래려고. 너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무당에게 보여준 거야. 그게 통했는지 그 이후로는 말랐던 계곡에 물이 다시 흐르고 마을의 우환이 사라졌다는 소문이 있지.”

어쨌든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그런데 왜 무당집에 간다니까 놀라신 거예요?”

“혹시나 무당의 한이 너희들한테 붙을까 싶어서지. 요즘 산에 올라갔다가 귀신을 본 사람이 많다고 했거든.”

“그래요?”

와, 큰일이다. 벌써 멤버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니까.

“세상에, 귀신이 있다니. 정말 놀라운걸요?”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하지만 촬영 중이니 무서워하는 게 낫겠지?

“와, 정말 무섭다. 세상에, 귀신이라니.”

내 말에 화목현이 고개를 내저었다.

“나비야, 전혀 무섭지 않은 모양이구나.”

“아니요. 정말 무서워요. 소름이 끼치네요? 그런 귀신이 있다니.”

“…이건 무서워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야.”

“그래요? 이든 형의 말투를 따라 했는데…….”

옆에서 주이든이 내가 언제 그랬냐며 성을 냈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카메라가 있나 싶어 마트 주변을 유심히 살펴봤다.

“뭘 찾는 건가?”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카메라를 잘 숨겼네.

“아니에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멤버들이 먼저 마트 밖으로 나가고, 나도 마트에서 나가려는 찰나.

“혹시 산속에서 소리가 나면 즉시 부적이 있는 곳으로 도망가.”

“…네?”

“소리가 나는 건 귀신이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마트 밖으로 나와서 멤버들이 있는 곳에 합류했다.

“이제 무당집으로 가보죠.”

무당집에 가면 뭔가가 있겠지.

“…범나비, 나 발이 안 떨어져.”

…응? 주이든의 팔뚝을 잡아 살짝 옆으로 밀치자 발이 떨어졌다.

“잘 떨어지는데요?”

“…그게 아니잖아!”

“그럼요?”

주이든의 불평불만 쌓인 얼굴을 보면서 나는 씩 웃었다.

“귀신을 만날 수도 있는데 발이 안 떨어지면 큰일 나죠.”

“우리 이든이, 나비 말처럼 귀신과 만났는데 발이 안 떨어지면 큰일이지.”

내 말에 정요셉도 거들었다.

“…왜! 담력 훈련이냐고!”

억지로 주이든의 손목을 잡고 무당집으로 가는 산책로 앞에 섰다. 화목현도 무서운 모양인지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산이 음산해서 조금 무섭긴 하네.’

슬슬 노을이 지고 어둠이 자리를 잡으니 산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냈다.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법했으니까. 안 그래도 높은 지대라서 그런지 한기가 피부에 닿았다.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지 않아?”

더군다나 산속에 바람이 지나가면서 스산한 소리가 났다. 마치 칠판에 손톱을 긁는 것처럼. 나를 중심으로 모인 멤버들은 하염없이 산속을 올려다보았다.

때마침 적막한 분위기를 뚫고 주이든이 말했다.

“아… 진짜로 저길 가야 한다는 거지?”

“가야죠.”

나도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조금 무섭긴 했다.

“제가 앞장설게요.”

그런데 뭐가 보여야 앞으로 가지.

“아… 범나비, 뭐가 보여?”

“잘 안 보여서 손전등을 써야 할 것 같은데요.”

“한번 봐봐.”

“근데 형, 목소리가…….”

주이든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기분에 뒤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멤버들이 나랑 동떨어진 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저기, 형들?”

어이가 없네.

“어… 나비야, 따라가고 있긴 한데 무서워서.”

“무섭다고…….”

“나비야, 따라갈게.”

형들이 무서운 걸 싫어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나만 이렇게 놔둬?

‘언젠간 복수한다…….’

나는 가방에서 손전등을 꺼내서 주변을 훑었다. 슬슬 무덤가에 다다른 건지 저 멀리 거대한 무덤이 보였다.

“형들, 곧 도착하나 봐요.”

“진짜?”

그제야 형들이 빠르게 다가와 내 뒤에 딱 붙었다. 그때,

꽤애애액!

어디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났다. 일제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돼지는 없었다.

“뭔데! 뭔데!”

나는 돼지 멱따는 소리의 정체를 알고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제사를 지냈는지 무덤 위에 돼지머리가 올라가 있었다.

‘여기서 제사를 지낸 것 같은데?’

그런데, 하필 돼지 코에 종이가 꽂혀 있었다. 저걸 뽑아야 한다는 거잖아.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뒤에 서 있는 멤버들한테 이 사실을 알렸다.

“…형들, 저기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제일 중요한 문제는 누가 저기로 가냐는 건데.

“저기로…….”

“…….”

“제가 가야겠죠.”

멤버들은 이미 뒤로 물러나 서로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 자기가 가기 싫다는 소리 없는 투쟁. 나는 손전등을 들고 돼지머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돼지머리는 실제가 아닌 모형 돼지머리였는데, 붉은빛이 나서 기괴했다.

“…이것만.”

그렇게 최대한 팔을 뻗어서 종이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끼익.

‘응? 끼익?’

그 소리에 맞춰서 고개를 들었는데 소복을 입은 귀신이 무덤 위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 놀라서 나는 그만 묘석에 발이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비야!”

멤버들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무덤 앞에 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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