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35화 (35/235)

35. 파트 분배(1)

라이브 시청자 수를 보면 성공이다, 성공… 어떤 연습생이 시청자 수 팔천 명에 도달하는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을까?

“…와! 진짜 아니라는 말이었는데!”

“그래, 요셉이 억울함을 누가 알아줄까?”

“목현 형, 은근 즐기는 것 같은데~?”

화목현과 정요셉이 싸우는 사이에 내 눈앞에 경고음과 함께 붉은색 시스템창이 반짝였다.

「문제 8, ‘AA 연습생 Q 라이브 시청자 만 명 넘기기!’ 미션을 실패했습니다.

페널티:피를 토하면서 쓰러집니다.」

시스템창이 뜬 후, 급격하게 눈앞이 흐려졌다. 벌써 시작된다고? 이런 개같은… 속에서 피가 꾸역꾸역 튀어나오려고 했다.

“저… 형들…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나비야, 얼굴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은데?”

“괜찮아요.”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말을 하고 나는 곧장 화장실 방향으로 뛰었다. 피가 목으로 올라와 입안을 집어삼켰다. 그러더니 조금씩 입 밖으로 튀어나와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10

9

8

7

.

.

.】

다행히 스튜디오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피를 토했다. 하마터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피를 토할 뻔했다.

‘아찔하네…….’

나는 입가에 묻은 피를 휴지로 닦아내고 화장실 바닥에 그대로 앉았다.

“…하아.”

피를 토했을 뿐인데 온몸이 기진맥진했다.

【페널티가 끝났습니다.】

페널티가 끝났다는 시스템창과 함께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조금 쉬려고 했는데 화장실로 다가오는 구두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뭐야.”

언제 왔는지 이남주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끝났어요?”

“…여긴 왜 왔어요?”

“인사하려고 했는데 화장실로 뛰어가길래 따라왔어요.”

따라왔으면 곱게 꺼지지. 이런 나쁜 말을 뱉을 기운도 없어 입을 다물었다.

“저도 당신과 똑같은 문제를 받았거든요.”

“…만 명?”

“저도 만 명.”

나랑 같은 조건이었군.

“근데 저는 멀쩡해요.”

“…지금 그걸 자랑하려고…….”

“자랑은 아니고. 그냥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죠.”

이렇게 알 수 있었다. 이남주도 나랑 비슷한 문제를 종종 받는다고.

“그렇다면 보상은?”

“음, 뭐였지?”

이남주가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말라는데요?”

시스템에서 말하지 말라고 한 건가. 그러면 뭐 하나. 그저 이남주가 부러웠다.

“좋겠네. 안 아파서.”

“당연히 좋죠. 저는 당신과 다르게 인터뷰가 잡혀 있었다고요. 인터뷰를 하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면 인터넷에서 먹잇감이 됐을 텐데.”

“그건 아찔하네.”

피를 토하는 페널티는 무자비한 공격과 같았다. 이후에 일어나는 일을 책임지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으니까.

내가 손바닥으로 입가를 닦자 이남주가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이걸로 닦아요.”

손수건에는 ‘이남주’라고 적혀 있었다.

“…이남주라고 적혀 있는데 내가 써도 돼요?”

“아, 써도 돼요. 예쁘죠?”

“별…….”

“우리 엄마가 해줬는데.”

…다시 보니까 꽤 괜찮았다. 이남주는 내가 어떤 말을 꺼낼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입을 열었다.

“다시 보니 예쁘네요.”

“아까는 별로라면서요?”

“별처럼 아름답다고 말하려고 했죠.”

“그렇죠? 예쁘죠? 저도 볼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해요.”

뭔가 이남주의 진심을 엿본 것 같았다. 평소에 이남주가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런 걸까.

“일어나요. 그렇게 있다가는 내가 때릴 줄 알 것 같은데.”

“…그런 오해는 괜찮을 것 같기도.”

“일어나죠?”

이남주가 건넨 손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를 많이 토한 나머지 잠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정신을 잡았다.

“피를 토하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역겨운 느낌.”

“아, 역겨운 느낌은 별론데.”

“갑자기 왜요?”

“언젠간 나도 피를 토할 수도 있잖아요. 미리 간접 체험을 해보는 거죠.”

미친놈. 이남주를 옆으로 밀치며 손에 묻은 피를 씻어냈다. 흘러가는 핏물을 보면서 이건 실제 상황이라는 인식이 뇌리에 박혔다.

그때 이남주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아, 맞다.”

나는 손에 묻은 물을 털어내면서 짜게 식은 눈빛으로 이남주를 바라봤다.

“저 기억났어요.”

“무슨 기억이요?”

이남주는 주변 눈치를 보면서 내 귀에 속삭였다.

“당신의 특성, 기억해 냈거든요.”

내 특성? 저번에 봤을 때 이남주가 모른다는 특성이 하나 있긴 했었다. 그게 뭐냐는 듯이 이남주를 흘겨보았다.

“근데 쉽게 말해주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요?”

“꼭 재미가 있어야 해요?”

“빙의자니까?”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말해주면 나랑 당신이 협력관계라고 말해줄래요?”

협력관계는 무슨. 이건 일방적인 관계잖아.

“협력관계라고 말 안 하면?”

“특성을 못 말해주죠.”

그렇게 말했다가 이남주가 특성을 말해주지 않으면 큰일이다.

“알았어요. 협력관계라고 할게요.”

“소설에서 범나비는 페널티 때문에 항상 몸이 성치 않았어요. 곧 죽을 수도 있었고.”

“그래서?”

“그래서 나타난 특성이 있어요.”

그게 뭔데?

“죽음.”

내 특성에 죽음이 있다고? 그 순간 이남주의 모습이 내 눈에는 사신으로 보였다.

“협력관계라고 해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이남주와 협력관계가 되었다는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이남주와 협력관계로 바뀝니다.】

【이남주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남주

외모:SS

노래:-A

춤:+A

끼:SS

System Error

System Error

트라우마:(System Error)

특징:(System Error)】

이남주의 프로필을 보자마자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이돌 하라는 프로필이 아닌가.

“제 프로필 궁금해했을 것 같아서 미리 알려 드리려고.”

알게 된 건 좋았다. 좋은데… 프로필에 미쳐 있는 애랑 같이 아이돌을 하라니 어이가 없지.

“…이건 왜 알려준 거예요?”

“시스템이 시킨 일이라.”

“협력관계도?”

“네, 하지만 좋은 거 알려 드렸으니까. 피차일반이죠?”

몇 개를 숨기고 있어서 이게 정말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협력관계가 되는 거, 그쪽한테도 좋은 거예요.”

“왜요?”

“그건 알려 드릴 수 없죠?”

알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사람 간 보나?

“진짜 한 대만 때리면 안 돼요?”

이남주가 뒤로 물러나며 손을 저었다.

“그건 좀. 제가 아픈 건 싫어해서요.”

진짜 한 대만 때리고 싶다.

***

이남주의 프로필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이건 사기잖아.’

이남주의 프로필에서 외모와 끼는 만렙이나 다름이 없었다. SS…….

우리 멤버들 중에도 SS가 없는데. 이러니까 개인 순위 1위를 하는 건가 납득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머리 아픈 이남주의 프로필을 끄고 단체 연습실에 들어갔다.

“형들, 죄송해요.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

“어~ 우리 막내 왔어? 화장실에서 안 나오길래 죽은 줄 알았잖아. 빨리 와서 파트 봐봐.”

이미 연습생들은 파트 분배로 의견이 분분했다. 나를 발견한 박정후가 가증스럽게 인사를 했다. 주변을 보니 카메라가 있었다.

“나비야, 우리가 파트를 정했는데 한번 봐줄래?”

“네, 볼게요.”

박정후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파트 분배를 적어놓은 종이를 보여주었다. 파트를 안 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나만 빼고 파트 분배가 잘되어 있었다.

뒤늦게 정요셉도 내 파트를 확인했는지 헛웃음을 터트렸다. 카메라가 없어도 표정 관리를 잘하는 정요셉이 말이다.

“정후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우리 막내 파트가 너무 없는데~”

“아, 그게… 하늘이시여에서 제일 중요한 파트를 준 거야, 요셉아.”

박정후의 말처럼 2절 후렴 부분이 제일 중요한 파트이긴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고음으로 터트리는 부분이었으니까.

“노래를 들어보면 알 거야.”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꿈을 되찾아서 가자-

“…괜찮지?”

높은 고음에 거친 목소리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파트. 확실히 2절 파트에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요셉은 다른 문제를 꺼냈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나비가 이 파트밖에 없는 게 문제라고 보는데?”

정요셉의 말대로 문제는 내 파트가 이 파트뿐이라는 사실이었다.

“너희들이 라이브 방송 할 때 우리는 열심히 정했으니까.”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건가.

“나비야, 요셉아, 이럴 시간에 연습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렇게 넘어가겠다는 거군. 글쎄, 나는 박정후의 말대로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카메라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은데.

그러나 이대로 넘어가기에는 박정후의 파트가 너무 많았다.

‘…그 방법뿐인가.’

키오의 리더일 때 전무님한테 자주 썼던 방법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박정후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정후 형, 1절 파트 조금만 주시면 안 될까요?”

박정후는 슬슬 짜증이 나는지 혀를 짧게 쳤다.

“나비야, 이럴수록 시간만 허비하는 거야. 다들 기다리잖아.”

“그게 아니라… 제가 가사지를 봤는데요. 제가 맡은 파트랑 비슷한 파트가 1절에도 있더라고요. 그걸 저한테 주시면 될 것 같아서요.”

“안 돼. 이제 끝났잖아.”

박정후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목소리에 울음기를 섞었다.

“정후 형 파트가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설마 내 파트가 많다고 지금 이러는 거야?”

“그게 아니라…….”

아, 지금이다. 박정후의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 카메라를 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냥 말해본 건데 정후 형이 상처받았다면 죄송해요…….”

“나비야?”

“…아니, 죄송해요.”

“나비야, 울어……?”

박정후가 당황하는 틈을 타서 고개를 들어 눈물 흘리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몸을 뒤로 돌렸다. 박정후가 내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죄송해요. 잠시만요…….”

“나, 나비야?”

“저 눈물 좀 닦고 나올게요.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면서 그대로 단체 연습실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박정후가 볼 수도 있으니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잘됐나?’

고개를 들 수가 없어서 어떤 상황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카메라 앞에서 박정후에게 대드는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운다는 선택을 했을 뿐. 때마침 단체 연습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 있었다.

“막내야?”

정요셉이었다.

“…요셉 형.”

“왜 울었어? 설마 파트 때문에 운 거야?”

단체 연습실에서 멀어졌을 때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눈물 한 점 없는 내 얼굴을 본 정요셉은 당황했다.

“뭐야… 안 운 거야?”

“울었어요. 눈물 뚝뚝 흘리면서?”

그대로 정요셉의 꿀밤이 내 이마에 날아왔다. 아프지 않은 꿀밤에 눈을 껌뻑였다.

“네가 갑자기 울어서 놀랐잖아~!”

“형, 놀랐어요? 신호라도 보낼 걸 그랬네요.”

“안 울던 애가 우니까 놀랐지!”

많이 놀란 모양이다. 정요셉이 나를 혼내는 걸 보면.

“죄송해요.”

“죄송할 필요는 없는데. 앞으로 이런 일을 꾸밀 땐 나한테 말한 뒤에 하자? 응?”

“네… 그럴게요.”

“나도 재미를 봐야 하지 않겠어?”

음, 저게 목적이었네. 하긴 연극에 한 명이 늘면 재밌긴 하지. 정요셉이 은근슬쩍 다가와서 물었다.

“우리 막내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제가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긴 해요.”

“그게 뭔데~?”

나는 정요셉의 귀에 속삭였다.

“올려치기 권법이죠.”

박정후를 올려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방법. 내 말뜻을 알았는지 정요셉의 눈가에 장난기가 묻어 나왔다.

“아~ 우리 막내, 괜찮은 방법을 알고 있었네?”

“재밌겠죠, 형?”

“어, 완전.”

나와 정요셉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씩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