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1화 (101/124)

제101화

크아아아!

마력 포식자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인간과 엘프를 보며 분노했다.

감히 자신을 사냥하려 들어!

마력 포식자는 태어날 때부터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의 위치에 서 있었다.

살이나 피가 아닌, 보다 본질적인 마력을 탐하는 자!

당연히 포식자가 삼키는 것들은 포식자를 두려워했고, 먼저 달려들지 않았으니.

자신을 봉인시킨 자도 조금만 방심했더라면 제게 삼켜졌을 것이다.

그 뒤로 부활을 시도할 때마다 방해하러 온 인간들은 분명히 강했지만, 저런 여유로운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감히…… 나를 뭘로 보고……!

쿠구우우우!

분노한 포식자가 팔을 휘둘렀다.

긴 팔다리는 그 존재만으로 무기가 된다.

포식자의 거대한 손이 공동을 휩쓸고, 라온이 있던 자리를 덮쳤다.

라온을 완전히 뒤덮기 직전.

쇠사슬이 휘둘러지며 손바닥을 후려갈긴다.

!!!

“어때? 네 마력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이… 무슨….

포식자에게 마력이 삼켜지지 않는다. 역으로 포식자의 마력을 집어삼킨다.

마력 포식자를 압도하는 능력!

말도 안 돼……!

한평생 남의 마력을 흡수하여 살아왔다.

빼앗으면 빼앗았지, 뺏기는 쪽은 결코 되어본 적이 없었다.

되어서도 안 되고!

크아아아아아!

마력 포식자가 분노하며 팔다리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라온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팔다리를 피하고 쇠사슬을 휘둘러 타격을 입힌다.

이에 라온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땅거죽을 뒤엎으려고 했지만.

“난 자꾸 잊네.”

……!

스각!

등 뒤에서 나타난 데자트의 공격에, 결국 실패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쫄리냐?”

라온이 피식 웃으며 그를 도발했다.

마력 포식자의 눈이 시뻘게졌다.

잔뜩 분노한 것이 보이지만, 그에게 달려들지는 않는다.

포식자가 오랜 시간 살아남았던 이유.

괴물들이 넘쳐났던 고대에마저도 살아남아 포식자로 불리었던 이유는 오로지 빠른 판단력 하나 덕분이었다.

크아아아아!

마력 포식자가 괴성을 내지르자, 중력이 뒤바뀌었다.

아니. 정확히는 중력보다도 더한 장력이었다.

마치 뒤에서 누군가가 일부러 밀고, 앞에서는 잡아당기는 것처럼 몸이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발에 힘을 주어 구멍을 만들어 발을 단단히 고정한 라온은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역시나.’

이 패턴은 이미 예상한바.

그리고 이 반응을 통해 마력 포식자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탐보다도 힘의 제약이 더 강해.’

탐은 조금 더 강한 상대라도 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저건 아닌 모양이다.

최소한 힘을 빼거나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야 삼킬 수 있는 모양!

‘상급 기사를 빨아들였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내 능력치 수치가 평범한 상급 기사 수준이 아니라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데자트도 그냥 평범한 상급 기사라고 하기엔 너무 강했고 말이다.

‘아니면 흡수할 때 빈틈이 드러나나?’

사실 무엇이 되었든 라온에겐 별 상관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승산은 그에게 있다!

라온의 쇠사슬이 마력에 휘감겼다.

동시에 팔찌가 붉게 달아오르며 쇠사슬에 보조 마법이 부여된다.

<강타>

콰아아앙!

쇠사슬이 바닥을 내리쳤다. 폭음과 크레이터가 만들어지고, 장력의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

라온은 망설임 없이 온 힘을 다해 정면으로 쇠사슬을 휘둘렀다.

포식자는 이제 무기를 사용하기로 한 듯, 근처에 있던 고체를 뜯어 무기처럼 쥐었다.

고체의 크기만 해도 상당한 탓에 쇠사슬이 뚫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한다.

쇠사슬을 회수하자, 포식자가 괴성을 내지르며 손에 쥔 고체를 우그러트렸다.

부스슥!

고체의 조각이 손바닥에서 우그러졌다.

‘……설마?’

만약 저걸 흡수하려 했던 거였다면 고체의 조각들이 사라져야 하건만.

조각들은 손에 그대로 남아있다.

라온은 서늘한 감각에 다급히 소리쳤다.

“전부 다 보호막 펼쳐!”

그리고.

크워어어어어!

쐐애애애애액!

엄청난 크기의 고체 껍데기 수십 개가 날아들었다.

쾅! 콰과과광!

라온이 있던 자리를 포함한 공동 곳곳에 고체 껍데기가 틀어박혔다.

마치 대포 수십 개가 동시에 발포한 것 같다.

라온은 날아드는 고체 하나하나를 쳐내고 또 쳐내지 못할 건 피하면서 슬쩍 뒤를 돌아봤다.

화르르르르륵!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의 벽.

스칼라 혼자 펼친 게 아니라 샤흐도 함께 펼치고 있었고, 드문드문 막아내지 못한 건 아벨라가 검으로 베어내고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장력의 영향으로부터도 잘 버틴 것 같고.

“데자트!”

“네!”

콰아아아앙!

데자트가 있던 자리에서 마력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왔다.

라온을 보고 똑같이 따라 한 방식.

강한 힘으로 장력을 상쇄한 데자트가 앞으로 달려들면서 검을 몇십 번 휘둘렀다.

검격의 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마력 포식자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팔을 휘둘러 검격을 막아낸다.

콰아아아앙!

자욱해진 연기 속에서 검격을 받아낸 피부가 드러났다.

고작 생채기 정도만 남은 피부.

포식자를 밀어붙일 수 있는 건 오로지 라온의 쇠사슬 덕분이다.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이 아니고서야, 상급 기사인 데자트의 공격에도 생채기밖에 남지 않았으니.

“잡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상관없었다.

촤르르르륵!

자욱해진 연기 탓에 보이지 않던 쇠사슬이 나타나며 몸을 휘감았다.

포식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쇠사슬을 떨쳐내려 했지만, 쇠사슬은 이미 강한 힘으로 칭칭 감아진 상태였다.

크으으으……!

“데자트! 나 좀 도와!”

“네!”

마치 이전에 리그벨토 영지에 나타난 문지기를 상대할 때처럼, 몸이 질질 끌려갔다.

다급히 합류한 데자트가 라온의 몸을 잡아주고 나서야 몸이 고정됐다.

팽팽한 힘 대결.

승자는 둘 중 누구도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아까 포식자가 집어던졌던 조각 중 하나가 우리 사이에 떨어졌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몸을 풀 수 있던 포식자가 자유를 되찾았다.

라온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쇠사슬을 들어 올렸다.

“너 혹시 이거 아냐?”

시끄럽다!!!

포식자가 분노하며 입을 쩍 벌렸다.

벌어진 입 사이로 마력이 응축되며 쏘아졌다.

옆에 있던 데자트가 다급히 마력포를 베어냈다.

‘흠. 모르는 거 같네.’

이 쇠사슬은 본래 누군가를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그래서 혹여 마력 포식자를 봉인하던 도구인가 싶었는데…….

‘너무 무기력하게 당하잖아. 존재도 모르고.’

심지어 모든 기능을 다 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 쇠사슬이 봉인하던 존재는 마력 포식자보다도 더 윗 반열의 존재인 모양이다.

도대체 누구를?

‘이 정도면 왕급에게도 통하겠는데.’

사실 그 정도 수준이 되면 통하고 내 몸이 박살 나겠지만 말이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난 다시 자세를 잡는 마력 포식자의 팔을 바라봤다. 지금 제일 거슬리는 건 저 공격이다.

잘못 맞았다간 바로 골로 간다. 이제 막 2페이즈 정도에 들어왔는데, 벌써 죽을 순 없다.

그렇다면.

“데자트, 싹 다 막아.”

“네!”

“얘들아.”

난 마법사들에게 손짓했다.

“미안하지만, 일 하나만 더 하자. 저기 팔 관절 부분에 마법 쏟아버려.”

“응…!”

“알겠어요…!”

쿠우우우웅!

등 뒤에서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아예 이 대기의 마력을 흔들 정도로 강렬한 마력의 파동.

만약 신체가 강해지지 않았다면, 진작에 영향권에 휩쓸려 마력이 폭주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다.

둘이 동시에 영창을 내뱉었다.

““불꽃창.””

둘의 마력이 머리 위로 치솟으며 한데 엮인다. 뒤이어 나타난 건, 평범한 불의 창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크기의 불의 창이었다.

‘벌써 힘을 합쳐서 마법을 동시에 쓴다고?’

합동 마법. 웬만한 재능이나 능력만으론 쓸 수 없는 고위 마법!

저걸 한 번에 쓴다고……?

그런 생각과 동시에.

불의 창이 마력 포식자의 팔을 찔렀다.

콰아아아아아앙!

불의 폭발이 팔을 휩쓸었다.

얼마나 충격이 컸던 건지 손에 들고 있던 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마력 포식자가 분노했다.

감히… 마력이… 나를…!

불의 창을 이루던 마력이 포식자에게 빨려 들어갔다.

포식자의 팔이 한순간에 낫는다. 하지만 내가 노리던 건 한 번 공격을 막아내는 것과 시야를 막는 것.

휘리리리릭!

!!!

뒤늦게 내 공격을 알아차린 마력 포식자가 반응하려 했지만.

거인만큼 거대한 마력 포식자가 이를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시 팔에 쇠사슬이 휘감긴다. 마력이 쭉 빨려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마력 보유량: 89%…… 90%…… 91%…….]

‘이제 얼마 못 흡수한다.’

하지만, 먼저 인내심이 바닥나는 건 라온이 아니라 마력 포식자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마력 포식자가 울부짖었다.

동시에 엄청난 장력과 함께 라온의 몸이 끌려 당겨지고 마력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펄럭펄럭!

쇠사슬이 강제로 회수되고, 날아갈 뻔한 것을 천갑이가 미친 듯이 펄럭거리며 라온을 구해주었다.

이내 마치 날개를 펄럭이듯이 열심히 움직이며 장력으로부터 보호한다.

마력이 빨려 들어가는 자극으로 내 체내의 마력이 폭주하지 않도록 조절해주기까지.

극… 으그으윽……!!

마력 포식자의 온몸에서 핏줄이 돋았다.

하지만 눈에 띄게 마력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지금이다.

‘내 예상보단 훨씬 빠르지만.’

지금이 제격이라고 본능이 라온에게 속삭인다.

라온은 그 속삭임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네가 그리 좋아하는 마력.

아주 제대로 퍼 먹여주마.

“으으…… 마력이…….”

“데자트. 마력은 포기하고 쟤네한테 합류해! 이제부터 나 혼자 상대한다.”

“하지만……!”

“빨리!”

“으윽!”

“샤흐!”

샤흐가 아벨라와 스칼라의 손을 잡은 채 매달렸다.

데자트는 잠시 거길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고, 이내 그녀들에게 합류했다.

라온은 숨을 내뱉으며 마력 포식자를 노려보았다.

‘마력이 일정 수치로 내려가서 배고픔에 미쳤다. 지금이라면 가능해.’

이 이상의 페이즈로 넘어가기 전에 죽인다.

“방출.”

라온의 온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강렬한 마력에 아티팩트에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애초에 용도가 한 번이었던 바.

망설이지 않고 마구잡이로 마력을 방출했다.

오……! 오오……!!

마력 포식자는 빨려들어오는 마력에 환희를 토해냈다.

바다다. 그냥 바다가 아니다. 마력 포식자가 대륙으로 올라오기 전, 몸을 담고 있던 심해보다도 깊고 방대하다.

먹고 싶어…… 먹고 싶어……!

이대로 배가 터져도 좋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런 배부름도 잠시.

탁!

휘둘러진 쇠사슬에 흡수량이 줄어들고 오히려 빼앗겼다.

이에 포식자가 분노하며 다시 흡수량을 늘린다.

그리고 과다하다는 순간, 만족하기 직전에 쇠사슬이 다시 마력을 흡수했다.

이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의 한계치를 넘어선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력 쇠사슬이 그에게서 마력을 빨아들인다. 한계치를 넘어섰으나, 끝없는 갈증에 탐욕스러운 포식자는 흡수하는 속도를 늘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쇠사슬 마력 보유량: 100%]

탁.

쇠사슬이 그의 팔을 두들겼다.

그는 반사적으로 마력 흡수량을 늘렸지만.

마력은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

이걸 노렸다. 라온이 씨익 미소 지었다.

“미안하지만, 이미 다 찼거든.”

아, 안 돼!

포식자가 다급하게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흡수량을 최대치로 늘렸고 입 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었다.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게다가 그의 몸은 라온의 마력에 중독되어, 터질 수 있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마력을 흡수했다.

이미 그가 흡수한 마력의 양은 웬만한 대마법사만큼이나 많다. 그런데, 이 정도라고……?

도대체 마력이 얼마나 많길래!

그는 처음으로 배부름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그, 그마아아안!

“패배 요인 첫 번째. 나를 무시하고 마력을 미리 비워둔 것.”

라온은 아주 아슬아슬하게 형태를 유지한 팔찌를 발동시켰다.

“두 번째. 내 쇠사슬의 총량을 확인하지 않은 것.”

<강타>

아, 안-

“그러니까 죽어.”

라온의 쇠사슬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마력 포식자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빵빵한 풍선을 방망이로 후렻니 것처럼, 마력 포식자의 터져나갔다.

마력 포식자.

타인의 마력을 섭취하여 힘으로 만드는 자.

끝없는 탐욕으로 모두가 두려워하던 포식자의 최후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마력 포식자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마력 포식자들이 당신을 두려워합니다.]

[마력 포식자의 ‘흡수’ 행위에 내성이 생깁니다. 이는 종족인 ‘마력 포식자’인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고대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용사 파티’에 대한 정보 접근 권한을 획득하였습니다.]

[‘탐’에 대한 정보 접근 권한을 일부 획득하였습니다.]

[돌발 이벤트 발생!]

[이후에 강림할 탐을 죽이십시오. 그리고 더한 재앙을 불러올 용사 파티의 후손들을 죽이십시오.]

[보상: ???]

[패널티: ???]

……뭐?

0