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3화 (13/235)

13. 주이든의 트라우마(1)

벌써 커뮤니티에 후기가 올라왔다고? 몰래 구석진 곳에 앉아서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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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1호팬 @skql_1ho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내가 좋아하는 연습생이 있길래

사인에 1호팬이라고 적어달라고 했는데…

>나의 1호팬<이라고 적어줌…!

연습생이라서 돈도 없을 텐데…ㅠㅠ

초콜릿이랑 사탕도 주고

평생 나비 팬질해야지.

(사진_인증_jpg)

(셀카_인증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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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네…….’

내 이름을 검색하자 부럽다는 글이 많았다. 다행히 아까 그 학생은 나를 어느 편의점에 봤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안 그랬다면 편의점에 사람이 넘쳐났을 것이다.

(화목현) 팬분들 만나는 건 좋은데 이런 일은 우리한테 꼭 말해. 알았어?

(범나비) 죄송해요

(화목현) 그럼 나비야, 집 주소 좀 알려줄래? 팀장님이 보낼 게 있대

(범나비) 아, 그래요? 보낼게요

(정요셉) 두근두근 ㅇㅈㅇ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일을 하는데 엄마가 나를 찾았다.

“아들!”

“왜요?”

“친구가 왔는데?”

친구? 나한테는 친구라고 찾아올 만한 사람이 없지 않나. 이상한 벌레가 꼬였나 싶어서 엄마가 있는 곳으로 향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이 목소리의 정체는 정요셉이었다. 왜 정요셉 목소리가 들리지? 내가 뒤를 돌아보자 모자를 쓴 멤버들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 오셨어요……?”

“우리 막내~ 형들이 나중에 보자고 했잖아~”

나중에 보자는 말이 이 말이었다고?

“설마 아까 그게……?”

“아, 원래 오려고 했어. 줄 것도 있었고.”

“그럼 형들 집은요?”

“다들 가려고 했는데… 네가 궁금했나 봐.”

화목현이 손에 있는 홍삼과 영양제를 흔들었다. 아, 저걸 주려고 왔단 말이지.

“요셉이랑 이든이도 한번 당한 적이 있거든.”

“아, 그래요?”

“미안해. 갑자기 찾아와서.”

“아니에요. 놀라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키오 멤버들은 편의점에 오는 일이 없었다. 그때는 서로의 가정사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았으니까.

갑자기 정요셉이 끼어들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막내가 집에 안 가고 연습실에 갈까 봐~?”

“제 이미지가 어떻길래……?”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화목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 벌레잖아.”

“…제가 연습을 언제 그렇게 많이 했다고.”

“가슴에 손을 얹으면 알 거야.”

그렇다고 해도 죽을힘을 다해서 연습하지는 않았다. 몸 걱정을 하면서 적당히 했는데.

“그리고 나비가 계속 걱정하던 비극 카테고리에 대해 얘기도 하고.”

“쉬고 와서 한다면서요.”

“그러려고 했는데 막내가 계속 말했잖아?”

할 말이 없네.

일단 멤버들을 편의점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장사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 골목은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웬만하면 우리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말해볼까?”

“이야~ 이런 곳에서 회의하다니. 낭만적이네~”

“그러게. 우리 데뷔하면 이렇게 나오지도 못하잖아.”

그렇게 편의점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비극 카테고리 회의를 했다.

“얘들아, 내 생각에는 대중적인 요소가 있는 I.P 선배님의 노래에 마이너한 컨셉을 넣으면 좋을 것 같거든?”

“마이너한 컨셉이라.”

시청자들의 귀에 익숙한 노래에 마이너한 컨셉을 넣어서 이목을 집중시키자는 전략이었다.

“무대 컨셉은 느와르가 어때요?”

“오… 느와르?”

“이 곡의 스토리가 집착하는 이의 파멸이잖아요. 집착 때문에 죽어가는 과정을 느와르 형식으로 풀어내면 좋지 않을까요.”

“느와르로 죽어가는 과정을?”

나는 핸드폰으로 I.P 선배님의 뮤직비디오를 둘러보다가 신에게 고하는 장면에서 멈췄다. 그때는 붉은색 화면이 사용됐다. 사랑할 때는 하얀색 조명이었지만.

“…이 뮤직비디오처럼 장면을 조명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조명으로 표현하는 거 좋다.”

조명으로 삶과 죽음을 표현하면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재밌지 않을까?

“거기에 느와르 무대 컨셉을 뮤지컬로 풀어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요셉아, 그것도 괜찮다.”

“괜찮지? 나 한 건 했다!”

이런… 이러다가 나는 숟가락만 얹는 꼴이 되겠는데… 그리고 음료수를 마시던 이정진이 입을 열었다.

“무대 초반에 빗소리를 추가하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찬성~”

“나도 좋아!”

작곡, 작사를 맡은 이정진이 거기에 밥을 더 얹었다. 그때 정요셉이 손을 들며 말했다.

“나는 이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어~”

“아, 저도요. 최대한 노래를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나도 이 노래 좋아하거든.”

분명 I.P 선배님의 노래를 좋아해서 나노 단위로 분석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 점검 하러 I.P 선배님이 오신다는 말도 있어서…….”

멤버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신랄한 평가를 하기로 유명한 I.P 선배님이었다.

“자~ 그럼 회의는 그만하고 이제 놀아볼까? 오늘 휴가잖아.”

정요셉은 뒤를 돌아 엄마한테 다가가더니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이제 위에 올라가서 멤버들을 재우면 되겠지?

“잠깐만… 팀장님한테 톡이 왔는데?”

화목현의 얼굴이 서서히 구겨졌다.

“어… 이든아, 팀장님이 기사 보래.”

멤버들도 하던 행동을 멈추고 주이든을 쳐다보았다.

“기사?”

그렇게 모두가 기사를 확인했는데. 어……?

[이서혁, HOR 엔터 상대로 고소?]

[소속사 상대로 고소한 이서혁의 정체는 OO그룹 아들?]

[HOR 엔터, “사실무근”]

이서혁, 사건사고였다. 사건사고의 HOR 엔터 고소에 대해서는 딱히 흥미가 없는데, 주이든과 HOR 엔터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내가 AA 엔터로 오기 전에 HOR 엔터에 있었거든…….”

“네?”

…주이든이 HOR 엔터에 있었다고? 그때, 시스템창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주이든의 ‘트라우마’가 공개됩니다.】

【‘소속사와의 관계’】

주이든의 트라우마가 소속사와의 관계라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기사 제목을 보고 있는데,

“…형들, 새로운 기사가 떴는데요?”

[AA 엔터 연습생 주이든, HOR 엔터에 갑질당했다는 증언 이어져]

[AA 엔터, “알아보는 중이다”]

[전 HOR 엔터 직원, 강한 체벌도 있었다고…]

곧 인터넷뉴스는 주이든과 HOR 엔터의 이야기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주이든은 핸드폰을 내리고 고장 난 시계처럼 뒤로 물러났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아.”

주이든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마른세수를 했다.

【주이든의 친화력이 떨어져 민폐력이 급증합니다.】

【주이든의 상태:。゜゜(´O`) ゜゜。】

※친화력이 내려가면 그룹 탈퇴로 이어집니다.

‘…그건 안 되는데.’

그룹 탈퇴는.

***

HOR 엔터는 체벌을 심하게 하기로 유명했다. 노래와 안무 실력이 부족하면 방에 가둬서 연습시킨다는 일화도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HOR 엔터에서 1년을 채우고 가는 아이돌이 몇 없었지만.

‘하필? 지금?’

주이든이 만만해서 건드는 건가…….

“이래서 여기 출연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주이든은 패닉이 온 상태라서 멤버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온통 HOR 엔터가 부당하다는 내용인데? 멤버들에게 흠이 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보다 걱정되는 건 주이든에게 붙을 꼬리표였다.

“나비는 처음 듣겠지만. 원래 이든이가 HOR 엔터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갈 뻔했거든. 그때 HOR 엔터랑 마찰이 있었나 봐.”

설마 마찰이 폭력을 말하는 건가? 화목현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든이는 돌연프에 나가는 걸 많이 고민했어.”

“그렇겠네요. 저라도 안 나가고 싶었을 것 같아요.”

트라우마가 크니까. 최악의 상황은 HOR 엔터가 주이든을 물고 늘어지는 거다. 하지만 AA 엔터와 척을 지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데뷔를 하고 나서도 예능 프로그램이나 인터뷰에서 주이든은 수많은 공격을 받을 것이다.

아무래도 HOR 엔터는 연예계에서 입지가 대단하니까.

팬들 사이에서도 사건사고는 그럴 수 있다며 방어할 수 있겠지만, 주이든은 아니지 않은가.

“형 잘못이 아니잖아요.”

“…응.”

“그러니까 고개를 숙이거나 하지는 마세요.”

피해자가 당당하게 나서야지. 주이든이 곧바로 고개를 들자 멤버들이 미소를 지었다.

“…왜, 왜 다들 나를 보고 있어!”

“우리 이든이가 귀여워서 그러지~”

“미쳤어?”

주이든의 심신이 미약한 상태라 도자기처럼 조심스럽게 보호해 줘야 했다. 정요셉의 반응은 좀 심하긴 했지만.

“일단 형은 제 방에 들어가서 쉬세요.”

“안 쉬어도 되는데… 나 멀쩡해!”

“멀쩡하다는 사람치고 진짜 멀쩡한 사람은 없어서. 못 믿어요.”

“왜 사람을 안 믿어?!”

이정진이 일어나더니 주이든의 어깨를 잡고 강제로 일으켰다.

“막내야, 방 어디야?”

“정진 형, 놔! 놓으라니까!”

주이든이 방에 들어가기 싫다면서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이 방이요.”

“고마워.”

나는 문을 열고 바닥에 있는 전기장판을 켰다.

“여기에 누워요.”

“나 환자 아니라고! 환자 아니야……!”

버둥거리는 주이든에게 이불까지 덮어주고서 거실로 나왔다. 정요셉은 바닥에 누운 채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막내가 멤버들한테 적응을 잘하네~?”

“적응이 아니라, 이제 익숙한 거죠.”

“그게 적응이라는 거야~”

나는 정요셉의 말을 무시하고 냉수를 마셨다.

“이렇게 된 김에, 우리가 무대에서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주자고~”

대중한테 잘 보일 방법은 하나다. 잘하면 된다. 그러면 뒷말도 싹 사라지겠지.

“저도 연습 많이 할게요.”

“내일부터 파트 분배도 하자~!”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아니야. 이제 자야지? 오늘 휴가라고!”

파트 분배를 하려고 가방에서 가사지를 꺼냈다가 정요셉한테 빼앗겼다. 정요셉은 어디서 베개를 가져오더니 나를 강제로 바닥에 눕혔다.

“일단은 쉬자. 파트 분배는 내일 해도 되니까~”

“요셉이 말이 맞아. 우리 오늘 휴가거든?”

휴가는 맞지만. 일이 일어났는데 쉴 수는 없지 않은가. 정요셉이 내 옆에 눕더니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자장, 자장~”

“…예?”

내가 자리에서 도망가려고 하자 정요셉은 손수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어리둥절한 내 표정에 이정진은 웃으며 노트북 자판에 올라가 있던 손을 뗐다.

“큰일을 치르기 전에는 자는 게 좋지.”

“아니, 저 안 잘 건데요?”

“나이도 제일 어리면서. 키 쑥쑥 커야지.”

이미 다 컸는데. 왜 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요셉과 실랑이를 벌일 때였다. 내 방에서 주이든이 조용히 기어 나오더니 베개와 이불을 거칠게 내 옆에 두고 누웠다.

“얘들아, 잘 자……!”

신경질을 부리면서 이불을 올리는 주이든의 행동에 나는 얼떨떨했다.

“형, 방에서 자면 안 좁을 텐데요…….”

“아, 잘 자라고? 그래, 너도 잘 자!”

그러나 내 말은 통하지 않았다.

이윽고 나를 제외한 멤버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숨을 죽이며 웃음을 참았다.

【주이든의 친화력이 올라갑니다.】

…하, 내가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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