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4화 (14/235)

14. 주이든의 트라우마(2)

단체 연습실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얼굴이 굳었다. 하필 단체 연습실을 같이 쓰는 게 HOR 연습생들이라니…….

“야야, 주이든 지나간다.”

“…진짜 쟨 AA 엔터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못생겨서?”

“어, 쟤네들 다 못생겼잖아.”

HOR 연습생들은 대놓고 주이든을 조롱했다. 주이든은 일상인 것처럼 한 귀로 흘렸지만.

나는 HOR 연습생들의 얼굴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얼굴을 깐다고?’

…왜 쟤들이 주이든을 싫어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이거 완전 열등감에 사로잡혔네.

“음… 요셉아, 무슨 소리 안 들렸어?”

“…못생겼다는 말?”

“내가?”

화목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 멤버들이 못생겼다니.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그나마 멤버들이 자신의 외모 수준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순간 정수기 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나에게 HOR 연습생이 슬쩍 발을 걸었다.

‘…허.’

하마터면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까닥하다가 얼굴에 상처가 났을 수도 있었다.

“아쉽다.”

“그러게?”

그래 놓고 아쉽다는 듯이 구는 HOR 연습생을 보며 혀를 찼다. 생수병에 물을 받는데 시스템창이 번쩍하고 나타났다.

「문제 4, 아이돌의 생명은 ■■이다.

정답 풀이:(비공개)」

…아이돌의 생명은? 이 문제는 쉬웠다.

‘정답은… 얼굴.’

귓가에 빵빠레가 터지면서 정답 풀이가 나왔다.

[정답, 얼굴입니다.

아이돌의 생명은 당연히 ‘얼굴’.

얼굴이 못생겼다면 ‘실력’이라도 있어야겠지만 얼굴이 잘생겼다면 더욱 잘 먹히겠죠?

그런데 얼굴을 망치려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큰일이 아닐까요?]

문제 풀이의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걸렸다. 누가 내 얼굴을 때리기라도 하나? 주변에 그럴 만한 사람은 없는데…….

때릴 사람이 있어봤자…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단체 연습실을 같이 쓰는 HOR 연습생들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반대편에 앉아서 쉬고 있는 한 HOR 연습생과 눈이 마주쳤다.

“뭘 봐?”

저 말을 듣자마자 단박에 알았다. 저 녀석들이네.

“끼리끼리라니까.”

“…야, 들린다, 들려.”

HOR 연습생들은 주이든을 보면서 비웃었다. 뒤에서 욕도 하고. 욕도 한 번이라면 말을 마는데, 가만히 있으니 정도를 모르고 설쳤다.

그래서 멤버들과 말을 맞췄다. HOR 연습생들이 보는 앞에서는 안무를 다 보여주지 말자고. 얍삽하게 뺏으려고 우리만 쳐다보고 있는 녀석들인데.

“…나! 잠깐 화장실!”

“화장실에서 안 오는 거 아니야~?”

“아니거든!”

그렇게 주이든이 화장실에 갔는데, 갑자기 HOR 연습생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설마 하는 마음에 나도 일어났다.

“저도 화장실 다녀올게요.”

“빨리 다녀와~”

파트 분배랑 안무 창작 때문에 정신이 없어 다른 멤버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습생들끼리 싸운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은 적이 있다. 불길한 생각이 들어 HOR 연습생들 뒤를 밟았다. 그때였다.

“네가 안 맞았다고 말하면 돼.”

화장실로 가는 길목에서 HOR 연습생들이 주이든을 앞에 두고 협박하고 있었다. 근데 이건 주이든이 아니라, 이서혁과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실제로 맞았는데 왜 안 맞았다고 해야 하는데.”

“야, 등신이냐? 안 맞았다고 해야지. 너 데뷔 안 하고 싶어?”

주이든이 떳떳하게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내가 왜 데뷔를 못 하는데?”

“우리가 네 발목을 잡고 끌어내릴 거니까.”

그러더니 HOR 연습생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했다. 잠깐, 그렇다면 얼굴을 망치려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게 내가 아니라 주이든을 향해 하는 말이었어?

그건 안 된다. 나는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리기 위해 바닥에 굴러다니는 음료수 캔을 찼다.

“무슨 소리야……?”

“그냥 음료수 캔인데?”

“뭐야.”

HOR 연습생들이 주먹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나는 모르는 척하면서 끼어들었다.

“이든 형, 여기서 뭐 해요?”

“…너 어떻게 왔어!”

“그냥 잠시 쉬려고 나왔는데 형이 있길래…….”

주이든은 나를 보고는 놀라기는커녕 당황한 눈치였다. 그때 HOR 연습생이 내 뒤를 슬쩍 보더니 물었다.

“너 혼자냐?”

“혼자 아닌데요.”

“뭐? 또 누가 있어?”

“여기 우리 형 있잖아요.”

내가 눈짓으로 주이든을 가리키자 HOR 연습생들은 어이없다는 듯 헛숨을 뱉으며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든 형, 오세요. 연습하러 가야죠?”

“어, 근데…….”

주이든한테 손짓을 하려니까, HOR 연습생들이 내 앞을 막았다. 나보다 키도 작으면서.

“멍청한 새끼인가.”

“그러게요. 멍청한 새끼라서 혼자 오긴 했는데.”

겁을 주려는 듯한 HOR 연습생들을 보면서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러다가 내가 맞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한 HOR 연습생이 정말로 나를 때렸다. 정확히 옆구리를 때렸다.

“얘 존나 아픈가 봐.”

많이 아프진 않았다. 조금 쓰렸을 뿐.

한 HOR 연습생이 다시 주먹을 들었으나,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때리지는 못했다. 그 뒤로 HOR 연습생들은 그대로 연습실로 가버렸다.

“이든 형, 어디 맞은 곳은 없죠?”

“너… 무슨 생각으로 혼자 왔어!”

주이든은 울상을 지으며 내 팔을 잡아당겼다. 무척이나 속상하다는 듯이.

“혼자 오진 않았는데요?”

“맞잖아! 아무도 없는데…….”

나는 벽 구석에 놔둔 핸드폰을 가리켰다.

“HOR 연습생들이 절 때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어요.”

“…뭐?”

“찍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요.”

몰래 핸드폰을 챙겨 오길 잘했지. 내가 핸드폰을 흔들자 주이든의 얼굴이 굳었다.

“영상을 찍을 거면 내가 맞도록 놔두든가. 왜 네가 나서서…….”

“그거야… 형을 위해서죠.”

“…네가 왜 날 생각해.”

“전 오래가고 싶어요, 형들이랑.”

정말이었다. 나는 키오를 버리고 네스트를 선택했다. 내가 봤던 네스트는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네스트가 부러웠다. 계속 그룹을 유지하면서도 정상에 올랐으니까.

“너 뭐라고 했어?”

“오래가고 싶다고?”

“아니, 그 뒤에.”

“형들이요?”

그러자 주이든의 동공이 흔들렸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그러면 이든 형이라고 부르지 말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씨! 처음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주이든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왜 저렇게 심각한 걸까. 어떤 걸 물어보고 싶은 거길래.

“…너! 우리 엔터로 들어올 때 소문이 안 좋았잖아!”

“제 소문이요? 아…….”

연습생을 패고 다니고, 욕하고, 왕따를 시켰다는? 그 소문을 말하는 건가.

“그래서 네가 싫었단 말이야!”

아, HOR 엔터에서 그런 일을 당했으면 나를 싫어할 만도 했다. 나 같아도 미워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해요.”

“…죄송할 필요는 없거든? 그런 소문을 낸 사람 잘못이지.”

주이든이 우물쭈물하며 입을 달싹였다.

“미안해!”

“…네?”

“그동안 내가 미안했다고. 그렇게 소문만 듣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됐는데.”

이런 말을 듣다니. 사과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사과는 받아둘게요.”

“받아두기는 해.”

나는 핸드폰에 담긴 영상을 확인한 뒤 바지 주머니에 넣고 상체를 일으켰다. 옆구리가 살짝 아프긴 했지만, 참을 만한 정도였다.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던 걸까. 주이든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가 먼저 갈 거야. 너, 따라오지 마!”

“저도 연습실에 가야 하…….”

“따라오지 말라니까? 내 뒤로 오지 말라고.”

어이가 없었으나 살짝 뒤로 물러났다. 내 옆을 지나가는 주이든의 얼굴에 잠깐 미소가 보였다.

【주이든의 친화력이 올라갑니다.】

얼굴에 감정이 참 잘 보인단 말이지. 나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같이 가요, 형.”

***

연습실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서 옆구리를 확인했다. 딱히 아프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옆구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푸른 꽃이 피어 있었다. 아주 크게.

‘…빨리 나으면 좋겠는데.’

이번 무대는 관객이 있을 예정이라서 인상이라도 찌푸리면 큰일이었다. 아프다는 사실 자체를 관객에게 보여주기 싫기도 했고. 며칠만 지나면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단체 연습실에 들어가는데 주이든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내 텀블러가 사라졌어!”

텀블러?

“옛날에 팬한테 받은 건데……!”

“어디에서 잃어버린 거 아니야?”

“아니야. 분명 내 옆에 있었어!”

설마 HOR 연습생들이 주이든의 텀블러를 가져간 걸까 싶었다. 그런데 주이든의 텀블러는 정말 HOR 연습생들 사이에 널브러져 있었다.

“…저거 내 건데.”

주이든이 거침없이 텀블러를 주웠다. 그랬더니 곧장 HOR 연습생들이 주이든의 손목을 잡고 텀블러를 빼앗았다.

그때 한 HOR 연습생이 나섰다.

“이거 내 팬이 준 건데 왜 가져가.”

“…네 팬?”

“그래, 내 팬이 준 거야.”

순 거짓말이었다.

“언제 준 건데?”

“그것까지는 기억 안 나는데? 이게 네 거라는 증거도 없잖아.”

“표식이 있다고.”

“아, 이름이라도 적혀 있나? 근데 어쩌지. 보여주기 싫은데.”

악질이다.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내 거 맞는데.”

“이든아, 내 거라니까.”

HOR 연습생들은 비아냥거리며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대부분 욕설이었지만. 주이든은 내색하지 않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때 정직하게 안무를 외우고 있던 정요셉의 눈이 돌아갔다.

“와, 죽일까~?”

눈은 웃고 있는데 입에서 나온 말은 무서웠다. 그렇게 넘어가는 것 같았는데, 옆에서 화목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죽여. 죽여도 될 듯.”

“어, 맞아.”

결국 이정진까지 나섰다. 이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이 텀블러 별로지 않냐?”

“팬이 준 거긴 한데. 색깔이 영~ 별로.”

점점 선을 넘는데……? 대놓고 화를 부추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내가 물을 마시려고 오른손을 드는 순간, 한 HOR 연습생이 실수인 척하면서 멍든 곳을 찔렀다.

“아, 미안. 괜찮아?”

전혀 미안해하는 목소리가 아닌데.

“미안해할 필요가 있나. 연습하다가 부딪히고 그러는 거지. 안 그래?”

“남자가 고작 옆구리 맞았다고 아픈 건 아니지?”

사실 이번에도 아까처럼 연습실 정수기에 카메라를 놔둬서 착한 척을 하기로 했다. 역겹네. 자기들이 때렸으면서. 하지만 나도 이런 연기는 꽤 잘하는 편이라.

“괜찮아요. 딱히 아프지도 않고.”

“아~ 그래?”

그렇게 대답하고 뒤돌아 멤버들한테 가는데 통증 때문에 탄식이 나왔다.

“우리 막내, 어디 아파?”

“아니요. 안 아파요.”

“음… 걸음걸이가 약간 이상한데.”

옆구리가 아파 뒤질 것 같았다. 억지로 옆구리의 비명을 잠재우며 멤버들과 안무 연습을 하는데 연습실 문이 열렸다.

“다들 잘하고 있어요?”

“와! I.P 선배님!”

“내가 바쁜데 온 건가요?”

“아니요!”

젠장. 보컬 트레이닝 선생님과 I.P 선배님이 오셨다.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멤버들의 옆에 섰다.

“제가 AA 엔터나 HOR 엔터에 아이돌로 들어갈 뻔했거든요.”

“그래요?”

보컬 트레이닝 선생님과 I.P 선배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서서히 옆구리가 아파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기대를 하고 왔습니다. 얼마나 좋은 무대를 보여줄까 싶어서요. 어디 먼저 할래요?”

HOR 연습생들이 먼저 손을 들었다.

“저희부터 할게요!”

한껏 비웃던 모습이 아닌, 방송에서 보여주던 씩씩한 모습이었다. 가증스럽네. 노래가 나오고 HOR 연습생들이 춤을 추는데, 우리가 구상했던 안무가 조금씩 보였다.

그러면 뭐 해. HOR 연습생들의 무대에는 특별한 부분이 없었다. 아직 편곡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노래 중간부터는 원곡을 틀었고.

뭐, 편곡은 소속사에서 처리해 주겠지. 아무래도 프로듀싱 하는 사람이 없어서 늦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정진이 있어서 문제가 없지만.

“카테고리는 비극에 컨셉은 느와르라고 적혀 있는데… 맞나요?”

“네……!”

“오, 느와르 컨셉이라… 좋네요… 저는 눈물만 뚝뚝 흘리는 비운의 연인 컨셉을 생각했거든요. 간단하게.”

컨셉까지 똑같다니. 느와르 컨셉이라는 말에 멤버들의 표정이 싸해졌다. 카메라가 있는데도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뭐, 이건 시청자가 평가하는 거니까.’

불필요한 감정은 버리는 게 좋겠지. HOR 연습생들의 무대가 끝났는데도 I.P 선배님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천천히 무대를 곱씹은 I.P 선배님이 입을 열었다.

“HOR 연습생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감사합니다!”

칭찬에 HOR 연습생들의 낯빛이 환해졌다.

“안무 구성만 조금 더 재밌게 한다면 훨씬 좋을 거예요. 이제 AA 연습생들의 무대를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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