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4화 (4/235)

4.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준비(2)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연습생 리스트가 추가로 올라오자, 홈페이지를 확인한 네스트 팬들은 난리가 났다.

-AA 엔터 소식 들은 사람?

└ 이런 소식 전하는 사람이 말해주는 건 보통 재미가 없더라

└ ㄴㄴ 재밌는 소식임

└ 그래서 뭔데?

└ HI 엔터에 있던 범나비 연습생 앎?

└ ㅇㅇ

└ 걔 AA 엔터로 이적함

└ 진심?

└ 내 친구가 금금 팬인데 소식 들었음

└ 그러면 돌연프 나오겠네?

-AA 엔터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 뭔데?

└ 5명 이미 완벽한데 한 명 더 들어옴ㅋ

└ 아 그 얼굴 잘생긴 애?

└ ㅇㅇ 근데 걔 소문 안 좋잖아

└ 무슨 소문?

└ 손버릇도 안 좋고 할머니랑 사는데 예의범절도 모른다는 ㅋㅋ 연예인병 제대로 걸림

└ 그런 애가 연습생임? 네스트 애들 개불쌍하다

-우리 네스트는 4인임

└ ㅇㅈ

-네스트 팬들아 ㅠㅠ 퇴출 시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 ㄱㄴㄲ;; 우리 애들 5년 동안 뼈 빠지게 데뷔 준비했는데 ㅋㅋ 한 놈 때문에 이렇게 망할 수는 없음

└ 범나비가 아무리 잘생겨도 용서가 안 되는 건 싸가지랑 손버릇

└ 이미 싸가지에서 거름 ㄹㅇ

└ 범나비 고등학교 안 나왔다고 하던데 연습생 한다고

└ 누가 그럼?

└ 옛날에 범나비 팬이 글 올린 거 있음

└ 가져와 봐;; 가져오고 말을 해야지

└ 가져오고 싶은데 옛날 글이라…

└ ㅋㅋㅋ

└ 왜 웃어?

└ ㅋㅋㅋ아니야~

웃긴 사실은 내가 연습생을 때리고, 손찌검을 했다고 커뮤니티에 거짓 소문이 퍼져 나간 것이었다.

난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아서 나중에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데 말이다.

-ㅠㅠ 우리 네스트 이제 잘되는 건가 싶었는데

└ 돌연프도 기대하고 있었다고;; 짜증

└ 이번 돌연프에서 춤 장르별로 카테고리 주지 않았나?

└ 그건 어디서 나온 떡밥임?

└ 스태프가 카테고리 찍어서 글 올림 나중에 디스토피아로 연어하면 나옴 ㄱㄱ

아무래도 말투가 비슷비슷한 게 한 사람이 계속 글을 올리는 것 같았다. 선동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딱히 물증이 없어서 생각에서 지웠지만.

-AA 엔터는 멍청함. 팀 순위는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고

└ 지금 실시간으로 팀 순위 내려가는 중…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범나비 소문 퍼졌나 봐 AA 엔터 순위 확 내려가서 7위임

…제일 중요한 건 돌연프 팀 순위가 계속 하락 중이라는 거였다.

“범나비? 내 이름은 화목현이야.”

“…안녕하세요.”

AA 엔터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화목현이 말을 걸어주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미소다. 웃는 낯에 침 뱉기는 힘드니까.

“일단 나이가?”

“저 19살이요.”

“아, 내가 3살 많으니까 말은 놓을게.”

화목현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원래 진지한 성향인 화목현이다. 그래서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그런 화목현이 나에게 다가온 이유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연습생 때리고 그랬어?”

“아니요. 연습생을 때렸다면 HI 엔터에서 절 퇴출시켰겠죠.”

“소속사가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고?”

“몸이 안 좋아서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어요. 아마 동창에게 제 이름을 물으면 그런 애가 있었냐고 할 거예요.”

“그래? 그러면 손버릇은?”

“손버릇은 없어요. 할머니께서 예의범절 하나는 잘 가르쳐 주셨거든요.”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화목현의 반응을 기다렸다. 믿어줄까? 아니, 한 번 본 사람을 믿을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화목현이라면 믿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잠시 고민에 빠진 화목현이 팔짱을 낀 채로 내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다. 나 또한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했다.

“음… 널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어차피 팀장님이 생각보다 완강하시거든. 그래서 우리는 널 믿을 수밖에 없어.”

나에게 무슨 소문이 있든지 나를 안고 가려는 팀장님의 태도가 완강해 보이긴 했다.

“원래 연예계가 그렇잖아. 한번 꼬리표를 달면 죽을 때까지 달아야 하는 거.”

“……!”

“그래서 우리는 널 가지고 도박을 하는 거야. 네가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은 본인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널 비난하겠지. 하지만, 네 말이 진실이면 사람들은 돌아설 거야. 좋은 쪽으로.”

“그래서 시험해 보자는 건가요?”

“맞아. 팀장님도 해명하기 싫다고 하셨어.”

“해명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요?”

“그래, 해명을 해봤자 좋지 않은 결과만 초래할 뿐이니까.”

그건 맞는 말이었다. 특히나 연습생의 나쁜 소문은 중대한 사안이다. 더더욱 사실도 아니라서 해명할 가치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 본 사람을 믿어준 화목현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넌 우리 막내잖아.”

막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낯가린다고 생각했는지 화목현은 인자한 스님처럼 미소를 지었다.

“이제 연습 같이 해야지?”

“네… 같이 해야죠.”

“연습하다가 도망가는 연습생들이 많았거든.”

왜일까. 그 인자한 미소를 보자마자 이 연습생 생활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지션은?”

“노래랑 춤이요.”

“춤은 겹치니까 노래로 승부를 봐야겠네.”

네스트는 춤을 잘 추는 연습생들이 모인 그룹이었다. 퍼포먼스와 칼군무는 다른 아이돌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건 나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노래는 부족해서 라이브 실력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는 했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면서 그런 평가는 없어졌다. 피나는 노력으로 라이브를 잘하는 그룹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저렇게 독하게 아이돌을 하는 이유가 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

“우리 팀에 노래를 잘하는 애가 없거든.”

“저도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특출나게 잘한다는 표현은 아니었다. 그저 평탄하게 고음을 잘 지르고, 라이브를 잘하는 정도였다. 이런 내 말이 겸손하게 느껴졌는지 화목현의 눈가가 접혔다.

“그래, 그렇게 지내면 별 탈은 없겠다.”

“네?”

“잘 지낼 것 같아서. 그냥 해본 소리야.”

겸손하게 지내라는 말인가? 팀에서 노래 잘한다고 굳이 표출할 이유도 없긴 하지.

“이든아, 다른 애들은?”

“화장실 갔어.”

“그래? 이든아, 인사하자.”

주이든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들었다.

“내 이름은 주이든…….”

“저는…….”

내가 말하려는 찰나 주이든이 고개를 숙이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명백히 나를 무시하는 태도에 화목현은 애써 미소를 지어주었다.

차라리 소문처럼… 인간쓰레기가 나을 것 같네. 그러면 상처를 안 받았을 텐데. 뒤이어 화목현이 나에게 가사지를 줬다.

“나비야, ‘DISS’라는 노래랑 안무 외울 수 있겠어?”

“네, 외울 수 있어요.”

주어진 시간은 5일. 하루 만에 노래와 안무를 외우고 무대에 올라가는 연말 시상식처럼 생각하면 되겠지.

***

연말 시상식은 무슨. 이건 미친 짓이다. 5일 동안 노래와 안무를 외우려고 하자 머리가 복잡했다. 내가 착각한 부분도 있었다. 하루 동안 안무를 외웠던 건 키오로 활동하던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안무를 따는 스킬이 몸에 배지 않아 힘들었다.

“하아…….”

잠깐 연습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빨간색 노트를 문질렀다.

‘이거, 그 후에 아무 반응이 없었지…….’

정답을 맞히고 난 뒤, 빨간색 노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이돌 노트라고 했었지. 다시 한번 노트를 열어봤다.

[♥정답을 맞히지 못할 시 주의 사항!♥

첫 번째! 페널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페널티는 죽음, 고통, 안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 번째! 팬들이 보는 앞에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 죽어도 돌아올 수 없습니다.

주의 사항을 확인하셨나요?]

…죽어도 돌아올 수 없다는 건, 이번처럼 회귀 같은 것도 못 하고 아예 죽는다는 소리겠지.

【혹시 페널티가 궁금하실 경우, 간접적으로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체험하시겠습니까?】

그걸 누가 미쳤다고 체험해? 재빠르게 빨간색 노트를 닫았다. 그러자 생수를 마시던 정요셉이 나에게 다가왔다.

“아까 들어봤는데… 우리 막내, 노래 잘한다?”

“칭찬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우리 막내, 내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기억이 안 나서.”

“정요셉이요.”

“에이, 뒤에 형이 없잖아, 형이. 우리 막내, 매몰차네……?”

자고로 나는 정요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 이유가 다 있다. 정요셉은 전생에 나를 대놓고 싫어했었다.

웃긴 일이지. 새로 살고 보니까 이런 게 달라지네.

“우리 막내, 날 형이라고 불러야지?”

“…예, 정요셉 형.”

“아, 친근하지 않다. 성을 빼고 불러야지~”

“예에… 요셉 형.”

입에서 가시가 돋는 것 같았다. 그동안 형 소리를 듣기만 했지, 내가 형 소리를 직접 내뱉을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내가 형이라고 부르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정요셉은 발을 동동 굴리며 연습실이 떠나가라 웃었다.

“오늘 어차피 돌연프에 보낼 인터뷰 찍을 거니까 ‘친한 멤버가 누구예요?’라는 질문이 나오면 나를 지목해~”

내가 의문이 담긴 시선을 보내자 정요셉이 눈을 접으며 웃었다.

“우리 막내가 왜 나를 지목해야 하냐면… 내가 팬들에게 제일 친근한 멤버거든. 몇 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해서.”

“…네?”

“그러니 나를 지목하면 팬들도 어느 정도는 수긍할 거라고.”

나는 팬들의 인정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본인은 착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뜻인가…….

“좋은 방법이네요.”

“그렇지? 너도 좋고, 나도 좋고.”

그래도 너무 친하게 보이면 좋지만은 않을 거다. 이제 막 들어왔는데 벌써 친한 멤버가 생겼다고 도리어 욕을 먹을 수도 있었다. 일단은 적당히 친하게 지내야지…….

“자! 얘들아, 안무 준비하고!”

“예!”

“팀장님 오시면 안무 영상 찍을 거니까 적당히 준비하고 있자.”

그렇게 각자 준비를 하면서 팀장님이 오시길 기다렸다.

“얘들아, 내가 왔다.”

“오셨어요?”

2시가 되자 연습실 문을 열고 팀장님이 도착했다. 그리고 팀장님은 우리에게 이름표를 나눠주셨다.

“오늘은 돌연프 PD님께 보낼 영상을 찍을 거야.”

“네.”

“그리고 안무 영상을 찍으면 돌연프 스태프들이랑 인터뷰도 할 거니까 대답 잘하고. 중요한 거니까 말 잘해야 한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인터뷰도 진행할 모양이네. 나는 옷에 이름표를 달았다. 팀장님은 가방에서 마치 비싼 도자기라도 된다는 듯 카메라를 꺼냈다.

“팀장님? 그거 비싼 건가요……?”

조용히 있던 주이든이 말했다. 팀장님은 턱을 만지면서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든아. 비싼 거야. 그러니까 발로 카메라 치지 마.”

“예? 팀장님 돈도 없잖아요!”

“돈 없어도 카메라는 빌릴 수 있거든? 일단 대형부터 잡아보자!”

하지만 카메라 지지대는 못 빌린 건지 팀장님은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이든아, 옆으로 조금만 옮기자.”

“네, 형……!”

화목현은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대형을 확인했다.

“나비야, 영상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긴장.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였다. 나는 중앙에 무릎을 꿇은 화목현의 뒤에 서서 눈을 껌뻑였다.

“얘들아, 다 좋아. 다 좋은데… 넥타이로 눈을 가려도! 언제나 시선은 카메라를 노려보자!”

“예!”

“기운 좋고! 오늘도 행복하게!”

거울에 보이는 ‘나비’라는 이름을 보면서 입술을 다물었다. 이제 시작이겠지.

“자, 노래 튼다. 넥타이 준비하고!”

나는 넥타이로 눈을 가린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앞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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