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60화 (60/235)

60. 순위 발표

“으어…….”

박랜서는 간이 조마조마했다. AA 엔터가 무조건 1위를 해야 하는데 FG 엔터가 너무 막강했기 때문이었다.

-1위 RT 엔터 아님?

-RT 엔터 개인 순위 나락인데?

-RT 팬들 자존감 높아서 좋겠다

-차라리 엔터 없는 개인 팀이 1위 해야 마땅한 거 아님?

-뭐? **

-온라인 투표 AA랑 FG 개인 순위랑 팀 순위가 비슷비슷함 아마 문자 투표로 결정될 것 같은데…

각자의 팀이 1위 하기를 바라면서 채팅창이 과열되기 직전.

[MC : 방금 전에 최종 1위 투표 집계가 끝났다고 합니다.]

제작진에게서 봉투를 건네받은 MC는 봉투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MC : 이 봉투를 열면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는 끝이 나는데요. 왜 제 마음이 더 허할까요.]

각 팀을 보면서 MC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MC : 나중에 제가 하는 음악 방송에서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나온 팀들이 데뷔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위영 심사 위원이 연습생들을 위해서 만들어준 노래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너에게 다가가’입니다.]

위영이 심사 위원석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관객석에 있던 연습생들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가 떠올린 상상은

언젠간 펼쳐질 거야

(하쿠나마타타)

관객석에 비췄던 조명이 꺼졌다가 켜진 사이 연습생들이 하얀 응원봉을 흔들었다.

-우리는 함께 힘든 일을 겪었잖아

-(안 그래?)

연습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박수를 치면서 팬들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들이 이어지자 채팅창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ㅠㅠㅠㅠ

-끝내지 마

-돌연프 진짜 끝임? 정말로? 다음 주부터 뭐 봐

-인생이 사라진 느낌이야

-ㅠㅠㅠㅠㅠㅠ 이런 이벤트 에바라고 눈물 난다

-나 울어라고 하면 운다고!!!!!

-** ** 슬퍼

잠깐 노래가 끊기고 VCR이 올라왔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는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돌연프 시즌 2 기다려도 돼요?]

[프로님들, 저희 기억해 주세요!]

[행복했습니다. 프로님들을 만나서!]

떨어진 연습생들의 한마디였다. 뭉클한 분위기에 몇 명은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닦았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노력하고, 또 노력했으니까.

-우리의 만남은 짧아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어

하지만 기억을 해준다면

또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연습생들이 최종 무대 옆에 서자 노래가 끝났다.

-끝났다

-최종만 남았네

-ㅠㅠㅠㅠ

-하…

[MC : 이 곡은 위영 심사 위원이 돌연프 연습생들을 보고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맞나요?]

[위영 : 음… 네, 맞습니다. 마치 제 과거를 보는 것 같아서 쓴 곡이에요. 우리 연습생들, 꼭 기억해 주세요!]

관객석에서 ‘네!’라는 힘찬 목소리가 나왔고, 위영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MC : 이제 마지막 순서인 순위 발표만 남았는데요.]

그때였다. 방송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잡혔다.

-누가 울어? 우냐?

-심하게 우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 내 울음소리랑 비슷해서 놀랐네

그리고 이든이 흐느끼고 있는 장면이 스크린에 박제됐다.

[AA 주이든 : …죄송합니다!]

이든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자 나비가 자연스럽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언제 휴지를 가져온 거냐고

-ㅋㅋㅋㅋ 둘이 친해졌네?

그런데 이든의 눈물을 보니 박랜서도 눈물이 나왔다.

***

“크흡……!”

‘너에게 다가가’ 무대를 보자마자 주이든은 눈물을 터뜨렸다. 마치 눈이 수도꼭지가 된 것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저런.’

나는 스태프가 건네준 휴지를 받아서 주이든에게 건네주었다. 주이든은 빠른 손놀림으로 휴지를 가져가 눈물을 닦았다.

“…큽, 안 울고 싶었는데.”

“사람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그치?”

화면에 나쁘지 않은 장면이 잡히기도 했고. 그런데 그 눈물이 전염됐는지 이정진도 눈물을 보였다.

“…나, 나도.”

이러면 나도 눈물을 보여야겠는데. 주이든이 눈물을 닦다가 남은 휴지로 이정진의 눈물을 닦아줄 때였다.

“나비야!”

밑에서 팬분이 내 이름을 외쳤다. 방청객으로 자주 오셨던 팬분이었다. 내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자 팬분이 울먹거렸다.

“꼭 1위 하자!”

“AA 1위!”

“우리가 끝까지 기다릴게!”

그 외침에 정요셉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우리 막내, 손 하트 한번 하자.”

“그래요.”

쉬운 거니까. 그렇게 손 하트를 하는데…….

“…큰 하트 말하는 거였어요?”

작은 손 하트인 줄 알고 왼손으로 하트를 만들었더니 정요셉은 팔로 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엇갈린 하트에 팬들이 크게 웃었다.

‘팬들이 웃으면 됐지.’

마지막으로 정요셉이 내 볼에 하트를 만들며 카메라를 주시했다.

“광고 잘 보고 오셨나요? 드디어 온라인 투표와 문자 투표를 합산하여 최종 순위를 집계했습니다. 그럼, 4위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MC도 떨리는지 봉투를 열면서 숨을 내쉬었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최종 4위……! RT 엔터!”

스크린에 RT 엔터가 잡혔다. 박정후의 눈에는 실망감이 깃들어 있었다. 이윽고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돌자 뿌듯한 미소를 짓긴 했지만.

‘감정을 못 감추네…….’

팬분들도 보고 있을 텐데.

“RT 엔터는 탄탄한 보컬과 화려한 무대 센스로 최종 무대에 올랐죠. 박정후 연습생,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네, 꿈같으면서도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눈물이 날 때도 많았고요. 저희를 뽑아주신 프로님들, 정말로 사랑합니다.”

곧이어 멤버들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박정후가 눈물을 흘리긴 했으나 그렇게 임팩트 있는 눈물은 아니었다.

“쟤 운다…….”

주이든은 조용할 때 울어서 울음소리가 잡혔지만, 지금은 이미 소란스러웠으니까.

“다음으로 3위입니다.”

MC가 큐카드 뒤에 있는 봉투를 꺼내서 열었다.

“3위, 개인 팀!”

이미 개인 연습생들은 울고 있었다. 고예찬은 카메라에 대고 감사 인사를 하다가 그만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울면 안 되는데…….”

개인 팀은 꼴찌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겠지. 자칫 탈락할 수도 있었으나 팬들은 개인 팀의 노력을 알아봐 줬다. 그들이 팬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동안 저희가 프로님들께 좋은 모습도, 나쁜 모습도 많이 보여 드린 것 같습니다. 엔터가 없어서 언제 데뷔할지는 모르겠지만…….”

고예찬은 말하다가 또 울음을 터트렸다.

“고예찬 연습생이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몇 년 동안 연습생으로 지냈지만 데뷔할 때마다 엎어졌다고 들었어요. 모두 개인 팀을 위해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MC가 박수를 유도하자 관객들은 고예찬의 이름을 외쳤다. 엄청난 박수와 환호에 고예찬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말을 이었다.

“…최종 무대에 함께 오른 멤버들과 데뷔하고 싶습니다. 꼭이요.”

고예찬은 마이크를 내리며 멤버들과 포옹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2위가 되면 이 시점에서 또 회귀해야 하니까. 이남주도 나랑 비슷한 상황인지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쟤도 힘들겠네…….’

나는 이남주한테 향했던 시선을 거두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대망의 최종 1위를 발표할 차례인데요. AA 엔터와 FG 엔터의 소감을 들어볼까요?”

화목현이 나를 보면서 눈짓했다. 먼저 말하라는 듯이.

‘…예?’

나는 주이든에게 마이크를 넘기려고 했으나 주이든 역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억지로 마이크를 들자 MC가 질문했다.

“범나비 연습생, 1위 후보에 오른 소감이 어떤가요?”

“…떨립니다.”

“떨린다는 말과 다르게 얼굴은 차분한데요.”

“제가 표정 변화가 없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심장은 터질 것처럼 뛰고 있어요.”

심장이 떨린다. 또다시 돌연프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남주 연습생은 어떤가요?”

“…어, 굉장히 떨립니다. 하지만 1위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가 1위 하면 되겠네.

“그럼 떨어져도 상관이 없다는 건가요?”

“제가 그런 말을 했던가요?”

이남주가 카메라에 대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뉘앙스였는데~?”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1위 하고 싶어요.”

MC의 함정에도 이남주는 능글스럽게 빠져나갔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채팅창은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FG! FG! FG! FG! FG! FG! FG! FG!

-AA가 1위 아니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

-솔직히 돌연프 개인 순위가 있는 것 자체가 **점임 **~

-아~ 제발 1위 발표 빨리 하면 안 됨? 짜증

-개떨린다 진짜로!

MC가 스태프에게 금색 봉투를 받고는 그걸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이 금색 봉투 안에 1위가 적혀 있겠죠?”

주변에서 긴장되는 노래가 나오고,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 긴장돼.’

그리고 봉투를 뜯어낸 MC가 입을 열었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1위……!”

말을 길게 빼네. MC가 입을 열어 1위를 발표하는 동시에 주이든이 내 손목을 꽉 잡았다.

“1위는!”

돌연프 1위는 어느 팀이 될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었고, MC의 입이 벌어지는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 짧게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드는데 옆에서 이남주의 시선이 느껴졌다.

“AA 엔터입니다!”

우리가 1위였다.

“얘들아! 얘들아!”

무대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카메라가 우리를 향했다. 화목현은 감격에 겨워 카메라를 무시하며 멤버들을 불렀다.

‘이럴 땐 감정에 솔직해도 되니까…….’

페널티를 안 받아도 되고. 멤버들의 어깨를 얼싸안으며 환희를 만끽했다. 그렇게 안심하는 순간, 이남주를 볼 수밖에 없었다. 페널티를 늦게 받는 건지 이남주는 멀쩡해 보였다.

“화목현 연습생,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을 때, 솔직히 많이 무서웠습니다. 연습생 시절도 고통스러웠는데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화목현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돌이켜 보면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는 고통이 아닌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AA 엔터를 사랑해 주신 프로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얘들아! 하나, 둘, 셋!”

화목현이 신호를 주자 멤버들은 동시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꺼냈다.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소리가 들려와 뱉는 숨결이 떨렸다.

체육관을 꽉 채운 박수갈채가 귓가에 맴돌았다.

‘설마 했는데…….’

나는 멍하니 관객석을 보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회귀 전에 알고 있었던 돌연프 1위가 달라졌다.

“이제 FG 엔터의 2위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FG 연습생들이 이남주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어, 또 제가 소감을 말하게 되었는데요. 아, 2위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그…….”

이남주는 말을 하다가 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남주 연습생?”

“…감사합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이남주의 모습에 관객석에서 안타까워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고개를 들어 뒤를 도는 이남주의 얼굴은 멀쩡했다. 눈가가 붉을 뿐이었다.

-ㅠㅠㅠ 이제 무슨 낙으로 사냐

-아 왜 눈에서 눈물이?

-그동안 싸우고 욕하고 그랬는데 막상 끝난다니까 아쉽네

아쉽다는 반응의 채팅이 올라오고 있는 와중에도 MC의 입에서는 더 이상 멘트가 나오지 않았다. 이쯤에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의 1위 혜택이 무엇이었죠?”

훈훈한 분위기를 잡던 MC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이거 불길한데…….

-뭔데?

-?????

-1위 혜택 빼앗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방금 1위 했다 이것들아

“1위 혜택에 적혀 있던 ‘단독 예능’을 기억하시나요?”

저 말에서 나는 쎄한 기운을 느꼈다.

“우승한 AA 연습생들은 이제 곧 무인도로 향하게 됩니다.”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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