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14화 (114/124)

제114화

난 지금 파티원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애초에 이 파티원을 모으기 위해 그 고생을 해왔는데, 성능이 더 좋은 캐릭터가 있다고 바꿀 리가.

‘문제는 내가 이걸 말을 안 했다는 거지…….’

그런데, 여기서 불안해해야 할 건 샤흐와 데자트 아닌가?

아벨라는 하녀고, 스칼라는 내가 직접 데리고 다녀왔지만.

저 둘은 나한테 빚이 있어서 따라다니는 입장 아닌가.

‘샤흐는… 아, 이번에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 걱정을 안 하나?’

이 주리남의 더러운 면들을 보여주면서 많은 걸 가르쳐주겠다고 했던 말에 별걱정을 안 하는 것 같다.

데자트는…….

‘그냥 생각이 없네.’

쟤도 가끔 보면 투구 걸이인 거 같기도 하고.

진짜 기사 종특인가?

이게 혐오 표현인 건 알지만, 그래도 최근에 본 기사 꼬라지가 다 이런 모양이라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켄타우로스 기사는 눈치 안 보고 나대다가 우리한테 죽고, 헬레나도 눈치 안 보고 달려들었다가 지금처럼 쌍코피 터지고…….

‘혹시 얘네도 물드는 거 아니겠지….’

데자트는 조금 물든 거 같아서 무섭다.

“싫어.”

내가 단호히 거절하자, 헬레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벨라, 스칼라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다면 따라다니겠네. 그거까지 막을 생각인가?”

“그렇다면?”

“막을 방법이 없지 않나.”

아벨라, 스칼라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아니, 얘들아…….’

난 이마를 짚었다. 진짜 너흰 왜 걱정하는 거야?

‘문제는 거절하기가 참 어렵다는 건데…….’

이대로라면, 차라리 파티에 받아들여서 내 시야 안에 두는 게 맞다.

괜히 뒤에 따라오라고 했다가, 사고라도 친다면…….

‘아, 진짜 엮이기 싫은데.’

“네 가문은? 지금 네 입지에서 막 행동할 순 없을 텐데?”

“가문은 내게 딱히 관심이 없어서 말일세. 그리고 아직 난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몸. 이전까지는 괜찮네.”

“아카데미는?”

“날 묶기엔 아카데미는 너무 좁고 작은 곳이지. 그리고 거긴 너무 시시해.”

“자퇴라고 하게?”

“그래. 한 명 말곤 날 상대할 만한 이가 없어서 말일세. 곧 있으면 교수들도 넘을 것 같고…….”

그녀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베베 꼬면서 말했다.

난 그녀의 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한 명? 한 명이 널 따라잡고 있다고?”

“그래. 한 명.”

“그게 누군데?”

“자네가 두들겨 패지 않았던가. 필립 오스큘라. 그만이 내 속도를 따라오고 있다네.”

‘미치겠네….’

“다른 놈들은?”

“글쎄. 선배들도 모두 머저리들밖에 없고, 후배 중에 눈에 띄는 이도 없고…… 그래서 나왔다네. 자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헬레나의 미소가 점차 짙어진다.

난 불안감을 느꼈다.

“그런데, 내가 드디어 따라갈 사람이 생겼군.”

“…꺼져, 그냥.”

“미안하지만 난 부모님말도 안 듣는다네.”

아, 미쳐버리겠네.

‘진짜 나이만 더 많았으면…….’

15살만 아니면 치는 건데!

슬쩍 뒤에 숨긴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솔직히 생긴 거나 발육이나 절대 15살로 안 보이는데, 쳐도 되지 않을까?

“좋아. 그럼 대신 이렇게 하지.”

“?”

“우릴 따라와도 좋아. 단. 사고 치지 않기로 계약을 맺자.”

“알겠네.”

“사고의 기준은 네가 저지른 일로 인해 내 두가 아파지는 것. 당연히 네가 조금이라도 개입한 일도 포함이고, 조금이라도 입김이 들어간 일도 포함이야.”

“얼마든지.”

그녀는 웃으며 내가 내민 계약서에 이름을 맺었다. 이거 마력 서약선데…….

“좋아. 그럼 이제부터 난 너와 함께 움직이지.”

“그러던가…. 숙소는 따로 잡아.”

“알겠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다음 일정은 좀 떨어진 장소에서 짜야겠다.

이놈이랑 같이 있으면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아, 그거 아나?”

“?”

“필립 오스큘라를 따르던 하녀. 그 여자가 폭주했다가 필립 오스큘라에게 한 대 맞고 제압당했다네. 그리고 뭐라 했는지 아는가?”

“??”

“자네 때문에 내 주인이 바뀌었다고, 모두 자네 때문이라고, 그리 원망하더군.”

“뭔 쓰레기 같은 소리를….”

“그러게 말일세.”

헬레나는 웃으면서 샤흐의 말에 동조했다.

저 모습에 아벨라와 스칼라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아니 얘들아. 이런 거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 * *

그날 밤.

스륵….

스칼라는 슬쩍 침낭에서 일어섰다.

바로 옆 침낭에 누운 라온의 상태를 확인한다.

언제나 흐트러짐 하나 없이 옅게 잠들던 라온인데, 이번에는 꽤 깊게 잠들어 있었다.

‘많이 피곤했나봐….’

슬쩍 헬레나 쪽을 바라봤다.

라온과 가까이 붙은 침낭에 헬레나가 쇠사슬로 칭칭 감긴 채 자고 있었다.

꽤 불편할 텐데도 불구하고 아주 편히 잘 자고 있다.

‘진짜 이상한 여자야….’

갑자기 나타난 강자이기도 하고.

그녀의 강함은 직접 두 눈으로 봤다. 아무리 방금 있던 전투 때문에 좀 지치긴 했다지만, 아벨라를 한 방에 리타이어시켰고 샤흐와 자신의 공격까지 전부 막아냈다.

라온과 데자트가 나서자마자 제압되긴 했지만, 그건 라온이어서 금방 끝난 것이지, 아니었다면 꽤 고전했을 것이다.

‘이러다 나나 아벨라 언니랑 교체되면 어떡하지….’

그동안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라온에게 붙어있던 시간도 많았지만, 그 밖의 시간은 수련에 매진했고, 또 남는 시간엔 열심히 공부했다.

중요한 지식부터 시작해서 당연한 상식까지.

그 중엔 파티원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상식까지 알아냈다.

‘저 여자는 누가 봐도 나와 언니보다 더 강해… 그러니까 우릴 대신할 수도….’

절대 그래선 안 된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다시는 저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

가족. 그래. 가족이라 하였던가.

자신에게 두 번째로 생긴 가족. 이미 한 번 숲이 모조리 불타버리며 사라졌던 가족을,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의 가슴팍 앞에서 보랏빛의 불꽃이 화르륵 타올랐다.

‘……아. 이게.’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트라우마를 깨달았다.

[너도 참으로 괴물 같구나.]

호조사가 혀를 내둘렀다.

현재 스칼라의 나이는 7살. 보통은 마력조차 느끼지 못할 어린 나이다.

하지만 지금의 스칼라는 어떤가. 자신의 재능만으로 마력을 개방하고, 마력 회로를 개통했으며, 호조사를 통해 개방에 성공한 속성을 완벽히 다루어내 중위 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했다.

원래 그녀의 수준이라면 구경도 못 할 수준의 몬스터들을 잡는 데에 성공하며 업을 흡수하기까지.

‘아마 이대로라면 금세 고위 마법사가 되겠지.’

아니. 고위 마법사에 그치지 않고 그 너머를 바라볼 것이다.

극의. 모든 경지의 끝. 검으로든, 마법사로든, 육체와 의념(意念) 모두 인간의 한계까지 다다르고, 다른 종으로서의 초월(超越)에까지 이르는 경지.

인간들의 말로는 흔히 ‘대마법사’라 불리우는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너머, 호조사가 도달해있던 경지까지 다다를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더 많은 걸 원하느냐?]

“응.”

마력을 너무 많이 쓴 탓에, 쥐가 온 다리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온 스칼라는 자신의 내부를 관장했다.

이전에 비하면 뻥 뚫린 마력 회로와 뜻대로 움직이는 속성.

하지만 오늘 헬레나를 상대하면서, 아직 힘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호조사.”

[…?]

“내 불꽃… 이거 다가 아니잖아…. 언제 전부 다 키울 수 있어…?”

[이제야 알아차렸느냐?]

그녀는 너무 늦게 알아차리는 거 아니냐는 뜻으로 비웃었지만.

사실 속으로 꽤 놀랐다.

보라색 불꽃. 그녀의 욕망과 함께 피어난 새로운 속성을 의미하는 색.

[넌 1년 뒤에야 꽃을 피워야 했다. 하지만 왜 지금 피웠는지 아느냐?]

순간적으로 호조사마저도 홀릴 정도로 진하며 아름다운 매혹적인 색.

그 불꽃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왜 그녀의 심상… 세계가 내린 ‘불의 축복’이 왜 막아 세웠는지도 알 것 같았으니.

트라우마 같은 것이 남아 있어 불안전한 정신 상태로 다루어선 안 되는 불꽃이었다.

하지만, 호조사는 교활한 구미호.

[내가 너의 불꽃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게 방해하는 트라우마를 눌렀기 때문이지.]

그녀는 본인의 힘으로, 위험한 불꽃은 억제하되 다루어도 괜찮은 불꽃들을 끄집어냈다.

또한 통제를 방해할 수 있는 그녀의 트라우마와 더불어 불꽃을 가슴 깊은 곳에 봉인해두었다.

그녀 스스로가 불타오르지 않도록.

위험에 휩쓸리지 않고 안전하게 힘을 비축할 수 있도록.

[열고자 한다면 열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기억이 너를 침범할 테지. 정신은 흐트러지고 불안해질 것이다. 당장은 더 큰 힘을 얻겠지만, 갈수록 너의 정신은 마모될 것이고, 불꽃이 너를 유혹할 것이다. 스스로를 불태워 더 큰불을 얻자고, 이 세상을 불태우자고. 너의 소중한 모두를 불태우자고.]

“……!”

[그래도 얻고 싶느냐?]

“…하지만….”

[네 오라버니는 널 버릴 생각이 전혀 없다. 지금 저 여자를 굉장히 싫어하기까지 하지. 그래도?]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니까… 또 내가 불안해서… 더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 내가 저 여자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그런 쪽이라면 방법이 있지.]

호조사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너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거지.]

“……?”

[네 몸은 이미 완전히 안정 상태에 돌입했다. 지금부턴 그냥 천천히 성장하겠지. 수많은 마력을 섭취하면서.]

스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래선 너무 늦어. 많은 걸 굳이 경험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끝에 도달하는 건 같으니.]

“그래서…?”

[오로지 한 명분의 마력만 먹도록 스스로를 묶어라.]

“……!”

[만약 한 명분의 마력만 먹으며 성장한다면, 2년 안에 네 육체가 완성된다. 아마 신체 자체는 1년 안에 성장은 끝나고, 나머지 1년은 바뀐 육체에 적응하며 조율하는 단계에 돌입하겠지. 단, 그때 기분은 좀 오락가락할 거다. 사춘기가 온 것처럼.

“응. 그 정도는… 괜찮아.”

[좋다. 그러면.]

스칼라의 등 뒤로 희미한 꼬리가 형상화된 채 흔들렸다.

[본녀가 도와주겠다. 새로운 구미호의 탄생을 볼지도 모르겠어.]

“…?”

스칼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여우가 아닌데….”

[꼬리만 달리면 여우지, 뭘.]

“???”

한편, 밤에 깨어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아벨라. 그녀도 복잡한 심정을 가진 채 잠에서 깨어나, 단검을 바라봤다.

단검의 투명한 검신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졌다.

‘이 정도로는… 안 돼.’

욕심인 건 안다. 배운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 이상에 도달하고 싶다니.

마치 누군가가가 직접 뒤에서 밀어주듯, 빠르게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욕심쟁이인 그녀는 더한 걸 원했다.

‘지금보다 강해져야 해.’

지금보다 훨씬 더.

근처의 이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을 수준으로.

저 갑자기 나타난 붉은 머리의 여자보다도, 더!

‘그래야만…… 도련님의 옆에 남아 있을 수 있어.’

하녀, 그저 고용 관계인 수준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싸우고, 가끔은 자신이 지켜주고 도와주는.

아주 듬직한 동료로!

그 순간, 단검에 비친 얼굴이 달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녀는 메시지를 보았다.

[그대의 운명이 궁금한가?]

‘……아.’

그녀는, 완전히 저물기 직전.

달이 보낸 메시지를 두 눈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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