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04화 (104/235)

104. 가족이라는 이름

“너! 여기 무슨 일로 왔어!”

“저는 쉬러 왔는데요?”

“…쉬, 쉬러?”

그럼 내가 왜 숙소에 있겠는가.

“아저씨는 왜 여기에 계세요?”

“…나, 나는? 목현이가 오라고 했는데?”

“목현 형이 오라고 했다고요?”

“그래!”

의심스러운 내 말투에 화목현 아버지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 내가 무슨, 여기 뭐 훔치러 들어왔겠어?”

“…그렇긴 하죠.”

“목현이한테 받을 게 있어서 온 것뿐이야.”

저 세 치 혀가 사람 잡겠네.

“지금 너만 있어?”

“네, 목현 형은 지금 연습실 가서 나중에 올 거예요.”

“언제 오는데?”

화목현이 숙소에 있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하는 모양이네.

“모르겠어요. 저도 방금 자다가 일어나서. 연락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목현이 보려고 하는 거니까 거실에서 기다려도 되지?”

“마음대로 하세요.”

일단은 그러는 편이 우리에게도 좋으니까. 뭘 훔쳤다는 증거도 없는데 갑자기 잡으면 도리어 우리에게만 손해다. 화목현 아버지가 거실로 향하자 나는 빠르게 화목현한테 톡을 보냈다.

(나)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나) 목현 형은 나오지 마세요.

말을 걸지는 않았으니까 괜찮겠지. 동영상을 찍고 있는 패드의 위치를 거실이 보이도록 조정하고 부엌으로 갔다.

화목현 아버지를 감시할 겸, 나는 그릇에 시리얼을 넣고 우유를 부었다.

“야.”

“…네?”

“어른이 있는데 같이 밥 안 먹어?”

“저 밥 안 먹는데요.”

내가 밥을 먹는 줄 알았는지 화목현 아버지가 다가오더니 그릇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인상을 확 찌푸렸다.

“이게 뭐야?”

“간단하게 우유에 시리얼 말아 먹으려고요.”

“그러면 밥은?”

“밥은 안 먹는데요.”

“안 시켜 먹어?”

“네, 안 시켜 먹을 건데요.”

정산도 안 된 마당에 무슨 배달 음식을 시켜 먹나.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밥을 사달라는 말은 안 하네. 화목현 아버지는 다시 거실 소파에 앉았다.

“야, 물.”

“냉장고에서 생수 하나 꺼내 가세요.”

“물 안 줘? 난 손님이잖아.”

“제가 직접 드릴 의향은 없는데요.”

“저 싸가지.”

“죄송하네요. 원래 싸가지가 없어서.”

화목현 아버지는 소파에서 일어나 아주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생수를 하나 꺼내 갔다.

“요새 정산은 됐냐?”

“무슨 정산이요?”

“돈 말이야, 돈!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아이돌이 그렇게 돈을 잘 번다며? 100억은 기본이라고 하던데.”

…100억이 기본? 굳이 대답할 가치가 없어 꿋꿋하게 시리얼을 먹었다.

“대답도 없어?”

내가 그릇에 들고 시리얼을 먹자 화목현 아버지는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

“그래, 어른은 배고파서 뒤질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이 처먹고 오래 살아라.”

“네, 감사합니다.”

화목현의 아버지는 눈동자를 굴리면서 나에게 물었다.

“요즘 목현이는 어떻게 지내?”

“목현 형이요? 아주 행복하게 지내죠.”

“아버지는 이 땡볕에 노숙이나 하고 있는데.”

“일을 하시면 되죠.”

“내가? 이 나이에? 이미 늙어서 관절이 아파.”

“아프다고요?”

아직 20년은 족히 일해도 관절이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몸인데? 그냥 천성이 놀고먹고 싶은 사람이구나. 자식의 돈을 쏙쏙 빨아먹으면서.

“설마 목현 형한테 돈이라도 받으려고 온 건 아니죠?”

“…나 개과천선했어!”

개과천선한 사람이 아들 동료가 있는 숙소에 몰래 들어와 옷을 중고국가에 팔아? 할 말은 많지만 참자.

‘…심성이 고약한 사람은 맞장구만 잘 쳐줘도 좋아하지.’

화목현 아버지가 숙소에 있었다는 걸 밝혀야 하는데.

“어떻게 개과천선을 했는데요?”

“아, 아들한테 연락도 안 하고… 돈 달라고도 안 해.”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구나. 나는 본격적으로 화목현 아버지에게 질문을 했다.

“근데 아저씨는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저희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았는데.”

“그거야 밑에 있는 사람이 들어가길래…….”

“그렇게 들어오셨다고요? 그럼 숙소 비밀번호는요?”

“당연히 목현이가 알려줬지.”

“아, 그래요? 난 또, 아저씨가 불법침입 한 줄 알았죠.”

“불, 불법침입?”

“네, 불법침입이요.”

“지금 내가 불법으로 들어왔다는 거야!”

화목현 아버지는 불법침입이 아니라며 테이블을 치면서 항의했다.

“뭘 그렇게 놀라요. 그냥 혹시나 하고 말한 거죠. 만약 친부모라는 사람이 불법으로 숙소에 침입했다는 기사가 떠봐요. 어떻게 되겠어요?”

“…돈을 못 번다는 거지?”

“당연하잖아요.”

그때였다. 화목현 아버지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고 있던 체크 남방을 벗자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고 눈동자를 굴리는 순간, 화목현 아버지의 손목이 반짝였다.

‘반짝?’

화목현 아버지의 손목에 금팔찌가 있는데? 설마… 집요한 내 시선에 화목현 아버지는 황급히 손목을 가렸다.

“이 금팔찌, 어디서 난 거예요?”

“아, 이거? 친구한테 받은 거야.”

“친구 누구요?”

“어? 왜! 나도 친구 있어!”

그러더니 또 소리를 빽 질렀다.

“어떤 친구요?”

“내가 말하면 네가 알아?”

“아저씨 친구분은 잘 모르지만, 우리 멤버 형이 금팔찌가 사라졌다고 했거든요.”

“…어?””

“그래서 금팔찌를 찾으려고 경찰서에 연락해 둔 상태예요.”

경찰서에 연락해 뒀다는 말은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그냥, 금팔찌를 보니까 생각이 나서요.”

화목현 아버지는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이내 내 멱살을 잡았다.

“처음부터 날 의심하고 있었지!”

“뭘요?”

“금팔찌를 도둑질했다고 생각했잖아!”

그때 문득 생각했다. 여기서 정강이를 찰까, 아니면 그냥 벗어날까. 화목현의 아버지니까 좋게 넘어가려고 할 때였다. 방에 있었던 화목현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목, 목현아!”

화목현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더니 인상이 험악해졌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너 어디에 있었어.”

“그 손 놔요.”

화목현 아버지는 손을 못 놓겠다는 듯이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목이 조여와서 인상을 찌푸리자 화목현이 소리를 질렀다.

“그 손 놓으라고요!”

나도 놀랐다. 화목현이 소리를 지를 줄은 몰랐기에.

“가족이 이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뭐! 내가 뭘 어쨋다고!”

“숙소에 몰래 들어와서 멤버들 물건 중고에 파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았어요?”

“내가 그랬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는데!”

화목현이 아버지의 손목을 꽉 잡으며 위로 올렸다.

“그 금팔찌! 돈이 어디에 있다고 아버지 손목에 금팔찌가 있어요……!”

“나한테도 돈이 있을 수도 있지!”

“집 보증금이요?”

“…그래!”

그러자 화목현이 낮은 한숨을 뱉었다.

“아버지… 보증금도 없이 나갔잖아요.”

“그거야……!”

“그 보증금도 다 까먹고…….”

그러자 내 멱살을 쥐고 있었던 화목현 아버지의 손이 떨어졌다.

“목현아, 우리 가족이잖아.”

“가족……?”

허탈한 한숨을 내쉰 화목현이 아버지를 응시했다.

“우리가 가족이이에요?”

화목현은 무작정 아버지의 팔뚝을 잡은 채 현관으로 끌고 가더니 문을 열었다.

“경찰에 신고해서 고소하기 전에 빨리 가세요.”

“…목현아.”

화목현 아버지가 다정한 목소리로 화목현을 불렀다.

“저 이제 아버지랑 인연 끊을 거니까… 저 찾지 마세요.”

“목현아…….”

“그러니까 아버지 알아서 사세요. 노숙자로 살든, 어떻게 살든 제발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달라고요!”

화목현이 나가라는 듯이 턱짓하자 화목현 아버지는 주먹을 쥔 채 밖으로 나갔다. 끝까지 금팔찌는 빼지 않고서. 화목현 아버지가 집에서 나가자 화목현이 뒤를 돌아 내게 말했다.

“나비야, 목은 괜찮아?”

“멀쩡해요. 생각보다 꽉 잡지는 않으셔서.”

“…다행이다.”

“어떻게 나왔어요? 저 신호도 안 보냈는데.

“아버지가 너한테 소리를 지르길래 나왔어.”

“…아.”

나 때문에 나온 거구나. 화목현은 내 목 주변을 훑어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자국은 없네… 다행이다.”

끝까지 내 목이 괜찮은지 확인하던 화목현은 다리가 풀렸는지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마에 식은땀까지 흐르고 있네.

“…하하, 다리에 힘이 풀렸나.”

나는 휴지를 꺼내서 화목현한테 건네주었다.

“목현 형, 아버지는 어떻게 할 거예요?”

“팀장님한테 연락하려고.”

“팀장님한테요?”

“경찰에 넘겨달라고 해야지.”

경찰에 넘기면 화목현과 아버지의 인연도 여기서 끝인가. 화목현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렇다면 이제 말을 걸어도 되겠지?’

나는 자리에 앉아서 화목현을 힐끗 쳐다보았다.

“저 이제 목현 형한테 말 걸어도 돼요?”

“…응?”

“…말 걸어도 되는지 궁금해서.”

이윽고 화목현은 나를 보면서 크게 웃더니 급기야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나비야.”

“네?”

“아니다. 이게 나비답네.”

응? 왜 나답다고 하는 거지. 물어보려고 하는데 현관문이 세차게 열리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목현 형!”

그러고는 주이든이 울상을 지으며 화목현을 끌어안았다.

“이든 형, 어떻게 왔어요?”

“둘 다! 톡에 말이 없어서 놀랐잖아. 전화도 안 받고!”

전화를 안 받았다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부재중전화만 수십 통이었다. 이정진이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경찰에 신고하려고.”

“괜찮겠어?”

“응, 나는 괜찮아.”

화목현이 입꼬리를 올리던 그때, 시스템창이 떴다.

【화목현의 리더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F → D】

【화목현의 상태:(´・` ) 친절 모드】

※멘탈을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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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안녕하세요. 나비입니다^^

오늘 웃긴 영상을 찍어서

복수할 겸 올려요.

(우리 형들_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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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웬 복수?

└ 저번에 이든이가 나비 자는 모습 사진 찍어서 공계에 올렸거든ㅋㅋㅋ

└ ㅋㅋㅋㅋㅋㅅㅂ 어쩐지 이든이만 머리 까치집이더라

-와씨 네스트 존나 잘생겼어

└ 22

-어 정진이 팬 싸인회에서 받은 후드티!

└ 그 전설의 후드티남 짤?

└ ㅇㅇ 전설의 후드티 입었음ㅋㅋㅋㅋㅋㅋㅋ

-뭐야 팬들 버렸다는 둥 중고국가에 팔았다는 둥 말 많더니ㅋㅋ

└ 인정~ 봐라~ 아니잖아~

└ 이래서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고

-우리 나비 무슨 모공이랑 잡티가 하나도 없어ㅠㅠㅠㅠ

└ ㅠㅠ 내 모공 다 나비한테 갔나

└ 나비 귀여워 죽겠다 ㅠㅠㅠㅠㅠㅠ

└ 역시 형들이랑 있으면 막내 티 난다니까ㅋㅋ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후드티로 다시 팬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앨범인, 런엑스런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오겠다고 한 KIN이 아직까지 안 오네?

“그런데 팀장님, KIN 프로듀서는 안 와요?”

주이든의 물음에 팀장님이 대답했다.

“어, 안 와. 다른 엔터로 이적했다.”

“…네?”

“이제 KIN 프로듀서에 대해서는 관심 끄고. 런엑스런 뮤비 일정이랑 컴백 날짜 나왔거든?”

“벌써요?”

“벌써라니? 세 달이나 지났잖아. 그리고…….”

그동안 이런저런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술술 흐르긴 했지. 팀장님은 서류를 살펴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번 런엑스런 활동 중에는 라디오랑 음악 방송, 그리고 I.P 씨가 너튜브에서 하는 예능에 나가게 될 거야.”

주이든이 팀장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I.P 선배님이요?”

“어, 이든아. I.P 씨가 나오는 ‘I.P를 이겨라’라고.”

“그거 너튜브 예능 밥 친구로 딱이던데! 좋다!”

요즘은 방송국 예능보다 너튜브 예능으로 입지를 다지는 게 좋긴 했다.

“이든이 말처럼 밥 친구로 딱인 너튜브 예능이라 대중들에게 너희들을 알리는 목적으로 스케줄을 잡아봤거든.”

“오~ 팀장님~”

정요셉이 호응하자 팀장님이 잔기침을 뱉었다.

“너희들을 검색해 보니까… 예능에 잘 안 나와서 아직 얼굴과 목소리를 구분 못 하겠다는 반응이 많더라고.”

하긴 예능을 잘 안 나가긴 했지. 그때 팀장님이 서류를 꽉 쥐면서 외쳤다.

“얘들아, 한번 망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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