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77화 (77/235)

77. 아이돌 노트의 실체

아이돌 노트에 도달했다고?

나를 똑같이 생긴 이 사람이… 아이돌 노트라고?

【5분간 시간이 멈춥니다.】

시간이 멈춘 촬영장에는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오로지 나랑 아이돌 노트만 움직일 수 있었다.

“네가… 아이돌 노트라고?”

내 앞에 있는 아이돌 노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 상황에 아니라고 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니까. 아이돌 노트가 맞겠지.”

【맞아. 내가 보여줘?】

아이돌 노트가 손가락을 한 번 놀리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당신의 눈앞에 아이돌 노트가 있습니다.】

맞네, 아이돌 노트. 하지만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나를 만나러 온 이유가 뭐야.”

【겸사겸사 내 존재도 밝히고.】

“네 존재?”

【나는 너야.】

무슨 개소리를 이렇게 쉽게 하지?

“네가 나라고?”

【응, 내가 여러 번 회귀한 범나비거든.】

“범나비?”

【그래, 나도 범나비라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이돌 노트가 나라는 건데…….

“…그렇다면 나를 찾아온 목적은?”

【네 목표를 말해주려고.】

“내 목표?”

그러자 아이돌 노트의 손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붉은색 노트가 나타났다.

【회귀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왜 네가 회귀를 한 건지는 잘 모르잖아.】

그러더니 아이돌 노트는 의자를 끌고 와서 내 앞에 앉았다.

“의문은 들었지만…….”

【의문을 해소시켜 주는 사람이 없었겠지.】

아직도 무엇 때문에 회귀를 했는지 모른다. 이남주도 그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았으니까. 붉은색 노트를 폈다가 덮은 아이돌 노트가 나를 똑바로 직시했다.

【네가 아이돌로 계속 실패했거든. 멤버들이 죽거나, 네가 죽거나. 주변에서 계속 네스트를 망가트리려고 했어.】

“왜 망가트리는데?”

【회귀의 대가로.】

회귀의 대가…….

【그렇게 계속 회귀를 하니까 사람이 미치는 거야.】

“…….”

【그러면 아이돌을 포기할 법도 한데…….】

“포기를 안 했다는 거네.”

아이돌 노트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치. 우린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좋았으니까.】

다행이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아이돌을 했던 건 아니라서.

“그렇다면 시스템창은 왜 나타나는 건데?”

아이돌 노트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그건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거야.】

차차 알게 된다고?

“그러면 회귀할 때마다 무슨 일이 생겼는데?”

【교통사고가 나거나, 콘서트에서 조명이 떨어지거나… 계속 주변에 다치는 사람이 생겼어.】

“어째서?”

【우리의 운명이 원래 그래.】

이남주랑 비슷한 말을 하네. 나는 그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딴 운명 때문에 아이돌을 실패하는 거라고?”

【운명은 어쩔 수가 없잖아.】

“허…….”

어이가 없었다. 아이돌의 운명을 바꾸려고 계속 회귀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기억을 못 하는 건데?”

아이돌 노트가 팔짱을 끼면서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회귀가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몸 상태가 안 좋아졌거든. 점점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았고.】

“우리가?”

【어, 예민해져서 사람을 죽이려고 했고, 나중에는…….】

“…….”

【죽는 사람이 생겼어.】

죽는 사람이 생겼다고? 정적으로 휩싸인 공간에서 나는 아이돌 노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 나는?”

아이돌 노트는 조용히 읊조렸다.

【너도 죽음을 선택했어. 근데 웃긴 게 뭔 줄 알아?】

“……?”

【네가 다치면 다칠수록 멤버들은 다치지 않았어.】

“다치지 않았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그래서 페널티가 생긴 거야. 그 페널티는 원래 멤버들이 당하게 될 일이었거든.】

“멤버들이 당하게 될 일을 내가 당했다는 건가?”

【뭐, 그렇지.】

아이돌 노트가 하품을 쩍 하더니 멈췄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눈앞에서 아이돌 노트가 사라졌다. 그대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자 나에게 떨어지는 조명을 보면서 최대한 몸을 움직여 얼굴을 보호했다.

아, 조명이 팔에 떨어졌다.

“나비 씨!”

조명의 열기가 옷을 뚫고 들어왔는지 피부가 따끔했다. 화상인가?

그 후에 우당탕탕 소리가 나면서 의자가 뒤로 넘어지고, 저 멀리서 뛰어오는 스태프를 보았다. 김연호가 나를 부축했다.

“범나비 씨,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조금 쉬었다가…….”

“아니요, 촬영하죠.”

아픔은 짧게 지나가니까. 하지만 내가 여기서 멈추면 일정이 뒤로 밀린다. 나는 정 감독을 보면서 말했다.

“감독님,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제가 다친 사실을 형들한테 말하지 말아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저는 괜찮아요. 다행히 피부도 멀쩡하고.”

“…알겠습니다.”

이 정도는 화상 연고만 발라도 버틸 수 있다.

“계속 촬영하죠.”

***

이백수는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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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범나비 병원이라는데?

ㅈㄱ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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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그로인가

-달랑 병원이라고 올리면 팬들이 믿음?

-놀라서 들어왔다가 인증글 없어서 나감 ㅅㄱ

-요새 정병들 많아서 안 믿을 것 같은데;

└ 정병 워딩 그대로 쓰네ㅋㅋ 네가 정병인 거 아님?

└ 어그로야 작작해라ㅋㅋㅋ 티 나~

-데뷔 떡밥만 받습니다ㅎㅎ

└ 인증글도 아닌데 댓글로 반응하지 말자

-관종아 작작 글 써라

요즘 돌연프에 나왔던 연습생들이 데뷔하면서 관종들이 많아졌다.

어그로성 글이 하도 계속 올라와서 이백수는 이런 글조차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욕이 달려도 작성자는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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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헐? 네스트 멤버들 봄

나비 병원 갔다는 거 찐이네

(병원_대기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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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소비 ㄴㄴ

└ 왜 소비하면 안 됨?

└ 사생 글이잖아

└ 자아 비대하다 벌써 네스트한테 사생이 있겠음?

└ 이런 게 사생 글이지;; 기사도 뜨지 않았는데 이런 글 소비해 주면 사생들 길길이 날뜀;

-사생 아닐 수도 있지 사생 몰이 개역겹

└ 너보다는 클린하게 살아요ㅋ

└ 사생은 소비해 주면 더 나댐

-나비야, 데뷔 떡밥만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ㅠㅠ

└ ㄹㅇ 어떻게 무슨 일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냐

└ 나비가 없어도 네스트 ㅎㅎ 잘 데뷔하지 않을까

└ [커뮤니티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 정병 우욱 ㅋ

-이런 글 소비하는 거 안 좋을 것 같은데

└ ㅇㅈ

└ ㄱㄴㄲ 이렇게 몰래 찍은 사진 소비하면 안 됨; 기레기랑 다를 바가 없잖아

여론이 안 좋아지자 결국 게시물은 삭제가 됐다. 그러나 이백수는 여전히 심란했다. 공식적인 기사가 뜰까 싶어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는데 그 순간 기사 하나가 떴다.

“…헐, 진짜네.”

[속보, 범나비 병원 이송 중]

[범나비 뮤비 촬영 중 조명 떨어져 팔에 화상 입어…]

[사고로 네스트 데뷔 뒤로 밀리나?]

“어……?”

나비가 다쳤다고? 뮤비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조명이 쓰러져서 팔에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다.

-나비? 나비? 나비요? 우리 나비요?

-헐 미친; ㅅㅂ 인증이 맞다니

-어쩐지 멤버들 옷 무대 의상 같더라니…

-아…

-억장이 무너진다 진짜

AA 엔터는 뭐 하고 있는지 오피셜을 내지 않고 있었다. 이러는데 계속 어그로가 생길 수밖에.

-ㅋㅋ네스트는 범나비 버리길~ 진짜 네스트에 망조가 들었음

└ 진짜 지랄하지 마라;

└ 범나비 팬들만 네스트 걱정하죠? 다른 멤버 팬들은 범나비 걱정보다는 데뷔에 차질 생기는 게 더 두렵죠?

└ 정병에 어그로에 지금 짜증 나 죽겠는데;

└ 응 너만 짜증 나? 이래서 이남주를 데리고 있어야 했는데

이번에 FG 엔터의 새로운 그룹인 크래프트 티저가 나오면서 대중들은 돌연프 1위와 2위를 비교 선상에 내놓았다.

하필 이남주가 끼와 재능을 발휘한 개인 영상이 뜨면서 네스트 팬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AA 엔터의 패착은 이남주를 버린 거임ㅋ

이렇게 계속해서 비교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동안은 나쁜 떡밥이 없어서 괜찮았는데, 이번 건 떡하니 먹잇감을 주는 기사라 이백수는 아찔했다.

-남주 팬들 존나 나대;

└ ㅋㅋ 누가 봐도 FG 그룹보다 네스트가 더 잘될 거 같으니까 나대는 거임

└ 솔직히 부럽겠지

-범나비 꼼수 부리는 거 아니야? 데뷔하기 싫어서? 어떻게 조명이 떨어져

└ 그건 좀;

└ 아오 꺼져라

그렇게 네스트 팬들은 계속해서 어그로들과 싸웠다. 이백수는 손가락은 놀고 있으면서 머릿속으로는 나비가 괜찮은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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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블로그 업뎃!

우리 애들 괜찮다는 듯이 올라옴

더블에이 뭐 하냐 오피셜 왜 안 내냐고!

(네스트_단체_사진_jpg)

(나비_브이_사진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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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들어가자마자 이백수는 눈물이 날 뻔했다.

“하… 진짜.”

블로그에서 올라온 나비의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ㅅㅂ 우리 네스트가 오피셜로 땅땅 해줘야 해? AA 엔터 뭐 하냐고.

└ 우리 애들은 팬들 힘들어할까 봐 걱정하는데 엔터는 뭐 함?

-아 개빡친다 진짜로;ㅋ

└ 나도… 속이 존나 답답함

└ 빡쳐서 AA 엔터에 메일 씀…

└ 아 나도 뭐라도 써야겠다

몇 시간이 흐른 후, AA 엔터에서 오피셜을 냈다. 기사 내용대로 뮤비 촬영 중에 조명이 나비한테 쓰러져서 손등에 작은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곧이어 나비의 짤막한 편지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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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범나비입니다.

좋은 일로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나쁜 일로 글을 쓰네요.

죄송합니다.

일단 저는 아프지 않아요.

병원 밥을 많이 먹고 빨리 몸을 회복해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빨리 팬들을 보고 싶으니까요.

블로그에도 사진 올릴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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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

-나비야…

-하 속 답답한데 찐으로 눈물 날 것 같아…

-나비 아직 19살이잖아

이백수는 속이 답답했다.

***

‘…괜찮을까.’

벌써 인증샷이 뜨고 의사도 집에 가도 된다고 했으나 추후 아픈 곳이 있을 수도 있다며 멤버들이 하루 정도 더 병원에 있자고 했다.

“…하.”

화상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벌써 나쁜 기사가 뜨고 AA 엔터는 오피셜도 내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팬들만 마음을 졸이고 있는 상태.

-걔 때문에 이게 무슨 일임;ㅎ

└ 진짜 네스트의 민폐임

└ 놉이 들어오고 안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은 기분 나만 느낌?

└ 아 ㅇㅈ

-차라리 조명에 손등 말고 머리를 다치지ㅎ 걔 때문에 데뷔 일정 밀리는 거 아님? 차라리 걔 빼고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4명도 괜찮다고 본다ㅋㅋ

└ ㅋㅋㅋㅋㅋㄹㅇ

└ 제발 이렇게 진행하셈 ㅋㅋ

미안한 말이지만, 이미 뮤비 촬영까지 마쳤으니 나를 빼고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할 때였다. 붉은색 시스템창이 눈앞에 번쩍였다.

【아이돌 노트를 만나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지금 페널티를 받는다고?

【지금 이 순간 피를 토합니다.】

“잠깐…….”

시스템창이 사라지는 순간, 목구멍에서 치고 올라오는 피를 억지로 입안에 가득 담았다.

미친… 일단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한 번 더 피가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입꼬리에 살짝 피가 고였다.

갑작스러운 페널티라니.

시스템은 마치 멤버들이 이 모습을 보라는 듯이 굴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세면대에 피를 토한 뒤 비누로 손바닥을 닦았는데.

“야, 범나비.”

고개를 뒤로 돌리자 주이든이 화장실 문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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