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41화 (41/235)

41. 화목현(2)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옷을 가져와 화목현에게 건넸다.

“형, 이거 입고 오실래요?”

“이게 뭔데?”

“잠옷이요.”

“아, 잠옷… 잘 입을게.”

화목현이 잠옷을 입으러 화장실에 간 사이에 화목현의 폰에 톡이 떴다. 멤버들이었다.

(정요셉) 이게 무슨 일이야?

(주이든) 패륜아라니!

(이정진) 목현아, 전화 좀 받아.

(정요셉) 내 전화도 씹다니~! 빨리 받아!

(주이든) 리더 막내랑 가지 않았어?!

(주이든) 범나비 톡 확인.

나는 톡을 확인하기보다 포털사이트부터 훑기로 했다. 온갖 포털사이트에 ‘화목현 패륜아’라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보였다.

[돌연프에서 리더십 발휘한 화목현, 사실은 패륜아.]

기사에는 화목현이 연습생이 되자마자 힘도 없고 돈도 없는 아버지를 버렸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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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화목현 연습생 피드백하길 바랍니다.

아버지를 버린 일은 패륜적인 일입니다.

어떤 일이든 업보는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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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이래서 아이돌은 영업하면 안 돼 병크가 터지거든 ㅋㅋ

└ ㄹㅇ 하필 유교사상이 찌든 나라에서 패륜아 짓을…

-어떻게 아버지를 버릴 수가 있지?

-목현아 제발 아니길…

└ 목현아 제발ㅠㅠㅠ

└ 목현이 과거 좋은데 절대 아닐 듯 고딩 동창들도 다 응원했잖아

└ 동창들 평가가 진짜 좋았음

-내일 돌연프 취소표 풀리는 날인데 리더가 한 방 터트렸다!

└ 남은 멤버는 어쩌고?ㅋㅋ

└ 학폭도 아니고 이제 패륜 저지르는 아이돌까지 나타나다니…

└ 케팝돌 망하자 이게 정답이다

-오늘 화목현 생일 아님? ㄹㅈㄷ

└ 아버지가 얼마나 앙심을 품었으면 ㅋㅋ

-근데 이 기사 쓴 윤 기자 HOR 엔터랑 뭐 있지 않았나

└ 그걸 어떻게 알아

└ 자주 봤으니까 알지

댓글을 보고 기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윤 기자?”

지난번에 HOR 연습생과 주이든이 엮였던 기사도 이 기자가 쓴 것 같은데…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는 기사 때문에라도 화목현한테 말을 해야 했다.

“나비야, 잠옷이 조금 작다?”

“…형, 그 잠옷 다시 벗어야 할 것 같아요.”

“어, 왜?”

화목현한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이 기사 좀 보실래요?”

“…응?”

기사를 천천히 읽으면서 화목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상하게 아버지한테 연락이 없더라.”

“그랬어요?”

“어, 연락이 없어서 이제 포기한 줄 알았거든…….”

화목현은 한숨을 내쉬면서 마른세수를 했다. 그렇다는 건, 계획적으로 기자한테 접근해서 폭로를 했다는 거잖아.

‘이거 큰일인데…….’

내일 돌연프 5화가 끝나면 취소표가 풀린다. 탈락한 HOR 연습생의 취소표가 풀리면 HOR 팬덤이 우리한테 공격적으로 취소표를 줄 확률이 크다.

HOR 연습생이 탈락하는 데 우리가 일조하긴 했으니까.

“팀장님한테 연락할까?”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이렇게 기사가 크게 났는데 팀장님이 모를 리가 없었다. 우리를 관리하는 팀이 없어서 팀장님이 이미 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거고.

“아직 AA 엔터에서 정정 기사를 내고 있지 않으니까, 몇 분 뒤 팀장님한테 연락이 오면 그때 가죠.”

“그래…….”

아버지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증거가 없다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이 문제로 끊임없이 화목현을 절벽으로 내몰 것이다.

“…어, 팀장님한테 연락 왔어.”

“받아봐요.”

“…나비야, 팀장님이 침묵으로 일관하자는데? 그래서 내가 그건 안 될 것 같다고 했어.”

이 상황에서 침묵? 화목현이 패륜아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와중에 침묵은 좋지 않았다. 어떤 거라도 보여주고 뒷일을 처리해야지…….

“목현 형, 증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증거?”

“아버지한테 학대당한 증거요.”

내 말에 화목현이 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아, 증거는 충분히 있어.”

증거는 있다. 이제 HOR 엔터가 굳이 기자까지 써서 이걸 폭로한 이유를 말해줘야 될 것 같은데. 나 때문이라고.

그리고 이서혁이 폭로한 영상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어, 목현 형.”

“응?”

“있잖아요…….”

HOR 연습생한테 내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말해주자, 화목현은 평온한 얼굴로 내 말을 들어주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음, HOR 엔터가 그거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것 말고는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요.”

“그렇긴 하네.”

오히려 화목현은 침착하게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나비야, 사과할 필요 없어. 어차피 터질 게 일찍 터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그래도.”

“우리는 다른 상황을 봐야지.”

“…….”

어른스럽게 대처하는 화목현을 보면서 죄책감이 쌓였다. 이런 사람이 무슨 패륜아라는 건가. 내 우울한 얼굴을 보던 화목현이 내 볼을 잡고 늘어졌다.

“네가 나쁜 의도로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앞으로 이런 문제는 꼭 말해줘. 난 아버지 일보다 네가 말해준 일에 더 놀랐으니까. 이든이는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정말.”

“네에…….”

화목현은 볼을 꼬집었던 손가락을 놓아주면서 팀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괜히 머쓱해서 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골똘히 생각했다.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시간이 지체될수록 사람들의 의심은 확고해졌다.

-아직도 AA 엔터는 아무 말 없음?

└ 사실이니까 대응이 늦는 거겠지 ㅋㅋ 아니라면 빨리 아니라고 피드백했을 텐데

└ 에이 설마…

-아버지를 버리면 안 되지 화목현 얼굴 잘생겨서 좋아했는데 ㅂㅇ

-이래서 인성 영업은; 이금금한테 잘해준다고 올려치기 했잖아

└ ㄹㅇㅋㅋ 서바이벌 프로그램인데 당연히 다 설정이지

- 아 우리 아버지 생각나서 눈물 나…

└ 아빠한테 잘해야지ㅠㅠ

-근데 화목현 피드백도 안 했는데 이렇게 욕해도 됨?

└ ㅋㅋ

└ 이게 욕일 수가 있나? ㄷㄷ

└ 또또 AA 팬들 왔다

-AA 엔터가 입장 발표 하고 난 후에 욕해도 되지 않음?

└ 그렇게 쉴드러가 말합니다

└ 나 AA 엔터 팬 아니야

└ 무턱대고 욕하는 건 좋지 않지 그런데 아버지를 버렸다는 건 당연히 욕할 수 있는 거 아님?

지금은 냄비에 화르륵 불이 오른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뜨거운 기름을 부으니 화목현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팀장님한테 연락 왔어요?”

“아직.”

아직도 피드백을 어떻게 할지 회의하는 중인가. 그동안 나는 윤 기자가 쓴 기사를 확인했다. 역시나 HOR 엔터를 좋게 표현한 기사를 쓴 기자였다.

‘…그렇다면 역으로 윤 기자한테 기사 소스를 던져보면 어떨까?’

나는 핸드폰을 끄고 화목현한테 말했다.

“팀장님한테 윤 기자를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하면 안 될까요?”

“윤 기자?”

“우리 기사를 보낸 기자예요. 역으로 우리가 기사를 써보죠.”

곧바로 화목현은 팀장님한테 전화를 걸었고, 허락을 받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이 AA 엔터로 오래.”

“네, 형들도 부르고요.”

“그래야지.”

안 그래도 지금 핸드폰이 톡으로 폭발할 지경이라 부르지 않으면 멤버들한테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

AA 엔터 회의실 복도. 제일 먼저 도착한 정요셉이 회의실 앞에 서 있었다. 뭔가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정요셉은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다가왔다.

“우리 리더는 왜 톡 확인을 안 할까?”

“목현 형 핸드폰은 제가 가지고 있었어요.”

그제야 정요셉은 숨을 내쉬었다.

“개미도 못 죽이는 우리 리더가 아버지를 버렸다는 말에 조금 놀라긴 했거든?”

“…요셉아, 그랬어?”

“목현 형, 당연히 놀라지. 나 너무 놀라서 과자 먹다가 그대로 놔두고 왔잖아.”

“나중에 내가 사줄게.”

“뭐, 형이 그렇게까지 말했으니까… 착한 동생인 내가 참을게.”

정요셉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인데? 주먹까지 쥐는 걸 보면. 그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목현 형……! 무슨 일이야!”

“목현아, 왜 전화를 안 받아!”

뒤에서 차례대로 주이든과 이정진이 말했다. 화목현은 상황 정리를 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했고, 뒤늦게 나타난 팀장님은 우리를 회의실에 집어넣었다.

“곧 윤 기자가 뒷문으로 온다고 했으니까 기다려 보자.”

내 말대로 하기로 한 건가. 기다려도 윤 기자가 오지 않자 결국 팀장님은 윤 기자를 데리러 갔고, 회의실에는 우리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적막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화목현이 입을 열었다.

“얘들아, 이런 일을 만들어서 미안해.”

그러자 주이든이 책상을 치면서 일어나 외쳤다.

“사과 금지! 형이 사과할 일은 아니지!”

“…나 때문에 너희들이 피해를 보고 있잖아.”

“형! 또 사과하면 형의 멱살을 콱 잡을 거야!”

멱살을 잡겠다는 주이든의 외침에 내가 손을 들었다.

“저도 형들한테 고백할 게 있어요. 윤 기자가 목현 형의 기사를 쓴 데는 제 탓도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에 주이든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아마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내 책임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막내랑 이든이랑 둘이 뭐야. 나만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정요셉을 보면서 주이든이 대답해 주었다.

“그게… HOR 연습생들이 나를 괴롭히는 장면을 범나비가 영상으로 찍었거든. 그 영상을 이서혁한테 넘겼고. 그 일 때문에 HOR 엔터가 이렇게 나온 걸 수도 있어.”

주이든의 폭로에 화목현은 그저 스님처럼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주이든은 마음에 안 드는지 투정을 부렸다.

“목현 형, 지금 웃을 때야? 혼내야지.”

“혼은 무슨. 훈훈해서 보기 좋잖아.”

“아니… 형!”

“지금이라도 말해줬잖아. 그거면 됐어.”

오히려 화목현은 주이든의 팔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날 걱정해 주잖아.”

“…….”

“그거면 됐어.”

저 말에 긴장감이 풀렸는지 정요셉은 꽃받침을 하면서 화목현을 응시했다.

“우리 목현 형~ 내가 말했잖아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니까.”

“어?”

“어떻게 사람이 저럴까~ 진짜 무해해.”

화목현은 빙긋 웃으면서 눈앞에 있는 물을 벌컥 마셨다. 동시에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얘들아, 미안. 밖에 기자들이 많아서 피해 오느라 늦었다.”

회의실에 팀장님이 들어오고 뒤이어 윤 기자도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윤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오, 다들 실물이 좋으시네.”

윤 기자는 의자에 앉으면서 노트북 가방을 책상에 올렸다.

“오늘따라 HOR 엔터도 불러주고 AA 엔터도 불러주고 아주 좋네요. 그래서 여러분이 나를 보자고 한 이유는?”

팀장님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대답했다.

“우리 쪽에서도 기사를 내보내고 싶어서 말이지.”

“기사를 내보내고 싶다고? 어떤 기사를?”

“정정 기사.”

윤 기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낸 기사를 정정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다면 그 기사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팀장님이 입을 열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패륜아가 아니라는 증거가 있다면 괜찮지 않나요?”

“증거가 있다고?”

“네, 증거가 있어요.”

윤 기자는 눈동자를 굴리며 핸드폰을 책상에 빙빙 돌렸다. 몇 분이 지났을까. 윤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면 말이 조금 달라지긴 하지…….”

“정정 기사를 내주신다는 거죠?”

“그래, 증거가 있다는데 놓칠 수는 없지.”

기사 조회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실적이 오른다. 이 점을 이용하면 윤 기자도 혹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증거가 있는데?”

내가 고개를 돌려 화목현을 쳐다보았다. 준비되었다는 듯이 화목현은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윤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얼굴을 제외하고 팔과 다리에 멍이 든 사진이었다.

“가정 폭력 증거입니다.”

“가정 폭력……?”

윤 기자는 골똘히 무언가 고민을 하더니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그래서 언제부터?”

“어릴 때부터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렸고…….”

“저는 평범한 생활을 위해 학교도 다니고 연습생 생활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중학생이 되면서 아버지의 가정 폭력이 점점 심해졌어요.”

키보드를 치고 있던 윤 기자의 손이 멈췄다.

“왜?”

“제가 도망간 어머니를 닮았단 이유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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