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69화 (69/235)

69. 투두 네스트 1화 – 아파트편(2)

계단이 막혔다고……?

나는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믿지 않기에 화목현이 있는 쪽으로 가서 계단을 확인했다. 화목현의 말처럼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상자로 봉쇄되어 있었다.

‘…이건 아니지.’

이렇게 대놓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곰인형을 바닥에 두고 허리에 손을 얹을 때였다. 주이든이 나를 불렀다.

“범나비! 밑에 상자!”

“상자요?”

“인형 밑에 상자가 있어.”

주이든이 말하는 대로 곰인형이 있던 자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정말로 작은 나무 상자가 있었다.

“이든 형, 시력이 좋네요.”

“네가 가는 동안 이 주변만 보고 있었거든!”

무서워서 오지는 못해도 보고 있긴 했군. 나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들어서 흔들었다. 상자에 많은 게 들어 있는지 딱딱한 것 같은 물건 소리가 났다.

“범나비, 멤버들 오면 열어보자.”

“지금 상자를 열어도…….”

“안 돼… 사실 나 약간 무섭거든. 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주이든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를 말렸다. 하긴 뭐, 이 상자가 판도라의 상자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멤버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데 이정진이 하얀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거실 소파 밑에서 이상한 쪽지 발견.”

이상한 쪽지?

“막내, 이거 읽어볼래?”

“네, 제가 읽어볼게요.”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1월 1일

술래라는 이웃이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술래는 평범한 인간의 형태로

우리와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그 술래가 나타나면서

한 명.

한 명.

이웃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밤마다 이웃들이 사라졌지만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서 몸을 가리거나

옷장에 몸을 숨기면 사라지는 일이 드물었다.

그 술래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끝에는 물을 흘린 자국인지 잉크가 번져 있었다.

“형들, 여기 쪽지에 적힌 술래의 정체는 살인마 같은데요?”

“살인마?”

“네, 이 쪽지를 보면 이웃이 한 명씩 사라졌다고 했잖아요. 왠지 죽인다는 표현을 돌려서 말하는 느낌이 나서요.”

“나도 읽어볼게.”

나한테서 쪽지를 가져간 이정진은 내용을 읽고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네. 그리고 여기 이 부분, 이불로 몸을 가리거나 옷장에 몸을 숨기면 죽지 않는다는 말. 숨바꼭질에서 술래한테 모습을 들키면 죽잖아. 그런 원리가 아닐까.”

“술래를 피할 방법이네요.”

1층 계단을 막았으니까 곧 술래를 만날 가능성이 크겠네. 아니면 복도에 설치된 CCTV로 이미 우리를 지켜보고 있거나. 화목현과 정요셉은 복도 밖을 확인한 뒤에 우리한테 다가왔다.

“나비야, 상자는 열어봤어?”

“아직 상자는 열지 않았어요.”

“상자에 핸드폰이랑 아파트 내부 사진이 있다고 했잖아. 열어봐야지.”

멤버들이 다 와서 상자를 열었다.

“…상자 열게요.”

나는 살며시 상자를 열었다. 그러나 상자를 열었음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상자엔 PD가 말했던 핸드폰만 있었다.

“아파트 내부 사진이 없는데!”

주이든이 상자를 탈탈 털었으나 아파트 내부 사진은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할 때,

“핸드폰 갤러리를 확인할까?”

이정진이 핸드폰을 켰다. 모두가 핸드폰이 켜지길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밖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사라지면 술래랑 마주치겠지?”

“이든아,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

“당연히 그런 생각밖에 안 들지. 무서우니까!”

정요셉이 세상엔 귀신은 없으며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했지만 주이든의 공포심은 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핸드폰 켜졌다.”

이정진의 한마디에 정요셉과 주이든의 행동이 멈추고 모두가 핸드폰 화면에 집중했다. 배경화면으로는 QR 코드가 설정되어 있었다.

“이 QR 코드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 QR 코드를 찾지? 주이든이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어! 범나비! 곰인형이 천장을 계속 보고 있었잖아!”

주이든의 말처럼 곰인형이 계속 위를 보고 있었다. 곰인형을 원래 있던 자리에 앉혀놓고 곰인형의 시선을 따라서 천장을 살펴보았다.

“있다.”

이정진이 QR 코드를 발견하고는 핸드폰 카메라에 QR 코드를 가져다 댔다.

“…동영상이 뜨는데?”

동영상이라는 말에 멤버들이 모여서 동영상을 확인했다. 피떡이 된 벽지가 있는 방에서 전등이 꺼졌다가 켜졌다. 그렇게 영상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부분에 누군가가 손에 묻은 붉은색 페인트로 벽에 글자를 적었다.

《208》

그 글자를 본 화목현이 읊조렸다.

“…208호.”

208호로 가면서 아파트 내부 사진을 찾아야 하는데. 이정진이 몇 번 핸드폰을 터치하더니 갤러리에서 아파트 내부 사진을 찾았다.

아파트 내부 사진은 간단했다. 주차장이 있는 정문이 있고, 뒤로 가는 후문이 있었다. 옆으로 넘기자 여러 장의 아파트 내부 사진이 나왔다. 옆에서 정요셉이 의문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이건 무슨 표식일까.”

그중에는 현관문에 붉은색 엑스자가 표시되어 있는 사진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에 빠졌던 정요셉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와씨, 사람이 죽은 집집마다 이런 표시를 해놓은 거 아니야?”

하긴 104호랑 208호도 엑스자 표시가 있었다.

“…요셉 형 말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이거, 탈출이 어려울 것 같은데?

“얘들아, 가볼까?”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목현이 앞장을 서고 현관문의 문고리를 잡을 때였다.

탁. 이정진이 화목현의 어깨를 잡으며 현관문에서 멀리 떨어지게 했다.

“…잠깐만.”

“어?”

“조용히 있어봐…….”

이정진이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러자 콘크리트를 살살 긁는 듯한 소리가 작게 났다.

“이 소리는 뭐야……?”

먼저 소리를 들었던 이정진이 베란다에 다가가더니 갑자기 몸을 숨기고 밖을 가리켰다.

“저기.”

멤버들이 발소리를 낮춰 이정진이 있는 베란다로 다가갔다. 내가 먼저 고개를 들어 밖을 봤더니 술래로 추정되는 이가 철 방망이를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리의 정체가 저거였군.

가만히 술래를 보고 있던 이정진이 작게 속삭였다.

“…저 방망이에서 뭔가 뚝뚝 떨어지지 않아?”

모두의 시선이 방망이로 향했다. 방망이에서는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때 술래가 무언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저거, 저… 붉은색 핸드폰.”

주이든이 말한 붉은색 핸드폰은, 오늘 아침에 봤던 PD의 핸드폰이었다. 붉은 물, 붉은색 핸드폰. 그것들은 명백히 PD가 죽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일단 208호로 가자.”

술래가 마치 우리를 쳐다보는 듯이 가만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

208호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물건은 쪽지 두 개였다. 하나는 거실에서, 그리고 하나는 안방에서.

《3월

207호 이웃이 이상하다.

갑자기 밤마다 헛것을 본다며

나더러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다.

더 웃긴 건 절뚝거리는 귀신을 봤다고.

그런 귀신이 세상에 어디 있나.

웃기네.》

《10월

옆집 이웃이 사라졌다.

왜지?

그러고 보니 한쪽 다리가 다쳐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그러지 않았나?

나도 밤마다 헛것을 보는 것 같다.

잠깐만, 이상…….》

여기서부터 종이가 찢어져 있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찢은 것처럼. 주이든이 찢어진 쪽지를 보더니 내 옷깃을 거세게 쥐었다.

“아, 진짜… 왜 쪽지가 찢어져 있어!”

“글쎄요.”

“너는 안 무서워?”

“무섭긴 하죠…….”

조금. 주이든이 안정을 취하게 만들자 이정진이 나한테 물었다.

“막내야, 쪽지에 3월과 10월이라고 적혀 있는 게 왠지 이상하지 않아?”

“…살짝 이상하긴 해요. 텀이 너무 길어서.”

“104호에서 봤던 쪽지는 월일이 확실하게 표시되어 있는데, 반면에 208호 쪽지는 월만 적혀 있잖아…….”

하긴 쪽지에는 3월과 10월만 적혀 있었다. 이정진이 말한 이유가 설마,

“제가 아파트 내부 사진을 한번 볼게요.”

나는 아파트 호수를 보기 위해 바로 아파트 내부 사진을 확인했다. 아파트 내부 사진은 여러 장이었다. 마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했다.

“나비야, 310호는 있어?”

“잠시만요.”

3층 복도 오른쪽 끝. 내 기준으로는 왼쪽이다.

“아파트 내부 사진을 보니까 3층 복도 끝에 310호가 있어요.”

“거기로 가야겠네.”

다음 목적지인 310호.

“어……! 사진 뭐야.”

뒤에서 주이든이 아파트 내부 사진을 옆으로 넘겨보다가 말했다.

“사진이 각각 다른데?”

“사진이 다르다고요?”

“어,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그런데 아파트 내부 사진을 이렇게 많이 줄 필요가 없는데… 분명 뭔가 있다. 때마침,

“야, 범나비 여기 보여?”

주이든이 아파트 내부 사진을 확대하면서 손가락으로 계단을 가리켰다.

“…봐봐, 여기를 보면 계단에 그림자가 있거든? 그런데 다음 사진에는 그림자가 없어!”

“정말이네?”

옆으로 다가온 정요셉이 사진을 좀 더 확대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이거 뭐야. 욕할 뻔했어!”

“왜?”

“세 번째 사진을 보면 술래가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잖아~!”

술래가 쳐다보고 있다고? 나는 정요셉이 말한 사진을 확대했다. 술래의 얼굴이 마치 붉은색 물감으로 칠한 것처럼 붉었다. 마치 얼굴을 감추려는 듯이.

“사람 얼굴이 이럴 수도 있는 거야?”

“이든아, 사람 얼굴 가지고 그러면 안 돼.”

“아니, 목현 형! 얼굴이 너무 붉으니까 그렇지!”

그건 맞지. 얼굴에 저렇게 물감을 칠한 사람이 술래라. 그런데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니까…….

그런데 계속 사진을 넘기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 사진은 208호에서 옆을 보는 사진, 두 번째 사진은 3층으로 올라가는 사진, 세 번째 사진은 3층에 완전히 올라온 사진, 네 번째 사진은 310호 옆집인 309호 앞에서 정면을 보는 사진.

사진을 보면 술래는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형들, 술래랑 우리랑 동선이 비슷한데요? 마치 술래의 행적을 찍은 사진 같아요.”

이대로 술래가 208호에서 3층으로 올라간다는 소리인가… 그때였다. 방송 스피커에서 자그마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꼭꼭 숨어라. 20분 남았다. 꼭꼭 숨어라. 20분 남았다.’

계속 반복되는 천진난만한 목소리. 한 글자도 달라지지 않았다. 밑에서 발소리가 들려와 나는 빠르게 복도로 나가 살짝 고개를 내렸다.

‘있다.’

술래가. 귀가 밝은 덕분에 1층에서 배회하고 있는 술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술래는 방망이를 어디에 버렸는지 맨몸이었다. 나는 다시 208호 안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말했다.

“…밑에 술래가 있어요.”

멤버들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마 올라오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을 것이다.

“3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차례대로 뛸 수 있도록 일자로 서자. 내가 제일 앞에 설게. 맨 뒤에 나비가 서줘.”

“네, 그럴게요.”

화목현의 말대로 우리는 일자로 섰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앞에 서 있던 화목현이 낮은 목소리로 멤버들을 불렀다.

“…얘들아.”

화목현의 시선을 따라서 정면을 응시하다 침을 꿀꺽 삼켰다. 주변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이유는, 술래가 201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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