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34화 (34/235)

34. Q 라이브(2)

Q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면서 범나비가 가볍게 모델 워킹을 했다. 아주 가볍게. 그런데 앱 채팅은 물음표와 키읔으로 도배가 됐다.

-이거 사채업자 방송인가요? 범나비 옷 왜 저래 ㅋㅋㅋㅋㅋ

-저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나비한테 가방까지 줬냐

바로 범나비의 옷 때문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평범한 잠옷이었지만, 범나비만 호랑이 무늬 셔츠와 벨벳 소재 바지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저희는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AA 엔터 연습생들입니다.”

멤버들이 단체 인사를 한 뒤 범나비가 앞으로 나왔다.

“안녕, 나는 건방진 범나비.”

범나비의 이상한 말투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쏟아졌다.

-??? 저게 무슨 말투임???

-ㅋㅋㅋㅋㅋㅋ건방진ㅋㅋㅋㅋㅋㅋ

-????

난리 난 채팅을 보면서 정요셉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희가 방송하기 전에 컨셉 포지션을 뽑았거든요. 하필 나비가 건방진 컨셉을 잡았는데…….”

범나비가 그윽한 시선으로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ㅁㅊㅋㅋㅋㅋㅋㅋ

-그윽하게 쳐다보지 마 우리 거리를 두자 나비야 ㅋㅋㅋㅋㅋ

-이게 건방진 건가?ㅋㅋㅋㅋ

-그럼 다른 멤버들은 무슨 컨셉이야?

채팅을 읽은 화목현이 대답해 주었다.

“저는 막내 컨셉입니다.”

막내 컨셉이라는 말에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

-아 돌연프 제작진 일 잘하네;;

-존나 재밌다~ 우리 목현이가 막내라고요?

-아직 데뷔도 안 한 아이돌의 리더가 막내? 소설에서 나올 법한 일

-아 입꼬리 내려가 내려가라고^^

정요셉이 화목현을 끌어안으며 카메라를 보고 웃었다.

“프로님들, 우리 막내 귀엽죠~? 듬직하니.”

“요셉아?”

“우리 중에서 막내니까 반말해야지.”

화목현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정요셉 웃수저 개웃기네

-바로 반말 ㅋㅋㅋ 근데 맞지 막내 컨셉 절대 지켜!

정요셉이 옆에 있는 주이든의 옆구리를 찔렀다. 반사적으로 주이든이 외운 것처럼 말을 뱉었다.

“저는 이 그룹의 리더 컨셉을 맡았습니다!”

그러면서 주이든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요셉이는 강아지 컨셉입니다, 멍멍!”

그리고 정요셉은 양손을 머리 위에 얹으며 귀엽게 ‘멍’ 소리를 냈다.

“저는 매니저 컨셉입니다. AA 연습생을 보필할 겁니다.”

보필한다면서 집사처럼 팔에 수건을 두른 이정진이었다.

-AA 연습생들 하나같이 뭔가 맛이 갔는데?ㅋㅋㅋㅋㅋㅋ

-풋풋한 연습생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거 나중에 흑역사가 될 것 같은데 얼굴이 다 했네…

-누나가 돈 벌고 있어 너흰 데뷔만 해!!!!!!

화목현이 큐카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손을 뻗으며 신호를 보내자 멤버들이 동시에 말했다.

“프로님들, 지금은 QTQ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Q 라이브를 보고 계십니다.”

-고럼고럼 좋은 Q 라이브~^^

-좋다고 하면 돼? 얘들아?

-저 오늘 생일인데 생일 축하한다고 해주면 안 돼요?

각자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홀로 채팅을 보고 있던 범나비가 엄지를 들며 한 팬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오늘 생일인데 생일 축하라… 그래, 생신 축하한다!”

범나비가 버럭 화를 내는 것처럼 말했으나 말투는 어눌했다.

-건방진 컨셉이라면서 말투가 너무 예의 발라 ㅅㅂㅋㅋㅋㅋㅋ

-나비야, ‘건방지다’의 뜻을 알기는 해?

“나는 예의를 밥에 말아 먹어서 예의가 없다.”

범나비는 진심으로 예의 없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역시나 실전은 어려운 법이었다.

“우리 막내…가 아니라… 우리 양아치 범나비 씨?”

“듣고 있다.”

“AA 연습생으로 들어와서 슬펐던 적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도 범나비는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질문이 훅 들어오는데요 ㅋㅋㅋㅋ

-질문이 약간 세다?

오히려 팬들이 조마조마했다. 슬펐던 적이 있다고 말하면 아직도 HI 엔터가 그립냐는 어그로가 끌릴 테니까.

“없었다.”

“없었다?”

“있었다면 방송에서 티가 났겠죠.”

그런데 범나비는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다만 존댓말과 반말이 섞여서 나오고 있었다.

“자! 그럼 건방진 범나비 씨, 거짓말 탐지기에 손을 올려주세요~”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가 돌아가고, 범나비가 스님처럼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탐지가 끝난 뒤 범나비는 씩 웃었다.

“난 거짓말을 안 한다.”

“우리 건방진 녀석이 조금 이상하긴 해요. 그렇죠~?”

정요셉이 범나비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저 뿌듯해 보이는 표정 약간 킹받아 ㅋㅋㅋㅋ

-얘 이런 캐릭터였어?ㅠ

-이제 라이브 방송 오천 명 넘어가!

오천 명 넘어간다는 소식에 멤버들이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했다. 정요셉은 다음 차례로 화목현을 지목했다.

“우리 막내가 두 번째로 해야지?”

“어……? 그래요, 요셉 형.”

“동생들을 때리고 싶었던 적이 있다, 없다?”

화목현이 정요셉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형이래 ㅅㅂ

-이거 라이브로 봐도 돼? 돈 주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애들 텐션 왜 이렇게 좋아;; 오히려 좋아

-화목현 존나 세다ㅋㅋㅋㅋㅋ

이윽고 한참을 고민하던 화목현이 말을 꺼냈다.

“없다? 제가 설마 동생들을 때리고 싶었을까요?”

“거짓말하면 벌칙이 있습니다. 알지, 막내야?”

“…우리 진짜 막내한테는 안 이러는데?”

“지금 막내는 특별하니까. 그렇지~?”

정요셉이 화목현의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거짓말 탐지기를 켰다. 윙윙 소리를 내면서 거짓말 탐지기가 돌아가자 화목현의 눈이 살짝 떨렸다.

결국 거짓말을 가리키는 ‘띵!’ 소리가 났다. 전류가 흘러 아플 텐데 화목현은 비명을 참았다.

“목현 형, 괜찮아요?”

“어, 어. 나비야, 나는 괜찮아…….”

전혀 안 괜찮은 것 같아서 범나비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틈을 파고든 정요셉이 화목현을 보며 물었다.

“우리 막내형, 멤버들 때리고 싶었어요? 멍~?”

화목현은 얄미운 정요셉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

“그래, 내가 널 많이 때리고 싶었나 봐.”

-그래도 요셉이 세게 안 때리네~

-아 목현이 예의 발라… 발린다…

소파에 앉은 화목현이 범나비에게 진짜 아팠다고 나지막이 말하자 범나비의 호기심 깃든 눈이 반짝였다.

“잠깐!”

그때 정요셉이 손을 들어 진실 게임을 중지시켰다.

-??????

-무슨 일이야????

난리가 난 채팅창을 보면서 정요셉은 미소를 살짝 머금었다.

“Q 라이브 댓글 추첨을 통해서 단체 폴라로이드 사진과 단체 싸인을 드릴 예정입니다!”

“좋다!”

“우리의 얼굴이 들어간 폴라로이드 사진!”

AA 연습생들이 소파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자연스럽게 정요셉이 마이크를 이정진에게 들이대면서 물었다.

“매니저님, 지금 프로님들이 몇 명이나 들어오셨죠?”

“육천 명 정도네요?”

육천 명이라는 소리에 정요셉이 화들짝 놀랐다.

-지금 육천 명 넘었는데?

-아니, 육천 명을 상대해야 하는 거지? ㅅㅂ

-아 제발 내가 됐으면 좋겠다

정요셉이 방송작가에게 다가가 폴라로이드 사진을 받아 왔다.

“이거 보이시죠? 방송 내내 방송작가님께서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입니다.”

-ㅁㅊ

-갖고 싶다

“여기에 저희 싸인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Q 라이브가 10분 남짓 남았는데요…….”

-뭐 10분? 지금 10분이라고 했어?

-누가 10분이라는 소리를 내었어

정요셉의 발언에 채팅창은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다.

“작은 이벤트라서 저도 아쉽긴 하네요, 멍멍…….”

정요셉의 눈에 아쉬움이 뚝뚝 흘렀다.

-우리 요셉이 빨리 데뷔하자

-돌연프 나오지 말고 바로 데뷔했어야지ㅡㅡ

10분이라는 시간을 그냥 허비할 수 없어 정요셉은 주이든의 팔을 잡아 거짓말 탐지기 앞에 앉혔다.

“이 순간만 리더인 주이든 씨, 거짓말 탐지기에 손을 올려주세요.”

“…예!”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을 지으며 주이든은 거짓말 탐지기를 조심스럽게 검지로 꾹꾹 눌렀다.

“리더가 책임감을 갖고 임하셔야죠.”

“저, 저요?”

“그럼 누가 리더죠?”

“아,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주이든은 인상을 쓰면서 정요셉의 눈치를 보았다. 그게 웃긴지 정요셉은 주이든의 어깨에 기대며 웃었다.

“왜 웃어……! 나는 진짜로 무섭다고.”

“이든아, 그렇게 아프지는 않아. 내가 당해봤잖아.”

“…이 형, 거짓말 같은데.”

“진짜야. 한 번만 날 믿어볼래?”

화목현은 안 아프다면서 안심하라는 듯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화목현도 오늘따라 유독 사기꾼의 냄새가 났다.

-이든아 도망쳐!

-주이든 겁먹었네 ㅋㅋㅋㅋ

-라이브 하니까 애들 성격 알겠다 ㅎㅎ

평소 리더를 믿고 의지하는 주이든은 화목현의 말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 진짜죠!”

“그럼, 올려봐. 시간 없어~”

침을 꿀꺽 삼킨 주이든은 거짓말 탐지기에 손을 올렸다. 시간이 5분이나 지체된 상황.

“자, 질문 들어갑니다. 주이든은 범나비가 팀에 들어와서 좋았다, 싫었다?”

“예? 큐카드에 적힌 질문 맞아요?”

정요셉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 모습은 마치 거짓말을 하는 양치기 소년 같았다.

-거짓말하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든아 저 거짓말에 속으면 안 돼!

주이든은 당황하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좋았지!”

“정말요?”

언제 주이든의 곁에 다가온 건지 범나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껌뻑였다.

-왜 내가 감동이지?

-ㅠㅠ 난 이든이가 나비 싫어하는 줄…

-나비도 놀랐는지 어느새 선글라스 입까지 내려옴 ㅋㅋㅋㅋㅋ

-하긴 갑자기 멤버가 들어왔는데 싫어할 수도 있다고 봄…

-단호해서 좋았어 이런 루머 많았잖아

주이든의 대답 하나로 루머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가 돌아가고 몇 분이 지났을까.

띵, 청아한 소리가 울리자마자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이라고 판명했다. 이내 전기 충격을 받은 주이든이 개구리가 점프하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 진짜 아파!”

주이든은 아프지 않다고 거짓말한 화목현에게 따지려고 했으나, 그 순간 범나비의 눈과 정통으로 마주쳤다.

“…절 좋아한다면서?”

“아, 아니야! 너 좋다니까?”

“…그래요. 좋아했겠죠.”

“나비야? 지금도 좋아해!”

범나비는 삐졌는지 소파 옆 구석진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ㅋㅋㅋㅋㅋㅋㅋ 나비 삐졌다

-이든아 나비야, 화해하자~

-나비 막내는 막내야 ㅋㅋㅋㅋ

주이든이 범나비 앞에 다가가서 아니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와 동시에 큐카드를 든 정요셉이 상황을 정리했다.

“자자, 시간이 없어서 빨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정진이 형! 자신의 편곡 실력이 최고다! 다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네, 그렇지 않다면 아니요로 대답해 주세요~”

“아니요.”

평소에도 정직한 이정진은 올곧은 시선으로 거짓말 탐지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거짓말 탐지기 터지겠다

-저 사람 누구죠? 라이브 영업글 보고 들어왔는데

-★★ 잘생

-욕하지 마세요

이윽고 평온한 이정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거짓말 탐지기가 거짓이라고 판명한 탓이었다.

“하긴 우리 정진이 형 편곡은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긴 하죠.”

“…요셉아.”

“역시 그렇죠, 프로님들?”

이정진이 당황하며 정요셉의 입을 막으려고 했으나 이미 정요셉은 소파 뒤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치 요셉이 말이 맞지

-아 ㄱㅇㅇ

-이제 들어왔는데 ㅠㅠㅠ 저 오늘 생일이에요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시면 안 돼요? 이름은 지은이에요

-점점 만 명 되어간다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매일 영상을 보며 실천한다. 미국에서 당신을 지켜본다.

-English pls

띵! 소리와 함께 거짓 판정을 받은 이정진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자기를 따라올 자가 없다는 이정진 매니저였습니다.”

“프로님들, 아니에요……!”

이정진이 톤을 높이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치그치 이정진을 따라올 자는 없지

-이정진이 말씀하셨다 자기를 따라올 자는 없다고 ㅋㅋㅋㅋ

슬슬 Q 라이브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방송작가가 스케치북에 ‘시간이 없어요. 다음 차례 정요셉!’이라고 적어 올렸다. 행동 빠른 화목현이 거짓말 탐지기를 들고 정요셉 옆에 따라붙었다.

“막내인 제가 정요셉한테 묻겠습니다.”

그러고는 그대로 정요셉의 손을 잡아 강제로 거짓말 탐지기에 얹었다.

“어? 형?”

“팬들이 좋다면 예, 싫다면 아니요로 대답해 주세요.”

정요셉은 식은 죽 먹기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예!”

당당한 정요셉의 포부와 함께 거짓말 탐지기가 돌아갔다. 그 순간, 정요셉이 부르르 떨면서 강제로 Q 라이브가 종료되었다.

-갑자기??

-투비컨티뉴도 아니고 뭐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시청자들은 가지 말라며 울부짖었다.

-가지 마 ㅠㅠㅠㅠㅠㅠ

-나비야 방송 실수라면 나중에 일수 가방 들고 흔들어줘

-다음 라이브가 있다는 신호겠지 제발!

-아 옆집은 만 명 넘겼던데ㅠㅠ 우리는…

그렇게 우당탕탕 Q 라이브는 끝이 났다. AA 연습생 라이브 시청자는 7,811명. 만 명을 넘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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