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8화 (28/235)

28. 이남주(2)

소설에 빙의되었다고?

“잠깐만… 소설이라고 했어요……?”

“네, 소설이라고 했어요.”

이남주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아, 이해가 안 가요?”

“…이해를 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져서.”

무당처럼 몸에 빙의한 것도 아니고, 소설에 빙의했다고 하니까.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가 복잡한데요?”

“그러니까 당신이 소설에 빙의했다는 거잖아요.”

“네, 말 그대로 원래 있던 곳에서 새로운 현실에서 눈을 뜬 거죠.”

새로운 현실… 저 말이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으나, 머리로는 이해가 갔다. 나도 시스템창을 볼 수 있었으니까.

“당신이 소설에 빙의된 인물이다?”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럼 그 소설 제목은요?”

“음,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라는 웹소설이요.”

…그렇다면 이남주가 주인공인 건가.

“그렇다면 주인공이 당신?”

이남주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범나비요.”

“네?”

“범나비가 소설 주인공인데요.”

이남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제가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라고요?”

“전 엑스트라예요. 허공에 아이돌 노트라면서 시스템창 나타나지 않아요?”

“…허.”

이남주가 아이돌 노트라는 시스템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남주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안 믿을 수가 없잖아…….’

그냥 아이돌 노트의 힌트를 얻으려고 온 것뿐인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직도 못 믿겠으면 제가 당신에 대해서 말해봐요?”

“어떤 걸 말하려고 그러는데요?”

“최근에 당신은 회귀했고.”

“…와.”

“AA 엔터에 들어간 뒤에 돌연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참여. 그리고 나중에 네스트로 데뷔.”

이남주의 입에서 내 인생 스토리가 막힘없이 나왔다. 내가 회귀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고.

“그 후로는요?”

그렇다면 내 미래도 알지 않을까 싶었다. 이남주는 난감하다는 듯이 검지로 볼을 살짝 긁었다.

“말해도 돼요? 흠…….”

그런데 이번에는 이남주가 망설였다. 말하기 힘든 거라도 있는지.

“왜 말을 안 해요?”

“…시스템이 말하지 말라고 할까 봐 잠시 기다리는 중이에요.”

“말하지 말래요? 왜요?”

“소설 스포잖아요. 이런 걸 주인공한테 말하면.”

소설 스포… 스포가 나쁜 거긴 하지만.

“뭐라고 해요?”

“…음, 뭐라고는 안 하는데.”

이남주가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요약하자면, 소설 속 범나비의 인생에는 회귀밖에 없었어요.”

“회귀밖에 없다고요?”

“일단은 이 정도밖에 못 말하니까.”

저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남주도 시스템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고로 이남주도 나랑 같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정도밖에 못 말한다는 저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알고 있는 게 더 있다는 뜻이잖아…….’

나는 이남주를 보면서 캐물었다.

“혹시 나한테 모조리 다 말해주면 어떻게 돼요?”

“페널티를 받아서 고통받거나 죽겠죠.”

이남주는 한결 풀어진 얼굴로 소파에 등을 기댔다.

“아, 근데 당신한테 말하니까 속은 시원하네요.”

“속이 시원하긴 하겠네요.”

“…아, 미안해요. 당신은 머리가 복잡하겠네요?”

이남주의 말에는 영혼이 없었다. 어차피 내가 몰고 온 재앙이니까. 어쩔 수 없지.

‘…왜 이남주가 빙의를 했을까.’

시스템이 원하는 상황이 있으니 이남주를 빙의시킨 걸 텐데. 도대체 뭐지?

“그렇다면 시스템이 왜 나한테 이 말을 전하는 건데요?”

“…아, 그건.”

이남주는 굉장히 신중하게 말을 하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저도 몰라요.”

“…진짜요?”

“진짜로 몰라요. 저는 오로지 시스템이 하라는 대로 해야 살 수 있는 몸이라서.”

굉장히 심플한 답변이었다.

“살 수 있는 몸이요?”

“네, 저는 시스템이 하라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거든요. 저는 당신과 다르게 빙의자니까…….”

“그렇다면 혹시 빙의는 당신이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이남주의 눈이 커졌다.

“그건 예상치 못한 질문인데.”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남주는 나를 보고 대답했다.

“…제가 원하긴 했어요.”

원했다고? 그게 말이 되나.

“아이돌로 활동하는 거, 힘들잖아요.”

“그래도 팬들에게 사랑받잖아요? 그 점이 좋았어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빙의했다는 말이 이남주와 어울리지 않았다. 뭐, 내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겠지. 이것 말고도 이남주한테 궁금한 게 있었다. 내가 가진 프로필.

“하나 더 물어봐도 돼요?”

“어떤 건데요.”

“내 프로필 알아요?”

이남주는 옆에 놔뒀던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냈다.

“당신의 특성 몇 개를 알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는 몰라요.”

“그래도 괜찮아요.”

“빙의하면서 기억나는 장면과 특성을 적어놓긴 했는데. 이게 정확한지는 저도 잘 몰라요. 기억이 잘 안 나거든요. 뭐 때문인지…….”

이남주가 핸드폰 화면을 켜놓고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특성을 확인했다.

범나비

외모:-S

노래:-S

춤:+A

네스트 멤버들:--

기억X

트라우마:X

특징:X

내 외모가 -S라고? 뭐, 내가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외모긴 했다. 그런데 멤버들 특성과 비교해 보니 몇 개가 빠져 있었다. 내가 가진 특성도 없고…….

“기억이 정말 안 나요?”

“그래서 그렇게 적었잖아요. 정말 삭제된 것처럼 기억이 아예 안 나는 것도 있고.”

“정말이죠?”

이남주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빙의자라고 다 기억하는 건 아니거든요?”

“내가 본 당신이라면 기억할 것 같았는데.”

그 말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지 이남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억했다면 당신한테 말했겠죠.”

“왜요?”

“글쎄요. 이건 굳이 말해주기 싫은데.”

뭐야. 말해주기 싫으면 아예 말을 하지 말지. 나는 이남주한테 핸드폰을 돌려주면서 그만 자리를 뜨려고 했다. 시간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멤버들이 걱정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안 오냐고.

“이제 우리…….”

갈라서자는 말을 꺼낼 참이었다. 그때였다.

【System Error와 접촉했습니다.】

【System Error를 찾았습니다.】

【System Error를 고치고 있습니다.】

붉은 시스템창이 반짝였다.

“시스템 에러……?”

“시스템 에러가 떴어요?”

내가 이남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데요, 이거.”

“뭐 다른 것도 떠요?”

“그냥 에러창만.”

뭔가 뜨기 전에 시스템창이 계속 떠 있었다가,

【System Error를 고쳤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만나 아이돌 노트 업데이트가 시작됩니다.】

새로운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아마 빙의자를 만나서 그런 것 같은데… 새로운 인물은 이남주고.

‘…시스템이 왜 이럴까.’

나는 시스템창을 노려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어, 나도 뜨네.”

이남주의 눈앞에도 시스템창이 나타난 것인지 이남주는 인상을 썼다.

“이런, 시스템이 나한테 협박을 하는데요?”

“뭐라고요?”

“당신한테 소설 스포하지 말라고? 안 그러면 페널티로 죽인다는데…….”

“무슨 스포가 있었다고?”

이남주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향했다.

“제가 적어놨던 특성이 스포였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아.”

어떻게 생각해 보면 스포는 맞지만. 그렇다고 고작 특성 하나 보여줬다고 경고를 하는 건가…….

‘시스템, 속이 좁네.’

내가 속으로 시스템을 깔 때였다. 이남주는 퓨즈가 끊긴 것처럼 눈빛이 멍해지더니 행동이 멈췄다.

“…이남주?”

이남주의 이름을 부르며 내가 다가가려고 하자,

【새로운 인물과 접촉하지 마세요.】

동시에 시스템도 나에게 경고했다. 마치 이남주한테 접근하지 말라는 듯이. 하지만 이남주의 얼굴은 여전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저러다가 사람이 죽겠는데. 나는 시스템을 무시하고 이남주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이남주?”

“…….”

“…야!”

그러나 이남주는 아무리 흔들어도 깨지 않았다.

‘…시스템이 이렇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건가?’

죽는 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두려움이 앞섰다. 나는 쓰러진 이남주를 품에 안고서 돌연프 제작진한테 연락했다. 이남주가 그랬지, 자신은 엑스트라라고. 그러나 나한테 이남주는 이 자리에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 휴게실에 이남주가 쓰러졌는데요. 빨리 와주세요!”

시스템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시스템을 거역할 수 있을까. 나도 이남주처럼 쓰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 온다면.

“벌써 머리가 아프네…….”

나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제작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시스템의 목표가 뭘까…….’

날 죽이고 싶은 건지, 살리고 싶은 건지. 제작진이 올 때까지 시스템이 원하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

커뮤니티 댓글을 보면서 머리를 식혔다.

[[단독] 돌연프 이남주 병원 이송 중]

[병원 측, 무리한 운동과 스케줄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판단]

[이남주, “나비한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어? 나비랑 남주랑 친하긴 한가 보네? 흠…

└ 사람 살렸는데 반응이 더럽네 ㅋㅋ

└ 남주가 나비 고맙다고 인터뷰까지 했는데 이렇게 반응한다고?

└ 얘 이남주 팬은 아닌 듯 ㅇㅇ 이남주 팬들은 범나비한테 고맙다고 생각하는 중~

-범나비 지금 보니까 새롭다

└ 남주 도와줘서 너무 고마움

└ 그러니까 남주 혼자 있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ㅠㅠ

└ 왜왜?

└ 남주 혼자 있었는데 범나비 덕분에 병원 갈 수 있었다고 함

-나비 남주 만나러 간 이유가 떡볶이 보답 때문이었대ㅠ

└ 아 둘의 친목 아주 응원

-흠… 범나비 고단수긴 하다 ㅋㅋ

└ 왜?

└ 솔직히 이남주 범나비 친목 팬들이 안 좋아했잖아 근데 이런 상황 되니까 이남주 범나비 친목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 하긴ㅎ

시스템이 도와준 덕분이긴 하지만, 남들 눈에 사이가 좋아 보이면 된 거겠지. 핸드폰 화면을 끄고 시선을 올리자 샤워실에서 씻고 나온 정요셉과 눈이 마주쳤다.

“어? 우리 막내 왔네?”

“저 왔어요.”

갑자기 정요셉이 뛰어와 나를 끌어안았다. 아, 차가워. 머리카락에 묻어 있던 물이 정통으로 얼굴에 떨어졌다.

“요셉 형, 제발 떨어지세요.”

“우리 막내 기특해서 그런다, 기특해서~”

기특은 무슨.

“그건 그렇고. 우리 막내! 남주랑 싸운 거 아니지~?”

“제가 싸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싸우지는 않았어요.”

“정말 보면 볼수록 막내는 겉과 속이 달라~”

“전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인데요?”

어처구니가 없네. 내가 초콜릿 하나를 입에 넣으니 정요셉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막내, 삐진 거야? 나는 남주랑 싸운 줄 알았지.”

“아니, 삐진 건 아니지만 제가 무슨 싸움만 하고 다니는 줄 아세요?”

“어~? 삐진 거 같은데.”

초콜릿을 혀로 굴리며 정요셉의 말을 곱씹었다.

‘절대 삐지지 않았다고.’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정요셉을 피했다.

“삐졌네, 삐졌어.”

“아니에요.”

“안 삐졌으면 아까 찍은 단체 안무 영상 톡으로 보냈으니까 확인해 줘~?”

정요셉은 내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2층 침대로 올라갔다.

‘영락없는 동생 취급이다.’

나는 애써 머리를 정리하며 단체 안무 영상을 확인했다. 이정진도 합세해서 <도사 연가> 안무가 더욱더 풍부해졌다.

‘…내 표정만 더 신경 쓰면 되겠네.’

경직된 모습이 그대로 영상에 담겨서 보기가 안 좋았다. 몇 분이 흘렀을까. 이남주의 침대 밑이 반짝였다. 마치 시스템창이 반짝인 것처럼.

‘…시스템창인가?’

살짝 몸을 일으켜 이남주의 침대로 향했다. 침대 위는 아무것도 없는데… 살짝 시선을 내리자 이남주의 침대 밑에 빨간색 노트가 있었다. 그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그때였다. 귓가에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시스템창이 반짝였다.

【아이돌 노트 문제를 맞힐수록 업데이트 수치가 올라갑니다.】

※■□□□□□□□□□ : 10%

아이돌 노트 업데이트……?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떴다.

「문제 7, 세 번째 무대 1위 하기!

페널티:입에서 피를 쏟음

정답 풀이:랜덤 박스 3개」

이번에는 페널티 ‘입에서 피를 쏟음’ 부분이 붉은 형광펜으로 그어져 있었다. 마치 나에게 경고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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