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30화 (130/235)

130. 아육대 분량을 위하여(6)

나는 깨끗한 바닥을 지그시 눌렀다.

“바닥 깨끗한데요?”

“작은 벌레라서요.”

“아하…….”

로드매니저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내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벌레가 죽었네요.”

로드매니저는 작게 기침하며 내 말에 동의했다.

“아… 벌레는 죽이긴 해야죠.”

나는 로드매니저한테 친근하게 다가갔다.

“로드매니저님, 밥은 드셨어요?”

“어, 네.”

“뭐 드셨어요?”

“편의점에서 대충 먹었어요.”

편의점에서 대충 먹었다고? 굳이?

“그럴 거면 저희랑 같이 김밥 드시지.”

“아… 뭐, 그럴 필요가 있나요. 따로 먹는 게 더 속이 편해서요.”

“왜요?”

“저는 정식 매니저도 아닌데, 제 소속 아이돌 욕 좀 하고 그래야죠.”

그렇다면 우리 욕을 하고 싶어서 따로 밥을 먹으러 갔다고 생각하면 되나?

“하긴 정식 매니저가 아니니까.”

“그렇죠. 그래도 정식 매니저가 되고 싶긴 해요.”

“…정식 매니저요?”

실소를 터트리며 나는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식 매니저?

“왜 되고 싶은데요?”

“이왕 할 거면 정식 매니저가 낫죠. 연봉도 높고, 일도 별로 없던데요.”

…그렇긴 하네. 그사이 벌써 농구 결승전이 끝났는지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우승! 에이스!”

우승은 에이스가 차지했다. 에이스 멤버들은 정요셉을 들어 올려 헹가래를 치고 있었다. 농구도 끝났으니 로드매니저에게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매니저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요.”

“이거 진짜예요?”

로드매니저가 팬들 사진을 보면서 웃고 있는 영상이었다.

“…어, 이게 뭐죠.”

팬들은 로드매니저가 팬들을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과거에 있었던 일까지 하나하나 올라왔다. 더군다나 로드매니저가 이전에 위즈 매니저였던 사실까지 올라와 있었다.

“…저는 이런 적이 없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팬분들 사진 찍어서 웃은 적 없다고요.”

웃은 적이 없다… 증거가 있는데도 이렇게 나오네. 나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로드매니저는 갑자기 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영상 하나하나를 뜯어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매니저님은 안 그랬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설마 어떤 매니저가 팬들 사진을 찍어서 웃고 그러겠어요?”

“…….”

“안 그래요?”

* * *

요셉이가 저렇게 농구를 잘했던가? 요셉은 능글맞은 성격에 언제나 멤버들이 우선이고 자신은 항상 뒤에 서 있는 포지션이었다.

파트나 분량에도 욕심이 없다. 이번에 막장 드라마의 사용법으로 인지도를 높여서 다른 드라마 촬영을 할 법한데도 아이돌 활동에 집중한다며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요셉이를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팬들은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연기를 오죽 잘해야…….’

사실 아이돌이 연기를 하면 주로 안 좋은 평가를 듣는데 요셉이는 달랐다. 그런 요셉이가 농구까지 잘하다니 이건 반칙이 아닌가.

“정요셉! 정요셉! 정요셉!”

네온들을 따라서 요셉이를 찬양했다.

“에이스의 리더 정요셉 선수! 우승 소감을 듣고 싶은데요.”

헹가래가 끝났는지 정요셉은 이서혁 옆에 서서 우승 소감을 전했다.

“네온, 봤지?”

요셉은 네온들을 보면서 씩 웃으며 팔을 휘저었다.

“우리 에이스가 이겼어~”

이게 다 팬들 덕분이라는 말을 끝으로 요셉이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직 마지막 단체 미션 달리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체력을 보충해야만 했다.

“이 글 뭐야?”

“뭔데?”

요셉이가 사라지고 쉬는 틈이 생기자 주변에서 네온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번에 새로 온 매니저가 네온들의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근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왜 웃어?’

매니저는 낄낄 웃으며 팬들 사진을 찍더니 네스트 멤버들이 다가오자 갑자기 시치미를 떼고 미소를 지웠다. 원래도 박랜서는 묘하게 이번에 새로 들어온 매니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에 있던 매니저가 좋은데.’

이번 매니저는 팬들만 보면 인상을 찌푸렸고, 팬들을 싫어하는 듯한 기분을 많이 받았다. 이런 기분을 박랜서만 느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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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이거 다른 그룹 팬이 찍은 사진이거든?

(핸드폰_확대한_사진_jpg)

네스트 매니저

팬들 찍으면서 웃고 있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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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진짜임?

-나 이 매니저 마음에 안 들어ㅠ

└ 왜?

└ 전 매니저는 우리 애들이랑 웃고 떠드는 모습 자주 보였는데 이번 매니저는 자기 할 일만 딱딱 하고 뭐랄까 애들이랑 너무 거리 둠

└ 근데 그건 어쩔 수 없잖아? 자기 할 일만 딱딱 하면 좋지 않아? 뭘 더 바라 매니저도 사람인데

└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애들이 너무 다 하는 것 같아서

└ 뭘?

└ 이번 아육대에서 ㅠㅠ 무거운 것도 네스트가 들더라 도와주는 거 하나도 없었음

└ 그런 뜻이라면 이해가 가네… 그래도 융통성 있게 도와줘야지

└ ㅇㅇ

-아 나 저 매니저 누군지 앎

└ 누구?

└ 위즈 매니저였음 그래서 위즈 팬들이 존나 싫어함 우리 개호구라고 욕하던데

└ 진심? 왜 욕함?

└ 문제 있는 매니저 들였다고 ㅇㅇ

└ 저 매니저 위즈 팬미팅 실시간 방송 진행했을 때였나? ‘시발 팬들 왜 이렇게 많아’라고 해서 실방 갑자기 꺼졌다가 다시 켜졌잖아 유명함ㅋㅋㅋ

└ 와 미쳤다

-저 새끼 왜 저기 있냐 이제 위즈 매니저 아니라서 상관없는데 쟤 악독해 교통사고 일부러 낸 거라는 말도 있음 자기 위즈 싫어해서 그랬다고 ㅋ

└ 와 ㅋㅋ

└ 네스트 도망쳐

└ ㅠ

-네스트 어쩌냐

└ ㅠㅠ매니저 악귀 붙음

└ 하…

-네스트가 팬들한테 잘하면 뭐 함? 매니저가 다 갉아먹는데…

└ 이래서 매니저를 잘 뽑아야 함

└ 이건 AA 엔터에서 대처 잘해야 한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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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그 새로 온 매니저 네스트도 싫어하는 듯

ㅋㅋㅋㅋ완전히 거리 두네

나비 뒷덜미 잡을 때부터 알아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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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매니저한테만 그러는 거임?

└ ㅇㅇ 정식 매니저인 김연호랑 있을 때는 다름! 울 애들 김연호 껌딱지처럼 옆에 있고 그랬어ㅋㅋㅋ 뮤비 비하인드 영상 보면 나와

└ 김연호 매니저 왜 안 나오시지?ㅠㅠ

└ 무슨 문제가 있겠지…

박랜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매니저가 계속 있다면 팬들과 마찰이 생기면서 이런저런 말이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다.

‘…후.’

소속사에서 대처를 잘해줬으면 좋겠는데. AA 엔터가 일을 그렇게 잘하는 소속사는 아니라서 박랜서는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편안하게 덕질할 수는 없는 건가?

그때였다.

“네온!”

네스트가 네온 팬석 앞에 모였다. 때마침 아육대에서 런엑스런을 틀어준 것이다.

“우리 노래다~”

요셉이가 런엑스런 안무를 선보이자 멤버들도 따라서 춤을 췄다. 거기에 맞춰 네온들도 호응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일어나! 네스트!”

노래가 끝나갈 즈음 정진이가 요셉이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잔망 부리는 멤버들을 보면서 박랜서는 마음을 달랬다. 이제 아육대의 마지막인 단체 미션 달리기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멤버들이 어디선가 또 종이 가방을 가져왔다.

“이제 가져오지 마!”

진짜로 화가 난 것 같은 한 네온이 외쳤다.

“이건 영양제인데 저희만 먹기 그래서 가져왔어요.”

목현이 영양제를 건네주자 네온들이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거의 다 끝나가니까 집에 갈 때 힘내시라고 영양제를 준비했는데 별로예요?”

나긋한 목현이의 말투에 박랜서는 도리어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요셉이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거의 밤샌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우리 넹들~ 홍삼 드셔주시면 안 돼요?”

“우리가 이렇게 빌게요. 꼭 먹어줘요!”

그런 요셉이와 이든이 옆에서 나비는 눈물 훔치는 척을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먹어주면… 소원이 없겠다…….”

“막내야, 울지 마.”

“정진 형…….”

이건 거의 사기단 수준이다. 그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네온들은 홍삼을 받기로 했다. 더군다나 멤버들은 쓰레기봉투까지 철저하게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여기다가 쓰레기를 버려주시면 저희가 치우고 갈게요. 네온들, 감사해요.”

박랜서는 눈물을 머금고 홍삼을 먹었다.

‘으, 쓰다.’

이번에는 네스트가 준 쿠키로 혀를 달랠 때였다.

“이제 단체 미션 달리기만 남았습니다. 선수분들은 준비해 주세요.”

중앙으로 모이라는 스태프의 말에 한 네온이 외쳤다.

“잘하고 와!”

지금까지 봤던 활약이 있으니, 네온들은 단체 미션 달리기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건 물론 박랜서도 마찬가지.

“달리기는 진짜 못해요…….”

나비가 나서서 그렇게까지 말했지만 네온들은 믿지 않았다.

“에이, 거짓말.”

네온들의 외침에 멤버들은 당황한 듯했다.

“진짜라니까~ 우리 네온들, 우리를 안 믿으면 어떡해~!”

“진짜로! 우리 너무 믿지 마!”

요셉과 이든이 억울하다며 용을 썼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가만히 있던 정진이도 말했다.

“얘들아, 잘해!”

“파이팅!”

네온들의 응원에 멤버들이 미소를 지었다. 단체 미션 달리기를 준비하러 멤버들이 떠나고, 곧이어 MC 디아가 단체 미션 달리기 룰을 안내했다.

“마지막 순서는 아육대의 꽃! 단체 미션 달리기입니다! 투명 상자에서 종이를 뽑아 미션을 성공하고 달려야 하는데요. 각 그룹의 리더들은 앞으로 나와서 미션 종이를 뽑아 가세요.”

단체 미션 달리기는 정정당당하게 속도만으로 승부를 내는 경기가 아니었다. 각 그룹의 리더들이 미션 종이를 뽑아서 가져가자 마지막으로 목현이가 미션 종이를 가져갔다. 그런데 무엇을 고른 건지 네스트는 종이를 펼치면서 단체로 인상을 썼다. 그러더니 출발선에 그룹당 한 명의 선수가 섰는데, 네스트만 단체로 출발선에 섰다.

‘뭐지?’

MC가 시작한다며 호루라기를 부르자 이든이가 바지 주머니에서 밧줄을 꺼내 서로의 발목을 묶었다.

“…어?”

네온들도 하나같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작은 탄성을 뱉었다. 네스트는 발목을 확인하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얘들아! 하나! 둘!”

목현이는 멤버들을 통솔하면서 한 발짝씩 앞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네온들은 하늘이 떠나가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걸어가는데도 보폭이 좁아 네스트의 모습은 거북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미 다른 아이돌그룹들은 미션 달리기가 끝나서 쉬고 있었다. 네스트가 거의 반쯤 도달했을 때였다.

“악!”

이든이가 앞으로 넘어졌다. 그러나 멤버들은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목현이는 침착하게 이든이를 일으켰다.

“이든아, 다시 일어나 볼까?”

박랜서는 남 탓을 하지 않고 다 같이 열심히 앞으로 걸어가는 멤버들의 모습이 기특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돌그룹과 다른 아이돌 팬들까지 네스트를 응원하기에 이르렀다.

“네스트!”

“네스트!”

대망의 반 바퀴가 남은 시점이었다. 네스트와 친분이 있는 이남주와 이금금이 나서서 박수를 쳤다.

이미 미션 달리기 1위와 2위는 나온 상태였다. 사실상 네스트가 결승선을 밟으면 아육대는 끝난다.

그렇기에 네스트 대통합 응원전이 펼쳐졌다. ‘네스트’라는 소리가 사방에 울리고 있을 때, 네스트가 결승선을 밟았다.

“와아아악!”

정해진 꼴찌이자 주인공인,

“단체 미션 달리기 꼴찌는 네스트입니다.”

네스트였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해 준 모두에게 인사하며 멤버들은 바닥에 쓰러졌다. 이든이는 엄청 힘들었는지 바닥에 누우면서 동시에 절을 했다. 동시에 다른 멤버들도 숨을 고르며 바닥에 누운 채 감사 인사를 남겼다.

* * *

아육대 촬영이 끝난 새벽, 체육관 밖에서 기다리는 네온들과 인사를 나누려고 했는데 로드매니저가 우리를 그냥 지나쳤다.

“…저, 매니저님?”

화목현이 이상함을 느끼고 로드매니저를 불렀다. 그런데 로드매니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창문을 열더니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닌가.

‘이 새끼가 돌았나?’

담배 냄새를 극도로 싫어하는 정요셉이 기침을 하면서 로드매니저의 어깨를 두드렸다.

“매니저님~?”

그제야 로드매니저는 실수했다는 듯 죄송하다면서 담뱃불을 껐다. 그것도 밖에 꽁초를 버리면서.

“담배꽁초 밖에 버리면 안 되는데요.”

“…아, 깜빡했네요.”

저 새끼, 진짜 이상하다.

“좀 봐줘요. 제가 욕을 먹어서 그런가 정신이 없네요.”

…자기가 저지른 잘못은 인정도 안 하더니, 욕을 먹어서 저렇게 담배를 피운 거였어? 로드매니저는 창문을 올리더니 우리를 보며 말했다.

“여러분 팬들이 저를 욕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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