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13화 (113/235)

113. 런엑스런 MV Teaser

4시 1분에 런엑스런 티저가 공개되었다.

-나비 생일이 4월 1일이라서 4시 1분에 공개된 건가?

└ 헐

└ 이거 맞네 ㅎㄷㄷ

-헉 나왔다 근데 티저 길이 1분 1초 실화임?

└ ㄴㅁㅇ

└ 개빡쳐

└ 더 내놔 ㅠ

- 나비 은발 너무 잘 어울려서 미치겠다;

└ 와 티저 나비 얼굴이 미쳤어요 미쳤어 ㄹㅇ

└ 그림 보는 것 같음;;;

└ 맛있다…

└ AA 엔터가 티저랑 뮤비에 돈지랄을 할 수 있었네…

임드림은 티저 썸네일을 보면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초원에 깔린 흑장미가 밑으로 꺾여 있는 가운데, 나비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검은색 군인 제복을 입은 채로.

그중 눈에 띄는 게 있다면 나비가 입고 있던 군인 제복 팔과 다리 부분이 살짝 찢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나만 제복 찢어진 부분 계속 봄?

└ 나도 22ㅎㅎ

└ ㅎㅎ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 울 애들 연기 연습했다고 하더니

└ 어떻게 앎?

└ 연기 학원 다니는 네온이 사진 찍어서 올린 적 있음 ㅇㅇ

└ 그래서 그런지 이번 뮤비랑 티저 연기 보기 좋더라

장소가 바뀌더니 투명 유리로 만들어진 감옥에 갇힌 나비가 축 처진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바닥을 매만졌다. 그랬더니 연구원들의 심장에서 이상한 뿌리가 튀어나왔다.

하나둘씩 연구원들이 쓰러지고 나비는 투명 유리로 이루어진 감옥을 손가락으로 툭 쳤다. 그러자 투명 유리 감옥이 깨졌다.

-CG 잘했네?

└ ㄹㅇ 돈 냄새 남

-이것도 세계관 복선인가? (서류_jpg) 서류에 ‘동물 실험 비허용’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밑에 ‘인간 실험은 허용’이라고 적혀 있다!

└ ㅁㅊ

└ 인간 실험은 허용이라고? ㄷㄷ

└ 서류 옆에 사람 인구수 봤냐… 100억 시대임

└ 인간 실험 인정합니다… 인구수봐 돌았네

그다음으로 나비가 평범한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하는데, 마치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것처럼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그때였다. 어떤 사람이 크게 기침을 하더니 심장에서 장미가 피어올랐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뭔가 플라워 뮤비 전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네…

└ 나도 플라워 뮤비만 봤을 때는 이해 안 됐는데

└ 오… 맞는 것 같다

└ 이거 보고 플라워 뮤비 보면 이해 감

-플라워병 이름은 예쁜데 뭔가 오싹하다 ㄷㄷ

└ 인간을 실험체로 만든 플라워병…

그 뒤로 응급차가 들어오고, 나비의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뭐야?

-편집 사고?

-뭐야

그리고 힘들게 공장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현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꽃 조각을 찾으면

환상에서 나올 테니까.]

동시에 런엑스런이 흘러나왔다. 그랬더니 나비가 팔에 묶여 있던 끈을 풀고 의자에서 일어나 흑장미를 밟았다.

-헉

-마지막 부분 플라워 뮤비 쿠키에 나왔던 공장이지?

└ ㅇㅇ 미쳤다

└ 허

└ 와…

임드림은 입을 손바닥으로 탁 막아버렸다. 이렇게 범나비 티저가 끝난다고? 그때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듯이 티저 스트리밍이 끝나고 5초 쿠키 영상이 나타났다.

-쿠키 영상 또 있네

└ ㄹㅇ 이제 없으면 아쉬울 듯

└ 네스트 세계관에 진심인 거 티 나서 좋아

쿠키 영상에서는 투명 유리로 이루어진 감옥 안에 하얀색 가운을 입고 고글을 쓴 정요셉이 나왔다.

-뭐야? 정요셉이 연구원이었어?

└ 미친…

└ 워 이건 뭐

└ 개반전…

임드림은 벌써부터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이 세계관을 어디에 풀고 싶었으니까.

-지금 오타쿠들 신났음ㅋㅋㅋㅋ 근데 나도 오타쿠라서 신났어

└ 나도

└ 오타쿠 아닌데 흥분되는 건?

└ 흥분은 왜 해요;; ㄷㄷ

-재밌으면 그냥 오타쿠임

└ 아니 난 오타쿠가 아니라니까? 그런데 재밌어

-나 세계관 이딴 거 잘 모르거든? 그냥 네스트만 좋아하는데 세계관 너무 흥미로움

└ ㅇㅈ 머리는 아프지만

└ 벌써 해석본 기다리고 있음

└ 뮤비까지 언제 기다려

-나비 요셉이 얼굴 존잼ㅠㅠㅠㅠ

└ ㅇㅈ

└ 존잼이다 진짜 얼빡 시발 다 캡처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기다리지? 이런저런 정보를 살펴보는 와중 우려 섞인 댓글이 올라왔다.

-아 영업글을 못 찌겠네; 이해하기에 난이도가 높다

└ ㅇㅈ

└ 세계관 이해하기 어려우면 덕질 힘듦

└ 다음에는 가볍고 소년미스러운 세계관으로 나오자

-세계관 뇌절하면 ㄷㄷ

└ 뇌절하면 총공 가자

└ 솔직히 나만 세계관 노잼?

└ 아이돌이 그냥 아이돌스러우면 되지 무슨 영화 드라마를 만들려고 함ㅋㅋ

└ 플라워병은 무슨 플라워병ㅋㅋ

-얘들아 대중들은 이런 세계관 별로 안 좋아해ㅋㅋ 노래만 좋으면 장땡임

└ ㅋㅋㄹㅇ

└ 노래 잘 부른다는 자부심 있던데 이런 식으로 만들면 보겠냐고

└ 옛날 영화 드라마 뮤비 스탈 개웃김

└ 왜왜 이런 세계관 별로 안 좋아해?

└ 누가 이렇게까지 딥하게 파겠냐고 솔까말 대중들은 노래 퀄리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뮤비 같은 건 거의 팬들만 볼걸? ㅋㅋ

└ 음… 팬들만 보진 않을 텐데

세계관에 대한 글을 적으려고 했던 임드림은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이런 세계관이 뭐 어때서.”

-갑자기 왜 이런 우려가 나오지? 예전부터 세계관 특이한 아이돌 많았는데 ㅋㅋ 아이돌 덕질 처음이세요?

└ ㅇㅈ 세계관 덕질할 때가 좋은 거야 이상한 노래 나오는 것보단 나음ㅠ

└ 그래도 나는 소년미스러운 앨범 나왔으면 좋겠어ㅠ

서서히 싸움판이 벌어지자 글이 삭제되었다. 그리고 네스트 SNS에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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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언네사]

안녕하세요. 목현입니다.

네온들, 오늘 말입니다 :D

런엑스런 홍보를 하려고 하는데

Q 라이브 방송 들어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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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임드림은 바로 Q 라이브 앱을 켰다.

***

Q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기 전.

“아아아아아악!”

주이든이 함성을 지르며 연습실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행동을 멈추고 거울을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아니, 왜 계속 안무를 틀리냐고!”

그런 주이든을 보면서 나와 정요셉은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 이든이, 힘들겠다.”

“그러게요…….”

“안무를 외우다 보면 종종 저렇게 진정이 안 될 때가 있거든.”

“요셉 형도 그랬어요?”

“나는 늘~”

“늘?”

정요셉이 씩 미소를 지었다.

“잘했지.”

“…예, 잘나셨네요.”

나는 정요셉 옆에서 살짝 떨어져 주이든을 관찰했다. 오늘은 런엑스런 안무를 외우는 날. 그런데 메인댄서인 주이든만 계속해서 틀렸다.

꽃을 심장에 박는 안무가 있는데, 왼손으로 꽂지 않고 계속 오른손으로 꽂아서 말이다. 주이든의 말로는 알면서도 계속 틀리게 된다고.

주이든의 화려한 쇼가 끝나가자 화목현이 제안 하나를 했다.

“우리, 시간 있지?”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얘들아, 우리 라이브 방송 할래?”

“라이브 방송?”

“갑자기 생각났는데, 게릴라 콘서트 때 팬들이 라이브 방송 자주 해달라고 했잖아. 지금 안무를 외워봤자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랬지. 화목현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니. 이 시점에 라이브 방송을 하면 주이든의 머릿속도 환기되고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좋아요.”

“요셉이도~”

이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거울 앞에 선 주이든만 고민에 빠졌다.

“근데 나, 지금 못생겼는데.”

그러나 주이든의 상태는 굉장히 양호했다. 혹시 ‘못생겼다’의 정의를 모르는 건 아닐까…….

“우리 이든이, 못생겼다니~ 모자 쓰면 돼~”

“정요셉 너는 땀을 안 흘리니까 모르겠지! 지금 내 꼴이 얼마나!”

주이든한테 검은색 모자와 수건을 주려고 가방에 손을 옮겼는데,

‘…물건 놓인 위치가 다르다.’

그때 또다시,

【DANGER】

붉은색 시스템창이 떴다.

하긴… 저번에 I.P를 이겨라 촬영 때도 물건 놓인 위치가 다르긴 했다.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이라도 닦으라는 듯이 주이든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얼굴 닦아요, 이든 형.”

“고맙다, 범나비! 이 은혜는 평생 갚을게!”

“평생 안 갚아도…….”

되는데. 나에게서 손수건을 받은 주이든은 화장실로 달려가 버렸다. 화목현은 SNS에 올릴 글을 나한테 보여주었다.

“나비야, 이것 좀 봐줄래?”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그런데 라이브 방송에서 뭘 할 건지 적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가?”

그러더니 화목현은 추가한 글을 나한테 보여주었다.

“이렇게 다시 써봤는데 어때?”

“딱 좋아요.”

“딱 좋지?”

라이브 방송을 위해 내 핸드폰을 가져와 카메라 거치대에 올려두었다. 오늘은 김연호가 없어서 우리끼리 해야 했기에.

‘그런데 김연호는 뭘 하길래.’

나는 멤버들에게 물었다.

“연호 형은 왜 이렇게 안 와요?”

“요새 연호 형 바쁘잖아. 팀장님 때문에~”

“요셉 형? 팀장님이요?”

정요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돌 사업 본부에 본부장 새로 오기로 했잖아. 그래서 그런지 마음에 드는 본부장 찾느라고 팀장님이 많이 바빠. 그래서 팀장님이 일부 업무를 연호 형한테 맡겼대.”

불안한데? 팀장님의 업무는 강도가 세다. 거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데 우리 일까지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우리가 1순위라고 하던데~?”

“연호 형이 그랬어요?”

“어~”

이제야 좀 마음 놓고 있었는데 김연호의 일이 많아지다니. 차라리 매니저를 새로 뽑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약간 불안한데.’

팀장님 일까지 도맡아 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때 연습실 문이 열리더니 김연호가 들어왔다.

“얘들아, 늦었지?”

그러면서 허겁지겁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연호 형, 너무 바쁜 거 아니야? 연예인보다 더 바쁘면 어떡해.”

“미안, 요셉아. 배우 사업 본부에 일이 은근히 많네.”

“그쪽에 일이 많아?”

“응, 생각보다…….”

김연호의 말에 나는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슨 일을 하는데요?”

“아, 이번에 이서혁 씨가 AA 엔터로 오려고 하는 시도가 있어서 만나고 왔어.”

이서혁? 사건사고가 우리 엔터로 온다고? 배우 사업이라면 AA 엔터가 괜찮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서혁이 제 발로 들어온다고……?

“그분이 왜?”

“AA 엔터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든 것 같아. 아무튼 미안. 다음엔 늦지 않도록 할게.”

김연호는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면서 나를 불렀다.

“나비야, 내일 스케줄 알지?

“살아남아라 제작발표회요. 기억해요.”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내가 전화하면 내려와.”

“네, 또 무인도에 버리는 건 아니죠?”

“안 그래.”

드디어 살아남아라 제작발표회와 동시에 살아남아라 1회가 나오는 날이었다.

“이든이는 언제 와?”

“씻고 온대요. 미리 시작하죠~”

“그런가? 알았어.”

씻고 오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어쩔 수 없이 주이든을 빼고 Q 라이브 방송을 켰다. 파도처럼 밀려 들어오는 팬들을 보면서 우리는 구호를 외쳤다.

“안녕하세요. ONLY ONE 네스트입니다!”

나는 패드로 댓글창을 크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수도 없이 올라오는 댓글 중, 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얘들아, 라이브 방송 얼마 만이야!

오랜만인가?

“우리 라이브 방송 얼마 만이죠?”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라이브 방송을 할 겨를이 없긴 했다. 내 질문에 팬들이 답했다.

-한 달!

-오랜만이야ㅠㅠㅠㅠ

-바쁘긴 했지?

-그래도 얼굴 보니까 좋네~

-런엑스런 앨범 홍보하러 온 거야?

-근데 이든이가 없네?

그때 주이든이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요셉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주이든을 막았다.

“지금 우리 이든이 왔거든요?”

-헐 진짜?

-보여줘!

그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그러면 3초 뒤에 우리 이든이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진짜 최애 욕하기 쉽지 않은데

-요셉아?

-아니 ㅡㅡ

-저기요? 정요셉 씨?

불만이 섞인 채팅창을 보면서 정요셉은 윙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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