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화 (1/235)

1. 범나비 회귀

망했다, 내 아이돌 인생은.

“미안해, 형. 스캔들이 날 줄은 몰랐어…….”

“…….”

“그냥 같이 차에 타기만 한 건데 이렇게 될 줄은…….”

나는 금금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사의 댓글을 보니 눈앞이 아찔했기 때문이다.

[추억의 아이돌 키오의 멤버 금금, 또 다른 여자의 비밀?]

[팬들도 등을 돌렸다. 더 이상 봐줄 수 없는 팬들의 외침.]

[이제 키오에 리더만 남았는데? 키오의 앞날은]

[HI 엔터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

-키오 망함 ㅊㅋㅊㅋ

-아 드디어 안 볼 수 있네 원래 잘나가다가 훅 꺼지는 아이돌이 볼 맛 남 ㅠ 깔 수 있잖아

└ PPT 땁니다 ㅋㅋ 이런 댓글이 달려야 하는데 안 달리네? 팬들도 키오 버렸나? ㅋㅋ

└ ㅋㅋㅋㅋㅋㅅㅂ 스캔들 마약 이런 게 터졌는데 달리겠어?

└ 키오 대장인 범나비만 불쌍함 ㅠㅠ

└ 불쌍하긴 걔도 똑같음 올려치기 ㄴㄴ

└ 왜 걔도 뭐 있음?

└ 몰랐음? 걔 뒤에서 스태프한테 갑질하고 그러잖아 ㅋㅋ 자기 멤버가 터져서 범나비는 묻혔음~

└ ?헐 팬들이 걔 인성 좋다고 했잖아 범나비 ㅋㅋ 아니었음?

└ 그럴 리가 연예인은 속이 다르잖아 ㅠ

-조용히 산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팬들 생각 안 하니?ㅎㅎ

-키오 굿즈 팝니다! 제발 사주세요…

- 사고 쳤으니 이제 군대 ㄱㄱ

└ 금금은 갈 듯ㅋ

하… 이런 상황인데 저 새끼는 반성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만 그룹이랑 팬들을 잡고 있는 건가.

나만. 또 나만. 우리 그룹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형? 그래도 우리 괜찮겠지?”

괜찮겠냐?

금금이의 말에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 대신 굉장히 침착하게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금금아, 우리가 괜찮을 것 같아?”

금금이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리며 고개를 저었다.

“…안 괜찮은 거 알지. 아는데… 우리 7년이나 정상에 있었잖아. 고작 스캔들 하나에 팬들이 등을 돌릴까? 에이, 아니야, 형…….”

“돌리면?”

“괜찮겠지. 회사에서 막아줄 텐데.”

막아준다고? 웃기는 소리였다.

이미 아이돌 판에서 7년을 먹었다는 건. 이미 끝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우리 그룹이 좋은 성적을 내는 그룹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새로운 남자 아이돌그룹도 나올 계획인데 회사에서 과연 막아줄까.

게다가 우리는 몇 개월 뒤에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절벽 위에 올라탄 사람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는 생활의 연속. 그나마 팬들 덕분에 버티고 있었던 건데…….

“안 막아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해.”

“…형, 무서운 말을.”

“한 명은 마약, 한 명은 스태프 갑질, 한 명은 스캔들, 한 명은 교통사고. 고작 5명인 그룹에서 4명이 탈이 났는데 그룹이 버틸 수 있겠어?”

“내가 팬들 몰래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

뭐?

“이금금.”

“형, 내 말이 맞을걸?”

“그 말이 맞으면? 우리가 지금 성적이 좋아, 뭐가 좋아? 그나마 팬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라온 거지. 안 그랬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금금이가 울상을 지었다.

“그럼 형 말대로 아이돌 인생도 끝이라고……?”

“그래.”

“…형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잖아.”

“왜 안 되는데?”

“형은… 키오 리더니까…….”

리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살길이 없잖아.”

멤버 한 명이 마약을 투여했다는 기사가 떴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키오를 응원해 주는 팬들이 있으니까.

이를 악물며 방송국에서 섭외가 들어오는 대로 온갖 프로그램에 나가면서 그룹을 키웠다. 그런데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었다. 키오라는 그룹은 정말 끝.

만약, 아주 만약에. 내가 솔로 활동을 한다고 해도 인기는 바닥을 치고 급하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배우로 전향해도 연기를 못한다고 욕만 먹게 되겠지.

“살길이 없어도 나는 키오 못 그만둬.”

“…왜?”

이유라도 듣고 싶어서 귀를 열었더니 금금이가 한다는 말은 고작.

“나 빚도 있단 말이야.”

“빚?”

“아, 아니, 그게… 아는 형이 좋은 사업이 있다면서 10억을 빌려달라고 했거든.”

“금금아… 너 내가 아무한테 돈 빌려주지 말라고…….”

금금이가 필사적으로 손바닥을 흔들었다.

“몇 년을 알고 지낸 형이라서… 괜찮을 줄 알았어…….”

“괜찮다고?”

“그, 그래도… 10억 정도는 우리가 열심히 활동하면 되니까. 그래서… 그래서…….”

“팬들이 무슨 돈줄이야?”

“돈줄은 맞잖아.”

할 말을 잃었다.

“이금금, 선은 넘지 말자. 돈줄이라니.”

“솔직히 아이돌은 얼굴 팔려고 하는 거지, 뭐…….”

스트레스에 슬슬 관자놀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내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누르자 금금이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형 말고 다른 애들한테 말해봤는데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나한테는 말하지도 않고?”

“형은 내 의견에 무조건 반대하니까.”

결국 저 새끼의 입을 봉해 버리고 싶은 심정에 도달했다. 이래서 내가 애들을 계속 단속했던 거다. 하지 마라, 그러지 마라, 입 다물어라, 팬들한테 잘해라. 하지만 애들은 팬들의 단물을 빨고 돈에 욕심이 생기자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내 말도, 팬의 말도.

팬이 돈줄로 여겨진다면, 이 그룹은 차라리 망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리 그만하자.”

“…형!”

“어차피 너 솔로 활동도 하고 싶다고 했잖아.”

“형, 형은? 형은 우리보다 잘하잖아.”

“…나는 모르겠다.”

그룹으로 함께 성장하고 싶었던 거지, 솔로로 성공하고 싶어서 아이돌이 된 건 아니었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방에 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팬들과 소통하는 앱인 프롬에 들어가서 말했다.

→ ㅠㅠ

→ 얘들아…

→ ㅅㅂ 너희들이 이럴 줄은 몰랐네 탈덕한다 ㅅㄱ

→ 이래서 초반 망돌 그룹 품어주면 안 되는 거 ㅋㅋㅋ 잘해줘 봤자

→ 나비야 우리 계속 볼 수 있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팬들의 채팅을 보며 무너지듯 눈물만 쏟아져 나왔다. 내 꿈은 소박했다. 시간이 지나고 수년이 지나도 이 멤버들과 끝까지 가는 것.

그래야 맞는 거잖아. 그 작은 꿈을 지키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걸까?

← 미안해요.

…대상을 타도 울지 않았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괜히 더 눈물이 나오는 걸지도 모른다. 소매로 대충 눈물을 닦았다. 계속 채팅이 올라왔으나 프롬을 끄고 너튜브를 켰다. 그나마 영상이라도 보면 기분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네스트의 새로운 K-아이돌?]

이라는 인터뷰가 떠 있었다.

조회수는 130만 회. 나는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영상을 눌렀다.

[Q,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를 다시 본 소감은 어떤가요?]

[기분이 이상하네요. 저땐 즐길 수가 없었거든요. 열심히 해서 팬들을 끌어모으자는 생각뿐이었어요.]

[Q, 그때부터 남다르네요. 그 후에 네스트로 데뷔하고 10일 만에 1위를 차지했죠. 이제는 네스트도 오래된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웃음)]

[(웃음) 제가 오래된 아이돌이라니. 더욱더 분발해서 10년, 20년 계속 쭉 이어나가겠습니다.]

[Q,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출연할 생각이 있나요?]

[당연히 출연할 생각입니다.]

[Q, 다음 이남주의 인터뷰를…….]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는 바람에 활동이 자주 겹치고는 했던 네스트였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었지.

우리는 네스트를 라이벌로 여겼다. 내가 보기에 네스트는 키오를 라이벌로 인식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하긴 실력으로만 따지면 우리보다 좋았으니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키오로 데뷔하기 전에 금금이와의 의리를 버리고 네스트 막내로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곧장 고개를 흔들었다.

7년의 세월이 물거품이 되니까 시답잖은 생각을 다 하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천천히 눈을 감으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

“형……! 나비 형!”

금금이의 밝은 목소리에 눈을 뜨자 옛날 연습실이 보였다. 좁고 허름한 공간에서 매일 노래를 틀고 연습했던 공간.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렇게 생생한 꿈을 꾸는 걸까?

“형, 무슨 일 있어요?”

“일……?”

일은 있지.

“네가 사고 쳤잖아.”

“…형, 형이 어떻게 알았어요?”

“어제 나한테 말해줬잖아?”

금금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데… 금금이의 몸이 이렇게 왜소했던가?

“어제 전무님 몰래 피자 먹은 거 들켰나?”

피자? 피자를 먹은 게 아니라.

“너 스캔들…….”

“네? 제가 피자로 스캔들이 났어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금금이의 모습에 문득 낯익은 연습실이 떠올랐다. 허름하고 찢어진 벽지… 뭔가 이상한데?

“…금금아, 너 지금 몇 살이야.”

“형, 제 나이도 몰라요? 18살이잖아요.”

“18살 맞지?”

“네, 맞아요! 형, 어디 아파요?”

“아픈 건 아닌데…….”

설마…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거울을 쳐다보았다. 젊다. 확실히 젊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 이럴 때가… 아니지! 형, 전무님이 형 불렀어요!”

“전무님이?”

눈앞의 어린 금금이가 방방 뛰었다.

“너 왜 이렇게 어려.”

“…응? 형, 진짜 꿈이라도 꿨어요?”

“너 25살…….”

“형, 무슨 말을 그런 식으로 해요. 제가 아무리 얼굴이 조금 삭았다지만… 대놓고 말하면 상처인데.”

왜 어려졌냐는 질문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또라이가 되고 싶지 않으면 그만 말해야 한다는 것을 금금이의 눈을 보고 깨달았다.

“아무튼! 전무님이 형을 기다린다니까요?”

“아, 알았어. 갈게.”

나는 뒤를 돌자마자 손등과 볼을 꼬집었다. 생생한 촉감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불안하면서도 속이 답답했다. 꿈이 너무 생생한 느낌이다.

연습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자 바로 전무님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전무님.”

“그래, 나비야. 안으로 들어가자.”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전무님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자 전무님이 나를 콕 찍으며 누군가에게 칭찬을 했다.

“잘생겼지?”

“예,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은데요?”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날은…….

“우리 AA 엔터로 들어와도 괜찮겠는데요?”

AA 엔터의 제안이 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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