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81화 (81/235)

81. 티저 유출

AA 엔터 회의실. 연습실에서 멤버들과 플라워 안무를 외우다가 직원의 실수로 너튜브에 티저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데뷔 전인데 이렇게 다사다난할 수가.

“잠깐만. 직원한테 전화 좀 할게.”

팀장님은 어떻게 티저가 올라갔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다음 주에 올라가야 하는 티저가 오늘 올라갔다고 하더라.”

“완성본이에요?”

“아니, 아직 뒷부분 영상을 넣지 않았대.”

뒷부분 영상을 넣지 않았다고?

“어떤 부분인데요?”

“그 플라워 로고.”

티저 끝에 나오는 플라워 로고를 삽입하지 않은 모양이네.

“티저가 조회수 곧 20만이야.”

20만은 화력이 컸다. 아마 회사에서 실수했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난 모양이다. 조회수가 이렇게 올라간 걸 보면.

“티저를 올린 직원이 자는 상황인 것 같거든? 너튜브 계정을 그 직원만 알고 있다고 해서 티저 삭제를 못 하는데 어쩌지…….”

…다른 직원들은 너튜브 계정을 모른다니. 정말 좆소다. 그런데,

「문제 16, 티저 삭제를 막아라!

페널티:개인 티저가 삭제됨

정답 풀이:랜덤 박스 2개」

시스템이 티저 삭제를 막으라고 했다. 왜?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한 가지 이유를 생각해 냈다.

‘조회수 때문이네.’

굳이 티저 삭제를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왜일까 싶었는데.

“…하필 정진이 티저가.”

팀장님의 중얼거림에 깨달았다. 이정진의 티저가 내려가면 이정진의 팬들에게 불만을 심어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정진아, 너는 괜찮니?”

“네, 저는 괜찮아요.”

이정진은 딱히 불만을 표하는 스타일도 아니었을뿐더러,

“차라리 인기 없는 제 티저가 올라가서 다행이네요.”

언제나 저런 식으로 넘어가려는 태도가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그러려니 할 것 같아서 내가 치고 들어갔다.

“정진 형 티저는 삭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정진이 나를 보며 물었다.

“내 티저를?”

“네, 왜요?”

“의아해서.”

뭐가 의아하다는 거지?

“막내가 제일 화를 낼 줄 알았거든. 이번 티저 순서는 특히 중요했잖아.”

“아… 그렇죠.”

“…이번에 네가 부탁한 것도 있고.”

사실 내가 미리 부탁해 놓은 내용이 있었다. 내 티저를 뮤직비디오가 올라간 다음에 올려달라고. 그 부분을 생각하면 이정진의 티저가 먼저 올라간 건 좋지 않은 방향이긴 했다.

“반응이 뜨거워서 지금은 티저를 지울 수 없긴 해요. 조회수도 아깝고.”

내 말에 이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지우는 건 아깝더라. 조회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거든.”

“조회수도 조회수고, 거기다가…….”

나는 멤버들을 보면서 이어서 말했다.

“이참에 이걸로 어그로를 끌어서 네스트를 검색하도록 만들죠.”

팀장님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왜 어그로를 끌어?”

“이미 FG 엔터, HI 엔터 연습생들은 무대에 나왔어요. 다음은 HOR 엔터 연습생들이 데뷔한다는 소식이 있고요. 어떻게든 어그로를 끌어야 네스트를 한 명이라도 더 알리죠.”

“이런 어그로는 별로지 않니?”

“글쎄요. 차라리 ‘소속사가 일을 못하는 연습생 그룹’이라는 기사가 올라가면 불쌍한 이미지는 먹고 가는 거죠.”

“그건… 바이럴처럼 이용하자는?”

“돌연프로 어느 정도 얼굴을 알리기는 했지만 아직 네스트로서는 인지도가 없잖아요.”

그리고 AA 엔터가 일을 못하는 건 팩트니까. 바이럴을 사용하지 않아도 저절로 먹고 들어간다. 이건 완벽한 가짜 바이럴이다. 어차피 먹을 욕, 지금 먹어도 괜찮지 않나.

“오~ 우리 막내, 똑똑해~”

정요셉은 마음에 드는지 신난 표정을 지었다.

“아, 나는 반대. 소속사가 일 못한다는 이미지가 각인되면 별로지!”

주이든은 반대했다.

“왜요?”

“불쌍한 이미지를 얻는 건 별로라서.”

“흠… 목현 형과 정진 형은요?”

화목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무런 말이 없었고.

“나는 괜찮아 보여.”

“정진 형, 뭐가 괜찮아 보여!”

“아이돌도 서사가 중요해. 서사가 없으면 허전하니까. 막내는 그걸 노리는 것 같은데.”

사실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호오, 성장 서사를 노리자?”

팀장님이 성장 서사에 꽂혔는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성장 서사라… 이건 괜찮네. 그래서 그 후는?”

“원래 티저 순서가 어떻게 되죠? 제가 까먹어서.”

“어, 어. 잠깐만.”

팀장님이 직원한테 연락을 하더니 티저 순서를 읊어주셨다.

티저 순서가 영향이 가긴 할 텐데. 다음 주에 올라가야 할 티저가 오늘 올라온 거니까.

“팀장님, 티저 시간대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어… 어, 여기.”

나는 팀장님의 휴대폰에 있는 데뷔 계획서를 천천히 훑었다. 티저를 일주일마다 올리는 게 아니라… 평일 내내 올리네.

그런데 딱 하나, 내가 부탁했던 건 그대로였다.

‘…내 티저를 뮤직비디오가 올라간 다음 올리는 것.’

컴백 무대는 다음 주라서 한 번에 몰아서 너튜브에 올려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거, 티저를 내일 다 올리죠.”

“…뭐?”

모 아니면 도다.

“뮤직비디오를 너튜브에 올리는 시간도 앞당기고요.”

팀장님이 내 말을 듣고 질문했다.

“그럼 뮤직비디오를 올리는 시간은? 앞당긴다며.”

“다음 주요.”

“다다음 주에서?”

“네.”

키오 시절에 HI 엔터가 써먹었던 방법이었다.

근데 왜 나만 말하는 것 같지? 멤버들의 의견도 듣고 싶은데. 내가 고개를 돌리자 바로 옆에 앉은 주이든이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너, 어디 엔터 직원이었냐?”

“…예?”

“아니, 무슨 대책이 술술 나와. 아팠던 녀석이.”

이제 막 데뷔하는 아이돌이 대책을 술술 말하는 모습이 수상하긴 하겠지.

“…라고 HI 엔터에서 배웠어요.”

내가 말을 돌리자 팀장님이 감탄했다.

“HI 엔터에서 그런 것도 배워?”

“이것저것 배웠죠.”

“요즘 엔터에서 이상한 거 많이 배우더라. 우리도 가르쳐 줘야 하는데. 미안하다.”

팀장님의 사과로 마무리되면서 그렇게 티저는 내일도 올라오게 되었다. 그런데 데뷔 계획서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임팩트가 별로 없어.’

그래서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한 가지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뭔데?”

“제 개인 티저는 뮤직비디오 끝나고 올려주세요.”

“어, 왜?”

“그래야 뮤직비디오의 스토리가 완성될 것 같아서요.”

***

이백수는 이를 갈았다. 중소 엔터가 일을 못한다는 말은 들었어도 이건 너무 못한다. 하필 제일 밀어주지 않은 정진이 티저를 잘못 올려?

“…미친 거 아니야?”

더군다나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하긴 대형 엔터도 말이 없는 게 아이돌 판이지.

-나 정진이가 최애인데 가슴이 무너져

└ 개인 푸시도 별로 없는데 ㅋㅋ

└ 그러니까… 진짜 속상해

└ 이정진은 그냥 넣은 멤버 아닌지?

-이럴수록 정진이한테 안 좋은 거 모르나 개인 팬들 눈치가 없어ㅋㅋ

└ 아 꺼져 한탄도 못 해?

└ 그게 아니라 이제 데뷔하는데 그런 말 하면 좋을 거 없으니까 그렇지

└ ㅋㅋㅈㄹ 그냥 다른 멤 욕할까 봐 하지 말라는 거임

-네스트 인기 많긴 한가 봐 어그로 존나 많네

└ 어그로가 아니라 팬들임 ㅇㄱㄹㅇ

└ 팬들이 이런다고? 곧 데뷔하는데 적당히 하자;

요즘은 올팬 성향보다는 개인 팬 성향이 크다. 그래도 돌연프에 그룹으로 나와서 개인 팬 성향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부터 견제를 하다니.

-왜 티저라고 하냐

└ 근데 불쌍한 이미지로 어그로는 많이 낀 듯 ㅇㅇ 조회수 봐라

-바이럴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ㅋ

└ 바이럴(X) 팩트(O)

└ 네스트 팬들 존나 팩트 팩트 남발하는데 1시간마다 ‘불쌍한 아이돌’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물 계속 올라오잖아 이게 바이럴이 아니라고? 작작 하셈

댓글만 봐도 스트레스가 치솟았다.

“아, 관자놀이.”

크래프트의 한 멤버가 누구보다 잘생겼다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데 그건 바이럴이 아닌가?

-뭐야? 티저 또 떴는데

└ ???????

└ 거짓말?

└ 진짜 ㄹㅇ

지금 시각 아침 11시. 목현의 티저가 떴다. 그것도 어떤 티저인지 말도 없이 ‘티저’라는 제목으로.

“이게 말이 되는 일이야?”

어제부터 엔터 욕을 실컷 했는데…….

-진짜 일 처리 레전드

-잠만 너튜브 댓글에 1시라고 적혀 있는데?

└ 어?

└ ????

└ 나 혼란스럽다

AA 엔터가 무리수를 던지는 건가. 아니면 이게 원래 계획인가…….

-이제 정진이 티저를 볼까나

└ 완성본 아닌 것 같아서 안 봤는데 완성본 맞나 봄…

└ 이제 보러 간다ㅠ

이백수는 이정진의 티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 뒤로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이정진이 하얀 장미를 뚝뚝 떨어트리며 티저가 끝났다.

-지금 나 티저 봤거든? 드라마 티저 아니야? 우리 네스트 음방 무대 하는 거 맞지?

└ 몰라……?

AA 엔터는 드라마 퀄리티와 비슷한 티저를 선보였다.

“…뭐야.”

이백수는 화목현 티저를 눌렀다. 비가 쏟아지는 놀이터에서 화목현은 몸이 젖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화목현의 심장에서 푸른 장미가 솟았다.

[-네 환상을 플라워]

줌아웃이 되면서 화목현의 티저가 끝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플’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누가 화목현 셔츠 입혔냐

└ 존나 좋아

-제목 플라워임?

└ 이렇게 어그로를 끄는 엔터가 있었나…

└ 다음 차례 누구냐 존나 궁금하네

└ 다음 차례 정요셉

└ 어떻게 알았어?

└ 너튜브 고정 댓글 봐봐(너튜브_고정_댓글_캡처_jpg)

…짜증은 나는데 약간 재밌었다. 벌써 1시를 기다리기 시작했으니까. 1시 알람을 맞춰놓고 플라워 티저 분석 후기를 보려는데 네스트에 관련된 글이 계속 올라왔다.

“또 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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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네스트 ‘플라워’ 쇼케이스 방청객 공지

안녕하세요.

AA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네스트 미니 앨범 ‘플라워’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날에 첫 번째 쇼케이스가 진행됩니다.

그날은 네스트와 같이 뮤직비디오를 볼 예정이며, 내일 오후 6시에 GG폼을 열 계획입니다.

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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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AA 엔터 공지 보니까 네스트 쇼케이스 방청객 뽑는대

└ 이렇게? 갑자기?

└ 뭐야 뮤비 나오는 날에 진행한다고?

“뭐? 잠깐만, 다음 주 쇼케이스잖아.”

와! 대박! 이백수는 호들갑을 떨었다.

-공지에 네스트와 같이 뮤비 볼 팬을 구한다고…

└ 헉 ㅅㅂ

└ 뮤비 Q&A도 한다고 하는데 미쳤다 갑자기 덕질 재밌다

└ 탈케가 뭐죠?

└ 그래 내가 무슨 탈케야;

드디어 AA 엔터가 움직인다.

“헐.”

극락이다.

***

나는 플라워 쇼케이스 대기실에서 커뮤니티 반응을 살폈다.

-데뷔 늦게 해서 이런 퀄리티가 나온 건가?

└ ㄹㅇ

└ 기대 이상이야

└ 오늘 쇼케이스에서 네스트랑 뮤비 극락

티저로 어그로 끌기는 성공했는데 이정진의 티저로 날조가 붙었다.

-근데 회사 실수 무마하려고 그런 거 아닌가…

└ 왜?

└ 나이 생각하면 화목현이 먼저일 텐데 싶어서

└ 그건 편견이 아닐까?

└ 정진이가 앞일 수도 있지 리더가 맨날 앞인가 ㅋㅋ

-정진이 파트 많았으면 좋겠다ㅠ

└ 2222

└ 회사에서 그렇게 안 줄 것 같아

└ 센터도 아닌데 이런 말 하는 의도를 모르겠네

└ 달라고 할 수도 있지 한탄도 안 됨?

돌연프 때부터 이정진의 파트가 별로 없었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회사가 이정진을 서랍 멤버로 둔다는 말까지 온갖 말이 난무했다.

‘…흐음, 오늘 쇼케이스를 보면 다를 텐데.’

그러면 이정진을 그냥 서랍 멤버로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건 나중에 쇼케이스가 끝나고 커뮤니티를 확인하면 되는 거고. 메이크업이 끝난 정요셉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티저에 좋은 반응 있어?”

“네, 티저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우리 막내 티저를 뮤직비디오 뒷부분에 넣는 의견이 확실히 좋은 것 같네.”

이제 SNS도 만들 수 있다고 했으니까 팬들과 소통이 원활할 것이다. 그렇다면 쿠키에 대한 반응도 물어볼 수 있고. 이러니까 제법 데뷔하는 아이돌 같네.

“와! 데뷔한다!”

아, 깜짝이야. 메이크업이 끝난 주이든이 소리를 빽 질렀다.

“시끄럽다.”

“정진 형은 안 떨려?”

“안 떨려.”

이정진은 떨리지 않는다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얘들아, 떨지 마. 떨지 마.”

더군다나 화목현도 목소리가 떨렸다.

“요셉 형이랑 저만 안 떠네요.”

“그러게~? 나는 데뷔를 많이 해봤으니까.”

“드라마 쇼케이스요?”

“그치?”

그렇다기엔 정요셉의 손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얘들아! 모여봐.”

멤버들은 화목현의 주변에 모였다.

“우리는 아이돌로 데뷔를 한 거니까, 실수해도 돼. 강박을 가져서는 절대 안 되고. 그런데 왜 이렇게 목소리가 떨리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화목현의 목소리에 주변 스태프들이 웃었다.

“네스트 첫 쇼케이스, 성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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