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0화 (10/235)

10. 그저 눈물을 흘렸을 뿐인데(1)

“음…….”

멤버들의 실력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총평은 ‘곡과 어울리는 무대’였다. 팀합이 좋지 않았다면 퍼포먼스가 오글거린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멤버 간 실력 차이가 컸다면 한 명만 눈에 보였겠지.

우리 무대가 끝나고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했다.

[연습생 커뮤니티 검색 순위]

1. 범나비 퇴출

2. 범나비

3. 이남주 얼굴

어그로를 끌었던 덕분인지 내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안 그래도 팬들한테 원성을 사고 있었는데 이번 어그로 때문에 더더욱 욕을 먹는 모양이었다.

-★ 범나비 퇴출 기원 ★

└ 예고편 보니까 잘하던데 왜 퇴출?

└ 본문 주소를 눌러주세요

└ 인터넷에 범나비 검색하면 이유 나옴

-ㅋㅋ 웃긴 건 돌연프 연습생들 얼굴은 괜찮다는 거

└ ㄹㅇ 감자 같은 놈들 없어서 좋음

└ 고구마는 있는 듯?

└ 얼굴 개빻았으면 안 보려고 했는데~ 봐야지~

└ ㅋㅋㅋ요새 대한민국 미남 다 죽었네 저런 얼굴이 괜찮은 수준이라면ㅠ 이남주가 제일 빛남

-범나비 진짜 노력하네 얼굴도 잘생겼는데

└ 어디가?

└ 열심히 하겠다고 하잖아 ㅇㅇ 열심히 연습한 거 티 나는데?

└ 그건 당연한 거고; 요즘은 당연한 게 당연하게 여겨지지를 않더라? 마지막에 안무 틀린 거 못 봄? 노력은 무슨;

└ 저렇게라도 노력 안 하는 놈들이 많으니까 그렇지 ㅅㅂ

└ ★ 범나비 퇴출 기원 ★ ★ 범나비 퇴출 기원 ★ ★ 범나비 퇴출 기원 ★

└ 예고편 못 봤음?ㅋㅋㅋ 무반주로 했잖아

-이남주 대인배네… 범나비한테 다가가는 모습 멋있어!

└ ㅇㅈ 나 같으면 죽이고 싶을 텐데

└ 이남주가 제 발로 나갔는데 왜 범나비를 죽이고 싶어 함?

└ 솔직히 FG 엔터에 이남주 빼고는 얼굴 볼 만한 사람 누가 있어 ㅋㅋ 다들 외모도 안 되고 능력치도 바닥 수준. 그런데 AA 엔터는 얼굴 밸런스 좋잖아… AA 연습생들+이남주였으면 바로 1군임

└ ㅇㅈ 범나비 가고 이남주 다시 왔으면 ㅠㅠ

└ 아니 FG 엔터 멤버들도 얼굴 합 좋은데? 다들 키도 크고…

└ ㅠㅠ 눈 좀 높여라

- 다들 이남주 좋다고 하네 나는 이남주 얼굴 별론데… 범나비 같은 날티 상이 좋음…

└ 아 눈치 보여서 말 못 했는데 이남주 잘생겼지 근데 얼굴 밸런스 파괴범임 ㅇㅇ

└ ㅋㅋ 글쿤~ 넘어가~ 너만 싫은 거임~

└ 이남주는 나중에 연기로 빠질 듯… FG 엔터 연습생도 잘생기긴 했지만 영…

이거 완전 범나비VS이남주 구도가 잡혔네. 커뮤니티 검색 순위에 내가 있을 수밖에. 그런데 웃긴 건 노래나 안무로 까는 댓글은 없다는 거였다.

-범나비 실력은 괜찮은데? 연습생 레벨 맞음?

└ 그러게? 이대로 데뷔해도…

└ 격한 무대였는데 라이브에 숨소리도 안 남;

└ 화목현이 예고편 영상에서 그랬잖아 메보로 범나비 들어와서 좋았다고 맞는 것 같음 고음 확실하게 잘 올라가네

└ 고음 올라가는데 편안하더라?

└ (평온한짤)진심 평온함…

└ 와 잘생겼다? 보정함?

└ ㄴㄴ 보정 안 함

-난 AA 연습생들 잘하는지 모르겠더라 이때까지 퍼포먼스만 보여줬잖아.

└ ??

└ 신종 어그로 신박하네 ㅋㅋ

└ 퍼포먼스 잘하는 게 노래 잘하는 거야

└ 노래 잘하는 건 아닌 것 같음 22

어그로를 끌어 분량을 잘 잡은 덕분에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보컬적인 부분은 나중에 보여줘도 되니까.

커뮤니티 댓글 확인을 마치고 잠에 빠지려는 찰나, 기숙사 문이 활짝 열렸다.

“야, 범나비!”

“어, 촬영 끝났어요?”

“아니, 너, 너……!”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주이든에게 반갑게 웃어주며 인사했다. 나를 보는 주이든은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똥 씹은 표정이었다.

“너! 왜 그렇게 있어……?”

“뭐가요? 저 그냥 있었는데요.”

“첫 화 봤어?”

“예, 좋았어요. 분량 많던데요?”

“분량 말고. 다른 건?”

다른 거? 없었다. 나, 이래 봬도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닌데. 지금 주이든이 저러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왜요?”

“지금 그런 말이 나와?”

“네, 모르겠어요.”

“하… 너 바보지?”

“제가 바보라고요?”

갑자기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뭐지? 말을 해줘야 알지 않을까. 나는 이유를 알려달라는 의미로 주이든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어깨를 잡으면 싫어할 것 같아서.

“너, 욕 많이 먹고 있잖아……!”

욕……? 커뮤니티에 올라온 욕들 말하는 건가. 하긴, 어그로꾼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 곧 너튜브 렉카들이 줄을 지으며 영상을 올릴 것이다. 당연히 나는 욕을 먹을 거고.

그런데 주이든이 이렇게 화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주이든,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왜 날 걱정하고 있지.

“괜찮아요.”

“이거 미친놈이네. 그게 괜찮아?”

그러면서 주이든은 주섬주섬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뭔가 했더니…….

“초콜릿?”

주이든이 나한테 초콜릿을 준다고?

“너, 너! 초콜릿 좋아하는 것 같길래!”

“어떻게 아셨어요?”

“아니, 방송 보니까 먹길래!”

버럭 화를 내는 주이든을 보면서 나는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우유가 들어 있는지 초콜릿이 부드러웠다.

“감사해요. 맛있네요.”

“…그래, 감사하다는 인사는 당연히 해야지!”

나는 주이든이 준 초콜릿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걸 준 이유는 딱 하나. 방송에 초콜릿 먹는 모습이 많이 나왔다는 건데. 그랬나? 내가 나오는 장면은 빠르게 넘기고 남들이 나오는 장면만 유심히 본지라.

남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파악을 해야 했으니까.

“이것도, 이것도!”

“하나가 아니에요?”

“그래서 불만……?”

“아니요. 불만은 없어요…….”

그렇게 주이든은 어마어마한 양의 초콜릿을 나에게 주더니 샤워를 한다며 떠났다. 홀로 남겨진 나는 저 멀리에서 걸어오는 정요셉과 이정진을 발견하고 다시 인사를 했다.

“우리 막내~ 초콜릿 좋아하더라~?”

“여기 초콜릿.”

그런데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같이 나를 보면서 초콜릿을 건넸다. 뭐지?

“…감사합니다.”

팬심으로 받는 게 아닌, 멤버들이 주는 초콜릿은 처음 받아보았다.

‘기분이 이상하네.’

지금껏 이런 호의를 받은 적이 있었던가. 나는 멀어지는 멤버들을 바라보다가 가방 안쪽의 비밀 공간에 초콜릿을 넣었다. 이건 필요할 때마다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

퇴사하고 홀로 집에 있던 이백수는 친구의 손에 끌려 TV 앞에 앉았다.

“야, 그거 꼭 봐야 해?”

“꼭 봐야 함. 존나 재밌다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다 똑같지.”

“얼굴부터가 다르다니까?”

얼굴이 중요한가. 음… 중요하긴 하지. 아이돌이라는데. 요 근래 친구가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빠졌다. 그에 비해 난 아이돌은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해 봤자 돈만 쓰게 되지. 그런 곳에 돈 쓰기는 싫었다.

아무리 봐도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데.

“어?”

검은색 머리에 왼쪽 눈 밑에 두 개의 점이 박힌 연습생이 눈에 들어왔다. 잘생겼네. 날티가 나면서도 입꼬리를 올리면 귀여웠다.

“야야, 쟤 누구야?”

“범나비?”

“범나비?”

이름도 희한하네. 치킨을 뜯으며 돌연프를 보는데 악편이 심했다. 너무 심한 나머지 인상이 찌푸려졌다. 특히 범나비와 이남주 간의 라이벌 구도가 심했는데, 범나비와 이남주를 악마와 천사처럼 편집해 놨다.

이건 누가 봐도 저 둘 서사에 과몰입하라는 장치잖아. QTQ는 변하지도 않네.

“나는… 목현이가 좋더라. 모델 바이브에 몸이 건강하잖아. 너는?”

“나?”

나는… 아직 없다. 그런데…….

“짜증 나는 녀석은 있어.”

“누구?”

“범나비.”

“걔? 잘생기긴 했지. 그런데 왜?”

“왜긴…….”

신경이 쓰였다. 범나비의 행동을 보면 은근 모범생 같은 느낌이 났다. 허리가 바닥에 닿을 것처럼 인사를 하면서도 자세가 바르다.

“이제 아이돌은 싫어.”

“아하, 걔 때문에?”

“그것도 있는데… 그냥 싫어.”

‘쟨 아이돌 아니면 다른 건 못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려고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 존나 싫어.”

7년 동안 좋아했던 그룹의 최애 멤버가 속도위반으로 세쌍둥이 아빠가 되었다. X발.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책임을 지는 게 멋져 보였으니까. 그런데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에 나오다가 몇 개월 뒤 이혼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나는 강제로 탈덕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오점. 개XX. 내가 그렇게 살라고 앨범 산 줄 아나?

그때를 생각하면서 앞으로는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다짐했는데…….

“싫긴. 그러다가 빠지는 거야.”

“…그래서 싫다고.”

“나중에 범나비 HI 엔터 영상이라도 봐. 너튜브에 있을걸?”

“안 봐.”

그딴 걸 왜 봐?

이백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돌 영상을 보느니 차라리 드라마 한 편을 더 보겠다고.

그러나 친구는 이미 영상을 재생시키고 있었다.

[AA 엔터 무대 ‘DISS’]

호기심이 사라지기 직전, AA 연습생들의 무대가 오르면서 카메라가 범나비를 화면에 담았다. 무대의 조명이 꺼지면서 붉은 조명이 범나비를 삼켰다.

-삐용! 삐용! 삐용!

사상자 발생! 사상자 발생!

(I don't wanna go)

(I don't wanna go)

날 살려줘

수갑이 아닌 넥타이로 손목을 묶은 범나비가 앞으로 나오면서 넘어지는 연출이었다. 앞에 있는 화목현이 범나비를 잡으면서 붉은 조명이 꺼지고 하얀 조명이 켜졌다.

“미, 미쳤어!”

친구가 난리를 치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백수는 가만히 범나비를 바라보기만 했다.

“범나비… 몇 살이라고?”

“19살이던가?”

“뭐?”

곧 범나비는 손목에 묶여 있던 넥타이를 입술로 풀었다. 그러더니 넥타이를 양손으로 잡고 카메라를 향해 총알 쏘는 안무를 했다.

-너를 향한 신호탄

나를 가르는 칼날

불꽃놀이처럼 형형색색의 넥타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칼군무가 펼쳐졌다. 그렇게 한 치의 오차 없이 군무가 이어졌다.

“실수했네.”

“아, 아깝네.”

그러나 실수가 맞는데도 실수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안무처럼 보일 정도. 곧 범나비의 단독 안무가 펼쳐졌다. 이백수는 무대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영상에 집중했다.

후반으로 가면서 화목현을 제외한 모두가 주머니에 넣었던 넥타이로 눈을 가린 채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New world

무대는 끝났다.

“와… 미쳤어! 어휘력이 부족해서 뭐라 할 말이…….”

“…….”

눈에는 계속 범나비만 보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때 친구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어! 야야, 너튜브에 영상 올라옴.”

“뭔데?”

“자기소개랑 돌연프 안무 영상이라는데?”

친구는 범나비의 돌아온 연습생 안무 영상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은데.

[AA 범나비 : 안녕하세요. AA 엔터 연습생 범나비라고 합니다.]

[AA 범나비 : 돌아온 연습생을 춰보려고 합니다.]

고양이 분장까지 한 범나비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단정한 교복에 귀여운 고양이 머리띠, 그리고 손에는 고양이 장갑까지.

얼굴은 양아치처럼 생겼으면서 감히 단정하게 교복을 입어?

[AA 범나비 : (부끄러움)그… 저를 뽑아주시면 실망하시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슨 반장 선거 나가? 범나비는 수줍게 웃으면서 돌아온 연습생 안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거기에 노래까지 부르다니.

진짜…….

[AA 범나비 : 프로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짜증 나네.

“마음에 안 들어.”

“그래도 귀엽지 않아?”

“귀엽기는…….”

“귀엽다면서 손은 정직하다?”

“정직이 아니라…….”

스스로도 모르게 손이 다음 영상을 보려고 움직이는 거다. 원래 인간은 실망의 동물이다. 어쩌면 얘도 변할지도 모르지.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을지도. 그래도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백수의 입덕 부정기였다.

***

너튜브에 올린 돌아온 연습생 개인 안무 영상은 성공적이었다. 하루 만에 조회수 10만을 돌파한 것이다. 아마 어그로로 욕을 먹었던 내가 누군지 다들 궁금해한 것 같다.

내 실력을 까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응원해 주는 팬들이 모이면서 조회수는 빠르게 올라갔다. 덕분에 알고리즘을 탔다.

근데 문제는… 나 때문에 긴급 팀 회의가 열렸다는 거였다. 내가 욕을 먹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제 어그로는 끌지 말자. 우리 팀 분량이 많아져서 좋긴 하지만.”

“…아, 그건…….”

“끌지 말라면 마.”

단호한 화목현의 대답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그때 정요셉이 끼어들었다.

“리더, 우리 막내가 시무룩해졌잖아~ 어그로가 나쁜 것도 아니고. 우리 분량 괜찮았잖아?”

“그래도 욕을 먹잖아. 데뷔 전에 이렇게 욕을 많이 먹는 건 좋지 않아.”

“에이~ 그래도 영상 보면 칭찬도 많은데? 형이 너무 걱정하는 거라니까.”

끈질긴 정요셉의 설득에도 화목현은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요셉아, 연예인은 멘탈 싸움이야. 먼저 데뷔한 너는 알잖아.”

“아, 알지~”

“아는데 그렇게 말해도 돼?”

“아, 알았어~ 우리 리더가 그렇게 말하니까. 막내야, 어그로는 적당히 끌자? 응?”

확실히 돌연프가 어그로를 끌어준 나에게 분량은 챙겨주었다. 개인 인터뷰도 올려주었으니까.

“난 리더 형 말에 반대! 이미 관심도도 높고 그 어그로 때문에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갑자기 얘가 몸을 사리면 캐릭터가 확 줄어들고 우리 분량도 없어지잖아!”

주이든의 말을 들은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그렇지! 우리 이든이가 말은 잘한다~!”

주이든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정요셉이 나섰다.

“나는 화목현 의견에 한 표.”

이정진은 화목현에게 다가가 앉았다. 이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서둘러 나는 입을 열었다.

“이든 형 말처럼 제가 어그로를 끌어서 분량을 쌓았는데, 어그로를 아예 없애 버리면 안 좋을 것 같아요. 돌연프가 워낙 어그로를 좋아해서.”

“그래서 계속하겠다는 거야?”

“아니요. 그냥 적당히 할게요…….”

그렇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그리고 먼저 기숙사에 들어왔다. 내일은 돌아온 연습생 무대가 있는 날이라 일찍 자야 했다. 아이돌에게는 컨디션이 생명이니까. 그래서 침대에 누우려는 찰나, 먼지가 들어갔는지 눈이 따끔거렸다.

손등으로 눈가를 비비고 있는데, 타이밍 좋게도 기숙사로 들어오는 주이든과 눈이 마주쳤다.

“너, 울어……?”

“예? 안 울어요. 눈에 뭔가 들어가서…….”

“…울었네!”

안 울었는데? 내가 울었다고 오해한 주이든이 인상을 팍 썼다.

“그렇게 생겨서 여리긴. 몰래 울면 모를 줄 알아?”

“안, 안 울었어요!”

“울었잖아. 우리 리더가 무섭긴 하지만!”

이건 화내는 거야, 위로해 주는 거야. 주이든은 자기 가방에서 곰돌이 손수건을 꺼내더니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래도 리더 형이 울리려는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알아요…….”

당연히 날 걱정해서 하는 말 아니겠어. 멤버들은 날 눈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너, 울면 안 돼!”

“예, 안 울어요.”

“안 운다고 하면서 눈가가 붉어?”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요.”

“거짓말 같은데?”

진짜로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고. 내 눈을 보여줘야 믿을 것 같았다. 하지만 먼지를 어떻게 보여줘. 그냥 입을 다물 수밖에.

“울었지?”

“…예? 울긴 울었죠.”

먼지가 들어가서.

주이든은 발을 동동거리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봐, 울었네. 어디서 거짓말을……!”

더 말을 얹다가는 새벽까지 대화가 이어질 것 같았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 컨디션을 조절하려는 찰나, 몸이 무거웠다.

“형? 저 몸이 무거운데요.”

“이것도, 이것도… 괜찮아. 이불은 안 무거워.”

이불을 내리니 주이든이 챙겨 온 이불을 내 몸 위에 올리고 있었다.

“아프지 말라고!”

“…안 아픈데.”

도대체 위로가 왜 항상 이런 식인지. 그래도 이불이 포근해서 잡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이걸 좋다고 표현해야 하나.

“좋지?”

“…좋네요.”

“그렇지? 그럼그럼, 누가 해줬는데.”

저렇게까지 말하니… 좋다고 해줘야겠다. 나도 눈치라는 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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