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62화 (62/235)

62. 폐공장 납치사건(1)

나는 침착하게 멤버들을 깨우고 차에서 내렸다. 차 뒤에는 ‘우승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축하는 감사하긴 한데…….

“이든아, 여기가 무인도야~?”

“무인도처럼 보이냐? 잠에서 깨어나라, 정요셉.”

여기는 무인도가 아니라 폐공장이었다. 공장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통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제작진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무인도라고 했으면서 이렇게 뒤통수를 쳐?

“팀장님은 어디로 가신 거지…….”

“정진 형, 우리 버리고 가신 거 같은데~?”

정요셉의 말처럼 우리를 폐공장에 버리고 가신 걸 수도 있다. 은근히 넓은 폐공장을 둘러보면서 제작진과 팀장님을 찾았으나,

“형들, 폐공장 곳곳에 카메라가 있는데요.”

QTQ 로고가 달려 있는 카메라만 보였다. 그렇다면 예능은 맞다는 거고. 폐공장에서 탈출을 하라는 거겠네.

“우리 납치된 건가! 그런 거 아니야?”

“이든아, 좀 잠잠하게 있어보자~?”

“정요셉! 지금 잠잠하게 있으면 안 돼. 이미 예능은 시작됐다고!”

주이든의 말이 맞았다. 차에서 내릴 때부터 예능은 시작되고 있었다. 정요셉은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할까.”

이정진이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폐공장에 우리를 가둔 거라면 어딘가에 나갈 수 있는 힌트가 있지 않을까요? 방 탈출처럼.”

방 탈출을 모티브로 했다면 폐공장 어딘가에 힌트가 있겠지.

“그럼~ 흩어져서 찾아보자~”

정요셉은 나그네처럼 느긋하게 힌트를 찾으러 떠났다. 왠지 모르게 힌트가 멀리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가까이에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팀장님까지 매수한 제작진이다. 곧장 운전석의 문을 열고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럴듯한 게 나오지 않아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서 차 밑을 수색했다.

핸드폰 플래시로 차 밑을 보다가 테이프로 붙어 있는 검은색 봉투를 발견했다.

“찾았다.”

팔을 뻗어 봉투를 가지고 일어났다. 옷에 묻은 먼지를 신경 쓰지 않고 멤버들한테 알렸다.

“저 힌트 찾았어요!”

그리고 저 멀리로 떠난 멤버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나비야, 힌트 봤어?”

“아니요, 목현 형. 형들이랑 같이 보려고요.”

멤버들이 보는 앞에서 봉투를 열었다. 거기엔 종이가 있었다.

《폐공장을 탈출하라》

봉투에는 미션과 더불어 폐공장 내부 지도까지 있었다. 폐공장 내부 지도에는 4개의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서 탈출구로 보이는 검은색 점이 있었다.

‘우리가 있는 공간이 제일 왼쪽 폐공장이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그 위에 지도를 펼쳤다.

“우리가 있는 곳이 여기예요.”

내가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키자 이정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만. 안경을 쓸게.”

“우리 정진이 형 안경 쓴다~!”

이정진은 안경을 쓰더니 다시 한번 지도를 살펴보았다.

“이 폐공장에서 나갈 수 있는 곳인 것 같아. 여기, 문 표시.”

문 표시가 있는 곳은 가로막혀 있다는 듯 온갖 물건이 그려져 있었다.

“얘들아, 확인하러 가보자.”

화목현의 말에 따라 멤버들이 문 쪽으로 갈 때 나는 가방을 챙겼다. 혹시라도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먼저 출발했던 멤버들은 지도가 가리킨 곳에서 물건을 치우더니 소리쳤다.

“있다! 문!”

화목현의 외침에 물건으로 가려져 있던 문이 등장했다.

“열쇠가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데.”

이정진이 안경을 위로 올리면서 말했다.

“그럼 정진아, 문 열어도 돼?”

“응, 열어도 돼.”

먼저 문을 두드린 화목현이 예의를 갖췄다.

“저희 들어갑니다?”

사람이 없는지 대답은 없었다. 화목현은 다시 한번 들어간다는 소리를 하면서 문을 열었다.

“어?”

또 다른 방이 등장했다. 그 방에는 천장에 매달린 봉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떼어내라는 것처럼 보였다.

“얘들아, 내가 갈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화목현이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어느 상황에서라도 리더는 필요하니까.

“젊은 제가 가야죠.”

“나비야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그렇게 화목현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내가 뗐어.”

이정진이 봉투를 가져왔다. 정요셉은 이정진을 보면서 박수를 쳤다.

“우리 정진이 형은 역시 겁이 없어!”

“아무도 안 가져올까 봐.”

아까와 똑같은 검은색 봉투. 이정진이 우리를 보더니 봉투를 열었다.

“…‘1억 내기’라고 적혀 있는데?”

하마터면 방송인데 얼굴을 굳힐 뻔했다. 이정진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어갔다.

“폐공장에서 열쇠를 찾아 탈출하면 돌연프 상금인 1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24시간 내로 폐공장에서 못 나올 시 단독 예능과 1억은 물거품이 됩니다.”

이런 사건 사고나 아이돌을 굴리는 예능이 재미를 뽑아내긴 쉽지. 콘텐츠 아이디어는 기발하긴 한데.

‘…1억은 선을 넘었지.’

1억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눈앞에서 1억이 사라지는 꼴은 못 보겠다.

“오~ 1억 내기라.”

그나마 정요셉이 리액션을 해주었다. 다들 ‘1억 내기’라는 말에 놀라서 말을 못 하고 있었다.

“저는 내부를 살펴볼게요.”

“나도. 우리 막내 따라서 내부에 뭐라도 있는지 찾아볼게~”

나와 정요셉은 내부를 살펴보았다.

“막내야, 왜 내부가 온통 검은색 일까?”

“…글쎄요. 제작진이 검은색을 좋아하거나.”

“좋아하거나?”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잠깐만… 숨겨? 이 정사각형의 공간은 벽에 검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왜 벽을 이렇게 어두컴컴하게 만들었을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잖아.’

하지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면?

“요셉 형, 벽을 더듬으면…….”

“뭔가가 나온다?”

나는 정요셉과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지도를 바닥에 내려놓고 구석진 곳부터 시작해서 손끝으로 벽을 더듬었다.

“…열쇠 찾았다!”

곧 정요셉이 벽에서 찾은 열쇠를 들고 흔들었다.

“뭐야! 열쇠를 찾았다고? 어떻게 찾았어……!”

“우리 막내가 말하는 대로 벽을 더듬어보니까 나오던데?”

동시에 화목현과 이정진도 벽에서 열쇠를 하나씩 발견했다. 나도 벽 구석에서 열쇠를 발견했고.

“근데 이 열쇠를 어디에 꽂지~?”

화목현의 의문에 모두의 행동이 멈췄다. 정작 자물쇠가 없어서 열쇠를 찾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막내야, 지도 좀.”

“정진 형, 여기요.”

이정진은 다시 지도를 펼쳐서 플래시로 확인했다.

“지도를 보면 문이 있긴 해.”

“그런데 우리가 있는 공간엔 문이 없죠.”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웃긴 건, 이다음 건물에 음식 그림이 있다는 거였다.

“이 공간을 나가면 식사를 주는 것 같아요.”

“…어, 그러네.”

아무리 그래도 밥은 굶기지 않겠다는 의지군.

“우리가 살펴보지 않은 곳이 어디지?”

“천장이랑 바닥!”

다시 생각할 것도 없이 멤버들은 천장과 바닥을 살폈다.

“어… 잠깐만, 얘들아.”

화목현이 주먹으로 바닥을 두드리니 먼지가 위로 튀어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나무판자?

“어, 바닥을 뭔가로 덮은 것 같은데.”

화목현은 근처에 널브러져 있던 망치를 가져와 바닥을 두드렸다. 곧 나무판자가 뚫리더니 밑으로 들어가는 공간이 나왔다. 쇠창살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리더! 그렇게 하면 손 아파.”

“난 안 아파. 망치가 아프지.”

그리고 멤버들이 열쇠를 한곳으로 모아 자물쇠를 열었다. 그때, 옆 건물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 탄내가 나는 것 같은데.”

정요셉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탄내가 진동했다.

“우릴 태우겠다는 뜻일까.”

“정진 형! 무섭게…….”

“이든아, 옛날에는 연예인을 감옥에 가두고 탈출시키는 예능 많았어. 이 정도는…….”

“…아아!”

주이든은 손바닥으로 귀를 막으며 필사적으로 이정진의 말을 무시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가볍게 겁주려는 것 같았지만.

“우리한테 시간이 없다고 경고하는 걸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내 말에 화목현이 동의했다.

“경고를 왜 해!?”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그런 식이면 이 공간도 곧 터지겠네.”

주이든과 눈이 마주치는 동시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좋은 소식이 있어. 자물쇠에 맞는 열쇠가 없는데~?”

정요셉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남은 열쇠가 없다는 듯이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분명 이 공간에 자물쇠에 맞는 열쇠가 있긴 할 것이다.

“다시 뒤져보죠.”

그렇다면 다시 찾으면 된다. 제작진이 열쇠를 쉽게 놔둘 리가 없기에, 처음부터 한 번에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멤버들이 또 한 번 구석구석을 뒤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옆 건물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약, 약간 무섭다.”

“형, 제 옆으로 오세요.”

“실례 좀.”

내 옆으로 오라는 소리에 주이든은 그대로 옆으로 다가왔다.

“이든 형, 무서우면 가만히 있어도 돼요.”

“…어, 어? 그래도… 용기 내서 해야지.”

저렇게 손을 벌벌 떨면서 무슨. 내가 들고 있던 가방을 주이든에게 넘겨주었다.

“가방 안에 청심환이 있어요. 그거 드세요.”

“이 가방에 청심환이 있어?”

“뭐, 그렇죠.”

혹시 심장이 떨릴 수도 있으니 미리 청심환을 사놨다. 주이든은 청심환을 먹고는 한결 편안해졌는지 손으로 천장을 두드렸다. 옆에 있던 화목현이 망치로 과격하게 천장을 두드리자 천장에서 줄이 떨어졌다.

“리더! 당겨!”

정요셉의 신호에 화목현이 줄을 당기자 이번에도 열쇠가 떨어졌다.

“열쇠 찾았다!”

조금 허무했다.

“얘들아, 문 연다.”

화목현이 자물쇠에 열쇠를 꽂자 이번에는 한 번에 쇠창살 문이 열었다.

“제가 먼저 안으로 들어갈게요.”

“여기도 터질 수도 있으니 내가 문 닫고 따라 들어갈게.”

화목현은 제일 마지막에 온다고 했고, 내 뒤를 주이든, 정요셉, 이정진이 따라붙었다. 걸어오던 주이든이 천장에 부딪혔는지 깡 하는 소리가 났다.

“악! 내 머리!”

통로가 너무 좁았다. 나 역시 앞으로 기어갈 때마다 어깨가 벽에 부딪혔다. 어깨를 움츠려야 겨우 앞으로 갈 수 있는 정도. 아픔을 무릅쓰고 가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창문이 있었다.

“이든 형, 잠시 가방 좀 줄래요?”

“네 가방? 어, 어. 줄게.”

거의 가방걸이가 되어버린 주이든이 좁은 통로에서 내 가방을 던져주었다.

“감사해요.”

“감사는 무슨.”

그리고 가방에서 십자드라이버를 꺼냈다. 주이든은 의아한 눈빛으로 십자드라이버를 쳐다보았다.

“…그걸 가지고 다녔어?”

“아, 언제 쓰일지 몰라서 항상 가지고 다녔어요.”

“대단하다…….”

혹시나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십자드라이버로 창문을 열고 통로에서 빠져나왔다.

“…허.”

음식 그림이 있길래 식사하는 공간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하얀 벽 아래의 긴 테이블에는 술을 마시는 듯한 12개의 마네킹이 있었다. 단독 예능에 진심이잖아, 제작진.

“뭐, 뭔데! 이거 마네킹이지?”

“마네킹이지. 진짜 사람인 줄 알았어?”

“정요셉, 이럴 때 장난치지 말라고.”

차례대로 멤버들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테이블을 훑었다.

“이거 마치 최후의 만찬 같지 않아요? 그, 예수가 죽기 전에 제자들과 만찬을 먹었다던.”

“…그러네. 마네킹이 12개야.”

원래는 열세 명일 텐데 한 명이 없네… 우리 역시 이게 최후가 될 수 있다는 뜻인 건가. 어쩌면 여기서 한 명이 최후의 만찬을 먹고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일지도.

“음식은 맛있어 보이는데~?”

“맛있겠네.”

“정진 형, 요셉이 배고파.”

하얀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배고픈데 먹을까요.”

“배가 고프긴 하지만, 이걸 먹었다고 제작진이 1억을 줄 수 없다고 한다면~?”

정요셉의 말에도 신빙성이 있었다.

“이 공간에 어떤 규칙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요셉이 말이 맞을 수도 있어.”

“목현 형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응, 아니라면 이런 공간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

이정진은 말도 없이 마네킹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음식과 테이블 주변을 살피면서 그 공간의 의미를 생각해 봤다.

‘음식을 먹으라는 뜻일까…….’

이 공간을 계속 뒤져봤지만, 별다른 힌트가 나오지 않았다.

“음식을 먹어야 힌트가 나올 것 같은데요.”

내 말에 공간을 살펴보던 멤버들의 손길이 멈췄다.

“나도 범나비 생각에 동의.”

주이든이 내 의견에 손을 들었다. 상을 깔아놨다면, 먹으면 될 일이다.

“일단은 먹자. 어떻게든 되겠지.”

화목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멤버들은 각자 자리에 앉았다. 나는 네 번째 제자의 자리에 있는 파스타를 먹었다. 이거 어째 최후의 만찬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

포크로 파스타를 걷어내자 그릇에 글씨가 적혀 있었다. 뭐라고 적혀 있는 거지? 다른 접시에 파스타를 옮겨놓자 글씨가 드러났다.

《당신은 곧 죽습니다》

죽으면 죽는 거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릇을 들고 파스타를 먹었다. 그렇게 모두가 식사를 끝냈을 즈음 정요셉이 포크를 놓았다.

“왜 이렇게 최후의 만찬 같냐~!”

정요셉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명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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