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03화 (103/235)

103. 팬들의 선물은 중고?

팬들이 준 선물을 중고로 팔았다?

이거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팬들의 의심은 곧 독이나 마찬가지니까. 커뮤니티의 댓글을 내리자 팬들이 서치 방지용으로 이정진의 이름을 바꾸면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후드티 받고 이쩡쥔이 울었다는 거 사실 연기 아님?

└ 222

└ 내가 알기로 팬 싸인회에서 울긴 울었음 근데 이제 보니까 그냥 별 의미 없이 울었나 싶기도 함

└ ㄴㄴ 이쩡쥔 그 옷 좋아해 계속 입고 다녔음 팬한테 처음 받는 옷이라고

└ 홈마랑 뭔가 있나?ㅋㅋ

└ ;;

└ ㅋ

└ 그럴 수도 ㅎㅎ

-얌전한 고양이가 더 지랄 맞다더니ㅋㅋ

└ 딱 이쩡쥔이 그럼 ㅎㅎ

멤버들이 뭔가 실수를 했다? 차라리 이건 괜찮다. 그런데 팬들이 준 물건을 팔았다? 이건 크나큰 사고 중 하나다.

활동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돌이 팬들의 의심을 사게 되었다.

-요즘 이쩡쥔 그 옷 입은 거 봄?

└ ㄴㄴ

└ 요새 스타일리스트가 주는 옷만 입는 듯

└ 흠…

└ 진짜로 중고국가에 판 것 같다…

-ㅋㅋ 홈마가 준 옷을 팔다니

└ 아닐 수도 있으니 몇 주 더 지켜봐야지

└ ㅠㅠ 그러니까 팬들을 호구로 보는 거야

└ 뭐래;

팬들의 의심은 점점 커져갔다. 의심을 잠재울 방법은 단 하나.

“똑같은 옷을 사죠.”

“내가 똑같은 옷을 한번 검색해 볼게!”

곧장 주이든은 웹 서핑에 들어갔다. 중고국가 사건은 일단락이 됐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사건이 남아 있었다.

김연호가 화목현을 거실로 살짝 불렀다.

“목현아, 아버님이 전화를 안 받더라고.”

“아버지가요?”

“응, 몇 번 걸어보기는 했는데…….”

아예 잠적했다는 건가. 방에 들어갔던 정요셉이 밖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내 금팔찌도 사라졌다~”

“부모님이 생일 선물로 주신 그 금팔찌?”

“응, 18K였나. 근데 어쩌면 내가 집에 놔뒀을 것 같기도 하고?”

화목현이 미안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내가 나중에 정산 들어오면 사줄게.”

“목현 형~ 나는 괜찮아. 또 사면 돼.”

“그래도 생일 선물이잖아.”

“또 부모님한테 받으면 되지. 걱정하지 말고 형 걱정이나 해.”

정요셉은 미소를 짓더니 화목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달랬다.

“그리고 돈은 언제든지 생겨, 리더.”

“…….”

【화목현의 멘탈이 흔들립니다.】

빨리 일을 끝내야겠다. 어떻게 하면 화목현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경찰에 신고하면 안 돼?”

노트북으로 옷을 검색하고 있던 주이든이 말을 던졌다.

“경찰에 신고하는 건 안 돼. 기자들한테 정보가 들어가니까.”

“맞네… 그럼 어떻게 하지?”

아직은 기자들에게 알리면 안 되니까. 그렇다면 제일 확실한 방법은,

“…우리가 잡을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직접 화목현 아버지를 잡아서 조용히 경찰에 넘기는 것.

“연호 형, 저희 스케줄은 괜찮아요?”

“응, 다음 주까지 시간은 널널해.”

그때였다. 조용히 있던 이정진이 슬그머니 핸드폰을 꺼냈다.

“아까 CCTV 확인하면서 내가 시간대를 체크했거든.”

이정진은 아래로 흘러간 안경을 위로 올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스케줄이 있을 때만 골라서 숙소에 들어오셨다가 우리가 들어오는 시간인 저녁 7시에 나가시더라고. 집에 사람이 없을 때마다 들어오시는 것 같아.”

“스케줄을 어떻게 확인하는 거야?”

“글쎄…….”

화목현 아버지가 연예계 관계자도 아니고 우리의 스케줄을 어떻게 확인하겠나. 그렇다면 혹시…….

“우리 차를 알고 계신 게 아닐까요?”

정요셉이 놀라서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 차는 눈에 띄니까.”

“거기다가 숙소 바로 앞에 도로가 있으니 우리 차가 들어올 때 확인할 수도 있고요.”

“…와!”

정요셉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숙소는 어떻게 들어왔지?”

“아파트 현관은 다른 사람이 들어갈 때를 노려서 같이 들어올 수 있잖아요.”

“그러면 숙소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고?”

숙소 비밀번호는…….

“아!”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이정진이 고개를 들었다.

“우리 엄마가 옆집에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알려준 적이 있어.”

“어머니께서 어떻게 알려줬어요?”

“엄마가 우리 숙소에 음식을 주러 왔다가 이상한 사람이랑 마주쳤다고 그랬거든. 잠깐만.”

그러더니 이정진은 우리한테 가족 단톡방을 보여주었다.

(엄마) 정진아 옆집 사람이 이상한 거 같으니까 조심해.

(엄마) 계속 우리를 지켜보더라고.

아마 옆집 사람인 척하면서 숙소 비밀번호를 봤을 것이다. 이거 계획적인 범행이네. 그럴수록 화목현의 표정은 안 좋아졌다.

“목현 형은 아버지가 지금 어디에 계신지 알아요?”

“아니, 최근에 건물 주인한테 연락이 오긴 했어. 방에 있는 물건 가져가라고 했거든.”

“그랬어요?”

“어… 그 건물이 재개발된다고 건물 주인이 아버지에게 나가라고 했나 봐.”

화목현은 울상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냥 아버지가 다른 데서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끊었어. 어차피 아버지랑 연을 끊을 생각이었거든.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 얘들아, 미안하다.”

화목현은 그대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정요셉이 벌떡 일어나 화목현을 끌어안았다.

“에이, 형! 우리 사이에!”

그리고 이정진도 조용히 화목현을 달랬다.

“우리가 사과를 받으려고 이러는 건 아니잖아.”

“…….”

“이러면 동생들도 눈치 본다.”

화목현이 상체를 일으키자 주이든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목현 형!”

“어……?”

“미안하면 나중에 라면 하나 끓여줘!”

“……?”

“그거면 됐거든!”

정요셉은 화목현을 놓아주면서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우리 리더~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겠네.”

“고생은 무슨… 고생은 너희들이 하지.”

화목현은 두려운 눈빛을 하며 멤버들한테 물었다.

“그래도 무섭지 않아? 우리 숙소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건 무섭잖아.”

딱히 무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너무 안일한 생각인가? 나랑 똑같은 생각인지 멤버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제일 무서워할 것 같았던 주이든도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뭐… 조금 무서운 정도? 살짝 오싹하잖아.”

“이든아, 진짜로?”

“당연하지! 나는 귀신도 무섭지 않다고.”

주이든의 말에 화목현이 울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화목현이 고개를 숙이자 이정진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가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때?”

“정진 형, 어떤 시도요?”

“우리가 아침에 스케줄이 있는 척을 하면서 나가는 거지. 몇 명만 집에 남아서 숨어 있다가 잡으면 되잖아. 어때?”

경찰을 불러서 온 동네에 소문이 나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이었다. 이정진의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이 빠져나갈 테니까 남은 인원은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이제 김연호도 나가는 마당이니.

“정찰대를 꾸려볼까~?”

정요셉이 어깨를 움직이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면서 가위바위보로 밤새우는 정찰대를 꾸려보자고 제안했다.

“자! 가위바위보!”

나는 가위를 냈다.

***

‘졌다…….’

그리고 정찰대가 꾸려졌다.

“목현이랑 막내네.”

하필 나랑 화목현이 정찰대가 되었다.

“목현이랑 막내 빼고 우리는 연호 형한테 부탁해서 회사로 가자. 스케줄이 있는 척을 하는 거지.”

그렇게 멤버들은 회사에서 우리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 막내, 리더랑 같이 있어야겠네~”

“예.”

“뭔가 불만이 쌓인 얼굴이네?”

“아니거든요?”

불만은 없지만. 하필 대화도 못 하는 화목현과 함께 걸리고 말았으니까.

아까 전부터 최선을 다해서 화목현한테 말을 걸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화목현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핸드폰에 글을 적어서 보여주고, 공책에 적어서 보여주기도 했지만.

“요셉아, 나비한테 내가 톡을 보내면 거실로 나오라고 전달해 줘.”

“이미 들은 것 같지만… 착한 내가 전달해 줄게.”

화목현은 이렇게 다른 사람한테 말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나한테 말을 걸었다.

“우리 목현 형이 거실에서 소리가 나면 톡 보낼 테니까 그때 거실로 나오라고 전해달라는데?”

정요셉은 재밌다는 듯이 나를 실컷 놀렸다.

“우리 막내, 답답해서 어째.”

“어쩌긴요. 그래도 잘해야죠.”

“그래, 그래. 우리 막내, 잘해야지.”

그때 화목현이 나를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분명 올라갔는데?’

하지만 나한테 말을 걸지는 않았다. 은근 즐기는 것 같기도……? 이리저리 숙소를 살펴보던 김연호가 멤버들에게 말했다.

“그럼 가자.”

김연호의 신호에 맞춰서 현관문을 열었다. 나는 멤버들한테 잘 갔다 오라고 손을 흔들어주고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형들이 없으면 집은 사막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무척 조용했다. 사막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를 찾으러 떠나도 이렇게 조용하진 않겠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화목현의 뒤를 따라가면서 말을 걸었다.

“저, 목현 형……?”

“…….”

“제가 잘못하긴 했는데… 그래도 말은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음, 제가 잘못했어요.”

그렇게 말해도 화목현은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정말 화났나.’

나는 다시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그때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멤버들의 톡이었다.

(정요셉) 어! 이상한 남자가 우리 차 계속 봄!

(이정진) 목현이 아버지가 맞는지 모르겠네. 우리가 목현이 아버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하긴 나만 화목현 아버지의 얼굴을 봤었지.

(주이든) 헐! 아파트로 들어간다!

(주이든) 헐헐!

(정요셉) 다들 조심해!

(이정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만약 멤버들이 발견한 남자가 화목현 아버지라면 곧 숙소로 오겠지. 나는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적어도 나쁜 일만 없으면 좋겠는데.’

화목현 아버지가 다소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다. 그래서 폭력을 쓰면 바로 경찰서에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올 게 왔다.

띠링, 소리가 나면서 현관문이 열렸으니까.

“오늘은 뭐가 있을까.”

문틈으로 보니 역시 화목현 아버지였다. 화목현 아버지는 중얼거리면서 거실 곳곳을 누볐다. 일상인 것처럼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맞네.’

사실 아니길 바랐는데 말이지. 한번 들은 목소리는 잊은 적이 없어서 화목현 아버지의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화목현) 들어옴.

(화목현) 기다려.

톡이 울리고 기다리라는 화목현의 말에 개처럼 방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화목현 아버지는 마치 자기 집처럼 편하게 소파에 앉아서 TV를 틀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정말 가만히 있겠는가. 나는 패드로 동영상 촬영을 켜놓고 옷으로 숨겨놓았다. 그러고는 치밀하게 바지 주머니에 넣어놓은 핸드폰으로 녹음을 켰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오늘은 팔 거 없나.”

화목현 아버지가 우리 숙소에 있는 물건을 팔았다. 일단 증거는 확보. 이대로 화목현 아버지를 잡아야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그때 옆방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다급하게 화목현한테 톡을 보내려는데 방문이 열렸다. 동시에 화목현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

“사람이 있었네.”

나는 최대한 입꼬리를 올리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웃는 얼굴로 인사하면 침은 못 뱉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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