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15화 (115/235)

115. 살아남아라 제작발표회

내가 왜 사라져?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건가 했더니.

“계속 뭔가가 이상하지 않았어요?”

이상하지 않냐고?

“어떤 걸 말하는 거예요?”

“…시스템창이 말썽이라든가.”

“시스템창은 말썽이긴 했어요.”

그러자 이남주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

“시스템이 어떻게 이상했는데요?”

“사소하게 가방 속 물건이 놓인 위치가 달라진다거나… 그럴 때마다 시스템창이 나타났거든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시스템이 별다른 문제를 주거나 그러진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게 왜요?”

“그거, 회귀자 때문이거든요.”

회귀자?

“회귀자라면 누구를 말하는 거죠.”

“당신이요.”

“네?”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 헛웃음이 절로 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저도 시스템에게 받은 힌트는 그게 다예요.”

“잠깐만… 걔가 원하는 게 뭔데 내 주변을 돌아다녀요?”

도통 무슨 말인지 내가 알 수가 있나.

“회귀자의 영혼이 당신의 몸에 들어가길 바라는 모양이에요.”

“…잠깐만, 내 몸?”

“…네.”

“왜 그러는 건데요?”

“그건 저도 잘. 시스템이 여기까지만 보여줘서.”

그러니까 이남주의 말을 곱씹어보면… 그 영혼이 바라는 것은 내 몸이고. 거기다가 그 영혼이 아이돌 노트란 말인데.

‘걔가 뭘 보여주고 싶어서?’

갑자기 내 몸을 탐하는 건가. 나는 가자미눈을 하고는 이남주에게 물었다.

“그러면 당신의 몸은 어떻게 돼요?”

“딱히 저한테 문제가 되는 건 없어요.”

하긴, 이남주에게 문제 될 일은 없겠지. 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내 영혼이 바뀌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그건 잘.”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도 모르는 거죠?”

“네… 아쉽게도.”

어쨌든 큰 걱정은 없다. 나라면 이상한 짓은 안 할 테니까.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얼굴로 안 울었으면 좋겠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고맙죠?”

…고맙긴 하지? 내가 의문 띤 눈빛으로 쳐다보자 이남주가 갑자기 으스댔다.

“바라는 게 하나 있긴 해요.”

“뭘 바라는데요?”

“큰 건 안 바라고.”

큰 건 안 바란다면?

“범나비 포토 카드.”

…뭐라고?

“…어떤 카드요?”

“플라워 앨범 디지털 포토 카드랑 런엑스런 앨범 포토 카드요.”

“그걸 왜 갖고 싶다는 거예요?”

도대체 이 녀석의 머리엔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거야?

“…그냥, 팬들한테 우리 둘 친하다고 말하고 싶거든요.”

“아, 친하다고?”

“팬들이 믿지를 않아서.”

하긴 돌연프 이후로 잘 만나지도 않고 SNS에 올리지도 않으니까. 접점이 없으니 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겠지.

“근데 플라워 앨범 디지털 포토 카드는 구하기 힘들 텐데요?”

“알아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아요.”

“최근에 브이로그 촬영할 때 플라워 앨범 사러 갔는데 품절 떴더라고요.”

이 녀석의 정체는 뭘까.

“…혹시 자컨?”

크래프트가 자체 콘텐츠를 자주 촬영하긴 했다. 이틀에 하나씩 너튜브 계정에 영상이 올라왔으니까.

“네, 자컨이요.”

“그걸 찍었어요?”

“크래프트 멤버가 네스트 앨범을 사러 갔다고 하면 조회수가 폭발할 것 같아서.”

얘도 나처럼 만만치 않다. 그러니까, 내가 준 앨범으로 자체 콘텐츠를 찍으려고?

‘너도 참 대단하다.’

크래프트도 인기가 상당할 텐데. 네가 이러니까 같은 남자 아이돌로서 살아남기가 어렵잖아.

“설마 내가 준 앨범으로 어그로 끌 작전은 아니죠?”

“맞아요.”

“…와.”

이 녀석과 대결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야겠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이남주의 자체 콘텐츠를 한번 살펴봐야겠다.

“빨리 가죠?”

“네. 가요, 가.”

***

제작발표회는 PD의 프로그램 소개부터 시작되었다.

“살아남아라는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생존 버라이어티 예능입니다. 3일 후! 10시 15분에 1화가 방영되니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

PD가 마이크를 내려놓는 순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서혁 씨는 살아남아라 촬영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가요?”

“…배신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스쳐 지나가네요.”

“배신이요?”

“원래 제가 배신이라는 단어를 싫어하지 않았거든요?”

“네?”

“그런데 이 예능을 촬영하면서 배신이라는 단어가 싫어졌습니다.”

그럴 만도 했다. 이서혁의 능글맞은 반응에 참가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디아 씨는 어떻게 살아남아라에 출연하게 되었나요?”

“아, 제가 생존 예능을 좋아해서 컴백 겸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디아 씨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처음 선보이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이 약간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들지만요.”

“어떤 모습을 싫어할 거라는 말인가요?”

“그건 스포라 말할 수 없습니다!”

PD도 맞는 말이라면서 엄지를 들었다. 그 장면이 베스트로 잡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만큼 임팩트가 있었지.

“박정후 씨는 RT 엔터에서 나온 후 처음 출연한 예능이잖아요.”

“네.”

“왜 살아남아라를 선택하셨나요?”

“생존 예능에서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 새로운 모습을 3일 후에 볼 수 있는 건가요?”

“네, 그런데 걱정스러운 모습도 있어서 팬들에게 조금 미안할 뿐입니다.”

나도 궁금하네. 그 걱정스러운 모습. 그리고 다음 기자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누군가 했더니,

“이야~ 크래프트 이남주 씨가 나와서 그런가 화제성이 대단하네요?”

플라워 쇼케이스에서 이정진에게 학폭 관련한 질문을 했던 기자였다.

“제 화제성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러면 누구의 화제성이라고 생각하실까요?”

“이 예능을 만든 PD님과 더불어 살아남아라에 출연해 주신 동료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남주는 잘 빠져나가네. 그렇게 질문이 끝난 줄 알았는데, 기자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서 구석에 앉은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혹시 범나비 씨는 살아남아라 촬영 때 여성 출연자를 보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요?”

“좋아하는 마음이요?”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지? 생존 예능에서 그딴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런 거 있잖아요. 친해지고 싶다는?”

기자가 왜 유도를 하는 건지 너무나도 티가 나서 나는 기자의 질문에 흥미를 잃었다. 재밌는 질문이었다면 장단이라도 맞춰줄 수 있었을 텐데.

‘뭐… 그래도 조금은 맞춰줄까.’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박정후를 쳐다보았다.

“아, 친해지고 싶은 참가자는 없었지만 촬영하면서 친해진 사람은 있습니다.”

“누구죠?”

“정후 형이요.”

그러자 박정후의 콧구멍이 커졌다.

“…나?”

“네.”

돌연프의 악연이 있는 관계라서 이런 발언을 하면 화제성이 높아질 것이다. 돌연프에서 박정후한테 당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는 아니까.

“박정후 씨랑 관계가 안 좋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건 소문일 뿐이죠.”

나는 싱긋 웃으면서 박정후를 똑바로 직시했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서는 연습생과 연습생 관계라서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이번에 알게 됐는데, 정후 형은 정말 괜찮은 형이에요. 나중에 또 예능을 같이 촬영해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내가 보기에 살아남아라 PD는 다음에도 박정후를 데리고 예능을 촬영할 것 같았다. 저렇게 욕먹는 캐릭터는 쉽게 찾기 어려우니까. 거기다가 박정후는 멘탈도 좋으니 탱커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질문한 기자는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지 미간에 선이 생겼다. 이번에는 다른 기자가 인터뷰를 할 줄 알았는데 그 기자는 나에게 또 질문을 했다.

“촬영하면서 여성 출연자랑 사귀고 싶다는 마음은 안 들었고요? 여성 출연자들에게 매력이 없었던 건가요?”

“제가 매력이 없다고 했나요?”

“누가 들어도 그렇게 들리는데.”

기자들도 궁금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매력이 없었던 건 저고, 살아남아라에 나오신 분들은 다 멋있고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을 보면서 존경심도 많이 들었고요.”

“…잠, 잠깐만요. 본인이 매력이 없다고 느꼈다고요?”

“네.”

“아, 예…….”

잘 빠져나갔다.

“다음 질문이 있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다른 기자분들도 있어서.”

MC의 중재에 기자는 입맛을 다시며 의자에 앉았다.

“서고운 씨는 살아남아라 촬영이 끝나고 힘들었다면서요? 왜 힘들었나요?”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더라고요. 여전히 무인도에 있는 것 같고.”

“그만큼 힘들었다는 건가요?”

“네, 머리도 쓰고 몸도 쓰고 그래서… 어떤 예능보다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방송이 나간 뒤에 무슨 욕을 들을지 걱정도 되고요.”

“무슨 욕을 들을 것 같습니까?”

“음, 버스를 탔다고?”

그러면서 서고운은 PD한테 편집 잘해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솔직히 생존 예능은 도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예능인 데다 편집을 못하면 욕먹기도 쉬우니까.

그래도 힘들었던 만큼 살아남아라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되길 빌고 싶은데.’

그렇게 다른 참가자들의 인터뷰까지 끝이 났다.

“이상으로 살아남아라 제작발표회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개인 잡지 화보를 찍고 돌아오는 날이라 조금 몸이 피로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스케줄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피곤해.’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쉽게 피로해졌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자마자 이정진이 맞이해 주었다.

“막내야, 어서 와. 많이 피곤했어?”

“정진 형… 피곤하진 않고.”

“…피곤하진 않고?”

“머리가 아파요.”

나는 이정진의 옆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러자 주이든이 부엌에서 팝콘을 들고 나타났다. 거기다가 팬분이 준 참새가 그려진 잔에 얼음과 콜라까지.

“이든 형, 그 팝콘은 뭐예요?”

그러자 주이든이 씩 웃었다.

“오늘 살아남아라 봐야지.”

“안무 연습하러 안 가고요?”

“이거 보고 갈 건데!”

…오늘은 살아남아라 1화를 안 보려고 했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진짜 우리한테 스포 안 해줄 거야?”

“저는 스포 안 해줄 거예요.”

“어차피! 해달라고 안 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 기대하고 있는 표정인데요?”

그런 사람이 눈빛은 초롱초롱하다. 주이든과 같이 살면서 느낀 거지만, 주이든은 뭔가를 원할 때마다 눈을 깜빡이고는 했다.

“…진짜로 안 해줘?”

“그럼 방송 보는 재미가 없잖아요.”

“나는 영화나 드라마 볼 때 스포 일부러 보는 편인데.”

나는 끝까지 스포 안 해준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주이든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팝콘을 왕창 먹더니 나에게 외쳤다.

“이 나쁜 막내!”

“그래요. 저는 나쁜 막내예요.”

화목현은 샤워를 하고 나오더니 주이든의 입을 잡고 늘어졌다. 그런 나쁜 말은 하면 안 된다면서.

“이든아, 자꾸 나쁜 말 하면 습관 된다.”

“흥.”

화목현의 중재에 주이든은 입술을 삐죽였다. 나는 소파 구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핸드폰으로 살아남아라 제작발표회 반응을 확인했다.

-생존 버라이어티? 이거 재밌을 수가 있음?

└ 당연 개노잼 ㅋ

└ ㅇㅈ

└ 아이돌들이 생존 예능을 한다고? 오 좆노잼이겠네ㅎ

-원래 생존 예능이 호불호 확실하게 갈리잖아 그런데 그걸 한다? 볼 사람만 볼 듯

└ 22

└ 33 아이돌 팬덤만 볼 것 같아서 짜증 나 이런 건 욕 좀 하면서 봐야 하는데 아이돌 팬덤 눈치 볼 거 생각하니까 빡침

└ 44 아이돌 팬덤 때문에 못 보겠다~

-아니 아이돌만 도대체 몇 명임?

└ 박정후는 아이돌 아님 앞으로 예능으로 갈 것 같아

└ 그래도 많잖아

└ 아이돌만 있냐고 배우도 있잖아?

└ 개좆노잼;

-시대를 읽어라 생존형 예능이 재밌음?

└ 재밌어 보이는데? 연예인 굴리는 예능 오랜만이잖아

-벌써 보인다 곧 싸움판 나겠네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ㅇㅈ

└ 아이돌 팬덤 VS 시청자 ㄹㅇ

-제발 싸우지 말자 오늘 방송하는 날이잖아. 1화 보고 판단하면 안 됨?

└ 응 절대 안 하죠

└ ㅅㅂ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화 예고편 보니까 재밌어 보이던데 ㅠㅠ

└ 역시 나는 마이너 감성인가 봐

└ ㅠㅠㅠㅠㅠ 이런 예능 많이 나와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네. 하지만 이런 반응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화제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걱정이네.’

반응을 확인하고 고개를 드는데 이정진이 내 팔뚝을 잡았다.

“막내야, 그런데 아까 왜 멍하니 냉장고 앞에 있었어?”

“…제가요?”

“어, 물 마실 거냐고 물어봤는데 아무 말도 없이 나만 쳐다보길래. 어디 아픈가 했지.”

이정진은 걱정이 되는지 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열은 없는데.”

“어디 아프면 형한테 말할게요.”

“그래, 나는 룸메잖아.”

룸메라는 말에 웃은 것도 잠시.

“어, 살아남아라 시작한다! 빨리 와!”

멤버들이 거실로 서서히 모여들 때, 거울에서 스치듯이 ‘나’를 본 것 같았다.

‘나만 본 건가…….’

아니겠지.

‘설마 이남주가 말했던 그 영혼인가.’

혹시나 싶어서 다시 거울을 봤으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범나비!”

“네?”

“TV에 집중해야지.”

“네…….”

나는 의심을 거두고 TV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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