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34화 (134/235)

134. 물총 싸움

물총에서 물이 졸졸졸 흐르자 주이든이 나를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푸하하!”

지나가던 이정진과 정요셉도 주이든의 비웃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내 상황을 확인했다.

“뭐야? 우리 막내 물총 이상한데?”

“…제가 물총 사기를 당한 것 같은데.”

“불량품이네~?”

“…네.”

사용 설명서에는 펌프질을 하면 물이 앞으로 세게 나간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왜 물총에서 시냇물 소리가 나냐고. 졸졸졸 소리에 이정진과 정요셉도 웃음을 참기 어려웠는지 크게 웃었다.

“범나비! 물도 안 나오는 물총으로 나를 이기려고?”

“…….”

“이런, 안 되겠네.”

주이든은 나에게 모욕감을 줄 참인지 얼굴에 물을 쐈다. 나는 화를 식히기 위해서 심호흡을 했다. 아니, 어째서.

‘불량품이 나한테 올 수 있지?’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이 방법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는 배낭 물총을 내려두고 부엌에 들어가 바가지를 준비했다.

바가지는 물총의 시조새.

내가 바가지에 물을 담는 순간에도 주이든은 계속 내 몸에 물을 쐈다. 이제는 정요셉도 합류해서 나한테 물총을 쐈다.

‘두고 보자.’

나는 바가지에 꽉 담은 물을 확인하며 씩 웃었다.

“범나비! 한 방을 노리네!”

“…글쎄요.”

저는 한 방이 아니라.

“이것이 일타이피다!”

나의 바가지 스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정요셉과 주이든은 눈을 껌뻑였다.

“우리 막내, 많이 컸다~?”

“다 형들한테 배운 거죠.”

그러자 정요셉도 질 수 없다면서 어디서 구했는지 빨간색 대야를 가져와 물을 퍼부었다. 광기 어린 모습에 주이든이 참지 않고 욕을 해버렸다.

“…미친놈.”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막내를 그렇게 이기고 싶어요?”

“응, 형은 원래 그런 놈이야~”

정요셉이 물을 넣는 동안 나랑 주이든은 끊임없이 정요셉을 공격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내 뒤에서 작은 물풍선이 포물선을 그리며 정요셉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오, 터졌다.”

그 물풍선의 주인은 화목현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정진과 화목현이 있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정진아, 물풍선 잘 터진다.”

“내가 한때 물풍선 조직단의 일원이었어.”

“역시 물풍선 폼이 남달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이정진은 물을 꽉꽉 채워서 대야에 물풍선을 넣었다. 화목현은 물풍선 하나를 나한테 던졌다.

“오, 괜찮은데.”

“…목현 형.”

“어? 미안, 나비야. 실험은 해봐야지.”

“제가 무슨 실험 쥐인가요?”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물풍선을 던지는 화목현을 보면서 나는 등에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제일 무서운 사람은…….’

화목현이 아닐까?

“얘들아, 피해!”

정요셉의 외침에 우리는 웃으면서 물풍선을 피했다.

* * *

한참을 노니 배가 고팠다. 저녁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기에 마트에서 사 온 컵라면을 꺼내자 멤버들이 엄지를 척 들었다.

“막내야, 내가 도와줄게.”

“고마워요, 형.”

물에 홀딱 젖은 이정진이 다가와 옆에서 컵라면 비닐을 뜯었다.

“카메라 켜져 있어?”

“네.”

“…말조심할까?”

“제가 다 자를 거예요.”

“그래? 그러면 편안하게 말할게.”

비닐이 뜯긴 컵라면 뚜껑을 열고 나는 준비했던 뜨거운 물을 넣었다.

“형은 오늘 어때요? 맨날 작업실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나? 엄청 좋지. 멤버들이랑 있어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해.”

컵라면이 준비됐다고 소리치자 계곡에서 놀던 멤버들이 뛰어왔다. 주이든이 컵라면을 보면서 배를 문질렀다.

“역시 계곡에선 컵라면이지.”

맞다. 물놀이가 끝나고 먹는 라면이 제일 맛있다. 내가 컵라면을 배분하자 주이든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다 먹고 또 놀아도 되지?”

컵라면을 먹으면 못 놀 것 같아서 그러는 건가.

“우리 튜브도 샀잖아요. 당연히 더 놀아도 되죠.”

“그치?!”

튜브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면서 주이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단숨에 컵라면을 먹은 주이든은 눈을 반짝였다.

“튜브에 바람 넣어야 하잖아. 누가 할래?”

“가위바위보로 정하면 되지.”

가위바위보로 정하자는 화목현의 의견에 우리는 바로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그때였다.

“하나, 둘, 셋! 주먹!”

이정진이 외쳤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냈고, 멤버들은 보자기를 냈다.

“…아.”

나 지금 뭐 해? 내 손으로 직접 가혹한 튜브 펌프형을 가하게 되었다. 주이든은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튜브가 들어 있는 가방을 나한테 건네주었다.

“자!”

얄밉다.

‘이 많은 양을 어떻게 하지?’

주이든이 준 가방 안을 들여다보니 튜브가 무슨 종류별로 다섯 개는 족히 넘었다. 그나마 펌프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걸 다 입으로 불면 내 입술은 이미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막내야, 내가 먹은 거 정리할게.”

“감사해요, 형.”

“뭘.”

그렇게 튜브에 펌프를 꽂고 바람을 불어 넣자 화목현이 다가왔다.

“나비야, 튜브는?”

“하나는 완성이에요.”

“어떤 거?”

투명 하트 반짝이 튜브를 건네주자 화목현은 고맙다는 듯이 엄지를 들었다.

“나비가 펌프질을 잘하네.”

“…칭찬이죠?”

“당연히 칭찬이지.”

그렇게 1시간 동안 펌프질을 하자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몸에 여러 개의 튜브를 끼고는 멤버들한테 던진 뒤에 따가운 햇빛을 피해 선글라스를 장착했다.

‘이제 계곡에 들어가도 되겠지.’

일단 거대한 가지 해먹 튜브를 들고 계곡으로 향했다.

“막내 온다.”

그리고 계곡에서 수영하며 놀고 있는 멤버들을 향해서 가지 해먹 튜브를 던졌다. 그다음에는 조심스럽게 선크림을 얼굴과 몸에 발랐다. 하얗게 뜬 선크림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선크림은 이렇게 발라야지.’

마무리로 검은색 모자를 쓰고, 계곡에 들어가기 전에 차가운 물을 가슴 쪽에 적셨는데.

악어 떼처럼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왔다.

“범나비!”

“우리 막내~”

나한테 접근한 악어 떼는 바로 주이든과 정요셉. 묘한 불길함을 느낀 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우리 막내도 한번 빠져야지~!”

정요셉의 손이 내 팔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내가 그대로 계곡에 빠지자 정요셉이 나를 끌어안고 구해주었다.

“…형들.”

한껏 멋을 부리며 장착했던 선글라스가 삐뚤어졌다. 검은색 모자는 이미 저 멀리, 계곡이 흐르는 방향대로 떠내려가고 있었고… 나는 멀어져 가는 모자를 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우리 막내, 울어?”

울긴. 나는 내 상태를 확인하려고 다가오는 정요셉을 향해 물을 튀겼다.

“…지금!”

내가 물을 튀기는 바람에 정요셉과 뒤에 서 있던 주이든이 눈을 뜰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을 확인하고 나는 도망치듯 계곡 안으로 몸을 담갔다.

‘내 승리.’

그런데 그때… 내 아래에서 거대한 파도가 일렁거렸다.

“요놈, 잡았다.”

정요셉과 주이든이 내 발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덕분에 계곡물이 눈과 코에 들어가서 시원한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얘들아.”

점점 거세지는 행동에 유유자적하게 가지 해먹 튜브를 타고 있던 화목현이 우리를 말렸다.

“그러면 안 되지. 사이좋게 지내야지.”

사이좋게? 이미 물싸움의 광기가 너무나도 커져 버린 지금?

“정요셉, 범나비.”

그때 주이든이 조용히 말했다.

“가자.”

원래 싸울 때 말리는 사람이 더 맞는 법. 그래서인지 주이든은 신선놀음하는 화목현을 향해 눈짓을 했다. 나랑 정요셉은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싸움의 타깃을 바꿨다.

“목현 형!”

우리가 서서히 접근하자 화목현은 기겁하면서 손바닥을 내밀며 우리를 막았다.

“…얘들아, 여긴 계곡이야. 행동을 조심하고.”

그러자 주이든이 씩 웃었다.

“귀가 막혀서 그런가? 우리 형 목소리가 안 들리네?”

이미 눈이 뒤집힌 주이든은 귀에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요셉은 목현 형을 붙잡고 있어. 그리고 범나비!”

“네?”

“저 튜브 뒤집자! 나는 뒤를 잡을 테니까 너는 앞을 잡아!”

우리가 서서히 접근하자 화목현은 앉은 자세로 방어했다. 하지만 3 대 1은 무리였는지 가지 해먹 튜브는 뒤집혔고, 화목현은 계곡에 빠졌다.

“와하!”

나랑 주이든이 손을 잡으며 환희에 찬 소리를 지르자 화목현은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화보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나랑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주이든은 짜증 난다는 듯이 인상을 팍 썼다.

“죄책감은커녕 짜증이 난다.”

“그렇죠?”

“무슨 화보 찍어?”

그사이 이정진은 눈치를 채고 재빨리 저 위로 도망가 버렸다. 그 모습이 괘씸했는지 정요셉은 위로 올라가 이정진을 잡으려고 했다.

“정진 형! 어디 가~”

“요셉아, 오지 마!”

“내가 사랑하는 정진 형!”

그 모습을 보고서 화목현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보았다.

“우린 이제 끝내죠.”

“범나비 말에 동의.”

그렇게 물싸움이 끝나면서 이제는 자유롭게 놀려고 했는데, 화목현이 내 옷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저기, 목현 형? 저를 놔주세요.”

“어딜 가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러다가 옷 벗겨져요!”

“옷이 뭐가 벗겨져.”

이 민소매는 옛날부터 입던 거라 약하단 말이다. 이러다가 찢어지면 어떡하냐고. 화목현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그럴수록 북북,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어……?’

화목현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곧 옷을 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와 옷을 확인해 봤는데,

“와하학!”

나를 보던 주이든은 세상이 떠나가라 웃었다.

“어… 나비야, 미안.”

민소매는 너덜너덜거리는 상태로 몸에 쫙 달라붙어 있었다. 놀다가 옷 찢어진 사람이 되었다. 뒤늦게 나를 발견한 이정진과 정요셉도 내 꼴을 보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찢어진 민소매를 벗고는 바지만 입은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 화목현의 팔뚝을 잡았다.

“이든 형, 잡아줘요!”

내 외침에 주이든은 정신을 차리고 다가오더니 화목현의 상의를 벗겼다. 근데 이건 뭐…….

“맨날 보는 모습이라 지겹다.”

“그러게요?”

“신선하지 않아.”

그런데 주이든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더니 주이든은 씩 웃었다.

“네 모습이 신선하다.”

“…….”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주이든은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모습을 팬들이 좋아할까? 나는 다시 가지 매트 튜브에 올라타서 유유히 산의 풍경을 즐겼다.

‘이게 힐링이지.’

주이든과 정요셉은 돗자리 위에 드러누웠다.

“빨리 고기 먹고 싶다!”

“요셉이도!”

그런 둘을 보면서 나는 저 멀리 펜션 쪽을 쳐다보았다.

‘…저기, 이상하단 말이야.’

옆 펜션을 드나들던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카메라는 안 보였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만 움직일 뿐이었다. 계곡에 답사하러 온 건가…….

내게 사건 사고가 하도 익숙해서 이런 편견이 생긴 거겠지.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 그냥 놔두자. 내가 생각할 바가 아니다.

‘오늘은 일이 아니라 놀러 온 거니까.’

그때 저 멀리서 삼계탕 냄새가 나자 정요셉이 상체를 일으켰다.

“내일은 한방능이삼계탕 먹자~”

한약재를 넣은 삼계탕은 계곡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 화목현이 밖으로 나오더니 옷에 젖은 물기를 짜내며 말했다.

“슬슬 들어갈까?”

그렇게 서서히 노을이 지는 시점에 물놀이를 마쳤다. 일단 찢어진 민소매를 펜션 난간에 널어놨다.

“나비야, 나중에 옷 사줄게… 이렇게 파괴될 줄은 몰랐어.”

“…정말 파괴될 줄 몰랐어요?”

“미안.”

정말 몰랐던 걸까. 화목현은 군말 없이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튜브 바람을 빼줬다.

“카메라로 잘 찍고 있어?”

“…잘 찍고 있죠.”

나는 튜브 바람을 빼다가 카메라로 화목현을 찍었다.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로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우리의 추억을 팬들과도 공유하면 좋으니까. 하늘을 벗 삼아 카메라에 화목현을 담았다.

“그건 왜 찍었어?”

“블로그에 올리려고요.”

카메라를 넣고 바람 빠진 튜브를 고이 접어 가방에 넣었다. 내일 또 쓸 수도 있으니까. 펌프까지 정리하고 일어나려는데 부엌 쪽이 어수선했다.

“없어!”

주이든의 말투에 당황이 서려 있었다.

“이든아, 무슨 일이야?”

“고기도 없고!”

방에서 튀어나온 정요셉과 이정진이 동시에 말했다.

“짐도 없어.”

짐이 없다고? 우리 짐? 나와 화목현은 뒤늦게 방에 들어가 짐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 거실 구석진 곳에 짐을 몰아넣었다. 저녁을 먹고 방을 정한다고 했으니까.

‘…설마.’

갑자기 짐이 사라질 리는 없고. 나는 한참을 서서 머리를 굴렸다. 그러고 보니 옆 펜션이 계속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설마…….

그러고 보니 또 김연호가 사라졌다.

“연호 형은 어디에 갔어요?”

“피곤하다고 2층에서 잔다고 하지 않았나.”

이정진의 말대로 2층에 올라가 방문을 다 열어보았다. 그러나 김연호는 없었다.

“어?”

그런데 김연호가 사용한 흔적이 있는 침대 위에 웬 편지 봉투가 있었다.

“형들!”

나는 1층으로 내려가 편지 봉투를 흔들었다.

“뭐야, 그게?”

일제히 나에게로 시선이 쏟아졌다. 멤버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편지 봉투를 쳐다보았다.

“한 침대에만 이불이 접혀 있고 잔 흔적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거기에 이 편지 봉투가 있었어요.”

“나비야, 열어봐.”

편지 봉투를 열어보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짐을 찾고 싶다면 펜션 뒤에 있는 폐허가 된 무당집으로 와라.

-괴도 T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