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87화 (87/235)

87. 투두 네스트 – 마지막 화 방영(2)

-퇴근을 내놓아라

-아니 퇴근은 줘야지;

-아이돌이 퇴근은 무슨 재미를 줘야지

-꿀잼~

-이러니까 존잼인데

채팅창을 보면서 나는 팔짱을 꼈다. 아무리 그래도 퇴근은 해야지.

[경찰 : 안녕하세요. 혹시 배추를 도둑맞으셨나요?]

[정요셉 : 네!]

[배추를 도둑맞아 광기에 서림]

[경찰 : 잠시만요. 기다려 주세요.]

차에서 내린 경찰은 냅다 옆으로 돌았다. 경찰은 물레방아처럼 돌더니 이윽고 우리 앞에 도착했다. 옆에서 감탄하던 주이든이 슬쩍 말했다.

“나도 옆돌기 할 수 있어서 하려고 했거든? 근데 손에 진흙이 묻어서 못 했어.”

주이든이 옆돌기를 하면 재밌었을 것 같다. 상상하니까 웃기긴 하네.

“흡.”

갑자기 이정진은 혼자 웃음을 터트리더니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았다.

“정진 형, 지금 나 상상한 거지.”

“…이든아, 나 쳐다보지 말아줘.”

“왜? 상상 가? 상상해!”

이정진의 소리 없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주이든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애꿎은 정요셉의 머리카락을 뜯었다.

“우리 이든이, 그만할까?”

“이건 새치.”

“새치 한 개 뽑으면 두 개 나거든.”

경찰이 지나가고 신혼부부를 만났다. 나랑 주이든이 뼈가 빠지도록 거실에서 김치를 찾고 있을 때,

“형들은 고기를 먹고 있었어요?”

남은 멤버들은 남편한테 고기를 받아먹고 있었다. 어쩐지 배고프다고 안 하더라. 나는 배고팠는데…….

[화목현 : 이게 무슨 고기예요?]

[신혼 남편 : 소고기요.]

[화목현 : 어쩐지 맛있더라.]

[맏형즈의 고기 파티]

심지어 돼지고기도 아니고 소고기라고? 나는 형들을 노려보았다.

“고기 참 맛있었는데.”

“요셉아, 어쩌라고.”

“이든이도 소고기 좋아하는데 어떡해?”

또다시 주이든이 정요셉의 목덜미를 잡아 흔들었다. 우리가 신혼부부네에서 벗어나자마자 이장님네 골목 쪽에서 웬 대학생들이 보였다.

‘이건 우리가 못 봤던 장면인데.’

화면으로 대학생들을 발견한 화목현이 멤버들한테 물었다.

“어, 우리 저 사람들 본 적 없지 않아?”

우리가 못 봤던 대학생들이었다.

[이정진 : 지름길로 가자.]

[주이든 : 지름길이 어딘데?]

[이정진 :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이장님 집인데?]

지도를 잘 보는 이정진이 있어서 우리는 대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가지 않았다.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한 제작진과 대학생들은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PD : 이장님 집으로 가는 길에 또 골목이 있으니까 거기로…….]

우리가 가는 길에는 큰 골목이 하나 더 있긴 했지만,

[이정진 : 어, 여기 샛길 있네. 여기로 들어가자.]

[제작진 : 안 돼!]

[절망한 제작진들]

이정진이 샛길로 가버리는 바람에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PD : 준비한 문제를 못 쓰다니…….]

우리는 절망한 PD를 뒤로하고 이장님 집으로 들어갔고, 집에 없는 이장님의 아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의심 100%]

[범나비 : 왜 안 온 거죠?]

[이장님 : 일하고 있으니까?]

[범나비 : 어떤 일을 하는 거죠?]

[이장님 : 그것까지 물어본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비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장님 아들 내놔

-아들 목숨이 소중하다면 그냥 범인이라고 말해

-배추 내가 줄 테니까 감방 가자

팬들의 협박하는 자세가 좋았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어쨌든 경찰에 장아들을 넘긴 우리는 벌칙을 피하고 상품을 받았다. 그때 문자 한 통이 왔고.

[PD : 목현 씨, 어떤 문자가 왔나요?]

배추 도둑이 경찰서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나왔다.

-?????

-뭐야 배추 도둑 나감?

[To be continued – 배도]

-존잼이었다

-왜 2화만 나오는 건지;

-협박하러 갈까

-ㄹㅇ 아파트편이랑 농사편 둘 다 괜찮았음

마지막으로 투두 네스트 출연 소감이 남아 있었다. 멤버들이 의자에 앉아 출연 소감을 차례대로 말했다.

[PD : 투두 네스트를 촬영하면서 좋았던 점은?]

[화목현 : …이런 예능을 우리가 또 할 수 있을까요? 그만큼 투두 네스트는 참신하고 재밌었습니다.]

[PD : 투두 네스트를 촬영하면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정요셉 : 무인도에 가는 줄 알았는데 폐공장에 도착했던 장면이 좋았어요. 혹시 투두 네스트 시즌 2가 있다면 무인도에서 꼭 생존해 볼래요~]

[PD : 투두 네스트를 촬영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정진 : 앞으로 멤버들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D : 투두 네스트를 촬영하면서 제일 무서웠던 장면은?]

[주이든 : (진지)아파트편에서 술래를 몰래 봤을 때? 그 긴장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슬픈 BGM이 나왔고, 마지막 차례는 나였다.

[PD : 자신에게 투두 네스트란?]

[범나비 : …음, 또 다른 그룹.]

[PD : 왜 또 다른 그룹일까요?]

[범나비 : 제작진분들도 저희와 그만큼 가까운 존재니까요.(웃음)]

다음으로 제작진의 인터뷰가 나왔다. 제작진의 인터뷰를 보면서 정요셉은 괜히 콧잔등을 찌푸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정들었지~”

엄청 정이 들었다.

[네스트 : 투두 네스트!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렇게 투두 네스트는 끝이 났다.

-아쉽다

-투두 네스트 시즌 2 제발

-시즌 2 가자!

-10부작 아니어서 아쉽다

-비하인드는 내일 너튜브에 나오네

TV가 꺼지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작진한테 감사 인사를 전달했다.

“감사합니다!”

제작진도 방송이 괜찮았다는 평가를 해줬다.

“그런데 PD님, 투두 네스트 시즌 2도 있겠죠~?”

“글쎄요.”

PD는 저 말을 하면서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투두 네스트가 짧은 예능이기는 하지만 시청률이 높았으니 어쩌면 시즌 2가 나올 수도…….

***

공중파 연말 무대. 안 좋은 기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직접 보는 중이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우리만 텐트지?”

“그런 것 같아요, 목현 형.”

“조용해서 좋네.”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인사할 필요도 없기도 하고, 오히려 편안해서 만족스러웠다. 멤버들이 시끌벅적한 공간보다는 조용한 공간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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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오늘 순서 스포 나와서 봤는데

왜 네스트만 밖에서 무대 함?

설마 네스트가 신인이라서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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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랑 키오는?

└ 밖에서 안 함

└ 엥? 이건 좀;

-네스트가 아무리 2주 전에 컴백했다고 해도 이건 좀 엥스러운데

└ 나도 그렇게 생각

└ 네스트랑 인기 없는 가수들만 밖에서 하더라

└ 연말 무대에 나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그래도 팬들한테는 좋은 거 아닌가?

└ ?

└ ??

└ ㅋㅋ 팬들이 뭐가 좋아

└ 밖에서 하면 가까이에서 볼 수 있잖아

└ 팬들은 이런 거 안 좋아해

-네스트 옷도 얇네…

└ 스타일리스트 뭐 하냐;

└ 밖에서 할 줄 알았겠음?

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연예계에 부당한 대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이번에 HOR 엔터에서 데뷔하는 다이아몬드도 밖에서 무대를 하지는 않았다.

‘좋겠네.’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저 코트에 핫팩을 붙일 뿐이었다.

“팀장님!”

팀장님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텐트로 들어오셨다.

“…그나마 텐트는 있네!”

“그러니까요! 텐트도 없었으면 저희 얼어 뒤질 뻔했어요!”

“빨리 히터기로 몸 좀 녹이자. 안 그러면 감기 걸려.”

주이든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팀장님이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얘들아,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원래 연말 무대에 우리를 안 넣으려고 했대.”

“우리를 안 넣으려고 했다고요? 왜요?”

“어, 나비야… 그게…….”

설마 진짜 HOR 엔터가? 팀장님의 말이 나오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그 엔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죠?”

“…그렇다는데.”

내가 한 짓이 있어서 괜히 멤버들한테 미안했다.

‘꼭 성공해야겠네.’

우리가 아직 신인이라서 할 수 있는 방송국의 만행이니까.

“너희들, 그래도 선배님들한테 인사는 하러 가야지.”

물이 흐르듯 정요셉은 내 가방에서 자연스럽게 앨범을 꺼냈다.

“팀장님은 모르셨겠지만 연호 형이 미리 말해줘서 다 같이 앨범에 싸인도 했어요~”

“뭐? 연호가? 대견하네. 이제 나는 없어도 되겠다.”

“에이, 그건 아니죠! 팀장님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데요~”

어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는데 김연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내일 선배들도 있을 텐데 인사하는 건 어떻냐고. 팀장님은 기특하다는 듯이 김연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연호야, 다 컸구나.”

“다 팀장님을 보면서 배운 거죠.”

김연호가 매니저로서 일을 잘하긴 했다. 김연호가 일을 못했다면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주이든은 몸에 두르던 담요를 벗으면서 앨범을 들었다.

“가자! 선배님들 뵈러!”

우리는 제일 먼저 건물에 들어가 I.P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자 ‘누구세요’라는 소리가 들렸고, 화목현이 말했다.

“선배님, 네스트입니다!”

“어! 들어와~!”

멤버들은 문을 열고 인사했다.

“ONLY ONE! 네스트입니다!”

I.P가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박수를 쳤다.

“이야~ 네스트의 구호를 직접 듣는 날이 올 줄이야. 무슨 일로 왔어?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건가?”

“I.P 선배님께 저희 앨범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어! 잠시만, 지금 연말 시상식 브이로그를 찍고 있는데 나와도 괜찮아?”

괜찮냐는 질문에 우리는 고개를 돌려 김연호를 쳐다보았다. 김연호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화목현이 말했다.

“괜찮다고 하네요.”

“그럼 찍는다?”

숨어 있던 I.P의 매니저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우리를 찍어주었다.

“최강 신인인 우리 네스트가 나한테 앨범을 주려고 왔다니. 내가 찾아갈 걸 그랬다.”

“아니에요. 당연히 저희가 찾아뵈어야죠.”

“너희들이 데뷔를 하다니, 신기하긴 하다.”

“저희도 신기하긴 해요.”

내가 I.P한테 앨범을 건네며 말했다.

“맨 뒤에 편지도 적었어요.”

“아, 편지 하니까 생각났네.”

I.P는 편지라는 말에 눈이 반짝였다.

“나비야, 다음 앨범이 여름에 나올 예정인데…….”

“아, 그 전에 연락하겠습니다.”

내년이면 시간적 여유가 있네.

“나비, 그때는 성인이겠지?”

“…예? 예.”

“좀 우울한 노래라서.”

“우울한 노래요?”

“응, 청소년 관련 노래야.”

청소년 관련 노래……?

“선배님, 다음 앨범이…….”

“9집 앨범이야.”

…9집 앨범? 무슨 일이 있지 않았나.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별문제 없겠지.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다른 대기실로 향하는데, 김연호가 복도에 나온 스태프와 대화를 나누더니 말했다.

“얘들아, 들어가도 된대.”

대기실 문에 적혀 있는 그룹의 이름은 ‘트렌디’였다. 그걸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트렌디는 HOR 엔터의 6년 차 그룹으로, 후배 차별이 심했다.

특히 힘이 없는 엔터의 그룹일수록 인사를 받아주기는커녕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보나 마나 우리를 본 척도 안 할 텐데.

‘다이아몬드의 선배잖아…….’

인사해 봤자 바로 무시할 수도. 트렌디 대기실이 열리고 멤버들은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네스트입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인사는 없었다. 화목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근처에 있던 트렌디의 리더인 도라임에게 미니 앨범을 건넸다.

“어? 그…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서 1위 한 그룹인가.”

“맞습니다. 선배님.”

“흐음…….”

“맨 뒤에 저희가 편지를 적었는데…….”

“아, 진짜 재미없다.”

도라임은 앨범을 살펴보더니 화목현의 말을 끊었다.

“오늘따라 짜증 나는 일이 많아서 그런가.”

뒤에 있는 트렌디 멤버들은 도라임을 말릴 생각이 없는지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기 리더 누구야.”

“…접니다.”

“넌 네 인기가 언제까지 갈 것 같아?”

“네?”

“뭘 되물어? 지금은 인기가 많잖아.”

“인기는 오래 안 갈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안 되는 거야.”

…시작인가. 도라임은 낄낄 웃으면서 뒤에 있는 소파로 넘겼다.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너희들, 음방 1위는 해본 적 있어?”

멤버들이 말을 못 하자 도라임이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설마 1위도 못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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