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와.’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몇 번 PVP를 하면서 봤던 기술이건만, 이 정도의 위력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게임 스토리 후반대보다 강한 거 같은데.’
그것도 상상 이상으로.
쿠르르르…….
연기가 걷히며, 온몸이 피로 얼룩진 암왕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예 머리카락까지 타버린 탓에 대머리가 되었건만.
암왕의 두 눈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근데 이걸로도 안 죽네.’
이 정도면 암왕이 아니라 바퀴벌레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휘젓는다.
하늘에서 기운이 응축된다. 먹구름에서 수십 개의 벼락이 내리꽂히며 마치 새장처럼 암왕을 가뒀다.
콰르르르르르릉-!
“끄으으으으으윽-!”
“스칼라. 너도 날려버려.”
벼락에 갇혀 무방비하게 얻어맞는 암왕에게 스칼라가 불꽃의 새를 쏘았다.
콰아아아아앙!
“샤흐.”
암왕이 불꽃에 휩싸인 순간, 샤흐의 창이 암왕에게 내리꽂혔다.
카그으으으으윽-!
겨우 창을 막아낸 암왕이 비틀거렸다.
암왕은 실핏줄이 다 터져 흰자까지 붉게 물든 채 우릴 노려보았다.
“개…… 같은 자식들이…….”
“왜. 억울해? 제대로 힘도 못 쓰고 져서?”
난 피식 웃으며 손을 들었다.
“꼬우면 더 세던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험은 암왕에겐 처음일 것이다.
언제나 아슬아슬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든 실력자만 노려왔을 테지만.
하지만 그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 두 가지.
하나는 바로 우리다. 현재 우리 쪽은 상급 기사 수준에 다다른 실력자만 두 명, 나머지도 공격력만 따지면 이들에 뒤처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 능력은 암왕을 상대하기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동료를 다루는 실력부터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실력까지.
이 모든 상황 자체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걸 다 따져도 암왕 자체가 너무 약하군.’
아마 이건 천살성이 암왕의 힘을 아벨라에게 넘겨준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까지 약한 건 설명이 되지 않으니.
‘…조금 이상하긴 하네.’
그럼 왜 후계자는 암왕에게 진 거지?
원래 암왕은 후계자의 손에 죽을 운명이었다. 그런데 후계자는 되려 암왕에게 죽임을 당했다.
‘도대체 왜?’
우선 이 의문을 해결하려면 보다 본질적인 의문부터 해결해야 했다.
후계자는 어떻게 암왕을 이길 수 있었는가?
난 후계자의 강함을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세월의 차이를 넘기 위해선 재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능만으론 부족하다.
암왕이 그냥 놀던 놈이라면 모를까, 후계자에게 죽기 직전까지 강자 사냥을 즐기던 놈이다.
그만큼 둘 사이의 격차를 좁히려면, 재능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아마, 그놈도 천살성의 선택을 받았겠지.’
그래서 암왕을 죽인 이후에 마구 미쳐 날뛰다가, 황실에게까지 검을 들이 내밀고 죽었을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는데, 이제야 왜 그랬는지 납득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천살성에게 힘을 받아 암왕을 죽였다면, 제정신이 아니었을 테니까.
‘하지만 후계자는 실패했다.’
도대체 왜?
‘그리고… 암왕은 지금 상황 자체를 처음 겪는 것처럼 보였어.’
만약 아밸라에게 당한 것을 후계자에게 한 번 당했다면, 충분히 평정심을 유지하고 마땅한 대처 방법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암왕은 이 모든 상황을 처음 겪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렇다는 건.
‘후계자는 천살성이 아니라, 다른 놈에게 힘을 받고 있던 건가?’
그럼 또 도대체 누가 개입한 거지?
머리가 아팠다.
‘더 고민해봤자 답은 안 나오겠지.’
일단 죽인다. 알아보는 건 그 다음에.
“샤흐. 데자트.”
“네.”
“네.”
“가서 죽여.”
두 엘프는 눈을 번뜩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암왕은 상처가 가득한 몸으로도 꽤 잘 싸웠다. 샤흐의 몸에 몇 줄기의 상처를 남길 정도였다.
하지만.
촤아아악!
결국 샤흐의 창이 암왕의 복부를 꿰뚫었다.
암왕이 피를 울컥 토해냈다.
뒤이어 날아온 데자트의 검이 암왕의 팔을 갈랐다.
데구르!
잘려나간 그의 팔은 단검을 쥐고 있는 채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후우….”
샤흐가 지친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데자트가 그녀를 타박했다.
“공주님! 너무 몸을 몰아넣기 마시라니까요! 그러다 다치면 어쩌시려고요!”
“하지만 이게 확실했잖아.”
“어차피 다 잡은 물고기인데… 괜히 공주님의 귀한 몸에 상처가 났잖아요.”
두 엘프가 나누는 대화에 암왕이 이를 바득 갈았다.
“감히… 나를 두고 그딴 소리를….”
“닥쳐요.”
뻐억!
암왕이 더 입을 나불거리지 못하고 데자트에게 얻어맞았다. 힘이 완전히 빠진 듯, 암왕은 더는 반응하지 못했다.
내 옆에 선 헬레나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나도 나서고 싶었네만….”
“말했잖아. 끝내는 건 저 둘이어야 한다고.”
“아네. 그래서 나도 아쉬워하면서 가만히 있는 거 아닌가.”
아쉬워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라, 좀.
난 혀를 쯧 차며 샤흐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제 끝내라는 시선에, 샤흐가 고개를 끄덕이며 스칼라를 바라보았다.
“스칼라. 같이 죽일래요?”
“…아니야… 샤흐가 죽여….”
“네? 왜요?”
“암왕… 죽이고 싶어 했잖아….”
“…….”
그녀의 말에 샤흐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니야….”
“나중에, 제가 꼭 보답할게요.”
“괜찮은데….”
“받아둬.”
공주, 아니 미래의 여왕이 약속하는 보답이다. 뭐가 됐던 절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데자트.”
“네?”
“같이 해야지.”
데자트는 그 말에 감동한 듯, 그렁그렁한 눈으로 샤흐를 바라봤다.
완전히 사로잡힌 사냥감이 된 암왕이 둘에게 악에 받친 목소리를 내질렀다.
“반드시… 반드시 살아남아서 너흴 죽여버릴…!”
푹!
둘은 더 듣지 않고 각자의 무기를 그의 목에 꽂아 넣었다.
샤흐는 복부를 뚫었던 창을 다시 뽑아서 목으로.
데자트는 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단검으로.
목이 꿰뚫린 암왕의 두 눈이 빛을 잃었다. 아무런 말도 남기지 못한, 암왕의 초라한 최후였다.
‘후우. 끝났다.’
내가 다 긴장해서 식은땀이 흘렀다. 난 나도 모르게 조금 힘을 풀었다.
그 순간, 거인의 손이 마구 난도질 되더니, 한 인영이 튀어 나갔다.
“!!!”
난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달이 아까보다 조금 더 붉어져 있었다.
‘내 실수다!’
내 당혹함을 느낀 건지, 옆에 서 있던 헬레나가 정면으로 튀어나갔다.
그녀가 아벨라를 정면으로 막아선다.
서로 닮은 두 쌍의 붉은 눈동자가 시선을 교환했다. 동시에, 둘의 검이 맞부딪혔다.
콰아아아앙!
아벨라에게서 핏빛이 휘몰아쳤다.
한 손으로 얼굴을 틀어진 아벨라는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그녀의 팔은 단검을 마구 휘둘렀다.
헬레나는 모두 차분히 잘 막아내었지만, 한 번에 마력을 쏟아낸 여파인지 몸이 조금 느렸다.
결국 힘에 밀린 건, 헬레나였다.
콰앙!
“이런……!”
폭발과 함께 헬레나가 뒤로 튕겨 나갔다.
뒤늦게 이변을 느낀 샤흐와 데자트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아벨라가 둘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녀가 튀어나온 허공의 그림자를 본 나는 침음을 삼켰다.
‘그림자 창조!’
대체 어떻게 암왕의 능력을?
“암왕의 능력……?!”
나와 마찬가지로 암왕이 쓰던 기술임을 알아차린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벨라가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은 둘을 향해있지 않았다. 목표는 바로 암왕의 시체.
파직-!
반전 세계의 힘을 빌려 닿기 직전에 다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시뻘겋게 변한 아벨라의 눈이 날 응시했다.
내가 채 반응하기도 전.
덥석!
데자트의 손이 아벨라의 팔을 붙잡았다.
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파르르…….
내 목젖 바로 앞에 멈춘 단검이 떨렸다.
샤흐가 다급히 그녀의 단검을 빼앗았다.
당혹스러운 눈을 한 샤흐에게 나중에 설명해주겠다고 눈짓한 후, 데자트를 바라봤다.
“데자트. 번개 몇 방 버틸 수 있어?”
“옷만 있으면 얼마든지요.”
“미안하다. 일단 한 대만 버텨줘.”
“에이, 당연히 이 정돈 괜찮죠. 빨리 써요!”
난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에게서 물러났다. 데자트가 그녀의 두 팔을 잡고 단단히 붙잡았다.
쿠르르릉….
콰르릉!
벼락이, 두 여자에게 내리꽂혔다.
“끄으으으…….”
데자트는 별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아벨라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며 크게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천살성.”
순간, 뇌가 핏물에 절여진 듯한 기분이 머리를 지배한다.
이를 악물었다. 어금니가 갈린 듯, 으드득- 소리가 났다.
“인제 그만 꺼져라.”
-건방진… 인간 따위가….
천살성이 내게 분노하며 무어라 말을 남기려 하지만.
결국 목소리가 끝을 맺지 못하고 흩어진다.
동시에 아벨라의 팔에 힘이 빠졌다. 그래도 데자트는 힘을 풀지 않았다. 완전히 제압된 것인진 구별이 되지 않았으니.
그 순간, 아벨라의 눈이 번뜩였다.
핑!
바로 내 목 옆으로 단도가 스쳐 지나갔다.
손도 팔도 움직이지 않았거늘.
방금 허공에 생겨난 ‘그림자’에서 단검이 튀어나왔었다.
‘미친….’
난 목에 손을 가져다댔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다. 살갗이 조금 베여 피가 흐르는 정도.
하지만, 방금 끈 기술이 너무나 위험했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설마, 암왕도 하지 못한 일을 할 줄이야.
긴장한 채 아벨라를 바라보지만.
방금 그게 마지막 발악이었던 것인지, 그녀의 눈동자에 감돌던 붉은빛이 완전히 꺼진다.
아벨라는 본래 색으로 돌아온 눈을 깜박였다. 여전히 데자트에게 붙잡힌 그녀는 근처를 둘러보다가, 내가 내 목을 붙잡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 아아…….”
그녀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아벨라의 모습에, 끝이 났다고 생각한 건지 데자트가 팔에 힘을 풀었다.
바닥에 주저앉듯이 엎어진 그녀에게 내가 다가갔다.
“괜찮아?”
내 물음에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죄송…… 죄송해요…….”
“괜찮아.”
사과해야 할 건, 아벨라가 아니라 천살성이니까.
난 내게 기대듯이 머리를 박은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아주 작게,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인다.
“…….”
여전히 눈에 눈물이 가득 맺힌 아벨라가 뒤로 물러났다.
두 손을 등 뒤로 숨긴 그녀는 입술을 덜덜 떨며 말했다.
“……부탁이 있어요.”
“뭔데.”
“…잠시, 도련님을 떠나있고 싶어요.”
“뭐?”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사실, 암왕이 죽은 순간부터 목소리가 들려요.”
“무슨 목소리.”
“전부 네 힘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세상을 핏물로 물들여라. 그러기 위해선… 네 앞에 있는 저자부터 죽여라. 저자가 너의 앞길을 막아설 것이다.”
“…….”
“그리고…… 하나 더.”
“무슨 소리?”
“넌… 이겨낼 수 있다. 나의 아이야.”
난 저 말을 듣고 시야가 탁 트이는 걸 느꼈다.
‘세계.’
이제야 알겠다.
왜 후계자가 암왕에게 패배했는지를.
‘그놈은, 천살성에게 힘을 받았던 게 아닌 거야.’
세계.
후계자는, 천살성의 힘을 받은 것이 아니라.
천살성에게 힘을 받은 암왕을 죽이기 위해 세계가 만든 존재였다.
그렇기에 암왕이 힘을 빼앗기지 않았던 것이고.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후계자는 암왕에게 일찍이 죽어버렸고.
세계는 아벨라에게 시선을 두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안 돼.”
난 굳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대로 멀어지면? 떠났다가 네가 폭주했을 때, 막아줄 사람이 없어. 차라리 내 옆에 붙어있어.”
“…제가,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리면 도련님을 먼저 죽이려 들 거예요. 천살성은, 지금 도련님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하지만.”
“맹약을 맺을게요. 만약… 제가 살의를 이겨내지 못하고 미쳐버린다면, 그대로 심장이 터져 죽을 거예요.”
아벨라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손가락을 허공에 그었다. 아벨라의 손가락에서 새어나온 핏물이 그대로 글씨로 굳어지더니, 이내 그녀의 심장에 박혔다.
누군가와 맺은 계약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게 거는 맹약.
“너……!”
“부디, 허락해주세요.”
아벨라는 애절한 목소리로 내게 부탁했다.
이 순간에도, 날 볼 때마다 살심이라도 끓어오르는 건지, 조금씩 나와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저는… 도련님을 해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더 강했어야 하는데.’
그녀는 원래 이런 삶을 살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하녀 일을 하면서 살아갔어야 할 그녀가, 너무 무거운 짐을 져버렸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변수가….’
결국 이렇게까지 커졌구나.
나비 효과라 하였던가.
내가 살아남기 위해 했던 작은 날갯짓이.
아니. 그저 내 욕망에 따라 흔든 날갯짓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나는…….
‘…이게 맞아.’
난 품에 손을 넣었다. 이를 거절의 뜻이라 생각한 건지, 아벨라는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녀와.”
툭.
내 돈주머니가 그녀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아벨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나와 돈주머니 사이에서 교차한다.
“……네가 암살자가 된 것도, 힘을 갈구하게 된 것도, 전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 아니에요. 도련님은….”
“그러니 내가 책임을 져야겠지.”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그러니까.
“최소 반년, 아니… 늦어도 1년 안엔 돌아와.”
“하지만….”
“그땐, 그땐 네가 날 죽일 시도조차 못할 정도로 강해져 있을 테니까.”
“……!”
난 내 목표를 한 번 더 상기했다.
대마법사가 되겠다.
예전에 한 번, 원로들 앞에서 뱉었던 말.
하지만, 지금은 ‘라온’으로서 하는 다짐이 아닌.
‘나’로서 맺는 다짐이었다.
“그러니까.”
“……”
“다치지 말고. 조심히.”
난 말을 끝맺지 않고 입안에 삼켰다.
이걸 내뱉으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나 자신도 모를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아벨라에겐 이걸로 충분했는지.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며 미소 지었다.
“네.”
아벨라의 두 눈에선, 그동안 고였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조심히,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거리는 아주 짧게 좁혀졌다. 바로 내 코앞에 선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그녀의 속눈썹은, 상당히 길었다.
“…이대로 가면 1년은 못 볼 테니까.”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기억을, 남기고 갈게요.”
아주 잠깐,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볼에 닿았다.
“허.”
그리고 그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을 땐.
아벨라는, 완전히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난 내 볼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느낌은…… 처음인데.
‘잘 다녀와라, 아벨라.’
그 전에.
난 꼭 대마법사가 되어 있을 테니까.
라온을 살리기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아닌.
나로 인해 무거운 짐을 지게 된, 너를 위하여.
[돌발 이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