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최종 무대(3)
-MC가 광고 어그로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광고하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저렇게 죄인처럼 말하래
유쾌하게 광고를 한 덕분에 광고가 길어도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곧바로 FG 연습생들의 두 번째 무대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무대를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면 이번에는 FG 연습생들이 몸으로 꽃봉오리를 연출했다. 이남주가 카메라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미쳤나? 남주 눈물?
-남주 우는데 왜 기분이 좋지?
-더 울자 **
이남주의 눈물을 보며 살며시 팔짱을 꼈다. 위기감을 느껴서.
‘잘생긴 얼굴로 우는 건 치트키 아닌가…….’
확실히 FG 연습생들의 안무와 보컬 실력도 늘어 있었다.
“FG 연습생들 잘한다.”
옆에서 모니터를 보던 화목현도 인정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서 멤버들을 불렀다.
“얘들아, 우리도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지. 가볍게 안무 맞춰보자.”
“예~!”
“나도 안무 맞춰보고 싶었어!”
아직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이정진을 제외하고 좁은 대기실에서 안무를 맞췄다. 그러자 벌써 FG 연습생들의 무대가 끝났는지 관객들의 환호성이 대기실까지 크게 들렸다.
“혹시 FG 엔터는 라이벌로 생각하는 엔터가 있나요?”
MC의 질문에 이남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AA 엔터입니다.”
그 말에 관객석의 반응은 더더욱 커졌다. 안무를 맞춰보던 우리는 행동을 멈추며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라이벌 맞긴 해ㅋㅋㅋㅋ
-자네는더블에이라네랑 교수님F지요 라이벌 될 듯
-누가 FG한테 교수님F지요래 ** 미쳤나 봐
-초반부터 두 팬덤이 싸우긴 했지
이남주의 라이벌 발언에 채팅창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오호, 이 질문은 AA 엔터가 나오면 다시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무대는 RT 엔터입니다!”
-음?
-기대가…
-RT 가자!
-잠깐 화장실 갔다 와야겠다
첫 번째 무대에서 망친 탓인지 돌연프 채팅창은 숙연했다. 하지만 희망이 없을 때가 제일 기대를 높일 수 있는 때였다.
아무리 RT 엔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들 그만큼 팬덤층이 탄탄하니 최종 무대까지 오른 거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을 텐데.’
나는 RT 엔터의 무대를 빠짐없이 관찰했다. RT 엔터의 무대도 나쁘진 않았다. 임팩트가 없었을 뿐.
-정후 귀여워ㅠㅠㅠㅠ
-FG는 아이돌 무대 같았다면 RT는 연습생 무대 같네
-밋밋
-실수도 많은 데다 넘 경직되어 있음;
-흐음…
그러니 시청자들도 알 수밖에. 채팅창을 직접 보니 박정후의 자존심도 무너진 모양이었다. MC와 인터뷰를 하다가 눈물 흘린 걸 보면. 박정후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다가 인터뷰를 끝마치지 못한 채 무대를 내려왔다.
-지가 못했는데 왜 울어?
-아 우니까 조금 불쌍하네 ㅠㅠ
-ㅠㅠㅠㅠ 아 저 마음 알 것 같아
-아니 우는데 공감을 못 함? 싸이코패스도 아니고;
-싸패가 아니라 그냥 공감해 주기가 싫음
MC가 수습을 하면서 개인 팀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슬슬 나도 몸을 풀었다. 곧 우리 팀의 무대라서.
“AA 엔터는 무대 밑에서 준비할게요.”
스태프의 말에 화목현이 긴 숨을 내쉬었다.
“얘들아, 두 번째 무대… 우리가 잘 살려보자!”
“살려보자!”
“할 수 있어~”
복도로 나가자 대기실로 들어오는 RT 연습생들과 마주쳤다. 다른 RT 연습생들은 훈훈하게 응원을 해줬지만 박정후는 억지로 고개를 까닥거리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나비야? 가자.”
“…네.”
무대 밑에서 마이크를 체크하며 인이어를 찰 때였다. 화려한 불꽃이 올라오면서 고예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음에 귀가 먹먹했다. 관객석의 호응을 보니 개인 팀의 무대가 꽤 괜찮은 모양이었다.
“떨린다! 떨린다!”
주이든이 이정진의 어깨에 딱따구리처럼 머리를 박았다. 개인 팀 무대의 끝이 다가왔을 때였다.
나는 허공을 보면서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지금 아이템을 써야겠다.’
그리고 나를 보소! 나를 보소! 아이템을 사용했다.
【관객과 시청자는 범나비를 주목합니다.】
“다음 무대는 AA 엔터입니다!”
***
졸업식 무대에서 나왔던 학교 종소리인 소녀의 기도가 울렸다.
-아까 나왔던 거네?
-스크린!!
-화목현!!!!!
-**!!!
그러고는 지지직, 소리를 내며 끊겼다. 스크린에 목현이 오토바이를 타고 터널을 달려가는 장면이 나왔다.
“헉!”
박랜서는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면서 최대한 소음을 줄였다.
-목현아??????
-피어싱이라니
-** ** 목현아
-이거 졸업식 무대랑 이어지나?
목현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찢어진 넥타이를 주웠다. 그 잠깐의 장면에서 AA 엔터의 돌연프 첫 무대였던 ‘DISS’ 무대가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DISS로 유입 엄청 많았는데.”
그 DISS를 연상하게 하다니, 박랜서는 AA 연습생들의 센스에 새삼 놀랐다.
-잠만 잠만 잠만 디스 무대?????
-내 최애 무대인데…
-와 처음과 끝은 돌연프라는 건가 ㅅㅂ
-미쳤다 서사 완벽
다시 오토바이 소리가 나더니 목현이 무대 세트로 만든 터널에서 나왔다. 목현이 목을 좌우로 부드럽게 풀더니 들고 있던 넥타이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우리가 찾고 있는 밤에 (light)
우리가 찾고 있는 낮에 (dark)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길게 울리며,
-새벽에 나를 찾아와
강렬한 밤을 시작해
이제 터널에서 빠져나와 Louder
요셉이가 넥타이로 눈을 가린 나비를 무대로 데리고 나왔다. 그러더니 요셉이 강압적으로 나비의 어깨를 눌렀다. 억지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나비를 보며 요셉이 속삭이듯 말했다.
-새로운 햇살이
너를 비추며 말해줄게
GOD bless you
요셉이 나비의 넥타이를 내렸다.
-du – du – du – dudu
그때였다. 비상벨이 울리며 정진과 이든이 터널에서 빠져나오더니 뒷주머니에서 모형총을 꺼냈다.
다급하게 중앙으로 달려간 모든 멤버가 하늘을 보며 총을 쐈다.
-탕-!
곧 박진감 넘치던 비트에서 잔잔한 비트로 바뀌었다. 정진을 제외하고 모든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중앙에 홀로 남은 정진이 총을 마이크처럼 쥐었다.
-이제 우리가 세상에 알릴 차례
Louder! Louder! Louder!
그다음으로는 댄서가 정진의 앞에 나와 엎드렸다. 정진이 댄서의 등에 앉으며 카메라에 대고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귀여운 정진의 무대 센스에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멤버들은 일어나 대형을 맞추며 박수를 쳤다.
관객과 시청자들은 화려하고 딱딱 맞는 안무를 온전히 즐겼다. 2절 후렴이 다가올 무렵,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나비가 인상을 쓰더니 인이어를 뺐다.
-세상에서 해방된 쾌감에
좌우로 손발을 맞춰가는 세상-!
음에 목소리를 맞춘 것 같은 나비의 고음에 관객석에서는 감탄을 내질렀다. 커튼으로 가렸던 터널이 다시 등장하면서 멤버들은 바닥에 총을 던졌다.
-이제 우리를 기억할 거야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해 줘
Remember me
곧 목현도 터널에 들어갔다. 잔잔한 기타 선율이 공허한 무대에 울리면서 모니터가 켜졌다. 그리고 검은색 화면에 돌연프 연습생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헐
-**
-우리 애들 이름도 있다 ㅠㅠㅠ
-아…
떨어진 연습생들도 기억해 달라는 의미가 담긴 무대에 관객들은 입을 벌렸다.
마지막으로 모니터에 AA 연습생들의 이름이 올라오면서 관객들은 여운에서 깨어났다. AA 연습생들은 첫 무대였던 터널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자신들을 잊지 말라는 뜻까지 전달하면서.
-AA 마지막 무대 나오길 잘했네 ㅠㅠㅠㅠ
-아 돌연프 가지 마 ** 제발 가지 마 **
-무대 좋았고 이제 데뷔 생각하면 되는 거지?
-** 너무 좋아서 욕밖에 안 나와
이로써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의 모든 무대가 끝났다.
“아… 다음 주까지 뭐 기다리면서 살아?”
박랜서는 그것이 제일 걱정이었다. 다음 주에는 뭐 봐?
***
최종 무대가 끝났다.
“나비야, 여기 물.”
“목현 형, 감사해요.”
뚜껑을 따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물을 제대로 마실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실수도 하지 않았고 관객석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우리 막내, 미소 짓는 거 봐~”
내가 미소를 짓고 있었나. 괜히 물을 마시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고 있는데 대기실로 가는 복도에서 나를 발견한 고예찬이 달려왔다.
“나비야!”
“…어? 예찬아.”
“마지막 무대 진짜, 진짜로 멋있더라. 노래 진짜 잘 불렀어!”
“너도 잘 부르더라.”
고예찬이 수줍게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무대에서 우리 멤버들 이름 올려준 거 너무 고마워서 인사하러 왔어. 멤버들이 낯을 많이 가려서 고맙다는 말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
고개를 돌려보니 개인 팀 대기실에 있던 멤버들이 얼굴만 내밀고 눈인사를 했다.
“우리 모두 다 연습생이잖아.”
“어, 그치!”
“데뷔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야 하니까.”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일지라도 언젠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그건 누구 아이디어였어?”
“제일 먼저 생각한 건 이든 형이었어.”
연습생 기간이 오래된 탓일까. 주이든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마지막에 우리 팀 이름 넣기 전에 다른 연습생 이름들을 화면에 띄우는 건 어때?”
“괜찮네요.”
“그치! 그치! 한번 물어보자!”
주이든의 의도를 알 것 같아서 굳이 그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랬구나. 아무튼 데뷔해서 꼭 보자!”
“너도 데뷔 꼭 해.”
“…응!”
고예찬과 짧은 인사를 하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곧장 옷을 갈아입으며 모니터를 주시했다.
“이제 개인 순위와 팀 순위 투표가 끝났습니다. 집계하는 동안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1위 혜택을 확인해 볼까요?”
《1위 혜택》
1억
단독 예능 2화
계절의 소년 OST
저 1억은 개인 지급이 아닌 팀 지급이라 나눠야 했다. 그리고 ‘계절의 소년’ OST를 부를 수 있었다. 유명한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서 관객석에서도 감탄사가 들려왔다.
-오 돌연프 인기로 마케팅을 해보겠다는?
-1위 혜택 왜캐 구린 거 같지…
-계절의 소년 재밌는데 ㄷㄷ
-돌연프 이번 하반기 화제성 1위 아님?ㅋㅋ 근데 혜택 왜 저렇게 별로냐
-리연프보다 못하다 ㅗ 개연프
돌연프 전작인 리연프는 개인 지급으로 오천만 원을 내걸었다. 그러나 폭망했지.
“참고로 계절의 소년은 QTQ 방송국에서 방영할 예정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화에 애니메이션 홍보까지 야무지게 가져가네. 돌연프, 정말 지독하다.
“자, 1위 혜택을 확인하셨나요? 마침 제작진 측에서 투표 집계가 끝났다고 하네요. 프로님들, 누가 1위를 할 것 같나요?”
MC의 질문에 관객석에서는 무대가 떠나가라 이름을 외쳐댔다. 간간이 들려오는 내 이름에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떨어져도 울지 말자!”
“우리 이든이 운다고?”
“안 운다고! 안 울어! 울고 싶지도 않거든.”
그러나 울지 않을 거라던 주이든은 대기실에 있던 휴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울 생각이 있는 건가.
“범나비, 너도 울면 휴지 줄게!”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는 없어!”
한껏 치켜 올라간 주이든의 턱을 보면서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도 감사해요.”
“…막내가 그렇게 감사하다고 하니까, 인사는 받아줄게!”
정요셉도 울 것 같으니 휴지를 달라고 하면서 긴장된 분위기를 풀었다.
“이제 돌연프 연습생들을 만나볼 시간이죠?”
드디어 최종 1위 발표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