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45화 (45/235)

45. 최종 순위 발표(3)

“개인 순위가 팀 순위에 영향이 간다는 사실은 아시죠? 그래서인지 팀 순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돌연프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서 누가 떨어지는지 예상이 가지 않는다는 평이 많기는 했다.

“그럼 3위부터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바로, 지난번 팀 순위가 5위였던 RT 엔터입니다!”

RT 엔터가? 나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와, 와! 형들……!”

“우리가 순위에 들었어!”

원래라면 박정후가 날뛰면서 마이크를 들었을 텐데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미소만 짓고 있었다.

급격히 불쾌한 감정이 일렁거렸다.

‘…뭐지?’

지난번부터 왠지 날 따라 하는 것 같은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였다. 정요셉이 손으로 마이크를 누르며 작게 속삭였다.

“막내, 쟤 이상하지 않아?”

“…누구요?”

“너랑 행동하는 게 똑같은데.”

정요셉이 눈짓으로 박정후를 가리켰다. 제3자가 똑같다고 느꼈다면 맞는 것 같네.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헤어랑 메이크업도 비슷해서.”

“하지만 이게 다르잖아~”

“뭐가요?”

정요셉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켰다. 나랑 박정후? 당연히 얼굴은 다르다. 어떻게 똑같은 헤메코를 받았다고 얼굴까지 똑같을 수 있겠는가.

“형들, 우리가 해냈어요.”

그런데 굳이 말투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잖아.

“나비야, 왜 그래?”

“목현 형, 끝나고 이야기할게요.”

그렇게 심각한 사항은 아니니까. 내 기분만 조금 불쾌할 뿐. 내가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더니 정요셉이 옆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우리 막내, 기죽지 마~!”

“귀 따가워요.”

“귀 더 따갑게 해줄까?”

정요셉과 투덕거리는 사이에 RT 연습생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간 후였다.

“그러면 2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이 그룹은 첫 번째 무대가 생각나네요. 그때 강렬한 인상이 박혀서 아직도 문득 기억이 나거든요.”

첫 번째 무대? 우리인가. 시스템이 AA 엔터의 팀 순위가 3위라고 하긴 했으니까… 순위가 바뀐다고 한들, 2위로 올라갔겠지.

“FG 엔터입니다!”

2위가 아니었다. 1위 가능성이 커지자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다. 설마……? FG 연습생들은 앞으로 나와 멤버별로 감사 인사를 했다.

“드디어 대망의 1위네요. 제가 손이 떨려서 봉투를 뜯는 데 시간이 걸리네요. 죄송합니다~”

능글스럽게 시간을 끌던 MC는 봉투를 뜯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곧 1위가 적혀 있는 종이가 등장했다.

“자, 1위는…….”

MC가 고개를 돌리며 우리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AA 엔터입니다!”

팀 순위 1위…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진짜? 우리가?”

멤버들은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눈만 움직였다. 정요셉은 와하하, 웃으면서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1위를 하니까 기분이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그러면 소감을?”

멤버들이 우왕좌왕 움직이는 동안에 MC의 말이 묻혔다.

“AA 연습생분들!”

그제야 MC의 호통에 멤버들이 정신을 차렸다. 화목현은 도무지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지 그저 마이크만 들고 있었다. 내가 나설까 싶었으나 리더가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AA 연습생분들, 여기를 봐주세요!”

“어, 어… 죄송합니다.”

정신이 없는 우리를 보며 MC가 손뼉을 쳤다. 그 소리에 멤버들은 일동 행동을 멈췄다.

“이제 소감을 말해주시겠어요?”

소감을 말할 차례에 화목현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이번 소감은 막내가 말할 거예요.”

“…저요?”

정요셉이 마이크를 가져와 내 손에 쥐여주었다. 나보다는 멤버들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멤버들을 쳐다봤지만, 멤버들은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형들이 하면 안 될까요…….”

나보고 하라는 말이군. 미리 말해줬으면 내가 생각이라도 해 왔지.

“나비야, 소감 말해도 돼. 내가 애들한테 말해놨어.”

“언제요?”

“아까.”

아까라면 쉬는 시간을 말하는 건가. 방송 시간이 지체되면 안 되니까.

“그럼 제가 소감을 말하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MC가 질문했다.

“AA 연습생 대표인 범나비 연습생한테 묻겠습니다. 1위를 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예상도 못 한 순위인 것 같아요. 살짝 얼떨떨하기도 하고, 저희가 1위를 해도 되는지 걱정도 되고…….”

옆에서 멤버들이 기특하다는 듯이 호응을 넣어주었다.

“그리고…….”

“그리고?”

멤버들을 살짝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형들이 있었기에 1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말이었다. 한 번쯤은 꼭 말하고 싶었고.

“범나비 연습생의 소감을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MC가 옆으로 다가와 마이크를 정요셉한테 들이댔다. 그러자 정요셉의 시선이 나와 맞닿았다.

“음~ 우리 막내가 저런 기특한 말을 하다니, 막 눈물이 나고 그러네요.”

정요셉이 나를 보면서 눈물 흘리는 시늉을 했다. 왜 저래, 정말.

“사실 우리 막내는 모르겠지만 멤버들과 자주 이야기를 했거든요.”

“어떤 이야기를?”

“우리 막내가 들어오고 나서 깨달은 바가 많아요~ 매사에 노력하자든가?”

멤버들의 눈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똑바로 봤을 텐데.

‘왜 부끄럽지.’

돌연프를 통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멤버들과 돈독해져서 그런가.

“AA 엔터는 의자에 앉아주세요.”

끝까지 멤버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의자에 앉았다. 모니터 화면에 순위표가 올라왔다. 이제 마지막으로 최종 무대에 오를 수 있는 4위만 남겨진 상태였다.

“이제 4위만 남았는데요.”

MC가 4위가 적혀 있는 봉투를 보여주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4위를 발표하는 순간, 여기서 두 팀이 탈락합니다.”

그 말과 함께 MC가 봉투를 뜯었다.

“4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돌연프에서 엔터 없이 도전한 팀이죠! 개인 팀입니다! 4위, 축하드립니다.”

4위라고 호명이 되는 순간 개인 연습생들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여기도 서사가 만만치 않네.’

이건 기적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고예찬을 쳐다보았다. 고예찬은 기쁜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개인, 개인 팀의 리더인 고예찬입니다.”

“고예찬 연습생? 마음이 어떤가요.”

“감, 감정이 벅차올라서 입을 닫는 순간 눈물이 흐를 것 같아요……!”

다른 개인 연습생들은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었다. 얼마나 흐느끼는지 바닥에 눈물이 고일 정도였다.

“저희 개인 팀은 엔터에서 탈락한 멤버들입니다. 오디션을 최소 30번 이상 본 연습생들이에요.”

“개인 연습생들은 엔터가 없어서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네… 처음엔 무척 힘들었지만, 저희는 오로지 팬분들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모였습니다. 이렇게 최종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울 것 같더니만. 소감을 끝으로 개인 연습생들은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했다. 개인 팀이 뒤로 빠지면서 MC는 HI 엔터 옆에 섰다.

“그럼 탈락한 팀들의 소감을 들어볼까요? HI 엔터 이금금 연습생.”

HI 엔터가 탈락했다. 금금이의 순위만 높은 게 패착이었나. 금금이는 눈시울을 붉혔지만 울진 않았다.

“솔직히 탈락하면 슬프기만 할 줄 알았거든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속은 후련하네요!”

“후련해요?”

“네, 돌연프의 속박에서 벗어난 느낌이라서요!”

금금이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에 연습생들의 웃음이 터졌다.

“지금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군가요.”

“…음, 나비 형이요.”

나를 지목해?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나비 형한테 하고 싶은 말은?”

“형! 예전처럼 안아주세요!”

뭐, 그건 쉬운 일이니까. 나는 팔을 벌려서 금금이를 품에 안았다. 회귀 전 내가 했던 행동을 금금이가 하는 상황이었다.

“금금아, 고생 많았어.”

“…형, 고마웠어요.”

금금이는 나를 꽉 안아주면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형이 아니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네가 잘 헤쳐 나간 거지.”

“그건 모르죠. 형, 꼭 우승해요.”

그렇게 탈락한 엔터의 연습생들이 손을 흔들며 작별의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빠져나갔다. 곧 사냥꾼이 사냥을 하듯 긴박한 BGM이 나왔고, MC가 입을 열었다.

“그럼 최종 무대에 오를 엔터를 소개합니다. 먼저 1위, AA 엔터! 탄탄한 보컬과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팀입니다.”

화목현이 나를 부르더니 중앙에 세웠다.

“나비야. 별, 별.”

아, 별… 내가 무릎을 꿇고 양팔을 위로 벌리자 멤버들도 팔을 벌려 인간 별을 만들었다.

“2위, 최고의 얼굴을 자랑하는 FG 엔터! 이 팀은 매번 프로님들한테 감동을 주는 재주를 가지고 있죠?”

FG 엔터는 매번 무대마다 감동을 선사했다. 이건 인정이었다.

“5위에서 올라왔다! 3위, RT 엔터! 이 팀은 실력파 그룹으로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멤버들이 의자에 앉은 박정후를 들어주는 모습을 보니 아예 작정하고 띄워주려는 모양이다.

“4위, 개인 팀! 너무 기특하죠? 노력과 개성으로 살아남아 프로님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습니다.”

확실히 엔터가 없는데도 최종 무대에 오르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엔터 소개가 끝나자 무대에서 불꽃이 펑! 하고 터지며 위에서 종이 꽃가루가 떨어졌다.

“그럼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그 마지막, 최종 무대에서 뵙겠습니다.”

…이제 최종 무대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납시다!”

그래도 속은 개운했다. 최종 순위 발표식이 끝났으니까.

***

“내일 아침 9시에 기숙사 뒷동산에서 뵙겠습니다. 멋있게 보이고 싶다고 구두나 불편한 옷을 입는 건 피해주세요.”

그 안내를 끝으로 연습생들은 기숙사로 향했다. 탈락한 연습생은 짐을 나중에 뺄 수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짜였나.

금금의의 짐은 아직도 침대 위에 있었다.

“아직도 짐을 안 뺐네요?”

“짐 빼는 장면도 찍어야 해서 나중에 빼라고 했대~”

와, 탈락한 멤버들까지 너튜브에 올려서 조회수를 뽑으려는 거나. 뒤늦게 들어온 주이든이 비닐봉지를 들었다.

“간식 사 왔다!”

주이든은 비닐봉지를 열어서 안에 있는 하나하나를 보여주었다.

“우리 이든이가 웬일로 간식을 사 왔대~?”

“범나비가 울었잖아.”

“우리 막내가 울어서 사 왔다고?”

“어! 그래서 사 왔지!”

…내가 언제 울었다고?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정요셉은 뭐가 웃긴지 실실 쪼갰다.

“정요셉, 왜 웃어! 기분 나쁘다?”

“그냥~ 우리 이든이가 굳이 이상한 거짓말을 하면서 간식을 사 왔다고 하는 게 웃겨서 웃은 건 아니야~”

“이상한 거짓말 아니거든!”

주이든의 시선이 비닐봉지로 향하더니 과자와 사탕을 꺼냈다.

“정요셉은 과자, 이남주는 사탕.”

“우리 이든이, 잘 먹을게~”

“잘 먹을게요.”

그러더니 주이든은 강제로 내 입에 초콜릿을 들이댔다.

“이 초콜릿은 범나비가 먹고!”

“아, 저 초콜릿…….”

“먹어!”

“네…….”

옆에서 짐을 풀던 이남주가 내 초콜릿 하나를 가져갔다.

“초콜릿도 맛있네요.”

“…다른 초콜릿도 있는데.”

“이 초콜릿이 맛있을 것 같아서.”

이남주는 신난 듯 미소를 지으며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사탕이 별론가. 드디어 가방 정리를 하려는 찰나 시스템창이 떴다.

「문제 11, 뒷동산에서 다치지 않기

페널티:계속 고통이 남음

정답 풀이:랜덤 박스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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