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53화 (53/235)

53. 가해자 오한준의 등장

가해자의 직업은 해봤자 대학생일 줄 알았는데… 멤버들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는지 심각한 얼굴로 이정진을 바라보았다.

“정진아, 그때 그 가해자가 아이돌로 데뷔했어?”

화목현이 물었다.

“응, 이미 데뷔했어.”

“언제 데뷔했는데?”

“작년에.”

“작년에 학폭 아이돌 기사는 못 봤는데?”

“한번 커뮤에 올라왔는데 다음 날 처리가 됐거든.”

그룹 내 잡음을 없애기 위해 엔터에서 미리 손을 써놨을 가능성이 있었다.

“정진아, 누군지 말해줄 수 있어?”

“…이번 돌연프 최종 무대에 온다고 하던데.”

“관객으로?”

이정진은 주변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관객으로 온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어?”

“지나가다가 그룹 이름이 들려서…….”

돌연프 관객으로 온다는 거면 QTQ 방송국과 연관이 있는 아이돌일 것이다. 추정해 본다면 작년 초에 끝났던 ‘서바이벌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이 있긴 했다.

“설마 서바이벌 아이돌에 나왔어요?”

“…어.”

“맞아요?”

“작년에 나도 우연히 보고 놀라긴 했었어.”

그런데 그 프로그램은 인기가 없었다. 시청률도 돌연프보다 화제성이 낮은 0.5%. 인기나 화제성을 보면 많은 아이돌 그룹 중 하나일 뿐이었다.

“조져 버릴까?”

“죽여!”

정요셉과 주이든이 대기실에서 소리를 지르며 죽이겠다고 나섰다. 나는 그 둘을 말리지 않았다. 왕따를 주도해 놓고 버젓이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아이돌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직업이다. 반 친구를 괴롭히고 왕따까지 시킨 이에게 사랑받을 자격은 없었다.

“정진아, 혹시 마주칠까 봐 무서워?”

“…무섭긴 해.”

이정진의 손이 살짝 떨렸다. 왕따는 사람의 성격을 바꿔 버리니까. 눈치를 보지 않던 사람도 눈치를 보게 만들고 하루하루를 무섭고 초조하게 만든다.

“정진 형, 우리가 있잖아요.”

“……?”

“그땐 혼자였지만 지금은 4명이나 더 있다고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최대한 이정진의 눈에 거슬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최종 무대 인터뷰가 끝나고, 선배 아이돌 그룹과 만나는 장면을 촬영한다고 하길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이든이 가해자의 이름을 물었으나 이정진은 끝끝내 가르쳐 주지 않았다.

“가르쳐 주면 안 될 것 같아.”

“…왜요?”

이정진의 불안한 마음을 읽은 건지 정요셉이 대신 말해주었다.

“이든이는 몰라도, 우리 막내는 정말 때릴 것 같은데?”

아니? 폭력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정진 형, 끝까지 이름은 안 가르쳐 줄 거예요?”

“…어, 싫어.”

하는 수 없지.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 커뮤니티에 들어가 검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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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작년에 서바이벌 아이돌에서 데뷔한 그룹 아는 사람?

그 그룹 최종 무대 관객으로 온다고 하던데

멤버 중 한 명이 AA 연습생 이정진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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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폭망한 서바이벌 아이돌에서 11명으로 데뷔한 애들?

└ ㅇㅇ 비하인드 정진이랑 같은 고등학교라면 한준 아님?

└ 아 서바이벌 11위로 들어간?

└ 말 많은 놈이랑 같은 학교라

-한준이가 이정진 응원하는 글도 올렸네

└ 헐? ㅠㅠ 고마워라

└ ㅋㅋ 걘 쓸데없는 일엔 신경을 많이 쓰더라

└ 본인 노래 연습이나 하지 ㅋㅋ

비하인드 오한준. 노래도 못하고 얼굴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우연히 서바이벌 아이돌에 참여해서 아이돌을 하게 된 건가.

‘뭐 이딴 애가 다 있어.’

그러면 노력한 연습생들은 뭐가 돼?

-이 커뮤에 쟤 이름이 나오다니

└ 왜?

└ 최근에 말이 많아 병크 심해서

└ 쉬쉬하는?

└ ㅇㅇ 고등학교 때 왕따 시켰다는 말 있음; 증거가 없는지 묻혔더라고

왕따를 시켰다는 소식이 커뮤니티 곳곳에 돌고 있지만, 증거가 없어서 쉽게 묻혀 버린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오한준이 어떤 앨범을 냈고, 어떤 병크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오한준 아이돌이 맞긴 함? 주변 사람들 얼굴 평가하고 다닌다는데?

└ 심지어 대선배 얼굴도 못생겼다고 하더라 자기 얼굴은 생각도 안 해

└ 원래 아이돌 안 하려고 했다고 자기 입으로 직접 말했음

└ 미친 새끼ㅠ 오한준 못생겨서 포카도 안 팔리는데

└ 걔 호떡 집게잖아ㅋㅋㅋㅋ

└ 시세 앨범값도 안 나옴

인기 많은 멤버가 아니긴 하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선배 아이돌 그룹을 기다렸다. 이쯤이면 선배 아이돌 그룹 올 시간이 다 됐는데?

이미 30분이나 늦은 상태였다. 시간을 체크하던 화목현이 방송작가에게 물었다.

“저희 인터뷰 언제 시작해요?”

“아직 안 왔다고 해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다른 팀들은 안무나 노래를 외우고 있을 시간이었다. 이미 이정진과 주이든은 패드에 안무 영상을 켜놓고 외우고 있었다.

아직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설마 몇 시간을 기다리겠나.

“…2시간이나 지났는데.”

그랬다.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까지 몇 시간을 기다렸다. 스태프들도 인상 쓰면서 연락을 했고, 정요셉은 오면 깨워달라며 내 어깨에 기대 눈을 감았다.

내가 터널 가사를 외우려는 찰나,

“지금 올라오고 있대요!”

방송작가가 환호하듯이 외쳤다. 드디어 오는 건가. 정요셉을 깨우고 옷차림새를 정리하는데 대기실 문이 열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매니저가 먼저 사과했고,

“죄송합니다! 차가 너무 막혀서…….”

선배 아이돌 그룹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AA 엔터 연습생입니다.”

“아~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잘 알죠. 안녕하세요?”

어쩐지 말투에서 싸가지가 묻어 나왔다.

“저희는 비하인드입니다.”

비하인드? 나는 오한준을 찾으려고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다가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을 발견했다. 저 인간이다. 오한준. 동시에 시스템창이 반짝이며 나타났다.

「문제 12, 이정진의 사회성 지키기!

페널티:그대로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감

정답 풀이:이정진의 최고의 편곡」

랜덤 박스가 아니라 최고의 편곡이라. 시스템창이 사라지고 난 뒤 이정진을 관찰했다. 이정진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미세하게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멤버 한 명이 예능을 늦게 끝내서 출발이 미뤄졌는데 하필 차가 밀리는 바람에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래서 늦었다고? 이건 매번 지각하는 사람의 변명이 아닌가. 일단은 빨리 인터뷰를 끝내고 연습실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부터 짧은 인터뷰가 있겠습니다. 여기 앉아주세요.”

서로 인사하는 시간도 없이 바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에게 조언할 것도 없는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사소한 질문만 있었다.

“사적인 질문으로 넘어갈 건데요. 비하인드 오한준 씨는 이정진 연습생과 친했나요? 고등학교 졸업 사진을 보니까 같은 반이던데.”

“같은 반이긴 했죠.”

매니저가 오한준의 등을 살짝 쳤다. 말조심하라는 뜻으로.

“같은 반 친구로서 이정진 연습생은 어땠나요?”

“…평범했어요.”

“평범했다고요? 어떻게 평범했나요?”

“구석에서 책 읽고 그랬어요. 평범했죠.”

오한준은 다리를 꼬면서 대충 대답했다. 평범했다고……? 방송작가도 그 점이 의아했는지 물어보았다.

“이정진 씨가 어떤 식으로 평범했나요?”

“…그냥 평범했고, 소심한 친구라서 친구가 없었어요.”

“친구가 몇 명 없었다는 거죠?”

“…네.”

저 말이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나?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는데 오한준에게 들키고 말았다. 하지만 오한준도 말을 뱉고 나서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런.’

나를 쳐다보는 오한준의 눈빛이 살벌했다.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안 그러면 오한준 성격상 난리를 칠 것 같아서.

방송작가는 고개를 돌려 이정진한테 물었다.

“그렇다면 평범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이정진 씨는 비하인드 오한준 씨를 알고 있었나요?”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 알고 있었죠?”

“친구도 많고 잘 노는 친구로요…….”

“잘 노는 친구…….”

이정진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무서운지 오한준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카메라가 돌아가는데 표정 관리를 저렇게 못해?

대중들이 표정 하나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는데.

“그럼 여기서 인터뷰는 끝낼게요. 감사합니다.”

방송작가는 이렇게 몇 개의 질문을 하고 인터뷰를 끝냈다. 이렇게 빨리 끝날 인터뷰인데 오한준이 대답을 질질 끌어 새벽에 끝나게 하다니.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스태프에게 인사를 건네고 의자 근처를 정리했다.

“피곤하다. 요셉이는 씻고 싶어~”

“요셉아, 씻고 일찍 자.”

“우리 리더의 말인데 들어야죠.”

다들 복도로 나가는 동안 나는 가방을 챙긴다고 뒤늦게 복도로 나왔다. 그런데 멤버들이 없네. 기숙사로 갔나? 핸드폰을 꺼내 화목현한테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 받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때 복도에 서 있는 오한준이 나를 불렀다.

“야, 너.”

“저요?”

“그래, 너 말이야.”

“왜 부르세요?”

“내가 너보다 1년 선배인데 인사 안 해?”

나는 전화를 건 상태에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공손히 양손을 배꼽에 올리며 오한준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인사 잘하면서 왜 안 했냐?”

“선배님이 있는 줄 몰랐거든요.”

“몰랐어도 주변을 잘~ 살피고 다녀야지.”

인사로 시비를 거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혹은 아까 내 질문의 복수.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너, 이정진 과거 알아?”

“음… 잘 모르는데요?”

“그런데 왜 웃었어?”

“제가요?”

오한준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니지?”

“글쎄요?”

그러자 오한준이 허리에 손을 올렸다.

“뭐야… 알고 있네?”

“뭘 알고 있는데요, 제가?”

“당사자도 말을 안 꺼내고 있는 마당에 입 좀 다물지?”

왕따가 이미지에 안 좋은 건 아는 모양이네?

“선배님, 이런 태도로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뭐?”

“지금 선배님의 태도가 고등학교 시절에 했던 행동을 지금 또 하고 있는데. 이건 제가 안 꺼내고 싶어도 꺼낼 수밖에 없겠는데요?”

오한준의 눈동자가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머리는 안 돌아가는지 내 말귀를 못 알아 처먹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면 선배님의 과거를 증명하는 셈이잖아요.”

“증명? 우리 둘밖에 없는데 무슨 증명을 해.”

“아하…….”

역시 개 버릇은 못 준다더니.

“그렇다면 제가 입을 다물어야 하는 이유는요?”

“이유? 알잖아. 이정진이 피해를 볼 텐데.”

“우리 형이요?”

“…당연하잖아. 학폭 피해자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힘들겠어.”

“우리 형이 힘들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우리 형이 힘들다고? 그러면 너는? 오한준의 눈을 똑 보면서 말했다.

“선배님도 학폭 가해자로서 느끼는 바가 있지 않나요?”

“나는 전혀 없던데.”

그러니까 네가 미래에 없는 거다.

“안타깝네요.”

“…뭐, 안타깝?”

“선배님이 안타…….”

‘깝다고요’라는 뒷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오한준이 내 가방끈을 잡고 흔드는 바람에 가방 안에 있던 물건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으니까.

“이야, 찌질한 물건만 들고 다니는 거 보니까 끼리끼리다?”

“…….”

“이정진을 감싸고 돌 때부터 알아봤지.”

그러더니 오한준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발로 찼다. 그것도 초콜릿을 담은 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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