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61화 (61/235)

61. 단독 예능

저번에 못 갔던 무인도를 말하는 건가. 멤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이라고 안 해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주이든은 약간 혼이 빠진 상태였다. 이런 거에 취약하니까.

“무인도에서 돌연프 제작진과 예능을 찍게 될 거라고 하네요.”

젠장… 왜 하필 돌연프 제작진이지……? 무인도에서 공처럼 뛰어다닐 멤버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훤했다.

-이거 1위 혜택 맞음?

-그놈의 무인도… 못 가서 안달 났음?

-무인도 빌린다고 돈 썼는데 못 가서 저러는 듯 ㅎ

-뇌절 심하다

-진짜 무인도로 감?

모니터 화면에 올라오는 채팅이 날카로웠다. 당연했다. 돌연프가 끝나고 바로 예능을 찍는다니. 아무리 아이돌에게 휴식이 없다지만 이건 너무 타이트하지 않나.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이미 확정이 되었는지 돌연프 측은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나온 멤버들의 팀 이름을 알고 계실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만의 비밀이 아니었나요?

-거의 홍길동이었음 ㅋㅋㅋㅋㅋㅋ

-ㄹㅇ 홍길동

-말하고 싶어도 엔터 이름이 입에 착 달라붙음

MC가 앞을 보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될 각 엔터의 팀 이름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엔터 이름이 아닌, 팀 이름으로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거의 봉인되어 있었던 팀 이름이 공개되었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건,

《AA – 네스트》

화목현

이정진

정요셉

주이든

범나비

네스트. 저기에 내 이름이 있다. 범나비라고. 화면의 이름에 신경 쓰느라 주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1위를 해서 그런가 기분이 좋았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질 만큼.

“나비는 이제 우리 팀이다?”

“우리 막내, 이제 못 도망간다~”

화목현과 정요셉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도망은 무슨. 다 형들 덕분이죠.”

“덕분이죠?!”

주이든이 내 말투를 따라 하면서 씩 웃었다.

“무슨 형들 덕분이야. 너도 열심히 했잖아!”

“우리 이든이가 이런 말도 할 줄 알고. 많이 컸다?”

“야, 정요셉! 난 원래 컸거든?”

앙숙처럼 정요셉과 주이든이 번갈아서 티격태격 싸우고 있을 때였다. MC가 카메라를 보면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프로님들, 이제 팀 이름으로 불릴 돌연프 연습생들을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연습생들이 카메라를 보며 인사를 하자 천장에서 종이 꽃가루가 떨어졌다. 드디어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가 끝났다. 손을 벌리자 꽃가루 하나가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걸 보고 있는데 뒤에서 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비야!”

팬들의 목소리에 뒤를 돌자,

[5 – 1 = 0]

이렇게 적혀 있는 슬로건을 흔들고 있었다. 하얀 불빛들이 일렁이는 것처럼 내 눈동자도 흔들렸다. 돌연프 초반, 범나비는 네스트의 멤버가 아니라며 범나비가 나갔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많았다.

‘인정해 주셨어.’

나는 팬들이 있는 곳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어떤 감사 인사도 아직 제대로 전달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지.

“감사합니다.”

…팬분들이 인정해 주면 된 거다. 다시 상체를 일으키자 옆에서 꽃냄새가 났다. 그리고 꽃다발을 든 금금이가 나타났다.

“나비 형, 축하해요!”

“…금금아, 축하 고맙다.”

“이거, 형 주려고 사 온 건데… 꽃다발이요.”

금금이가 언제 커서 이렇게 꽃다발을 다 주고.

“사실 1위 못 하면 안 주려고 그랬는데.”

“그랬어?”

“1위 해서 주는 거예요.”

금금이가 새초롬한 표정을 짓더니 꽃다발을 들이댔다. 나는 꽃다발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비 형, 데뷔하고 봐요.”

“그래, 데뷔하고 보자. 다음엔 너한테 꽃다발을 줄게.”

“진짜죠? 진짜예요! 저 기억했어요!”

금금이가 손을 흔들며 가버리고 나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이남주를 찾았다. 이남주는 어디에 있지? 주변을 둘러보자 이남주가 멀쩡하게 서 있었다.

‘페널티가 없었나.’

쟨 도대체 정체가 뭐지? 그러자 나랑 눈이 마주친 이남주가 곧바로 달려와 나를 안아주었다. 축하가 너무 과격한데. 숨이 막힐 정도였으니까.

“1위 축하해요.”

“아, 감사해요.”

나는 이남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 어디 안 아파요?”

“딱히 아픈 곳은 없는데.”

페널티에 대해 묻자 이남주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어? 걱정했어요?”

이남주가 흥미로운 생물을 보는 것처럼 나를 유심히 살폈다.

“걱정했죠.”

“걱정했어요? 이거 영광인데.”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냥?”

…쟤 머릿속은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이대로 넘어가려는 찰나에 이남주가 말을 꺼냈다.

“사실은, 시스템이 저더러 2위 하라고 했거든요.”

“…2위?”

1위 하고 싶어 하는 놈한테 2위를 하라고 하다니. 시스템도 참 악독하다.

“그래서 짜증 났거든요. 저도 1위 하고 싶었는데.”

이제 보니 아까 2위 인터뷰를 할 때 울먹이던 건 연기한 게 아니라 짜증을 낸 거였군. 하긴 나 같아도 짜증이 났을 것 같다.

“다음엔 안 봐줄 거예요.”

“안 봐줘도 돼요.”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해요. 바빠도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

“뭐, 그러죠.”

이남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비야!”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화목현의 부름에 멤버들에게 다가갔다.

“나비야, 우리 가방 싸러 기숙사 가야지.”

“가방 싸러요?”

“시간이 벌써 2시라서 빨리 준비해야 한대.”

이정진이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2 : 00]

스크린에는 시간이 떠 있었다. 돌연프 제작진은 악을 쓰며 어떻게라도 곧바로 예능을 촬영하려는 것 같았다. 끝나지 않는 돌연프 덕분에 채팅창도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채팅을 켜놨네? 생방?

-진짜로 무인도 가?

-** 무인도?

-야야 진짜 기사 뜸 무인도로 간대

-나비야, 보부상 가방 꼭 챙겨!

기사가 떴다는 걸 보니 진짜로 무인도 갈 준비를 해야겠는데. 멤버들끼리 머리를 모아서 대화를 나눌 때였다.

“지금까지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단독 예능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MC가 마무리 멘트를 했다.

“빨리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으로서는 1분도 아까웠다.

“일단 기숙사로 갈까?”

***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 있던 박랜서는 곧장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비가 팬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어, 나비다!”

‘나비’라는 소리에 박랜서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화장을 지우지 못한 나비가 차창을 내려서 인사해 주고 있었다.

“조심히 가세요. 오늘 고마웠어요.”

“버스 조심! 택시 조심!”

뒤에서 요셉이가 팬들을 걱정해 주었다.

“나비야, 이거 드려야지.”

“아, 이거.”

나비가 차 문을 열더니 보라색 상자를 꺼냈다. 무슨 상자인가 했더니,

“…초콜릿이에요. 형들이랑 돈 모아서 포장하긴 했는데 예쁘진 않네요.”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을 텐데. 이걸 하나하나 포장까지 했다고? 박랜서는 머리를 뜯을 뻔했다.

“이든 형이 저한테 자주 주는 초콜릿이에요.”

이런 아이돌은 처음이라 박랜서는 어리둥절했다. 다른 팬들도 똑같은 마음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비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받아 가세요.”

멤버들이 차에서 내려 초콜릿을 나눠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질서가 잘 지켜졌다. 커뮤니티에서는 팬들이 모이면 질서가 엉망이라는 글을 자주 봤는데…….

“무인도로 가?!”

저 멀리서 소리를 지르는 팬의 질문에 화목현이 초콜릿 봉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 나비가 대답을 했다.

“무인도로 간대요.”

진짜로 가는구나.

“저 무인도에 간다고 해서 가방도 챙겼어요.”

나비가 뒤를 돌며 가방을 챙긴 모습을 팬들한테 보여주었다.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고 보부상 가방을 드는 모습이 참으로 이질적인데 또 그게 나비라서 잘 어울렸다.

“가방에 약도 있고, 책도 있고, 패드도 있어요. 트레이닝복도 있고요. 무인도에 가도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는 거였네. 박랜서는 나비한테 초콜릿을 받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저야말로 저희 보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

감사하다니… 지금껏 이런 아이돌이 있었나?

“이제 초콜릿이 없네요!”

팬들이 아쉽다는 듯이 굴자 정요셉이 훌쩍이는 연기를 했다.

“시간이 지금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데뷔하고 팬미팅 때 만나요~!”

“팬미팅을 할 수 있다면 그때 또 봐요.”

정말 팬들의 니즈를 잘 알고 있다. 이제 무인도로 가야 한다는 스태프의 외침에 멤버들은 허리를 숙였다.

“그…….”

그때 나비가 차에 오르다가 잠시 멈췄다.

“맛있게 드세요.”

나비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탔다. 끝까지 팬을 챙기는 나비의 행동에 박랜서는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팬들은 그 자리에 남아서 멤버들의 행동에 말을 얹었다.

“미친 거 아니야?”

“나비 존나 귀여웠어…….”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진짜로 귀엽다. 어떤 아이돌이 지나가다가 초콜릿을 나눠준다고 되돌아오겠는가. 깜짝 팬미팅도 아니고. 박랜서는 정신을 차리고 근처에서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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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나비가 슬로건 보면서

허리 숙였는데

너무 예뻐서 찍음

(허리_숙인_나비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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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눈을 떠보니 휴게소에 진입하고 있었다. 멤버들은 아직 자고 있었고. 내가 몸을 움직이자 화목현이 마른세수를 하며 일어났다.

“나비야, 깼어?”

“아, 네. 아직도 도착 안 했어요.”

“그래? 새벽 내내 달려온 것 같았는데.”

아직 차가 움직이고 있길래 그동안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팬분들이 초콜릿을 좋아했는지 궁금해서.

-네스트 ㅅㅂ 초콜릿 나눠주고 감

└ ㄹㅇ?

└ ㅇㅇ (멤버들_사진_jpg)

└ 왜 나만 몰랐냐

-네스트는 팬들한테 잘해야지 팬덤이 강해서 돌연프 1위 한 거니까

└ 응 아니야~ 원래 잘했어~

└ 왜 이런 댓글 없나 했다

└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네스트 잘해서 뽑혔는데? 아 배 아프구나…

└ 범나비 때문에 개망돌 될 뻔했는데 팬덤이 살렸지 ㅋ

-웬 어그로가 왔나 했더니 돌연프가 끝났구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ㅅㅂ 이남주도 축하한다면서 나비 안아줬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네스트_돌연프_우승_축하해

└ 너희들보다 잘 안다

└ 패륜아 있는 그룹 아님? 이남주도 패륜아인 거 인정하나?ㅋ

└ 팩트 검증하고 패륜아라고 하지?

-머글들이 불쌍하다고 화목현 찍어줘~ 따라쟁이 박정후 때문에 불쌍하다고 범나비 찍어줘~ 솔직히 HOR 연습생들이 제일 불쌍함 주이든 때문에 망했잖아ㅋ

└ ㅋㅋ 어차피 1위 했어

└ 네 다음 팬

-돌연프 끝났는데도 이렇게 어그로가 끌리네 사실 제일 불쌍한 애들은 무인도 간 네스트 아님?

└ ㅅㅂ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범나비는 좋겠다 HI 엔터는 떨어졌는데 AA 엔터는 안 떨어졌잖아~ 보컬 잘해서 좋긴 한데 이래서 라인을 잘 타야 함~

└ 칭찬임?

└ 칭찬 아닐걸 범나비 까고 싶은데 깔 수 있는 게 없어서 저럼 ㅋㅋㅋㅋ

└ 우리 나비 칭찬해 줘서 고맙ㅋㅋ^^

└ 범나비 팬들은 멘탈 강해

└ 돌연프 내내 싸워봐 멘탈 강해져

약간 들떠 있던 기분이 싹 내려갔다. 하긴 아직 정식적으로 데뷔도 안 했는데 들뜨는 건 안 좋지.

“휴게소에 도착했거든? 제작진들이랑 이야기 좀 하고 음료수 사 올게.”

“네.”

팀장님이 차에서 내렸다. 동시에 앞에서 자고 있던 정요셉이 하품을 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팀장님은~?”

“제작진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오신대요.”

차로 이동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팀장님께서는 별말이 없었다. 무인도에 가려면 배를 타야 하지 않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목현 형, 뭔가 이상해요.”

“뭐가?”

휴게소라면 응당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들은 없고 ‘휴게소’라는 현수막만 있었다. 이상한 낌새에 나는 문을 열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곳은… 아무도 없는 폐공장이었다.

돌연프 제작진이 우리를 속이기 위해 휴게소 현수막을 만든 거였다. 한마디로,

“우리 납치된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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