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14화 (114/235)

114. 라이브 방송

“자, 우리 넷째 이든이를 공개해 볼까요?”

화목현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나무젓가락을 가져와 MC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이정진도 손바닥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BGM를 자처했다.

나는 가방 안에 있는 초콜릿을 꺼냈다.

“3초가 지났으니 우리의 이든이를 공개합니다!”

주이든의 앞을 막고 있던 정요셉이 팔을 내렸고, 카메라에 주이든이 등장했다.

“제가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씻고 왔어요. 네온들, 기다렸죠!”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이든이 귀엽네 귀여워

-하는 짓 귀엽고 웃겨서 할 말이 없다

-성인 남성들이 이렇게 귀여워도 될 일?

그리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지고 있던 초콜릿을 주이든한테 건네주었다.

“상이에요.”

“…그래, 고맙다?”

“고맙긴요, 뭘.”

그렇게 주이든한테 초콜릿을 건네주고 가방을 품에 안았다.

-왜 그래? 뭐 들어 있는데?

-나비야 귀엽게 가방 그렇게 품에 안을래?

-아 ** ㄱㅇㅇ

-빨리 열어줘 뭔데?

나는 팬들을 보면서 말했다.

“자랑이라고 욕하면 안 돼요.”

-도대체 뭐길래?

-뭐야?

-?

멤버들도 뭐길래 그렇게 뜸을 들이냐고 물었다.

“자랑하려는 건 이건데.”

요새 계속 가지고 다니는 포토 앨범을 꺼내려는 찰나였다. 또 가방 속 물건이 놓인 위치가 달랐다.

【DANGER】

불길한 붉은색 시스템창도 나타났으니까.

‘…뭘까.’

이건 나중에 시스템이 나서서 처리할 문제고. 아무튼 포토 앨범을 가방에서 꺼내 카메라에 들이대자 댓글창이 폭발했다.

-헐

-뭐야

-포토 앨범?

-** ** *** 와

-그게 뭐야?

-누가 줬어?

나는 멤버들을 보면서 말했다.

“형들이 생일 선물로 줬어요.”

-헐?

-진짜 생일 선물?

-와!

-그래서 그게 뭔데?

“포토 앨범이에요.”

내가 씩 웃으며 소중하다는 듯 포토 앨범을 끌어안으니 멤버들에게서 웃음이 터졌다.

“나비야, 그게 그렇게 소중해?”

“…이런 선물을 받은 건 처음이라서요.”

“다음에도 사진 찍어줄게.”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막내가 이렇게 우리를 아낀다니까요?”

“…그건.”

“왜, 아니라고?”

정요셉이 집요하게 묻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하다고요.”

…아니라고 반박하면 혼날 테니 가만히 있어야지.

-나비야? 조금? 부럽다?

-진짜 웃는 나비 귀하다

-사진 나도 줘ㅠㅠㅠㅠㅠ

-나비야 자랑하는 거지 솔직히 말해

-멤버들끼리 끈끈하네ㅋㅋㅋㅋㅋ

역시 팬들의 촉은 대단했다.

“자랑 맞긴 해요.”

포토 앨범은 나의 자랑이었다.

‘누가 이런 생일 선물을 받아보겠나.’

돈이나 비싼 선물을 받는 것도 좋긴 하지만 이런 선물은 하나하나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하니까. 나는 포토 앨범을 펼쳐 사진 한 장 한 장을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사진 예쁘죠?”

“막내야, 이 앨범에 막내밖에 없는데?”

“그래서 예쁘냐고 물어본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랑질을 저렇게 해맑게 해도 돼? 응 되지…

-진짜 나비 성격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정진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막내한테 생일 선물을 주는 게 처음이라서 어떤 걸 줄까 싶었는데, 도통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맞아.”

옆에서 화목현이 동조했다.

-오~

-그래서 사진을?

-나비야 사진 더 보고 싶다

나는 여전히 팬들에게 포토 앨범을 보여주는 동안 화목현은 말을 이었다.

“저희가 돌연프 촬영하면서 틈만 나면 사진을 찍었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선물하기로 했죠. 좋은 추억도 남겨줄 겸.”

“그래서 좋은 추억이 됐을까, 막내야?”

이정진의 물음에 나는 포토 앨범을 만지작거렸다.

“정말 좋은 추억이 됐어요.”

“진짜?”

“형들의 추억을 저한테 준 거나 다름이 없어서 이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내가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때 이렇게 행복했던 순간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자랑을 했으니 이번에는 팬들에게 나눠줘야지. 어떤 식으로?

“포토 앨범에서 베스트 컷을 뽑아 팬들한테 나눠 드리려고요.”

사진을 인화하는 건 쉬우니까.

-…나비가 자랑하려고 말한 줄 알았는데!

-우리한테 나눠준다고?

-그래도 될까…

-그걸 왜 줘! 안 줘도 되는데?

-나는 줬으면 좋겠어

“…제 추억을 팬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서요.”

이 말에 안 된다고 했던 팬들도.

-…그런 거라면

-언제 줄 거야?

“사진은 팬 싸인회나 음방에서 드리려고요.”

자랑도 평소에 베풀고 다녀야 할 수 있는 법이다.

“제가 추진했어요.”

내가 말하긴 했으나 이걸 추진한 사람은 주이든이었다. 주이든은 하나 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며 핸드폰을 꺼냈다.

“뮤비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도 있어요! 범나비, 보여주자.”

“네.”

멤버들과 연습실에서 찍은 사진, 동네에 있는 놀이터에서 몰래 그네를 타면서 찍은 사진. 사진들을 보여주자 채팅창에는 오열이 가득해졌다.

-팬 싸인회나 사녹 팬미팅 못 들어가면?ㅠㅠ

-팬싸 들어가기 힘들단 말이야

-이제 백 장 사도 못 들어갈걸?

이럴 줄 알고.

“네스트 오피셜 SNS 계정에도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헐?

-진짜로?

“그리고 미공개 사진도 올릴게요. 제가 찍은 형들 사진도 올릴 예정이에요.”

사진을 못 받는 팬들의 마음이 섭섭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와ㅠㅠㅠㅠ

-우리가 그걸 받아도 돼?

-미친…

-너무 좋다…

-아니 나 왜 눈물이?

이제 두 번째 미니 앨범인 런엑스런 앨범 홍보를 하고 싶은데. 나는 화목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목현 형, 앨범 홍보는 언제 해요?”

“아, 그래.”

멤버들이 팬들과 놀고 있을 때였다.

“이제 런엑스런 홍보를 할 건데요.”

-그래요. 한번 해볼까요?

-목현이 말투 선생님 같아

-선생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말씀 들어보자

팬들은 작정하고 홍보를 들어줄 셈이었다.

“런엑스런 앨범에는 거친 세상을 이겨내자는 힘찬 포부를 담았습니다. 신나는 멜로디에 감성적인 가사를 접목해 봤습니다.”

저걸 언제 다 준비했대?

-이번에 목현이 홍보대사로 나왔니?ㅋㅋㅋㅋ

-줄줄이 잘 말한다

-막힘없다~ 역시 리더~

“그래서 네온에게 몇 가지 질문을 받아보려고 하는데요. 채팅창에 재밌는 질문을 올려주세요!”

그러자 패드로 Q 라이브 방송을 확인하고 있던 정요셉이 팬들의 닉네임과 함께 질문을 읽었다.

“임드림네온 님, 플라워병은 어떻게 생기게 된 건가요?”

“플라워병은 지구온난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는 장치입니다. 이름은 예쁘지만 사악하기 그지없는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바이러스라는 표현에 채팅창이 질문으로 도배가 됐다.

“정요셉좋아네온 님, 런엑스런 티저에서 나비는 실험체인가요?”

내가 김연호를 보며 눈짓했다. ‘괜찮다’라는 입모양을 보고 나서야 나는 질문에 답변했다.

“저는 네온들이 생각한 실험체가 맞습니다. 바이러스를 만들기 전에 인간으로 실험을 했거든요. 한마디로 저는 플라워병에 면역이 되어 있는 실험체죠.”

“그래서 도망친 거냐고 묻는데?”

정확히 맞았다.

“저는 더 이상 플라워병의 실험체가 되기 싫어서 도망쳤어요.”

“익명네온 님, 나비는 능력을 쓸 수 있나요?”

“그건 다음 티저를 확인해 주세요.”

-아! 더 알려줘!

그때 주이든이 끼어들었다.

“런엑스런 앨범 맨 뒤 페이지를 펼치면 플라워 세계관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을 거예요. 제가 넣어보자고 제안을 했거든요.”

그러자 이정진이 내 어깨를 툭 쳤다.

“막내야, 다음 세계관은 너랑 나만 알지?”

“…어, 네.”

갑자기 이걸 왜 말하지? 내가 물어보려는 찰나 이정진의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이러면 네온들이 궁금해할 거야.”

“아~”

팬들을 놀리고 싶었군.

-정진아?

-우리 네스트 라이브 자랑만 하다가 끝나겠는데?

-사이 좋아 보여서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이정진 ** 웃겨

-정진이 가만히 있다가 말하는 거 진짜 웃기다

팬들과 웃고 떠드는데, 이정진이 말하고 싶은 게 있는지 주먹을 펴다가 바닥에 물을 흘렸다.

‘주변에 휴지가 없나.’

이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시만요. 제가 휴지 좀 가져올게요.”

“정진 형, 제가!”

“아니야. 내가 가져올게.”

휴지를 가지러 연습실을 벗어난 이정진을 보면서 슬슬 라이브 방송을 끝낼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목현이 이상한 멘트를 던졌다.

“저희가 바빠서 나비 생일 라이브 방송을 못 했잖아요.”

그러자 연습실 불이 꺼졌고, 나갔던 이정진이 생일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뭐지?’

덩달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나비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어서 연호 형한테 케이크를 사달라고 부탁했어요.”

…잠깐만. 설마 라이브 방송도 계획적이었던 건가. 나는 화목현의 계획에 놀랐고, 생일 케이크에 한 번 더 놀랐다.

“막내야, 소원 빌어야지.”

이정진이 들고 있는 케이크를 보면서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전혀 눈치를 못 챘는데.’

멤버들의 낌새도 수상하지 않았고.

“오늘 연호 형 바빴다면서요?”

“그래도 케이크 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허…….”

어이를 상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정요셉을 보면서 물었다.

“요셉 형, 어떤 소원을 빌까요.”

“…음, 요셉 형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아하.”

나는 보라색 케이크를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나한테는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멤버들은 괜찮길 바랍니다.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까 부디.’

소원을 빌고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멤버들과 김연호가 박수를 쳐줬고, 나는 눈을 뜬 채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우리 나비 생일 축하해

-영원히 네스트의 막내로 남아주길

-우리 막내 사랑해!

-영원하자 범나비

쉼 없이 올라오는 생일 축하 채팅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요셉은 짓궂은 표정을 짓더니 손가락을 케이크에 푹 꽂고는 내 코에 크림을 발랐다.

“…응?”

“생일 축하한다, 우리 막내!”

정요셉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손가락에 크림을 묻히고는 하나둘씩 다가왔다.

“…형들, 안 돼요. 싫어요.”

나는 손바닥을 펴 보이며 거절했다.

“곧 안무 연습해야죠.”

“씻고 오면 되지!”

“아무리 그래도 이든 형은 약간 결벽증이 있어서…….”

“이럴 땐 딱히 없어.”

“아니, 왜 이럴 땐 없어요……!”

그러자 주이든은 반대쪽 손가락에도 크림을 묻혔다. 아니, 진짜. 양손 권법은 아니지!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나는 팬들한테 일렀다.

“아니, 네온들! 형들 좀 봐요……!”

다가오는 멤버들을 피해 발버둥을 치는데, 정요셉이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내 이마에 크림을 발랐다. 그러고는 바닥에 드러누워 크게 웃었다.

“아하학!”

세상이 무너진 기분에 몸이 굳어버렸다. 내 뜻과는 별개로 멤버들의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다.

“…허.”

거울을 보니 내 얼굴은 하얀색 크림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망연자실한 내 표정에 화목현이 웃었다.

“풉.”

정요셉과 주이든은 이미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이정진은 침착하게 웃으면서 패드를 가져와 나한테 팬들의 반응을 확인시켜 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비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내 걱정을 안 하네? 오늘은 내 편이 한 명도 없구나. 나는 팬들을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네온들! 걱정해 줘요!”

-크림이 몸에 좋대

-나비야 걱정 마 몸에 해롭지 않아

…아니.

“어이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요셉이가 나비 괴롭히는지 알겠다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이브 방송 이렇게 재밌어도 돼?

-나 이거 돈 주고 봐야 할 것 같아

무슨 돈까지. 나는 김연호가 건네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이제 라이브 방송을 슬슬 끝내야 될 것 같아요.”

화목현의 말에 팬들은 아쉬운지 아우성을 쳤다.

-왜!!!!

-더 해줘!!!!!

-ㅠㅠㅠㅠ라이브 방송 더 해달라

그러자 화목현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우리 막내 내일 살아남아라 제작발표회 간대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정요셉이 내 어깨를 잡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맞아요. 우리 막내 제작발표회 때문에 일찍 숙소 가야 하거든요.”

-진짜로?

-드디어 살아남아라 방송하는 거야?

-살아남아라 어땠어?

팬들의 질문에 나는 입꼬리만 슬쩍 올렸다.

“네온들 미워서 안 말해줄 거예요.”

투정이다. 날 걱정하는 팬들이 없었으니까. 그제야 팬들은 걱정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믿지 않을 거다.

“네온들, 우리 막내 무섭죠?”

-진짜 무섭다

-무서워 죽겠다

그런 난장판 속에서 화목현과 이정진은 카메라 앞에 서서 미소를 지었다.

“네온들, 네스트의 막내가 출연하는 생존 예능 살아남아라! 많이 기대해 주시고요. 놓치지 마세요!”

그리고 이정진이 말했다.

“내일 자정에 두 번째 미니 앨범인 런엑스런 티저도 두 개나 올라가니까 꼭 봐주세요.”

마지막으로 화목현이 멤버들에게 손짓을 하더니 카메라 앞에 서라고 했다.

“좋은 앨범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허리를 숙이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역시 형들은 다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오늘 *웃기네ㅋ

-재밌었어 다음에 또 봐

-다음엔 10시간 해줘

“네온들, 또 봐!”

“안녕!”

정요셉과 주이든의 인사를 끝으로 엉망진창 라이브 방송을 마쳤다.

***

살아남아라 제작발표회.

나는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기자들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이남주는 새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근처에 가도 인사는커녕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남주 형.”

“…어, 안녕하세요.”

그리고 그제야 나를 보더니 인사를 했다.

“아…….”

그러는가 하면 근처에 있던 물을 옷에 쏟기도 했다.

“남주야, 괜찮아?”

“괜찮아요. 저 잠시…….”

이남주는 나를 쳐다보더니 따라오라는 듯이 눈짓했다.

“제가 남주 형 따라갔다 올게요.”

스타일리스트한테 수건을 받고는 이남주를 따라갔다. 그러자 화장실 거울 앞에 선 이남주가 나를 노려보았다.

“혹시 무슨 일 없었어요?”

“…무슨 일?”

무슨 일은 없었는데.

“자주 깜빡하거나 기억에 이상이 있지 않아요?”

혹시 가방 속 물건의 위치가 달랐던 것도?

이남주는 뭔가 알고 있었다.

“왜 그런 거예요?”

“그러다가 당신…….”

뭘 말하려고 하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지……?

“사라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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