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57화 (57/235)

57. 최종 무대(1)

드디어 오늘은 최종 1위 팀이 나오는 날.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제작진의 움직임 또한 바빴다. 그리고 우리는 FG 연습생들의 리허설이 끝나길 기다렸다.

“…하아, 떨린다!”

주이든은 허공에 주먹질하면서 긴장감을 풀었다.

“저러다가 한번 다쳐봐야 우리 이든이가 안 그러겠지?”

“정요셉, 아침부터 건드리지 마라…….”

“떨려서~?”

“어! 엄청 떨려!”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되는 돌연프 최종 무대는 무척이나 넓었다. 키오 시절에 팬미팅을 여기서 했었는데. 그땐 좁다고 생각했는데.

“무대가 넓네요…….”

“우리 막내, 넓은 무대를 봐서 떨리는구나~”

“떨리지는 않아요.”

“그런 말을 하기엔 우리 막내 얼굴이 굳었는데~?”

곧 리허설에 들어가서 떨리긴 했다. 그에 비해 정요셉의 얼굴엔 긴장감이 없었다. 그냥 신난 강아지 같았다.

“그럼 요셉 형은 입으로 긴장감을 풀고 있어요?”

“어?”

“계속 떠들길래.”

순수한 질문에 옆에서 주이든이 푸학!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는 진지했다. 정요셉은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대답했다.

“우리 막내 말처럼 사실 나는 수다 떨면서 긴장감을 떨치는 습관이 있어.”

“아, 그래서 말이 많았구나.”

“티가 많이 났어?”

“조금?”

정요셉이 기특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막내, 형들 관찰도 하고.”

“형, 말투가 약간 이상한데요?”

“이상한 말투라니~”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FG 연습생들의 리허설이 끝났다. 이남주가 무대에 내려오면서 나한테 인사했다.

“남주야, 형들은 안 보여?”

“에이, 요셉 형은 너무 잘 보이죠.”

“아닌데, 나비만 보인 것 같은데? 우리 막내야, 너희 막내가 아니라~”

이남주가 그런 뜻이 아니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손바닥을 내밀었다.

“힘내요.”

그 손을 맞잡으며 짧게 응원해 주었다. 이남주가 떠난 뒤 정요셉이 의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노려보았다.

“우리 막내, 남주랑 꽤 가깝게 지내는데~?”

“가깝지는 않아요.”

“그래도 지난번에 카페도 같이 갔잖아.”

“그거야… 형들 맛있는 간식 사주려고 그런 거죠.”

“아~ 이렇게 빠져나가시겠다?”

때마침 들려온 스태프의 리허설 들어간다는 말에 정요셉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인이어를 착용하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리허설 시작합니다.”

모든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자기로 돌아갔다. 우리를 비추던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나오자 조명이 나를 비추었다.

***

박랜서는 손에 땀을 쥐면서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를 기다렸다. 오늘을 기다리며 밀린 일을 끝낸 상태였다.

-돌연프 언제 시작?

-ㅋㅋㅋ 제발 빨리 시작해라 벌써 팬덤끼리 싸우고 난리 남ㅠ

-이남주! 이남주! 이남주! 이남주!

-취소표는 당연히 어디?

-어디긴 어디야 RT 엔터지^^

-따라 하는 엔터 RT에 취소표를 눌러주세요!

-1분 남았다 성질 급하네; 누가 대한민국 사람들 아니랄까 봐;

1분이 지나고 딱 10시가 되자 돌연프 화면이 켜졌다.

[오디션 프로그램 화제성 1위]

[오디션 프로그램 연습생 검색 1위]

[오늘 오디션 프로그램에 한 획을 그을 1위가 결정된다!]

무대의 중앙에 조명이 켜졌다.

[LIVE – 인천삼산월드체육관]

[실시간 온라인 투표와 문자 투표 진행 중]

그리고 돌연프의 테마곡인 ‘돌아온 연습생’ INST가 들려왔다.

[MC : 안녕하세요. 저는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의 MC입니다.]

거대한 함성이 체육관을 뒤흔들었다. 그 후끈한 열기에 돌연프 채팅창은 더욱 빨라졌다.

-돌연프 최종이구나…

-ㅠㅠ 수업도 안 듣고 돌연프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중

-끝이다 끝 지겨운 팬덤 싸움도 끝 ㄷㄷ

-FG 엔터 1위 하자 제발!

-화목현! 이정진! 정요셉! 주이든! 범나비!

-나도 가고 싶다… 나 왜 안 갔냐?

관객석에 앉은 심사 위원들과 연습생의 부모님들이 화면에 잡혔다. 카메라가 옆으로 돌아가자 팬들의 슬로건과 함성 지르고 있는 팬들이 보였다.

[MC : 이제 곧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체육관 한쪽에 있던 모니터에 채팅이 켜지면서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었다.

-오늘만을 기다렸어

-와아아아악!

-개인 팀 꼭 1위 하자! 너희들은 1위 안 하면 데뷔할 수도 없다고!

-이름 불러주세요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에 자체적인 저속모드가 켜졌다.

[MC : …돌연프를 시청하는 프로님들이 많다고 체감은 했지만, 이렇게 실시간으로 채팅을 보니까 피부에 확 와닿네요.”]

박랜서도 돌연프가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 돌연프 최종 무대 티켓팅이 1분 만에 끝나는 걸 알기 전까진.

[MC : 연습생들이 보고 싶으신가요?]

[네!!!]

관객석에서 소리를 지르자 MC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MC : 지금 당신의 연습생이 프로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아온 연습생!]

꺼져 있던 조명이 켜지고 테마곡 ‘돌아온 연습생’이 흘러나왔다. 무대 위로 교복을 입은 4팀의 연습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센터는 당연히 이남주. 그를 필두로 화목현과 정요셉이 그 뒤에 섰다.

[까아아아악!!!]

거대한 함성을 시작으로 77명의 돌아온 연습생 무대가 시작되었다.

-나를 선택해 줘!

당신의 연습생을

나를 기억해 줘!

당신의 연습생을

상큼한 무대가 이어지면서 팬들의 함성에 노래가 묻힐 정도였다. 그동안 매번 1분만 보여줬던 돌아온 연습생 무대였기에 3분은 확실히 길었다. 카메라가 나비를 비췄다.

“어!”

나비는 자신의 이름이 담긴 슬로건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당신이 기억할

돌아온 연습생!

그렇게 돌아온 연습생 무대가 끝났다.

“헐, 나비야…….”

오늘따라 더 잘생겼다. 반쯤 깐 머리에 검은색 교복을 입히니까 인물이 확 산다.

[MC : 이렇게 돌아온 연습생 무대가 끝났습니다. 이제 꿈에서 나와 현실을 마주해야 할 시간입니다. 바로 최종 1위 팀을 뽑을 시간인데요. 앞서 지난 2주간 진행했던 온라인 투표와 생방송 문자 투표를 통해 최종 1위 팀이 나오게 됩니다.]

MC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사전 온라인 개인, 팀 투표수 + 생방송 문자 개인, 팀 투표수를 합산]

이걸 위해서 박랜서는 어제부터 일찌감치 투표를 했다. 주변에 권유도 하고 이벤트도 열면서 제발 AA 엔터를 뽑아달라고.

[MC : 하지만 생방송 문자는 팀에 중복 투표를 할 수 없습니다. 사전에 공지하였으나 계속 투표할 프로님들이 있을까 하여 말씀드립니다.]

-다행 팀 중복 투표는 없어야 함

-안심이다

-팀이 해체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림?

곧 제작진이 한 상자를 MC한테 전달해주었다.

[MC : 팀 순위를 정하기 위한 상자가 도착했습니다. 제가 상자에 손을 넣어 순서를 뽑으면 첫 번째 무대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런 방법으로 순서를 정하네.

-제발… 우리 애들 보고 싶다

-아무나 뽑혀라 심심함

-무대 너무 궁금해 선공개 영상으로 봤는데 개좋았다고 ㅠㅠ

[MC : 하지만 뽑힌 순서인 1번에서 4번은 두 번째 무대에서 4번부터 1번으로 바뀝니다.]

“제발 우리 나비 1번!”

***

나는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휴지로 땀을 닦았다.

‘1번으로 뽑혀야 좋을 것 같은데.’

대기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주이든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떨, 떨렸어!”

주이든이 주먹을 쥐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나도 정신은 없었다. 큰 환호에 정신이 나갈 뻔했으니까.

“내 슬로건도 봤다!”

“우리 이든이 행복해 보이는데~?”

“…팬들 봐서 좋지!”

멤버들은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모니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첫 번째 무대에서 1번인 팀은?”

MC가 상자에 넣었던 손을 뺐다.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하는 연습생 팀이죠? AA 엔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AA 엔터, 무대로 이동합니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태프가 우리를 불렀다. MC가 시간을 끌 때 멤버들과 대기실로 들어갔다.

“무대를 보기 전에, AA 연습생들의 VCR을 한번 살펴볼까요?”

대기실 모니터 화면에 VCR이 켜지면서 멤버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화목현이 자기가 나온 고등학교에 있는 벤치에 앉는 모습이었다.

[AA 화목현 : 얘들아, 여기가 내가 나온 고등학교.]

[AA 주이든 : 고등학교에 오니까 느낌이 이상해.]

[AA 이정진 : 이제 우리도 연습생 졸업할 때니까.]

나만 홀로 서서 고등학교를 구경했다.

[AA 범나비 : 저도 고등학교를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AA 정요셉 : 그래도 너한테는 우리가 있잖아.]

[AA 화목현 : 그래, 나중에 검정고시 치면 되고.]

대본대로 한 거긴 하지만 AA 팀의 서사를 넣기 좋은 장면이었다.

-ㅠㅠㅠㅠ 나비 고등학교가 좋은가 봐

-아 나비…

-형들 든든하네

-AA 엔터는 항상 분위기가 좋더라

화목현의 졸업 앨범을 보면서 깔깔 웃는 정요셉과 주이든 밑에 ‘깔깔즈’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깔깔즠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서로 싫어하면서 은근히 잘 맞아ㅋㅋㅋㅋㅋㅋ

-옆에서 쳐다보는 나비까지 완벽해

그리고 멤버들과 고등학교 강당에 들어가 졸업식의 흔적을 살펴보았다.

[AA 화목현 : 여기서 졸업식을 했던 것 같은데.]

[AA 이정진 :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아련하네.]

[AA 주이든 : 아니야! 아련할 건 없어. 행복만 있지!]

[AA 정요셉 : 그 마음으로 우리가 졸업식 무대를 한다면?]

정요셉의 말에 멤버들의 눈이 커졌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내가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정요셉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뭔데?

-왜 우리만 몰라!

-아니 ㅡㅡ

-이런 식으로 할래?

우리가 학교 정문에서 벗어나면서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그리고 내 단독 인터뷰로 화면이 전환됐다.

[PD : 이제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이 끝나는데 마지막으로 멤버들한테 할 말이 있나요?]

[AA 범나비 : …어,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나는 고심하는 듯이 아래를 보면서 입을 달싹였다.

[PD : 그동안 멤버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라도?]

[목을 가다듬는 나비]

[AA 범나비 : 형들, 제가 들어오고 욕을 많이 먹었잖아요.]

채팅창은 금방 눈물바다가 되었다.

-아… 진짜 초반에 나비 온갖 욕을 먹었지 ㄹㅇ

-ㄹㅇ 이름으로 안 불리고 범그로라고…

-나비야 ㅠㅠ

[AA 범나비 : 원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형들인데 저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질까 두렵기도 했고요. 그래서 형들을 보며 더 열심히 했어요. 형들한테 누가 되지 않는 막내가 되려고요. 형들, 죄송하고 감사해요.]

내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인터뷰가 끝났다.

-AA 오래가자!!!!!!!!!

-왜 벅차오르는지 모르겠는데 벅차올라

-날 울리는 아이돌은 처음이네

-AA 서사 없다고 누가 그랬냐 서사 한 바가지다 ㅠ

그리고 멤버들은 무대 밑에서 나를 쳐다보았다.

“AA 엔터 스탠바이.”

스태프의 말에 멤버들은 시선을 거두며 무대 장치에 탔다. 졸업식 인트로가 사방에서 울렸고, 나는 인이어를 만졌다.

‘첫 무대, 실수 없이.’

***

“으아아악!”

박랜서는 떨리는 마음으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학교 종소리인 소녀의 기도가 울리면서, AA 연습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AA 정요셉 :야, 나비야, 졸업 축하한다?]

[AA 범나비 : 형들, 감사해요.]

멤버들이 범나비한테 꽃다발을 주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못 한 범나비를 위한 무대였던 것이다. 범나비는 꽃향기를 맡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만났던 그 시절

우리는 하나였지

나비의 음색이 울려 퍼졌다.

“음색 미쳤다…….”

-미친?

-범나비 음색임?

-와 유니크하다

-음색 ** 개소름 돋아

거대한 환호가 울리자마자 하얀 조명이 켜졌다. 순식간에 함성은 멈추고, 정적이 무대를 채울 때였다.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안경을 쓴 나비가 교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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