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22화 (122/235)

122. 매니저 교체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서둘러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려는데. 이번에 김연호를 대신해서 왔다는 임시 매니저라는 사람의 행동이 거북이처럼 느렸다.

“…어, 꼭 보러 가야 하나?”

이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옆에 앉은 화목현이 매니저를 재촉했다.

“매니저님, 빨리 가주세요.”

“…아, 예.”

이번에 온 매니저는 이름도 기억하기 싫었다. 뭔가, 나랑 상성이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했고. 어차피 1회성 매니저 아닌가.

그래도 음악 방송 1위를 했으니 방송국을 빠져나갈 때 우리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싶었다.

“여기서 잠시만 세워주세요!”

주이든이 팬들을 보고 가겠다며 차를 세워달라는 부탁을 해도 매니저는 들은 척을 하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왜 그랬냐고 하니까,

“…꼭 봐야 하나요?”

이렇게 답변했다.

딱 봐도 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매니저가 팬들을 싫어한다는 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지금도 팬들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는데, 이런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

그래도 화목현은 팬들을 보면서 손 인사를 했다.

“우리 갈게요!”

그렇게 우리는 팬들한테 인사를 한 뒤에 김연호가 있다는 병원에 도착했다. 우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를 끼고서 김연호가 있는 병실로 갔다.

냉큼 주이든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당황한 김연호가 보였다.

“…너희들, 언제 왔어?”

정요셉은 김연호한테 달려가 입술을 내밀었다.

“연호 형! 왜 말 안 했어. 섭섭해~ 섭섭해~”

“오늘 너희들 음방 1위 후보였잖아. 그래서 말 안 했어.”

“그래도 섭섭해~”

섭섭하다는 정요셉을 달래는 김연호의 손은 능숙했다. 정요셉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말은 한 귀로 흘리는 행동까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나는 김연호에게 물어보았다.

“연호 형, 어쩌다가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상대방이 음주 운전을 하다가 나를 쳤어. 그래도 차가 튼튼해서 다리에 살짝 충격만 받았어. 근데 의사 선생님이 몇 주는 쉬어야 한다고 그러더라.”

…그나마 다행이다.

“몇 주 정도요?”

“…아마 4주? 너희들 아육대 일정 끝나고 만나지 않을까 싶다.”

잠깐만, 아육대? 화목현도 그 소식을 듣지 못했는지 눈에 띄게 놀라서 눈이 커졌다.

“아육대 일정이요?”

“어, 못 들었어?”

“당연히 못 들었죠.”

아육대라는 말 자체를 듣지 못했다.

“아, 죄송합니다. 깜빡했어요.”

그때 곁에 서 있던 임시 매니저는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였다.

“어차피 내일 말해도 될 것 같아서…….”

저 뒷말만 없으면 괜찮았을 텐데. 김연호가 엄한 말투로 새로운 매니저에게 말했다.

“…그건 맞지만. 제가 미리미리 말해놓는 게 좋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 그랬죠. 뭐…….”

“다른 아이돌 매니저로 일해봤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 네. 그런데 로드매니저로 잡일을 하거나 차만 몰았습니다.”

다른 아이돌? 정요셉이 옆에서 물었다.

“오~ 어떤 분을?”

“위즈였습니다.”

“위즈 선배님~”

디아 선배님이 소속된 소속사의 위즈. 그런데 로드매니저 출신이라서 스케줄 관리 같은 걸 해본 적은 없는 듯했다.

‘…과연 맡길 수 있을지.’

화목현도 불안했는지 로드매니저에게 말했다.

“로드매니저님이 일정을 다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제가 미리 연호 형한테 스케줄을 물어볼게요.”

“…어, 네.”

“괜찮겠죠?”

“…마음대로 하세요.”

로드매니저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연호가 가방에서 스케줄을 정리해 놓은 수첩을 꺼냈다.

“…일정 말해줘도 될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2주 뒤에 아육대 시작이고. 너희들이 하고 싶은 종목이 있다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방송작가님한테 전달해야 하니까.”

드디어 아육대를 시작하는 건가. 그러자 이정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번 아육대에서도 사고가 났잖아.”

옆에서 주이든이 설명해 주었다.

“그거, 광고하는 운동화를 신어서 그래!”

“아, 그랬어?”

“어, 억지로 발에 안 맞는 운동화를 신으니까 사고가 많이 났지.”

아육대가 ‘아이돌의 지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달리기에 안 좋은 운동화를 억지로 신겨서 여러 아이돌들의 발목이 나가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서 의견을 제시했다.

“종목 중에서 달리기는 제외하죠.”

“안 돼…….”

그런데 김연호가 끼어들면서 고개를 저었다.

“달리기는 아육대의 꽃이야.”

“그건 그렇죠.”

“그런데 너희들이 달리기를 안 한다고 한다면?”

옆에서 이정진이 튀어나왔다.

“분량이 없어지겠지.”

“…….”

“그것도 많이.”

아이돌 천국인 아육대에서 분량을 뽑으려면 계속 카메라에 얼굴을 비쳐야 한다. 더군다나 아육대는 추석 때 방영할 예정이라 어른들의 얼굴에 각인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우리가 잘하면 뭐가 좋은 거지?”

정요셉이 말했다.

“네온들 부모님한테 각인될 수 있겠지~ 운동 잘하는 가수라고.”

“…그러네.”

그걸 또 그렇다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화목현이었다. 런엑스런 활동이 끝나 다음 앨범을 준비할 차례긴 했지만.

“아육대가 끝나면 자체 콘텐츠 촬영이 있을 거야.”

우리도 이제 자컨을 뽑을 차례가 왔다.

“어디로 가는데요?”

내 물음에 김연호가 씩 웃었다.

“계곡으로 갈 거야.”

계곡 간다는 말에 정요셉이 벌떡 일어났다.

“계곡~!”

계곡을 간다고? 처음으로 뽑는 자체 콘텐츠를 계곡에서 촬영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다만… 아육대에서 분량을 많이 뽑으면 계곡에 갈 거고.”

“……?”

“아육대에서 분량을 많이 못 뽑으면 찜질방에 갈 거다.”

제일 신나 있던 정요셉이 소리쳤다.

“왜요?!”

“이게 팀장님이랑 정한 사항이니까.”

“예?”

여름에 찜질방이 무슨 말이냐고.

“알았지?”

김연호의 눈동자에는 꼭 분량 많이 뽑으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 하긴 우리가 가면 김연호도 따라가야 하는구나. 아무래도 여름에 찜질방은 싫겠지.

‘나도 싫긴 한데.’

* * *

키오 시절에는 아육대에서 분량을 챙긴 적이 없었다. 그저 팬들과 같이 밥을 먹고 놀았을 뿐. 어떻게 분량을 챙기겠는가. 아육대는 참가하는 아이돌만 100명이 넘는다. 그리고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촬영이 밤 11시까지 이어진다.

‘…그냥 찜질방에 갈까.’

감정이 오락가락할 때였다. 자정이 되어가는 밤, 화목현이 멤버들을 거실로 불렀다.

“얘들아, 내가 너희들을 이 시간에 부른 이유는 말이다… 우리, 절대로 찜질방은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찜질방은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소리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 역시 찜질방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육대 분량으로 팀장님과 김연호가 합심하여 우리한테 딜을 걸었다. 분량을 많이 뽑으면 계곡에서 자체 콘텐츠를 찍기로.

‘…한 번도 멤버들과 제대로 놀러 간 적이 없으니까.’

이번에는 꼭 찜질방이 아닌 계곡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정요셉과 주이든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우리, 분량 많이 뽑아서 찜질방이 아닌 계곡에서 신나게 놀자고!”

“나는 멤버들과 제대로 논 적이 없단 말이야. 우리 막내 집에서 같이 밥 먹은 거 빼고는~”

“그러네!”

은근히 집 밖으로 나가는 걸 싫어하는 주이든이 의외로 적극적이라서 놀라웠다. 그러자 화목현이 미소를 지은 채 주이든한테 물었다.

“이든이 나가는 거 싫어하잖아.”

“목현 형! 그래도 계곡은 다르지! 계곡에서 논 다음 라면 하나 뚝딱 끓여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

“그냥 라면이 먹고 싶어서 가려는 거네.”

“아니거든! 범나비 들어오고 처음으로 놀러 가는 거잖아!”

주이든의 말에 모두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왜요?”

“우리 막내랑 처음 놀러 가네~”

정요셉이 내 팔뚝을 검지로 콕콕 찔렀다. 애써 정요셉의 행동을 무시하며 아육대 종목에 대해 생각했다.

‘내 종목은 뭘로 하지.’

이번 아육대에는 다양한 종목이 있었는데 내 눈에는 사격과 양궁이 들어왔다. 키오 시절에 배웠던 종목이라서 꽤 수월할 것이다.

‘나한테 더 잘 맞는 건 사격이긴 했지.’

그냥 사격이 아니라, 비비탄 총알로 하는 사격이라서 안전성은 보장되어 있었다.

“얘들아, 아육대에서 어떤 종목으로 나갈지 생각은 해놨어?”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주이든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나는 개인 양궁전!”

“단체전은?”

이정진이 끼어들었다.

“이번 양궁 단체전은 안 한다고 그랬잖아.”

“아, 그랬지. 정진아, 고마워.”

그러면서 화목현이 자신이 나갈 종목을 말했다.

“나는 수영하려고.”

“…우리 목현 형이?”

“지금도 수영하잖아.”

“그렇긴 하지?”

화목현은 우리 중에서 건강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새벽에 수영장에 가고는 밥을 먹은 뒤 헬스장에서 살았다. 무대 한 번 뛰면 숨이 막혀서 싫다며 체력을 증진시킨다고 헬스까지 열심히 했다.

“요셉이는?”

“요셉이는 단체 농구~”

“농구는 촬영 전에 팀 뽑는다고 하던데.”

“응, 들었어. 농구로 독보적으로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거야~!”

정요셉은 헬스를 하는 화목현과 다르게 평소에 농구를 했다. 운동도 재밌게 해야 한다나. 그래서 매주 아이돌 친구들을 모아서 농구를 했다.

“누구랑 할 거예요?”

그러자 정요셉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늘 만나던 애들이랑 하겠지.”

“그 아이돌 친구분들이요?”

“어, 이번에 멋진 형의 모습을 보여줄게.”

“…어, 예.”

그렇다면 이제 남은 사람은 나랑 이정진밖에 없겠네.

“정진 형은 뭐 할 거예요?”

“나? 모르겠어…….”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그건 아닌데 어떤 걸 할지 고민이 돼서.”

이정진도 나름 분량을 뽑아야 할 텐데. 나와 이정진이 같이 할 종목은 없을까? 잠깐만, 사격이 있지 않나?

“목현 형, 사격은 팀이죠?”

화목현이 종목을 확인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응, 사격은 팀이네.”

그렇다면… 나는 고개를 돌려 이정진을 응시했다.

“사격하죠, 정진 형.”

“…막내랑 나랑 사격?”

“예, 저랑 사격 배우러 가면 되니까.”

“…그래, 너랑 있으면 편하고.”

“편하면 안 돼요. 분량을 얻어야죠. 어떻게 해서든.”

나는 결의를 다진 채 이정진의 손을 꽉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진 형, 그렇죠?”

“…어.”

“더군다나 찜질방은 싫으니까요.”

계곡으로 놀러 가야 자체 콘텐츠에 청량감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하나 더, 이정진과 상의했던 곡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정진 형이 말한 그 곡 있잖아요.”

“…어?”

“러브 오버요.”

“지금 애들한테 발표하려는 거야?”

“네, 말하려고요.”

지금이 딱 말할 타이밍이다. 지난번에 이정진은 ‘짝사랑’이라는 주제로 만든 노래가 있다며 내게 들려줬다. 물론 이정진의 짝사랑이 아닌, 팬들의 사랑을 짝사랑으로 표현한 곡이었다.

듣자마자 알았다. 이건 되는 곡이라는 사실을. 곡이 너무 좋아서 팬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노래를 낼 구실이 필요한데.

“우리 막내, 눈동자 굴린다.”

정요셉이 검지로 내 눈을 가리키자 내가 말했다.

“러브 오버를 지금 내는 건 애매하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주이든이 질문했다.

“디지털 싱글로 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디지털 싱글이면 괜찮겠네.”

러브 오버는 경쟁력 있는 노래가 아니기에 내봤자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러브 오버를 내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팬들에게 줄 깜짝 선물 같은 느낌으로 내고 싶거든요.”

이래야 멤버들이 아육대 분량에 신경을 쓰지.

“팬들한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기도 하고.”

“…진짜로?”

“그런데 이 노래를 내려면.”

나는 이정진의 눈을 마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육대 분량을 챙겨야죠.”

“…맞아. 그렇지.”

특히나 분량 욕심이 없는 이정진을 설득하기 딱 좋았다. 나는 이정진의 손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

“정진 형은 운동 신경이 좋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어……?”

“우리 잘해봐요.”

“…그래, 잘해보자.”

이정진까지 설득하자 화목현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이렇게 낸다? 단체전은 단체 달리기밖에 없고.”

종목을 모두 다 정리하고 회의를 파하려고 하는데 여전히 시스템이 잔잔해서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스템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아이돌 노트가 재점검에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시스템이 없을 때 열심히 일하자.

“팬들 몇 명이나 오는지 알아요?”

“…어, 한번 물어볼게.”

아마 새벽에 들어와서 응원하는 팬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전날에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팬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분들과 우리는 같이 뛰는 거다.

“맞네! 팬들도 온다!”

주이든이 신난 참새처럼 상체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네. 팬들도 오니까… 뭘 준비하면 좋을까.”

“제일 중요한 방석부터 준비하죠.”

“오, 방석 중요하지.”

“방석은 인터넷에 주문하면 되니까요.”

우리는 바닥에 누워 있을 수 있지만, 팬들은 바닥에 누울 수도 없고 가만히 앉아서 지켜봐야만 한다. 그러다가 척추 수술 비용 1700만 원을 청구받을 수도 있었다.

‘그건 큰일이지…….’

팬들의 허리를 보호하자. 그래서 우리는 각자 할 일을 정했다.

“나는 팬들을 위해서 식당 예약을 준비할게.”

화목현은 식당을.

“난 포토 카드랑 아침을 준비할게~”

정요셉은 아육대에 오는 팬들에게 줄 포토 카드랑 아침을.

“나는 방석! 우리 엄마 친구분께서 판매하고 계시거든. 내가 준비할 수 있어.”

주이든은 방석을.

“나는 디저트.”

이정진은 디저트를.

“그럼 저는 음료수로 할게요.”

“우리 막내, 나는 바닐라라떼 좋아하는데.”

“네, 네온들한테 물어볼게요.”

“사준다고? 알았어.”

나는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음료수를 준비할 계획이다. 그때 주이든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소파에 얼굴을 대고 말했다.

“마침 잘됐다. 우리 정산 들어왔잖아. 각자 천만 원씩 확 내버려?”

멤버들은 주이든의 외침을 무시했다.

“이제 회의 끝!”

화목현이 급발진하는 주이든을 말리면서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 * *

다음 날, AA 엔터 회의실.

전날 정했던 내용을 팀장님한테 전달하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로드매니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