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5화 (5/235)

5. 돌연프 첫 시작

QTQ 방송국.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인터뷰 영상을 보던 방송작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스타성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역시 대한민국 삼사 소속사를 꼬드겨서 연습생을 받은 보람이 있었다. 이런 애들을 굴리면 시청률은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다른 방송국에서 했던 돌연프 전 시즌은 사건 사고가 터지면서 방송 자체가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QTQ 방송국은 이번에 제대로 이를 갈았다.

“AA 엔터도 대단하다. 전에 아이돌 한번 망하지 않았나? 이름이 뭐였더라?”

“후스트?”

“그래서 이번 애들 이름이 네스트냐?”

“그렇죠?”

방송작가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후스트는 정말 망돌이었다. 어느 프로그램에 섭외되어도 예능 멤버가 없어서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았다.

“그런데 또 아이돌을 낸다고? 돈은 어디서 나오지? 스폰인가?”

“AA 엔터가 스폰을 하겠어요? 아이돌 빼면 잘나가잖아요. 이번에 QTQ랑 협업했던 예능 프로도 좋았고.”

“욕심이 그득그득하네.”

“원래 있는 놈들이 더해서 그렇죠~”

맞는 말이었다. AA 엔터는 ‘아이돌만 못하는 엔터’라는 욕을 들을 정도로 아이돌 사업에 무지했다.

밖에서 무슨 말을 하든 말든 방송작가는 돌연프 연습생 커뮤니티를 보며 화제의 인물을 확인했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영상 떴다 ㅅㅂ 근데 별로인데?

└ 별로임?

└ ㅇㅇ 잘생긴 애들 몇 명만 있음 ㅋㅋ

└ 아;; 싫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잘생긴 애들 보는 맛으로 보는 거 아님?

└ 원래 리얼 연습생 프로젝트 망해서 새롭게 만든 프로그램이 돌연프잖아 ㅋㅋㅋ 누가 망한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싶겠어~

└ 그렇다고 하기엔 AA 엔터나 HI 엔터 연습생들도 있는데? ㅎㅎ

└ ㅋㅋㅋ 그래서 더 망할 것 같다고 이번에도 투표 사재기 같은 거 있는 건 아닐까 ㅠ

-원래 HI 엔터 돌연프 안 하기로 했잖아? 왜 함?

└ 연습생 AA 엔터로 이적해서 분위기 잡기 위한 본보기로 하는 거

└ 누가 이적함?

└ 범나비 ㅇㅇ

└ 아; 범나비가?

└ 왜 범나비가 누군데?

└ HI 엔터에서 제일 밀었던 연습생

└ HI 엔터는 뭐 함? 범나비 많이 알려진 연습생이잖아 개무능하네;

└ ㄴㄴ HI 엔터한테 뭐라고 하지 마ㅋㅋㅋ 범나비가 지 발로 간 거임

-HI 엔터 개불쌍ㅠ

└ ㄹㅇ ㅠㅠ HI 엔터가 제일 불쌍하지 금금이가 범나비랑 얼마나 친했는데… 우리 금금이 불쌍해…

└ AA 엔터가 더 좋아서 간 걸 수도 있잖아?

└ HI 엔터가 얼마나 밀어줬는데 ㅋㅋ 의리 모름?

└ 연예계에 의리는 무슨;;ㅋㅋㅋ 범나비 언플 개오지네 ㅅㅂ 게시판 다 범나비랑 HI 엔터로 도배 중 ㄷㄷ

└ ㄴㄷㄴㄷ HI 엔터 입장에 감정 이입됨… 지금까지 밀어준 자식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간다? 나 같으면 진짜 이 간다 ㅅㅂ

돌연프 연습생 커뮤니티를 보고 있던 방송작가는 미소를 지었다. 언플이 많지 않아 걱정이었던 돌연프가 범나비 하나로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오르다니 희소식이 아닌가.

이렇게 계속 불타주면 좋을 텐데.

[안녕하세요. AA 엔터 소속 연습생입니다!]

[안녕하세요~]

방송작가는 인사하는 네스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중에서 범나비가 눈에 들어왔다.

“얘가 이번에 들어온 연습생이지?”

“원래 HI 연습생이었는데, 옮겼다고 하더라고요.”

“이름이?”

“범나비라고 하던데.”

“이름도 특이하네.”

의자에 앉아서 인터뷰를 시작한 다른 멤버와 다르게 범나비만은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이.

[안녕하세요, 범나비 연습생.]

[안녕하세요. AA 엔터 소속 범나비입니다.]

방송작가는 고개를 내려 범나비의 프로필을 훑었다. 네스트에서 막내로 19살. 눈가에 있는 두 개의 점이 포인트. 감이 왔다. 얼굴, 실력, 어그로. 삼박자가 어우러졌다.

[프로필을 보니까 HI 엔터에서 AA 엔터로 옮겼던데 이유가 있나요?]

[AA 엔터 팀장님께서 절 좋게 봐주셔서 옮기게 되었어요.]

[아, 그렇다면 그건 알고 계시나요?]

AA 엔터로 옮긴 게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문제라면,

[AA 엔터에서 나갔던 연습생도 여기 나오는데.]

AA 엔터에서 나왔던 연습생도 돌연프에 출연을 한다는 것.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은 구도였다. 서사적으로 재밌으니까. 방송작가는 범나비가 입을 열어서 어그로를 끌어줄 대답을 해주길 기다렸다.

[안 그래도 보고 싶었습니다.]

[하하, 그건 무슨 말이죠?]

[그냥 말 그대로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입꼬리를 올리면서 활짝 웃자 정말로 보고 싶어 한다는 연출이 되어버렸다. 브금만 바꾸면 상황을 더더욱 극적으로 만들 수 있겠지.

[이번 무대 영상으로 심사 위원의 평가를 받게 되는데요. 본인 그룹이 몇 점을 받을 것 같나요?]

[100점이요.]

[그렇다면 본인의 점수는 몇 점인가요?]

[0점……?]

범나비는 높은 점수를 부르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 방송작가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역시 막내는 막내네. 꽤 재밌는 답변이었다.

“이 부분, 편집하면 재밌게 나오겠네.”

네스트의 인터뷰 영상이 끝나고 방송작가와 PD는 눈을 마주쳤다.

“범나비로 어그로를 끌면 되겠네요?”

“그래, 1화 선공개로 올리면 난리가 나겠지.”

방송작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 대답에 재밌는 서사를 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방송이 재밌지 않겠나.

프로그램이 재미없으면 연습생도 뜨지 못하니까. 그렇게 방송작가는 합리화를 했다.

***

방송작가와 만나기 직전, 눈앞이 반짝거리길래 뭔가 했더니…….

[문제 2, 아이돌이 지녀야 할 덕목은 ■■■이다.

정답:

풀이:비공개]

지난번에 봤던 것과 똑같은 시스템창이었다. 또 세 글자……? 틀리면 페널티를 받을 게 뻔했다.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져 있는데, 문득 ‘돌연프 PD가 어그로를 좋아하던데’라는 화목현의 말이 떠올랐다.

‘어그로를 좋아해요?’

‘그래, 돌연프 전에 했던 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는데 꽤 인기를 끌었거든. PD가 이번에 QTQ 방송국으로 옮기고 맡은 첫 작품이라 어그로 끄는 연습생을 밀어주지 않을까 싶어.’

화목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돌연프는 훗날 시즌 4까지 나왔고, 계속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의 비결은 악마의 편집과 어그로였지만.

나는 다시 빨간색 노트에 대고 말했다.

‘정답 어그로.’

[정답, 어그로입니다!

풀이:돌연프 방송 관계자는 어그로를 심하게 좋아합니다.

그리고 서사도 좋아하죠.

시청자들은 관계성을 좋아하고요.

어차피 돌연프 방송 관계자는 당신으로 어그로를 끌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돌연프 방송 관계자가 왔을 때 일부러 어그로를 끌었다. 방송작가의 얼굴을 보니 성공적인 것 같긴 했는데, 뭔가 아쉬웠다. 내가 언제 어그로를 끌어봤어야 끌지.

“막내야, 너 말 잘하더라?”

“제가 말을 잘했나요?”

“어~ 특히 보고 싶었다고 한 거. 난 네가 소극적으로 할 줄 알았거든.”

“아… 진심이었는데.”

“진심은 무슨. 어그로 끌려는 목적이 다분해 보이던데~”

내 옆에 앉은 정요셉은 기특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비야, 난 잘했다는 칭찬은 못 하겠다. 어그로를 너무 심하게 끌었어.”

정요셉과 다르게 화목현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해. 다음부터는 조심하고.”

“죄송해요.”

“앞으로 조심하면 돼. 죄송할 필요는 없고.”

등을 툭툭 두드리는 화목현의 손길이 무거웠다.

“다 왔어? 타! 근데 운전석 옆은 안 된다. 짐을 많이 놔서.”

소속사에서 구해준 밴의 맨 뒷좌석에 앉자마자 이정진이 물을 건넸다. 말수가 적은 멤버. 이제껏 한 번도 대화해 본 적이 없는 멤버였다.

“여기 물.”

“고맙습니다.”

특히 항상 단답형으로 말해서 조금 특이한 아이돌로 소문이 나기도 했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주이든은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남은 자리는 내 옆자리뿐이었기에.

“형, 옆으로 가봐!”

“싫어.”

“나 창가 쪽에 있고 싶은데……!”

“거짓말.”

“아니거든!”

“나도 창가가 좋아.”

이정진은 창가가 좋다며 옆을 내주지 않았다. 결국 주이든은 어쩔 수 없이 가운데 자리에 앉더니 내 옆에 앉기 싫었다는 듯 다리를 이정진 쪽으로 돌렸다. 그랬더니.

“나비야, 좁아.”

“아, 죄송해요.”

“옆자리 비는데.”

이정진이 옆자리가 비었다고 말했으나 주이든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차가 출발하면서 급정거를 해버렸고, 결국 주이든의 다리는 좁혀졌다.

“형, 편해요?”

“조금.”

급정거 덕분에 뒷좌석을 넓게 쓸 수 있었다.

“얘들아, 내가 원래 이런 말은 잘 안 하거든.”

QTQ 방송국에 도착했을 때 팀장님이 말을 꺼냈다.

“너희들, 걔랑 친하게 구는 척하지 마라.”

“왜요?”

“친하게 지내면 어그로만 끌려.”

걔가 걘가? AA 엔터에서 나간 연습생.

“아~ 대외용으로 친하게 지낼게요. 됐죠~?”

“불안해.”

주이든이 손을 들더니 나를 가리켰다.

“이미 범나비 때문에 어그로 끌렸는데요?”

“그건 방송용 어그로가 아니잖아.”

팀장님이 나를 두둔하자 주이든은 입을 다물었다.

“쳇.”

주이든이 혀를 차며 몸을 옆으로 틀었다. 주이든과는 친해지기 힘들 것 같네. 다시 밴이 움직이고 QTQ 방송국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어? 뭐야.”

그곳에는 [AA 연습생]이라고 적혀 있는 깃발이 걸려 있었다. 돌연프의 첫 시작을 알리는 깃발이었다. 곧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돌연프 관계자가 차 문을 열더니 안대로 우리의 눈을 가렸다.

“와하하! 이게 뭐야. 내 눈을 가리다니~!”

정요셉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을 뻗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잡히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한번 손을 내밀자 손이 누군가의 등에 닿았다.

“누구야?”

주이든이었다. 이래서 3줄 요약을 보면 안 된다. 돌연프는 3줄 요약과 팬들의 반응만 봤기 때문에 나조차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계단에 오르고 앞으로 직진하자 돌연프 관계자가 멈춰 섰다.

“AA 엔터 연습생은 안대를 벗어주시면 됩니다.”

돌연프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서 안대를 벗자마자 네모난 형태의 무대가 보였다.

“스튜디오인데?”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화목현이었다.

“와, 여러분, 안녕하세요~!”

뒤이어 정요셉이 손을 흔들었다. 초반부터 눈을 가린 채 스튜디오에 오게 할 줄은 몰랐는데…….

“이번에 들어온 연습생들은 AA 엔터 소속입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인사해 주세요.”

MC의 말에 화목현이 우리를 보며 눈짓했다. 인사하라는 신호.

“얘들아… 하나, 둘, 셋!”

화목현의 말에 ‘안녕하세요. AA 엔터 연습생입니다!’를 크게 외치며 멤버들은 고개를 숙였다. 5명의 외침에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했다.

“그러면 AA 엔터의 표식인 빨간색 의자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빨간색 의자에 앉았더니 옆의 주황색 의자에 앉아 있는 금금이가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원래대로라면 HI 엔터 연습생들은 돌연프에 출연하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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