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02화 (102/235)

102. 섭섭함

누가 있는 것 같다고?

“…범나비.”

옆에서 주이든이 나를 불렀다.

“그거 아니야?”

주이든이 말한 그거라면 복도 벽에 적혀 있던 붉은색 숫자를 말하는 건가. 화목현의 아버지라는 게 밝혀지긴 했으나 아직 멤버들한테 말하지는 않았다.

나랑 주이든의 대화에 화목현이 끼어들었다.

“이든아, 무슨 말 하는 거야?”

“목현 형, 우리 범나비 성인식 날 Q 라이브 했던 거 기억나?”

“기억해.”

“누가 아파트 복도 벽에 붉은색 락카로 벽에 뭐라고 적어놨잖아.”

“어, 그날… 기억은 하지.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잖아? 그치?”

김연호가 그 사람의 정체가 화목현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화목현한테 말하지 않은 모양이네…….

‘이걸 어쩐다.’

…그렇다고 계속 숙소를 쓰는 사람이 진짜 화목현 아버지인 건 아니겠지. 정말 그렇다면 화목현이 걱정스러웠다.

화목현은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일을 극도로 꺼려 했다. 그래서 항상 몸가짐이 조심스럽고 배려심이 넘쳐났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이정진이 넌지시 말했다.

“그럼 CCTV 한번 돌려보면 안 되나?”

“오~ 우리 정진 형, 머리 좋아.”

정요셉이 당장 경비실에 가서 CCTV를 돌려보자면서 옷을 챙겨 입었다. 뒤이어 주이든이 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부디 화목현의 아버지가 아니길 빌어보는 수밖에 없겠네…….”

나는 화목현을 힐끔 쳐다본 후에 멤버들의 뒤를 따라서 경비실로 향했다. 경비실에 들어가자 정요셉이 넉살을 부렸다.

“안녕하세요!”

“어, 무슨 일로?”

“우선 이거 먼저 드세요.”

언제 준비했는지 정요셉이 피로회복제를 가져와 경비원에게 건넸다.

“뭐 이런 걸.”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CCTV를 확인하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어떤 일로……?”

경비원의 물음에 갑자기 정요셉이 울상을 짓더니 울먹거렸다.

“사실… 제가 지갑을 잃어버렸거든요. 여기저기에서 지갑을 찾으려고 해봤는데…….”

“…지갑이요?”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사주신 지갑이거든요, 그 지갑은… 해외에서 사주신 거라 한국에서는 살 수 없는, 하나뿐인 지갑이라서 새로 구하는 것도 힘들어요.”

“아…….”

“그걸 제가 바보같이 잃어버려서…….”

정요셉이 울먹거리며 고개를 돌리자 이정진이 대신 이어서 말했다.

“요셉이가 정말 아끼던 물건이라서. CCTV 한 번만 확인해 보면 안 될까요?”

“아, 그렇다면 뭐… 잃어버렸던 날짜와 시간대만 말해주시면 CCTV를 돌려볼게요.”

그리고 CCTV실로 들어간 정요셉이 황급히 화목현한테 물었다.

“목현 형, 내 지갑 잃어버렸던 날이 언제였더라?”

“…한 달 전?”

한 달 전이라면 음악 방송에서 2위를 했던 날이다. 경비원에게 날짜를 말해주고 CCTV를 돌려보았다.

“여기서부터 천천히 돌릴게요.”

CCTV 화면에는 우리가 아침부터 음악 방송 스케줄 때문에 숙소를 떠나는 모습이 나왔다.

“빠르게 돌릴게요.”

그리고 저녁이 되자 우리가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이 나왔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라서 별다른 걸 찾을 수 없었는데,

‘어?’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발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숙소 복도에 있는 CCTV가 옆으로 움직였다. 마치 누가 옆으로 치운 것처럼. 뒤이어 우리 숙소 현관문 앞에 그림자가 생기더니 숙소 문이 열렸다.

‘…허.’

이로써 화목현이 새벽에 들었던 화장실 소리에 대한 진실도 밝혀졌다. 누군가 우리 숙소를 사용하고 있다.

“저, 이거 연호 형한테 연락할게요.”

멤버들이 정신없이 CCTV를 확인하고 있는 와중에 나는 김연호한테 톡을 보냈다.

(나) 연호 형, CCTV 이야기 목현 형한테 말해주세요.

(김연호) 아버지 이야기?

(나) 네.

(김연호) 그래.

경비원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계속 CCTV를 돌려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전에도 누가 확인하고 가셨는데. 그땐 복도 벽에 뭐가 적혀 있었다고…….”

“그땐 누가 복도 벽에 숫자를 적어놔서 친한 형한테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었거든요.”

“아, 그렇죠?”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나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게 아니라, CCTV 확인했던 호수가 같아서… 또 벽에 뭐가 적혀 있는 건가 해서요. 혹시 이번에도 그랬나요?”

“아니요. 그 뒤로는 적힌 게 없긴 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럼 계속 CCTV 돌려볼게요.”

최근 영상에서도 일부러 CCTV를 옆으로 치워놓은 장면이 있었다.

“CCTV를 옆으로 돌리면 복도가 안 보인다는 사실을 아는 분 같네요.”

내가 보기에도 일부러 CCTV를 돌린 것 같았다. 나는 경비원에게 CCTV를 더 보여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멤버들을 구석에 모았다.

“혹시 형들도 목현 형처럼 낌새를 눈치챘어요?”

멤버들은 그렇지 않다는 듯이 조용했다.

“아니, 나는 맨날 연습실에 있어서 모르지.”

주이든은 연습실에 있어서 몰랐다고.

“나도 작곡한다고 거의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거든.”

노래를 크게 듣는 이정진은 작은 소리도 듣지 못했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느라 헤드셋을 끼고 있어서 몰랐어.”

정요셉도 영상매체를 볼 때 소리를 크게 해놓는 편이었다. 화목현만 조용히 지내는 편이라서 눈치챘던 거네.

“그럼… 이 사람은 누굴까?”

화목현이 나를 쳐다보았다.

“글쎄요.”

나는 화목현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연호 형이 알지 않을까요.”

“…그럼 나는 연호 형한테 말하고 올게.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화목현이 밖으로 나가서 김연호랑 연락을 하는 동안 멤버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서 온 스파이라면 어떡해?”

“요셉 형, 영화를 많이 봤어요.”

“어쩌면 정진 형이 집에서 작곡을 많이 하니까… 작곡한 노래를 훔치려고?”

이정진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정요셉의 등을 때렸다.

“차라리 그런 거면 좋겠다. 범죄에 관련된 거면 무섭잖아.”

그때 안으로 들어온 화목현의 낯빛은 어두웠다.

“연호 형이 곧 온대. 일단은 숙소로 가자.”

“…….”

“나비는 나 좀 보고.”

그때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화목현의 리더력이 떨어져 예민함이 급증합니다.】

【화목현의 상태:(ꐦ ¯−¯ )】

※리더력이 내려가면 리더를 그만둡니다.

***

경비원에게는 우리가 조금 더 알아보겠다는 말을 남기며 숙소로 올라갔다. 하지만 숙소로 올라가는 내내 나는 숨이 막혔다.

“나비야, 잠시 내 방으로.”

화목현이 먼저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딸꾹질이 나왔다. 순한 사람이 정색하고 말하니까 무섭네.

‘…그날 당일에 말할 걸 그랬나.’

변명을 하자면 시간이 없었다. 정신도 없었고. 그냥 복도 벽에 장난을 치는 것에서 그칠 줄 알았지, 숙소 안으로 들어와서 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 들어갈게요.”

화목현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나는 의자를 끌고 가까이에 앉았다.

“나비야.”

“네…….”

“나는 너를 혼낼 생각은 없거든.”

혼낼 생각이 없다고?

“그런데 연호 형한테 듣자 하니, 너는 누군지 알고 있었다며?”

“…네, 저는 형이 상처 안 받았으면 해서.”

내 말에 화목현은 가만히 나를 보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나비야, 이해해. 나도 그걸 알았으면 이걸 말해줘야 하나 싶었을 거야.”

“…네.”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든?”

화목현은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며 말하려고 해서 그런지 말이 느렸다. 많이 화난 것 같은데…….

“그런데 나비야, 나는 약간 섭섭하다.”

“…예?”

“아니지, 약간이 아니라 엄청 섭섭해. 내가 너한테 그만큼 믿음을 주지 않았어?”

“무슨 믿음이요?”

…어? 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지.

“사실 연호 형한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너한테 화나지 않았어. 오죽했으면 네가 나한테 말을 안 했을까 싶었거든.”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섭섭한 마음이 들어서 불렀어, 나비야.”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얀 도화지가 되었다. 차라리 화가 났다고 하면 시원하게 사과하고 끝내면 되는 상황인데…….

‘…어떡하지.’

화내지 않는 사람을 달래는 방법은 전혀 모른다.

“제가 말을 안 해서…….”

“네가 말을 안 해서가 아니야.”

“그게 아니라면.”

“그걸 내가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네가 먼저 알아버렸으니까. 그리고 네게 믿음을 주지 못해서, 그게 미안하지. 근데 나비야.”

“…네?”

그러자 화목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일주일 동안 말하지 말자.”

“……?”

“너도 나한테 말 걸지 말고.”

“예? 형…….”

아니, 그래도… 사람이 대화는 하고 살아야지.

“어차피 활동하는 기간도 아니잖아. 라이브 방송도 없고.”

“…아니, 그게.”

“서로 잠깐 생각 정리 좀 하자. 이만 나가봐.”

아예 등을 돌리는 화목현을 보고서 나는 방에서 나왔다. 거실에서는 멤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막내, 왜 이렇게 얼굴이 사색이 됐어!”

정요셉이 내 볼을 꼬집으며 길게 늘어트렸다.

“목현 형이 뭐라고 했어~?”

“그냥… 대화 단절 선언이요.”

정요셉이 기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대화 단절 선언을 했다고?”

“네…….”

“대화 단절 선언이라…….”

목이 탔다. 그래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때 이정진이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을 거야.”

“네?”

“목현이가 대화 단절 선언을 했을 때, 정말 대화가 단절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그럼 정진 형도?”

이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목현이랑 대화가 단절된 적이 있어. 아마 요셉이랑 이든이도 그럴걸?”

옆에서 정요셉과 주이든도 그런 적이 있다며 대꾸했다.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편안하게 있어.”

“네, 형.”

이정진의 다정한 조언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우리 숙소에서 자도 되나?”

정요셉이 심각하게 인상을 쓰면서 눈동자를 굴렸다. 몰랐던 일이면 괜찮지만 이미 사실을 알아버린 지금, 숙소는 더 이상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그때 화목현이 방에서 나와서 상황을 설명했다.

“얘들아, 숙소에 자주 들어왔던 사람 말이야. 우리 아버지인 것 같아.”

그러나 그 말에도 멤버들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했다.

“아, 목현 형 아버지였어? 다행이네.”

이정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고, 정요셉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면서 가슴을 쓸었다.

“그래? 우리 리더 아버지라면 괜찮겠네~”

주이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숙소 문이 열리고 김연호가 들어왔다.

“얘들아, 지금 당장 숙소에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확인해 봐. 빨리!”

갑자기 들어온 김연호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 말에 모두가 자기 방에 들어가서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확인했다.

‘뭐지? 갑자기?’

나는 팬들이 준 물건이 아니라면 가지고 있는 게 가방밖에 없어서 가방만 사라지지 않으면 되는데… 가방을 열어서 확인해 보자 사라진 게 하나 있었다.

“어, 내 초콜릿.”

주이든이 매번 사주는 초콜릿 일부분이 사라졌다.

“제 초콜릿이 사라졌는데요?”

내 말에 주이든이 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뭐? 내가 준 초콜릿이 사라졌다고!”

귀가 밝은 주이든은 방에 들어오더니 성질을 냈다.

“다른 건?”

김연호의 질문에 이정진이 울상을 지었다.

“팬 싸인회에서 받은 옷이 없어졌어.”

옷이 사라졌다는 말에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목현과 정요셉도 사라진 물건을 말했는데…….

‘…하나같이 팬들이 준 물건이 사라졌네?’

나는 곧장 핸드폰을 켜서 커뮤니티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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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중고국가에 네스트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거랑 비슷한 물건이 올라온다?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가…

(이정진_옷_jpg)

(이정진_팬싸인회_jpg)

(이정진_홈마_선물사진_jpg)

봐봐 똑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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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몇 주 전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팬들이 준 거 중고국가에 판 거 아님?

└ 설마;

└ 쌉어그로라고 생각하는데 정진이 저 옷 받고 울었잖아

└ 뭐?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 고맙다면서

-정진이가 고맙다고 울면서 받았음 ㅠㅠ

└ 그런데 저걸 중고국가에 팔았다? 진짜 ㄹㅇ 이정진 이제부터 연기 천재라고 부른다

└ 저 홈마가 울지 말라고 사정사정했잖아ㅋㅋㅋ

-이상하긴 하다 이것도 봐봐 (화목현_잠옷바지_jpg)

└ 이거 목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라고 하지 않았나?

└ ㄹㅇ 중고국가에 올라온 거랑 똑같네

└ 목 부분 늘어난 것도 비슷함

-설마 우리 애들 정산 못 받아서 중고국가에 파는 건가?

└ ㅅㅂ 그러면 엔터를 조져야 해

└ 그렇게 못 살지 않아 앨범 48만 장 팔았잖아…?

└ ㄴㄴ 48만 장 팔아도 순이익 낮으면 애들 정산도 못 해

└ 아 진짜? 나 처음 알았다

└ ㅇㅇ 그만큼 아이돌 정산받기 힘들어

-이정진 홈마가 SNS에 중고국가 게시물 캡처해서 올리고 ‘?’ 이렇게 올렸는데 어떡함?

└ 헐?

└ ㄷㄷ

어떡하긴.

“없어진 물건 있어?”

김연호한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 나는 궁핍한 뇌를 쪼개서 입을 열었다.

“우리 좆 된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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