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01화 (101/235)

101. 네스트 첫 축제 행사

================

[네스트] 네스트 마늘 축제 간대

공식 스케줄표에 떴음

그런데 왜 하필 마늘 축제에?

================

-우리 집 근처인데 왜 나 학교?

└ 나는 왜 서울?

└ 아 근처인데 공부한다고 못 가ㅠㅠㅠ

-네스트가 왜 마늘 축제에 오는 거야?

└ 몰라…

└ 우리도 모름…

김올팬은 마늘 축제에 네스트가 온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늘 축제에 온다고?”

…부를 노래가 있을까? 아이돌은 세 곡이 넘어야 행사에서 부를 노래가 있지 않은가.

-마늘 축제 재밌겠다ㅜㅜㅜㅜ 나는 못 가서 아쉬워

└ 나도 아쉬워 죽겠음 네스트 첫 행사잖아ㅠㅠ

└ 나도 네스트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지난 마늘 축제 무대 찾아보니까 좌석이랑 진짜 가깝던데

└ 그니까 오늘 축제 가면 애들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음ㅠㅠㅠㅠ

└ 애들 실물 볼 수 있다니… 개부러워

더군다나 네스트가 온다는 마늘 축제가 열리는 곳은 김올팬의 동네였다.

“여기서 가깝잖아.”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걸어서 10분이었으니까. 김올팬은 옷과 핸드폰을 챙기고 마늘 축제로 가기로 결심했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네스트를 보겠는가.

-울 애들 라방도 해준다ㅠㅠㅠㅠㅠ!

└ 행사 처음이라고 라방도 하고 귀여워

└ 행사 처음이라고 기분 좋대

-나비가 마늘 사고 싶다고 말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 마늘 축제에서 마늘 한 보따리 산대

└ ㅋㅋㅋㅋㅋㅋㅋ아

-나비 마늘 사 간다는 말에 목현이 진지하게 고개 끄덕이냐ㅋㅋㅋㅋ

└ 하긴 마늘 축제에는 좋은 마늘밖에 없을 테니까

-아 나비가 축제에 오는 팬들 있으면 마늘 사주겠대ㅋㅋㅋㅋㅋ

└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우리 나비 진짜 또라이다

-나비 진심인가 봐 요즘 마늘 금값이라면서ㅋㅋ

└ 마늘 사주는 아이돌은 처음이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김올팬은 댓글을 보면서 마늘 축제 현장으로 달렸다.

-거의 다 도착했나 봐

└ 애들 준비한다고 라방 껐다

└ 이제 들어갔는데 아쉽네 ㅠ

-나 네스트 라방 처음 보는데 나비 원래 좀 또라이 같아?

└ ㅇㅇ

└ 나비 원래 또라이 같음

└ 근데 팬 사랑 대단한 애긴 한데 가끔 또라이 같긴 함ㅋㅋㅋ

그렇게 김올팬은 드디어 마늘 축제에 도착했다. 어르신들밖에 없어서 그런지 김올팬은 생각보다 쉽게 앞자리에 앉았다.

“…후, 떨리네.”

떨리는 마음으로 네스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하얀색 밴이 들어왔다.

그리고 때마침 마늘 축제 MC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어르신분들, 네스트를 아시나요?”

네스트를 알 리가 없는 어르신들은 가만히 있었다.

“네스트? 처음 듣는데? 자네는 알아?”

“나는 당연히 모르지?”

어리둥절한 어르신들의 반응에 범나비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모르시겠죠?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신인 아이돌인데요. 그 네스트가 트로트 한 곡을 선물해 드리러 왔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트로트를 부른다고?

“자, 그럼 만나볼까요!”

김올팬은 눈동자를 굴렸다. 차에서 막 내린 네스트는 눈부셨다. 말 그대로 트로트 가수가 입을 법한 반짝이는 재킷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에.

잘생긴 애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어르신들은 일단 박수를 쳤다.

“안녕하세요. 신인 아이돌 네스트라고 합니다!”

구호도 외치지 않고 네스트는 허리를 숙이며 우렁차게 인사했다. 그리고 화목현이 마이크를 들었다.

“이렇게 정겨운 마늘 축제에 저희를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분위기를 띄울 겸 우선 트로트 한 곡을 부른 뒤, 저희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떠나겠습니다!”

근데… 그건 그렇고.

김올팬은 네스트의 외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팬들이 말하기를, 화목현은 공작새처럼 생겼고, 이정진은 곰처럼 생겼고, 주이든은 참새처럼 생겼고, 정요셉은 퓨마처럼 생겼고, 나비는 이름처럼 차가운 나비처럼 생겼다고 하더니…….

딱 그렇게 생겼다.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안녕하세요. 저는 이 그룹의 막내인 범나비입니다. 제가 트로트 한 곡 뽑아보겠습니다!”

무대 위에 MR이 깔리고, 범나비가 앞으로 나와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들!”

흥겨운 트로트 자락이 나오자 범나비를 제외한 멤버들이 뒤에서 춤을 췄다.

“저희 그룹 이름 꼭 기억해 주시고! 오늘 하루 재밌게 즐기다 가세요!”

범나비는 화려하게 마이크를 한 바퀴 돌리더니 팔을 옆으로 쭉 뻗었다.

“어?”

왜 이렇게 잘 불러? 김올팬은 입을 살짝 벌리며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다.

-사랑하는 그대여~~~

쭉 뻗어 나가는 목소리가 정겨웠다. 가만히 앞만 보던 어르신들도 서서히 어깨를 들썩였다.

-언제나 그대가 그리워~~~

그러자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고,

-얼쑤!

추임새를 넣었다. 사실 유명하지 않은 축제인 데다 자기 노래도 아니니까 대충 하고 갈 줄 알았는데, 네스트는 무대에 진심이었다.

-사랑! 사랑!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심지어 범나비는 무대에서 내려와 어르신들과 춤도 췄다. 덩달아 흥이 오른 김올팬도 얼쑤 소리를 내며 호응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네스트를 찍었다.

‘되게 뻔뻔스럽게 잘한다.’

솔직히 범나비가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 범나비가 넉살이 좋은 사람 같지는 않아서. 그런데 그건 김올팬의 편견이었다.

-손가락에!

고운 가락지를 넣으며

그대에게 고백합니다~~~

범나비의 그야말로 구성진 노래 한 곡에 어르신들의 춤판이 벌어졌다. 어르신들이 무대에 난입하여 춤을 춰도 네스트는 싫은 내색 없이 어우러져 같이 춤을 췄다.

-그러니 당신은

지금 당장 결혼하는 거야~~~

그러다가 한 할아버지가 범나비의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같이 노래를 불렀다. 범나비는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면서 옆에서 호응을 했다.

-어어어~~~ 갑니다!

결혼식을 하러~

그렇게 할아버지가 노래의 끝을 맺자,

-얼쑤!

범나비의 추임새를 마무리로 노래가 끝났다. 범나비의 구수한 목소리에 사로잡힌 어르신들은 한 곡 더 해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한 곡 더 해!”

범나비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옆에서 화목현이 중재를 했다.

“한 곡 더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요.”

아쉽게도 시간이 없는 바람에 다음 노래를 부르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노래는 플라워입니다. 저희가 낸 곡이에요.”

화목현이 정리 멘트를 하자 멤버들이 하나둘씩 재킷을 벗었다.

“어르신들, 플라워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늘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네스트는 자연스럽게 플라워를 불렀다.

***

나는 차오르는 숨을 골르면서 김연호한테 부탁했던 마늘을 팬들 앞에 가져왔다.

“와악! 얘들아!”

“많이 기다렸죠?”

“전혀~”

SNS에 우리를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더니 네온들은 구석진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ONLY ONE 네스트입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김연호한테 눈짓했다.

“저희가 이렇게 마늘을 준비했거든요.”

화목현의 멘트에 팬들이 웃었다.

“나비가 요새 마늘이 금값이라고~ 마늘을 꼭 사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만 사기가 좀 그래서~ 축제에 와준 네온들한테 줄 마늘까지 준비했습니다.”

이대로 주면 팬들이 마늘 냄새로 곤욕을 치를 것이다. 그래서 준비한 비닐봉지를 꺼냈다. 거기다가,

“제가 스티커를 만들었거든요.”

‘N+N’라고 적혀 있는, 네온과 네스트는 하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스티커도 만들었다. 연습하다가 심심해서 만든 스티커인데 네온들한테 줄 기회가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화목현은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네온들은 앞으로 천천히 나와서 매니저 형한테 비닐봉지를 받고, 멤버들한테 차례대로 마늘을 받아 가면 됩니다. 질서 꼭 지켜주세요!”

“네!”

“그러면 오른쪽 1번부터 쭉 나와주세요.”

마늘 축제에 와준 팬들은 많아봤자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마늘을 50kg 샀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비야, 우리 주면 부족한 거 아니야?”

“괜찮아요. 더 사면 돼요.”

“…진짜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네온이 웃었다.

“팬들한테 마늘 주는 아이돌은 너희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

“그러면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 주세요.”

스티커를 나눠주고 네온들을 만나면서 기운을 차렸다. 역시 행복하다. 멤버들도 웃고, 네온들도 웃고. 제일 힘든 건 김연호일 것 같기도.

“나중에 또 팬미팅이나 기회가 있으면 더 좋은 걸 드릴게요.”

마늘을 주는 게 어쩐지 이상하긴 했지만,

“우리 엄마가 마늘 받으러 간다니까 좋아했어!”

네온의 한마디에 멤버들의 웃음이 터졌다.

“진짜야!”

진짜라는 네온의 말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혹시나 썩은 마늘을 드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

“당연하죠. 혹시 마늘 상태가 안 좋으면 SNS 계정에 올려주세요. 바로 좋은 마늘 보내 드릴게요.”

“진짜?”

“장모님한테 잘 보여야죠.”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네온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옆에서 정요셉이 입을 벌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 능글능글~ 하여간 누구 동생인지~”

“요셉 형이요.”

“…이럴 땐 또 나지?”

나는 정요셉을 보며 혀를 내밀면서 웃었다.

***

‘마늘 주는 아이돌’이라는 영상이 SNS에 퍼졌다.

-마늘 주는 아이돌 봤어? 어? 봤냐고! 그 아이돌이 내가 파는 네스트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늘 어쩌냐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마늘 엄청 줬네 부럽다

└ 마늘 어때? 품질

-썩은 마늘이면 AA 엔터에 메일 보내려고 했는데 품질 좋더라?

└ 나도 품질 안 좋길 바랐는데 좋아도 너무 좋더라…

-나 마늘 들고 다니다가 마늘 축제 홍보하는 직원이랑 대화 나눔

└ ㅋㅋㅋ뭐래?

└ 네스트라는 아이돌 좋게 봤다면서 마늘 사 가는 아이돌은 처음 봤대

└ 마늘 축제 위원장이 SNS에 네스트랑 찍은 사진에 하트 적어서 올렸더라ㅋㅋㅋㅋ

-마늘 축제에서 마늘을 사 가는 아이돌이라… 색다른걸?

└ ㄹㅇ 마음에 들어

-우리 엄마가 좋은 마늘 사 왔다고 사위 괜찮은 것 같대

└ ㅅㅂ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집 사위거든요?

└ 참고로 우리 엄마 내가 아이돌 좋아하는 거 싫어했음

└ 마늘은 인정함 이번에 금마늘이라고 말 많잖아

-마늘 주는 아이돌이 아니라 마늘 주는 사위 아님?

└ 나비가 먼저 사위 드립 쳤으니까 무조건 사위 맞음 반박 시 네 말이 틀림

└ 우리 엄마도 마늘 어디서 났냐고 그러길래 엄마 사위가 줬다고 했거든 그 사위 데리고 오라고 함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마늘을 주다니…

└ 다음에는 뭘 줄까 생각하게 됨…

└ 아니 역조공으로 마늘 줄 생각을 했다니

└ 나비 그냥 주고 싶었대ㅠ 역조공 아니라는데 역조공ㅋㅋㅋㅋ

-마늘 입덕완

└ 저기요 마늘인가요? 네스트인가요?

└ 마늘 입덕 삼겹살이랑 먹는 중인데 마늘 존나 맛있어 ㄹㅇ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네스트한테 역조공 몇 개나 받는 거야 이렇게 계속 받아도 되는 건지…

└ ㄱㄴㄲ

└ 네스트:사랑만 주셔도 좋습니다

└ 진짜로 그랬음?

└ ㅇㅇ 네스트 애들이 다 저랬음

└ 얘네 지금 덕질해도 상관없어? 너무 늦었나

└ ㄴㄴ 지금이 적절함

장모님 드립이 괜찮았는지 입덕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계획대로 되고 있네.’

그런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려고 하는 순간, 손수건이 보이지 않았다. 예능 끝나고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낸 적이 없는데?

“정진 형, 혹시 제가 가방에서 손수건 꺼낸 거 본 적 있어요?”

“…글쎄. 못 봤는데.”

아니면 내가 착각하는 건가. 내가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네. 김연호는 일이 있어 이만 가보겠다며 우리랑 같이 밥을 먹지 않고 떠났다. 그때 거실에서 주이든이 외쳤다.

“뜬금없는데 요즘 주변에 귀신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주이든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든 형, 갑자기 귀신이요?”

“아니, 나는 뭐든지 정돈되어 있는 게 좋아서 일어날 때마다 베개랑 이불을 각지게 정리해 놓거든.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 항상 틀어져 있더라고.”

내 베개와 이불은 틀어지지 않았는데. 그런데 주이든의 말이 끝이 아니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화목현도 수상하다는 듯이 인상을 팍 썼다.

“그러고 보니 요새 누가 새벽에 화장실을 쓰는 것 같더라.”

“에이, 목현 형… 화장실은 아니다.”

“이든아, 내가 괜히 이런 말을 꺼내겠니.”

“그건 아니겠지만…….”

화목현이 당시 상황을 재현해 주겠다면서 몸을 움직였다.

“새벽 6시였어. 운동하러 가려고 일어났는데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누구 한 명이 일어나서 화장실을 썼다는 거네.

“다른 형들이 화장실에 갔다면요?”

“그랬다면 내가 말을 안 했을 텐데… 거실로 나가보니 아무도 없고, 방에서는 너희들이 자고 있더라고.”

그러고는 화목현이 화장실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 숙소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