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50화 (50/235)

50. 라이브 해명

박랜서는 일을 하다가 계속 한숨을 푹푹, 쉬었다. 바로 나비의 억까 논란 때문에. 누가 봐도 무대 리허설 직캠에서 립싱크했다는 증거가 없었다. 만약 립싱크를 했다고 해도, 그게 이렇게 논란이 일어날 만한 일은 아닌데 말이다.

“짜증 나네.”

억지 논리로 나비를 까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박랜서는 오히려 나비의 스타성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까빠들이 많기도 했고.

일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계속 커뮤니티만 들락거렸는데, 그때 I.P의 운스타가 업데이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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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_P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최종 무대 스포!

3분 뒤에 사라질 영상이니 꼭 봐주세요.

제작진한테 부탁받은 영상이니까 너무 놀라지 마세요~

라이브 너무너무너무너무 잘함.

#돌연프 #시청 #AA엔터 #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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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스타 영상을 틀자 나비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게 무슨……! 고음 지르는 부분을 라이브로 불렀네.

-이거 범나비잖아?

└ 목소리 범나비 맞음 고음 ㅈㄴ 잘해 미쳤어

└ ㄹㅇ 목소리만 나왔는데 완벽 범나비

└ 돌연프에서 제일 잘 부름

└ 얼굴도 잘생겼잖아… 게다가 막내야

-돌연프 연습생 중에서 범나비가 고음 제일 잘 부르잖아

└ 저게 범나비 아니다? 그럼 이 커뮤에서 탈퇴함

└ 탈퇴 ㅅㄱ

└ 응 아니야 나비야~

콩깍지를 벗고 들어도 나비의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 범나비다

└ 범나비 팬 아니라도 알 수 있음

└ ㄹㅇ 이렇게 라이브 잘하는 연습생은 범나비뿐이잖아

-이거 한 번에 쭉 부른 거래

└ 어떻게 알아?

└ I.P가 말해줌 ㅠㅠ

└ 미쳤다 한 번에???

한 번에 쭉 불렀다니? 이건 어제 새벽에 있었던 라이브 소동 속 한 줄기 사이다였다. 속이 다 시원하네. 또 냄새를 맡은 억까들이 드릉드릉 시동을 걸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게 무대 리허설 립싱크 아니라는 해명은 아닌 듯 ㅎㅎ

└ 또 왔네

└ ㅇㅈㅋㅋ 팬들 행복 회로 돌리는 꼬라지 웃김

곧 돌연프 6화를 시작하니까 괜찮겠지.

“후, 기다려 볼까.”

벌써 예고편에 나왔던 쥐락펴락 팀이 나왔다. 돌연프 개인 무대 스포 글을 보긴 했는데 정말 첫 무대였네.

[계속되는 리허설. 범나비의 목 상태는?]

[AA 범나비 : 형, 제 목이요.]

[AA 정요셉 : 응? 우리 막내, 어디 안 좋아?]

[AA 범나비 : 그건 아닌데 리허설을 또 하니까.]

[AA 정요셉 : 그럼 쉬어~!]

[AA 범나비 : (눈을 크게 뜨며)네……!]

RT 엔터 박정후는 무대 리허설 때 계속 실수를 했다. 덕분에 무대 리허설을 6번이나 하는 경이로운 일이 일어났다.

-박정후 때문에 무대 리허설을 6번?ㄷㄷ

-뭐야 범나비 무대 리허설 때 노래를 안 부르는데?

나비는 목을 생각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거였다.

-너튜브 범나비 립싱크라며 ㅋㅋㅋㅋㅋㅋ

└ 존나 개난리를 피웠으면서 정작 범나비는 립싱크 아니었고~

-정요셉 리드보컬 맞음?

└ 정요셉 목소리 ㅈㄴ 좋네 ㅁㅊ

그러자 나비가 립싱크라고 주장했던 댓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에서 삭제된 댓글입니다.]

└ ㅋㅋㅋㅋ삭제 웃기죠

└ 립싱크라며~~

게다가 쥐락펴락 팀 무대 화면에는 ‘LIVE’라는 자막이 달려 있었다.

“아,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박랜서는 머리카락을 뜯으면서 쥐락펴락 팀 무대를 봤다. 또 립싱크라는 말이 나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제야 박랜서는 마음을 놓았다.

[MC : 범나비 연습생은 언제 제일 힘이 나죠?]

나비가 마이크를 꽉 쥐고 관객석을 쭉 훑었다.

[AA 범나비 : 팬분들이 제 목소리가 좋다고 할 때요.]

“어… 나비야.”

아직 19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 나비는 노래할 때 제일 즐거워 보였다. 그런 아이에게 립싱크를 운운했으니…….

“…으어.”

안타까워서 말이 안 나왔다.

***

내가 저런 말을 했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체 연습실에서 멤버들과 옹기종기 모여 돌연프 6화를 봤다.

“나비가 보기엔 어때?”

쥐락펴락의 무대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박정후가 정신을 놓고 1절에 2절 가사를 말하는 실수가 있긴 했지만.

특히 고예찬의 목소리가 맑고 청량했다. 고예찬의 무대는 다시 보고 싶을 정도였다. 반면에 나는…….

“상대적으로 제 보컬이 평범하게 들려서요.”

목소리가 좋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쥐락펴락에서는 유독 평범하게 들렸다. 메리트가 없긴 하네.

“음… 나비야, 그건 아니라고 본다.”

“어떤 면에서요?”

“너같이 그렇게 깊은 목소리는 흔히 없어. 넌 고음도 잘하잖아.”

그러자 주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리더 말에 동의. 네 목소리는 독특하다고 생각해. 이 무대에서는 네 목소리가 귀에 쏙 박혀! 잘 잊히지 않고.”

내 목소리가 쏙쏙 박힌다고?) 정요셉도 가세하여 돌연프 6화 실시간 댓글을 턱짓했다.

“우리 막내, 보컬 칭찬 많은데? 이든이 말처럼 막내 목소리가 잘 들린다고.”

“그래요?”

“그렇다니까? 우리 막내가 안 들어왔으면 내가 메보가 됐을 텐데.

메인보컬을 정요셉이 할 뻔했다고? 원래 네스트 메인보컬은 화목현 아니었나. 나는 시선을 옮겨 정요셉을 쳐다보았다.

“요셉 형이 메인보컬이요?”

“왜? 우리 막내, 내가 메인보컬로 안 보이는 거야?”

“아니요. 그게 아니라… 메인보컬이 너무 잘 어울려서요.”

“잘 어울려? 사실 나는 그쪽에는 관심이 없어. 그래서 목현 형한테 메인보컬 포지션을 주려고 했지.”

하긴 정요셉의 포지션에 메인보컬까지 맡으면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

계속되는 내 물음에 정요셉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막내, 형들이 궁금해~?”

“형들인데 당연히 궁금하죠.”

“우리 막내가 형들한테 질문한 적이 몇 번 없잖아.”

어, 그랬나? 그도 그럴 게 이미 멤버들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특히나 네스트에는 관심이 많기도 했고.

“이제부터 많이 할게요.”

“이제부터~?”

옆에서 주이든이 정요셉의 어깨를 쳤다.

“그만해. 범나비 놀라겠다!”

도망가야겠다. 내가 정요셉 옆자리에서 벗어나 화목현 옆자리에 앉으니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막내랑 요셉이 보면 둘이 죽이 잘 맞는 것 같아.”

“…예?”

화목현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내 무대다.”

화목현의 유닛 무대가 시작되었다.

“나 잘 못 불렀네. 게다가 난 내 왼쪽 얼굴이 더 좋은데…….”

화목현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지금 왼쪽 오른쪽을 따질 얼굴인가? 그냥 다 잘생겼는데. 주이든은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눈, 코, 입이 얼굴 중심으로 몰렸다.

“목현 형 저럴 때마다 진짜 짜증 나!”

화목현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무대에 몰입했다.

“노래 음정도 불안정해.”

“살짝 떨렸네요.”

“나비도 느껴지지? 멤버들 없이 다른 팀이랑 하는 무대는 처음이라 떨렸나…….”

화목현은 자신이 못한 부분을 체크하면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뒀다. 다음으로 이정진의 유닛 무대를 봤는데, 다른 연습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정진아, 왜 다른 연습생들이랑 친하게 안 지냈어?”

“…음, 딱히 대화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런 거라면 다행이네.”

화목현은 이정진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우리 형, 그래도 우리가 있으니까 괜찮아~!”

“나 혼자 있어도 괜찮은…….”

“우리가 꼭 있어야 한다고? 역시~ 감동이야.”

정요셉은 이정진의 머리를 끌어안으면서 자기 할 말만 했다. 이정진은 짜게 식은 표정으로 무대를 보면서 피드백을 했다.

“무대 세트가 너무 과해서 개인의 매력이 묻히네. 스크린 영상까지 화려하니까 사람 얼굴이 잘 안 보인다.”

이정진의 유닛 무대는 돈이 많은 FG 엔터 덕분에 무대 세트와 스크린을 대거 활용하여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우리 무대는 화려하게 가지 말자.”

더군다나 조명이 너무 많아서 얼굴이 가려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조명도 그렇고. 뭐든 적당히.”

마지막으로 주이든의 유닛 무대가 남았다.

“우리 이든이가 커서 어른의 춤을 춥니다.”

“야, 정요셉! 입 다물어!”

닥치라고 말하려다가 돌려 말했네.

“긴장된다.”

주이든은 긴장되는지 물을 벌컥 마시더니 자신의 무대를 감상했다. 안무 실수가 있긴 했어도 자연스러운 주이든의 표정 연기에 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정작 주이든의 얼굴은 썩어 들어갔다.

“아! 별로야.”

“왜? 반응은 좋은데?”

“정요셉 반응이 좋으면 뭐 하냐. 춤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멤버들 따라가기 바쁘잖아.”

주이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춤에 진심이네. 돌연프 6화가 끝나는 동시에 저 멀리서 파이프처럼 길쭉한 통이 굴러왔다.

“어, 이게 뭐야?”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정진이 멤버들의 관심을 통에 집중시켰다.

“내가 가져올게!”

주이든이 통을 가져와서 열자 그곳에서 봉투 2개가 떨어졌다. 그리고 정요셉은 종이에 적혀 있는 것을 바로 읽었다.

“최종 무대에 오를 곡을 확인하시오~”

통에서 나온 봉투를 정요셉이 흔들었다.

“우리가 노트북에서 봤던 곡도 있겠지.”

정요셉은 숨을 고르면서 봉투를 열었다. 그러고는 우리가 골랐던 터널이라는 곡을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AA 엔터가 고른 곡은 터널입니다.”

“왜 그 곡을 골랐나요?”

방송작가의 물음에 이정진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뒷동산에서 고른 ‘졸업식’이라는 곡과 꿈을 이루기 위해 터널을 지난다는 내용의 ‘터널’이라는 곡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 곡을 고르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정진 연습생의 프로듀싱을 한번 기대해 봐도 되나요?”

“네, 기대해 주세요.”

이정진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리고 팀 순위 1위 혜택이 있습니다.”

오, 1위 혜택도 있는 건가.

“그 혜택이 어디에 있을까요?”

방송작가의 말에 주이든이 통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그러나 통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든아, 통 안을 봐.”

화목현의 조언에 주이든이 통 안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여기 있다!”

주이든이 손가락을 통 안에 넣어 종이 하나를 빼냈다. 뭔가 했더니 종이 앞면엔 ‘1등 혜택’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뒤집는다……!”

《다른 팀이 어떤 곡을 골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곡을 골랐는지 알 수 있다고? 별다른 메리트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궁금하긴 했다.

“얘들아, 어떤 팀 알고 싶어?”

멤버들이 하나같이 외치는 곳이 있었다.

“FG 엔터.”

역시 엎치락뒤치락하는 FG 엔터가 제일 궁금하지 않겠는가. 특히 이남주가 어떤 곡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분명 좋을 것 같았으니까.

“FG 엔터로 고르겠습니다.”

방송작가는 말을 하지 않고 스케치북으로 곡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무슨 곡일까.”

“FG 엔터는 퍼포먼스 위주니까 첫 번째 곡일 것 같은데!”

“…첫 번째 곡이라.”

그동안 FG 엔터가 워낙 퍼포먼스 위주의 무대를 해서 그런지 첫 번째 곡을 할 것 같기는 했지만. 곧 방송작가가 스케치북에 적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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